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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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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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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1,073

작성
19.02.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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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2. 강진우와 한조.

DUMMY

한편 같은 시각 강진우와 한조는 어딘지 모를 숲에 떨어져 있었다. 참나무와 침엽수들이 울창하게 퍼져있고, 그 옆으로 계곡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는 숲이었다. 한조가 그 계곡 물을 따라가 작은 물웅덩이를 찾아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수위가 깊은 곳이었다.


마침 날도 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단 이곳에서 야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야영에서 가장 중요한 식수가 있었고(그들이 왔던 세계라면 수질검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웅덩이에 물을 식수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곳은 아직 과학이라는 이름의 현대 문명이 물을 오염시키기 전이다.


즉 우리의 옛 선조들이 그리했듯이 웅덩이에 물을 마신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이다.) 누워 자기 편하도록 지대도 굉장히 평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위에 나무도 많아서 불을 피우기 위한 땔감도 충분했다.


물론 그래도 각오는 해야 한다. 아무리 땅이 평탄해도 결국, 맨땅이 아닌가? 당연히 그동안 편안하게 누워 자던 침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진우의 경우 4주 기초 군사 훈련 때 야영을 경험해 봤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는 텐트도 있었고, 건빵이나 전투식량 같은 보급품들도 넉넉하게 나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열약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촌에서 그 모진 훈련도 이겨낸 그다. 적어도 체력적인 부분은 자신 있었다. 이제 문제는 식량이었다. 그들은 오전에 무술대회에서 치열하게 결투 후 날이 어둑해진 지금까지 사실상 제대로 된 것을 먹지 못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배꼽시계가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진우는 일단 일을 둘로 나누기로 했다. 하나는 땔감을 구하고, 다른 하나는 식량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이듯, 주위에 아무리 나무가 많아도 결국,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구해 와야 땔감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 형씨! 이제 남은 건 식량이랑 땔감 정도인 것 같은데. 뭘 맡을래?”

“식량을 맡지.”


한조가 진우의 물음에 그렇게 짧게 내뱉고 숲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지나친 단답형의 그의 대답에 진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거 참, 피곤하네. 사람이 물었으면 나는 이러이러해서 식량을 구하러 가겠다. 이렇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뭐 어쨌든 식량만큼 땔감도 중요하니까. 일단은 나도 가볼까?”


진우는 나중에 돌아가서 토크쇼에 출연하면, 예전처럼 까칠하게 가지 말고 사회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야겠다, 이렇게 다짐하며 땔감을 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





“이 짓도 오랜만이구먼.”


진우가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모으며 뇌까렸다. 이런 종류의 작업은 예전 선수촌 막내 시절과 4주 군사 훈련 때 해보고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한 것치고는 어렵지 않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단 작업 자체가 그다지 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도 아닌 데다가, 땔감으로 쓸 만한 나뭇가지들이 그야말로 도처에 깔렸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태권도 선수였다. 격파라면 자신 있었다. 그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 땔감이 부족하다 싶으면 직접 손날로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진우는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양의 땔감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식량을 맡겠다던 한조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태권도 선수인 그보다는 표창과 수리검에 능한 그가 사냥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사냥이 아니더라도 나무를 자유자재로 타고 몸이 재빠른 여러 가지로 유리했다.


‘역시 피곤해. 그래도 내가 천하의 강진우인데 말이야. 이러이러해서 내가 식량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좀 좋아? 안 좋아.’


진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짧은 시간에 그런 결론을 내린 한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에 안드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식량을 구하러 간 지도 꽤 시간쯤 지났는데, 어떻게 된 게 아직까지 영 함흥차사가 아닌가?


“거 참 빌어먹을 그렇게 잘났으면 이런 것도 빠르게 끝내야지. 배고파 죽겠는데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말이야, 안 좋아.”


진우가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독백했다. 이제 땔감은 충분했다. 이제 한조가 식량을 갖고 돌아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점점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진우는 일단 땔감에 불을 붙이기로 했다.


그는 품 안에서 가져온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다음 순간 땔감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타닥타닥 타들어 갔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온 것인가? 진우가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가져오기에 이렇게 늦었는지 한번 지켜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예전에 내 할 일을 끝냈노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기다리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도 놓을 생각이었다. 잠시 후 불빛과 함께 드디어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한조가 등장했다.


