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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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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95
추천수 :
0
글자수 :
191,073

작성
19.02.24 23:05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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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DUMMY

“들어가.”


간수가 강진우를 감방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으며 말했다.


“네, 네. 들어갑니다. 그렇게 안 밀어도 알아서 잘 들어갈 텐데, 왜 굳이 밀고 그러시나 그래?”


강진우가 떠밀려서 감방으로 들어가며 투덜거렸다. 그 뒤를 한조가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어둡고 침침한 10평 크기의 방이었다. 구석에는 이들의 침대로 쓰일 짚더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방의 습기 때문인지 그 짚더미들에서 퀴퀴한 곰팡내가 올라왔다.


간수는 두 사람의 밧줄을 풀어준 뒤 밖으로 나가 촘촘하게 만들어진 나무창살의 문을 닫았다. 진우는 풀려나자마자 짚더미에 몸을 던졌다. 깍지 낀 두 손을 뒤로 넘기고 벌러덩 누운 것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에 반면에 한조는 등을 벽에 기대고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경솔했다.”


한조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진우가 여전히 누워 있는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 대답했다.


“뭐가?”

“몰라서 묻나?”


한조가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보며 무미건조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런 당연한 일을 왜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아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내 인생방식이야. 마음에 안 드는 놈 있으면 치워버리고, 빌어먹을 세상하고 타협 같은 거 개나 줘버리고, 남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내키는 대로, 인생 멋지게 내 식대로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죽음이라는 놈한테 가볍게 중지 한 번 올려주고, 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한번 쪼개주는거.”


진우가 씩 미소를 지으며 내뱉었다. 한조는 그런 그를 그저 지긋이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으로 그런 그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거, 대충 눈빛 보니까. 네가 네 식대로 살다가 골로 가는 건 상관없는데. 가만있는 나는 무슨 죄냐? 이 한심한 놈아. 대충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맞나?”


한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계속해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대답 없으니까, 내 말이 맞는 걸로. 뭐 그런 부분은 형씨에게 미안하게 됐수다. 하지만 앞으로 나하고 일하려면 형씨가 적응해야 할 거야. 나 사나이 강진우, 폼생폼사. 죽으면 죽었지, 살기 위해 타협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안으로 삭히거나, 무릎을 꿇는 일 따위는 절대로 못 하거든 내가.”

“어리석군.”


한조가 그렇게 짧게 내뱉은 후 이제 관심을 잃었는지, 진우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 내가 어리석은지는 가 봐야 아는 거고. 혹시 알아? 내가 내뱉은 일장연설에 그 나르실이라는 놈이 감화되어서 우리를 풀어줄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그런 말 몰라?”


진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한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우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진우가 계속해서 몇 번 더 말을 걸어봤지만, 그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거 참 피곤하네. 내 목소리는 나만 들리나? 안 좋아.”


진우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깍지를 끼고 있던 두 손을 풀어 손뼉을 바닥에 대고, 그 자세에서 몸을 둥글게 만 후 허리 반동을 튕기듯 번쩍 일어났다.


“어이, 거기 간수 아저씨 잠깐 이리 와봐.”


진우가 나무창살 바로 앞으로 터벅터벅 건들거리며 걸어가서 간수를 손짓으로 불렀다. 갑작스럽게 지명을 받은 간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뭐야?”

“뭐긴 뭐야, 밥 달라는 거지. 지금 내 뱃속의 거지가 배고파 죽겠다고 시위하고 있거든, 시위.”


진우가 오른손으로 배를 어루만지고, 왼손으로 나무 창살을 거칠게 두드리며 쏘아붙였다. 간수가 이제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는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죄수로 끌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뭐가 저렇게 당당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음식이나 가져오지. 뭐 구경났다고 그렇게 쳐다보시나 그래, 내 말 못 들었어? 아니면 이번에도 내 말은 나만 들리나? 지금 이 강진우가 배고파서 돌아가실 지경이라니까. 그렇게 음식 안 가져오다가 내가 굶어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거 참 너무하네. 아무리 감옥에 갇혀있다지만, 우리에게도 인격이 있는 건데 말이야.”


진우가 계속해서 나무 창살을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그런 진우의 분위기에 넘어갔는지 간수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기다려 봐. 누가 안 준데?”


간수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며, 먹을 것을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접시 두 개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그 접시에는 호밀빵 몇 개와 수프가 담겨있었다.


“족장님에게 감사하라.”


간수가 음식을 안으로 넣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진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뭔 소리야?”


하지만 수프를 한 입 떠먹은 후에 간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수프가 따뜻하고 간도 괜찮았다. 빵도 조금 퍽퍽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족장님에게 감사하라는 말은 그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 음식에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리라.


“아아, 고맙다고 전해줘.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로 부탁한다고.”


진우가 빵을 하나 집어서 수프에 찍어 먹으며 간수에게 찡긋 눈인사를 보냈다. 간수는 이제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는 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진우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서둘러 한조를 바라보았다. 그의 복면 안의 얼굴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조 역시 식사를 해야 하니, 그 순간만큼은 복면을 내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거, 진짜 피곤하네. 좀 보여준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안 좋아.”


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조가 그의 기대와는 달리 벽 쪽으로 몸을 돌려 아주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뒤통수에 대고 진우가 계속해서 투덜거렸지만, 물론 깨끗이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진우가 이제 적응돼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뭐, 그래. 내 말은 나만 들리지, 젠장. 또 그 빌어먹을 말도 안 되는 닌자의 비밀 유지 어쩌고 가 이유인 것 같은데. 내가 무슨 과자 선전에 나오는 치타는 아니지만, 언젠간 보고 말 거야.”


이렇게 말하며 찡긋 눈인사했다. 물론 한조는 조금도 관심을 둬 주지 않았다. 진우는 이제 배가 찼는지 에라 모르겠다는 얼굴로 다시 벌러덩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시간은 지나고 그나마 감방 안을 미세하게 비추던 램프 위의 불빛도 꺼졌다. 밖을 비추는 창문 하나 없는 곳이기에 감방 안은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칠흑 같은 어둠이 되었다.


오래지 않아 간이침대를 하나 편 간수도 잠이 들었고, 한조 역시 여전히 가부좌를 튼 채 등을 벽에 기대고 가벼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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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5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25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7 0 13쪽
»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38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2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2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4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1 0 12쪽
18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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