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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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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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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91,073

작성
19.03.08 09:0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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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1. 대형4륜마차.

DUMMY

유신과 재민은 마차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여러 종류의 마차들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과연 마차 하나하나가 장인의 마을이라고 불린 말한 최상품들이었다. 그중에는 아리엘이 타고 온 마차 못지않은 화려한 장식이 수놓아진 아름다운 마차도 있었고, 외관은 투박하지만, 상대적으로 굉장히 견고하고 단단해 보이는 마차도 있었다. 유신은 그 마차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 한참을 살펴보던 그는 드디어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되겠구나.”


엄청난 크기의 대형4륜 마차였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자 다섯 명이 그 위에 누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모양은 비교적 평범했다. 아무런 장식 없이 나무로 만들어진 네모반듯한 성냥갑처럼 보였다.


“이 마차에 창문을 내어주실 수 있으시겠소이까?”


유신이 가게 주인을 불러 물었다.


“당연하지요.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겠습니다요.”


주인이 얼른 달려와 유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유신이 고른 마차는 상당한 고가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긴 모습이 너무 투박해서 그런 마차가 필요한 레이발도스 상외연합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사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마차에 유신이 관심을 보였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었으리라.


“좋습니다. 그리해주신다면 제가 이 마차를 구매하겠습니다. 허나 아직 요구조건은 더 남아 있소이다.”

“뭐든 말씀만 해주세요.”


가게 주인이 반드시 이 마차를 유신에게 팔고야 말겠다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일단 이 마차 안에는 침대가 하나 있어야 할 것이외다. 그 침대는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급이야 합니다. 물론 침구류 또한 마찬가지외다. 그 옆에는 최고급 마차에 들어가는 2인용 의자 2대를 모두 앞을 보게 하여 병렬로 놓아주셔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구석진 곳에 이 사람이 무리 없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가림막을 설치해 주셔야 할 것이외다. 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유신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재민은 그 설명을 듣고 유신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제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될 아리엘을 배려한 조치임이 분명했다.


“당연하지요. 그에 따른 부대비용만 챙겨주신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가게주인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손바닥을 비볐다. 이에 유신이 크게 기뻐하며


“걱정 마시오. 그대가 이 마차를 내 요구대로 맞춰주신다면 내 기꺼이 그 부대비용을 지불할 것이외다. 그보다 혹 양피지와 펜을 구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이렇게 요구했다.


“당연하지요. 지금 당장 구해드리겠습니다.


주인이 서둘러 양피지와 펜을 건넸다. 표정이 매우 들떠있었다. 마차 가격만 해도 상당한데, 유신이 말한 이런저런 요구사항까지 모두 들어주고 나면 틀림없이 큰 이문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펜과 양피지를 건네받은 유신은 차분하게 양피지 위에 간단한 그림을 그린 후 다시 주인에게 건넸다.


“내 이 마을에 사는 분들은 모두 하나같이 훌륭한 기술자라고 들었소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대로 만드는 것은 그대에게 일도 아닐 것입니다. 내 그대만 믿을 터이니 지금까지 내가 말한 모든 것들을 빈틈없이 만들어 주세요.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작업을 할 때 생기는 톱밥은 모두 챙겨주셔야 할 것이외다.”


장방형의 나무 상자 위에 타원형으로 구멍을 뚫고, 그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변기 뚜껑을 닳아 놓은 형태의 그림이었다. 그 구멍 아래에는 양동이가 있었다. 재민은 그 그림을 보자마자 왜 유신이 이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했다.


“이건 퇴비 변기잖아요?”


재민이 말했다. 그가 말한 퇴비 변기는 물 대신 톱밥으로 인분을 덮어 냄새를 막는 변기를 일컫는 것이었다. 이렇게 톱밥에 덮여 수분이 증발된 인분은 일정 기간 발효 과정을 거치면 바로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유신에게 그 퇴비가 필요할 리는 없을 터이니, 이는 분명 아리엘을 위한 그의 또 하나의 세심한 배려이리라.


“귀하신 분이다. 이런 작은 데서부터 품위를 지켜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유신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시선을 가게 주인에게 돌려 물었다.


“돈을 얼마나 드리면 되겠소이까?”

“가만있어 보자. 일단 마차가 5만 리안이요. 그리고 말씀하신 침대를 포함한 여러 가지 부대비용이 전부 합쳐서 3만 5천리안 정도 되니까. 합쳐서 8만 5천리안인데, 내 손님한테는 특별히 깎아줘서 8만 리안으로 퉁 치겠습니다.”

“8···8만 리안이요?”


재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8만 리안이라니. 지금 주머니에 남아있는 2천 리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지 않는가? 결국,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를 사들이려 했다면, 그 가격은 지금보다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세 배 이상 뛰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전시라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리루드는 장인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구는 로메니아 뿐만 아니라 카이나르의 귀족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좋다. 그런 귀족들에게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구와 세공품을 공급하는 것이 일전에 언급했던 적이 있던 레이발도스 상외연합이다. 오직 레이발도스 상외연합만이 카이나르와 로메니아 전역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거대한 유통망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일종의 독점계약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귀족들에게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얼마에 공급할지는 오로지 레이발도스 상외연합의 손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독점계약에 전시에 따른 위험부담이라는 부가요소까지 끼어버렸으니 유신의 말대로 가격이 어디까지 천정부지로 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하지만.”


재민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그런 재민을 보고 유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 다 생각이 있느니라. 일단 남은 돈을 모두 내게 건네주어라.”


결국, 재민은 유신을 믿기로 하고 그에게 남은 돈을 건넸고, 유신은 그 돈을 받아 그중 절반만 주인에게 건넸다.


"손님. 죄송하지만. 이 돈으로는······."

"알고 있소이다. 그 돈만으로 이 마차를 사겠다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담보로서 그 돈을 드리는 것이외다. 만약 그 돈이 담보로는 너무 부족하시다면, 내 이 도를 같이 맡기지요."


유신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주인에게 띠돈을 이용해 허리에 패용해 두었던 환두대도를 건넸다.


"그대 역시 기술자라면 이 도가 얼마나 대단한 명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외다. 어떻소이까? 이 정도면 담보로 충분하시오이까?"


유신에게 도를 건네받아 꼼꼼히 살펴보던 주인의 동공이 점점 팽창했다.


"추···충분하지요. 세···세상에 내 살아생전 이런 며···명도를 보게 될 줄이야."


주인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유신의 환두대도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일단 철을 다루는 기술력 자체가 인류의 역사만큼 진일보하였다. 이 도는 그 압도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천하의 하드기어사가 자신들이 지닌 능력을 총동원하여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즉 유신의 도는 이 세계에 사는 어떤 대단한 대장장이라도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명도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주인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신이 그 말을 남기고 재민과 함께 가게 문을 나섰다. 가게 주인은 그들이 가게 문을 나간 뒤에도 한참을 넋을 놓고 환두대도를 바라보았다.


가게 문을 나선 유신은 버닝하트에게 약속했던 고기를 사고, 남은 돈으로는 무기상점에 들려 석궁을 하나 구매하였다. 석궁이 1만 리안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돈이 부족했지만, 품안에 준비해 두었던 단검으로 담보로 삼아 무사히 사들일 수 있었다.


"이제 돈도 떨어졌고, 이만하면 살 것도 다 샀으니 승태에게 돌아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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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대형4륜마차. 19.03.08 16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4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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