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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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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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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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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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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프로젝트 레인보우

DUMMY

이어서 벽이 모두 열리고, 상헌은 그들을 안내하여 옆방으로 이동했다. 그 뒤를 한조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천천히 걸어왔고, 승태와 무영이 테슬라 코일을 신기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며 따라 들어갔다. 우터와 유신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진우가 앉아 있던 의자를 질질 끌고 와서 기계 바로 앞에다 던져두고, 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우리나라에는 유일하게 국립과천과학관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 선생께선 대단하신 분입니다.”


유신이 테슬라코일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감탄하였다. 이에 상헌이 흥미를 보였다.


“호 테슬라 코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저전압을 고전압으로 바꿀 수 있는 장치로 알고 있습니다. 무려 400만 볼트 이상의 강력한 발전 스파크를 내뿜는다고 하더군요,”

“정확히 알고 계시군요. 하지만 400만 볼트가 아니라 1,200만 볼트입니다. 이쪽이 국립과천과학관의 그것보다 성능이 더 좋거든요.”


상헌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기계의 보라색 기둥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자! 기계 자랑은 이쯤하고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여러분은 혹시 필라델피아 실험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암호명 프로젝트 레인보우. 자증을 발생시켜 함선에서 나오는 자기를 차단하려는 시도했던 실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정확히는 적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였죠. 그런데 유신군은 혹시 이 실험이 공간이동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 없으십니까?”


상헌의 질문에 유신이 무겁게 고개를 내저었다.


“들어 보았습니다. 허나 그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확실히 테슬라코일만으로는 공간이동이 불가능하죠. 저 역시 연구를 진행하다가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실망했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이론을 곁들여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 진짜! 양자역학이고, 테슬라코일이고 나는 그런 어려운 말 모르니까요. 머리 아프게 하지 말고 빨리 본론이나 얘기해요.”


너무 길어진 설명에 싫증을 느낀 승태의 푸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진우 역시 그의 어깨를 안마해주며 격하게 동의했다. 상헌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승태 입장에서야.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구나. 좋다. 아저씨가 승태를 위해서 일단 본론부터 얘기하마.”


상헌이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2년 전 일입니다.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웬만한 성인 남성의 주먹 크기의 커다란 보석이 달린 지팡이가 들고, 후드 달린 흰 로브를 걸치고 있었죠.

청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곧 절망감에 휩싸였죠. 그는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 어딘가 굉장히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이 처음 보는 것들이었거든요. 값비싼 유리로 장식된 비슷비슷하게 생긴 사각형의 건물들도, 길 위를 달리는 바퀴 달린 쇠붙이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말 그대로 모두 회색으로 둘러싸여 있더군요. 게다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무겁고 여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상헌은 숨이 찼는지 물을 한잔 따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무영이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 청년이 바로 22년 전에 사장님이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아마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은 저를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무리도 아니지요. 강남역 한복판에서 마법사 코스프레를 한 청년이 이상한 주문을 외우고 있으니 그게 정상으로 보이겠습니까?”


상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만약 그때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했다면, 제1의 꽃거지는 아마 제가 되었을 겁니다. 하하하!”

“말도 안 돼.”


승태가 상헌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찌릿 보냈다.


“네가 잘 모르는구나? 아저씨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절반이 이 잘생긴 외모 덕분이야.”


순간 거기 있던 모두가 그를 쏘아보았다. 오른손을 쫙 펴 얼굴에 대고 씩 미소를 짓고 있던 상헌은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 어쨌든 얘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한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저에게 살 곳은 마련해주고, 언어를 가르쳐 주었지요. 그 덕분에 저는 불과 3개월도 안 되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거 그러지 말고 깔끔하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인간적으로 사설이 너무 길잖아요. 아주 그냥 날 세겠어.”


삐딱한 자세로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진우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는 상헌의 장광설을 굳이 들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얘기만 짧게 하죠. 그 아가씨는 하드기어사 회장님의 외동딸이자 지금은 제 마누라이기도 한 정다소씨였습니다. 뭐 덕분에 하드기어사의 취직을 하게 되었지요. 김상헌이라는 이름도 그때 받았고요. 나이는 대충 제가 살던 세계의 제 나이대로 서른 살로 등재했습니다.”

“쉽게 가자니까 그러네. 간단하게 정리합시다. 그러니까 난 원래 이 세계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이 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그걸 쓸데없는 미사여구 포함해서 돌려 돌려 얘기하는 거잖아요."


진우가 따분한 표정으로 하품까지 늘어지게 하며 말하였다. 상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네. 바로 그겁니다. 1957년 미국의 물리학자 휴 에버렛은 우주는 엄청난 수의 독립적인 평행 우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다세계 해석이라고 부르죠.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제가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 역시 그리 놀랄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다세계 해석이라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것 역시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낭설에 불과하지 않사옵니까?”


유신이었다.


“지금 낭설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유신 군은 어찌 그리 쉽게 확신하십니까? 예전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과학적 낭설이었습니다. 그것 뿐인 줄 아십니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 역시 과학적 낭설에 불과하였습니다.”


상헌이 열변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는 모습에 기인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갈릴레이가 코페르니쿠스가 이 이론이 맞았음을 밝혀냈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는 낭설에 불과했던 휴 에버렛의 이론을 제가 낭설이 아님을 밝혀낸 것입니다. 굳이 증거를 원하신다면,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실험의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은 1801년 토마스 영이 광자를 대상으로 한 파동성과 입자성을 구분하는 실험을 말한다. 실험 대상을 이중슬릿실험장치에 통과시키면, 그것이 파동이냐 입자이냐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파동은 회절과 간섭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빛을 입자의 흐름이라고 주장한, 17세기의 뉴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증한 것이었다.


이 결과로 양자론과 다세계이론이 탄생을 하게 되었으니, 상헌은 이 실험의 예를 들어 자기주장의 힘을 싫은 것이었다.


“선생의 말씀대로 그 실험은 분명 종래의 물리학적 상식을 흔들어 놓아 양자역학의 출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다세계해석의 영향을 미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허나 그것 자체가 다세계 이론의 증거가 될 순 없습니다.”

“거기까지 알고 계시다니 역시 유신님의 식견은 대단합니다.”


상헌이 진심으로 유신을 경탄했다. 양자역학과 다세계이론 이중슬릿실험 같은 용어들은 따로 물리학의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유신같이 깊이 이것에 대해 알고 있기는 더욱 어렵다.


그가 유신의 식견에 깜짝 놀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드리죠.”


상헌이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다시 실험실로 안내했다.


“얼마 전에 겨우 성공한 실험입니다. 간단한 양자원격이동이죠. 지금부터 제가 여기 있는 HMD를 옆 탁자로 옮길 것입니다.”


그가 그들의 시선을 HMD로 집중하게 한 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천장에 있던 로봇 팔에서 불을 뿜어져 나오더니, HMD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광선을 통해 HMD를 자료화시킨 것입니다. 이제 이 자료를 옆에 있는 탁자의 전달하여 자료를 재구성할 것입니다.”


과연 그가 다시 버튼을 누르자, 사라졌던 HMD가 광선과 함께 옆 탁자 위에 나타났다. 예전 두찬의 앞에서 곰돌이 인형으로 선보였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습니까? 현대 과학에서는 불가능하고 여겨지던 물체의 원격이동을 저는 이렇게 해냈습니다.”


상헌이 유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설마! 사장님께서는 양자컴퓨터를 만드신 겁니까?”


유신이 상헌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말고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묘사하려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엄청난 규모의 병렬처리를 해야 한다.


현대기술로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자료를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바로 맞추셨습니다. 과학자들은 2020년부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리라 예측했습니다. 저는 단지 그걸 몇 년 앞당겼을 뿐입니다. 그런 일은 저 같은 천재에게는 캔 뚜껑 따는 일보다 쉬운 일입니다.”


상헌이 유신의 질문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뭐야. 이 대놓고 지자랑토크는. 아주 그냥 자화자찬이 제대로야. 거 본인 입으로 그러면 안 민망합니까?”


진우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헌이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어조로 되받았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니 민망할 이유가 없지요.”

“거 참···.”


진우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유신이 나서서 그런 그를 제지하였다.


“형님. 경거망동해서는 아니 됩니다. 김상헌 선생께서 불세출의 천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닙니까?”

“하하하! 유신님이 저를 알아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상헌이 유신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함을 표시하며 빙긋 웃었다.


“선생의 말씀대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겸손하게 인사를 받은 유신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허나 저는 다세계이론을 아직 믿지 못하겠습니다. 양자컴퓨터의 개발 성공이 과학적으로 경탄할 일임은 분명하나, 이것이 어찌 다세계이론의 증거가 될 수 있겠습니까?”

“제 존재 자체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분명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사람입니다.”

“허나···.”


유신이 다시 반론을 하려 하였으나, 이번엔 무영이 나서서 그런 유신의 말을 끊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제가 한 마디 드려도 되겠습니까?”


상헌과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이 둘을 돌아 보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은 에버렛의 이론이 맞는지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애초에 사장님께서 왜 이곳에 오셨나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지금 그들은 상헌이 말한 새로운 제안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휴 에버렛의 주장이 맞는지가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보다는 무영의 말처럼 상헌의 동기에 대해서 먼저 듣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 동기가 이제부터 상헌이 한다는 제안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영님이 핵심을 잘 집어주셨군요. 헌데 꽤 긴 이야기가 될 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무슨 얘기를 하든, 휴 에버렛이나 양자역학보다는 재밌겠죠. 뭐.”


승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답하였다. 그는 드디어 이 지루한 물리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행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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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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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s 태권도 18.08.16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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