그런데 그 불빛과 함께 온 사람이 한조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같이 온 사내가 밧줄에 꽁꽁 묶인 한조를 붙잡고 있었다.


“이봐, 형씨. 먹을 것을 구하러 간다던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진우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이 사람은 신성한 숲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소.”


진우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한조가 아닌 그 옆에 있던 미지의 사내였다.


깊고 검은 눈동자는 그윽했으며, 코가 아주 크고 오뚝했다. 그는 짐승 가죽으로 된 깃털과 방울이 주렁주렁 달린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팔다리가 아주 길어서 아주 잘생긴 흑인 모델 같은 느낌이었다.


“이봐 형씨.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결과가 이거야? 뭐 어쨌든 그건 그렇다 치고 거기 흑인 아저씨 이유나 물읍시다. 도대체 그 해서는 안 될 짓이 뭐유?”


진우가 오른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의문의 사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는 이 신성한 땅에서 사냥을 하려 했소.”

“아! 대충 감 잡았다. 자릿세를 말하는 거구나, 자릿세. 아저씨 지금 내 땅에서 내 허락도 없이 사냥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이러면서 지금 유세 떨려고 하는 거잖아. 그치? 거 참 피곤하네. 이런 거 보면 역시 빌어먹을 세상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똑같아요.”


진우가 이죽거렸다.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소만 우리의 의도는······.”


사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강진우가 잘라버렸다.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그래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좋다, 거 까짓것 많이 양보해서 대충 그렇다 치자. 그럼 이거구나. 원래 아저씨가 사냥하려던 사냥감을 중간에 저 형씨가 가로채서 화난 거지?

그래 이해해. 원래 게임 같은 거 하더라도 꼭 내가 다 잡아놓으면 어디선가 빌어먹을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막타 한 대 치고 경험치는 지가 다 가져가는 젠장맞을 상황이 벌어지거든. 그거 되게 약 오르고 열 받잖아.

그래, 내가 아저씨 맘 다 이해할게. 그래도 우리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너무 쫀쫀하게 굴지 말고 대충 넘어갑시다. 좋은 게 좋은 거잖수.”

“우리는 사냥을 하지 않소. 이 숲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우리의 친구들이오. 친구가 어떻게 친구를 죽일 수 있겠소.”


계속되는 진우의 이죽거림에 사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그의 눈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 친구? 지랄하고 자빠졌네. 아주 그냥 똥을 싸는구먼. 근데 피곤하네. 왜 이렇게 노려보시나 그래? 어이쿠, 아주 그냥 눈에서 레이저가 튀어나오겠어. 뭐, 그래 좋다. 친구고 나발이고 대충 그렇다 치고, 이제 그쪽 말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까. 이제 내 말 해도 되지?”


진우가 기가 찬다는 목소리로 지껄인 후 바닥에 침을 뱉고 사내에게 건들거리며 다가갔다.


“내 생각엔 말이야. 지금 당장 거기 아저씨 풀어주고 꺼지지 않으면, 다음 순간 그 잘난 머리통이 바닥으로 처박힐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생각해?


진우가 빙글거리는 얼굴로 은근하게 협박했다. 그러자 그 의문의 사내가 여유 넘치는 얼굴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소. 당신이 지금 내게 순순히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 순간 당신의 그 잘난 몸뚱이가 벌집이 될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진우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어림잡아도 그 숫자가 10명은 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사내처럼 모두 깃털과 방울이 달린 외투를 입고 있는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거참! 이 아저씨들 되게 빡빡하네. 농담도 못 하나, 농담. 그래 좋다. 내가 아저씨들 순순히 따라가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밧줄은 생략합시다.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수?

아저씨들은 굳이 나 묶으려고 힘 안 써도 되니까 좋고, 나는 나대로 편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야! 기가 막히다.”


진우가 호탕하게 웃으며 너스레를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화살촉은 진우를 겨냥한 채 아래로 내려갈 줄 몰랐다.


“뭐야 이 반응은? 그래 좋다. 아가리 다물고 순순히 오라나 받으라 그거구나? 뭐, 까라면 까야지 뭐. 항복입니다. 니들 맘대로 하세요.”


진우가 항복의 뜻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순순히 밧줄에 몸을 맡겼다. 그들은 강진우와 한조에게 안대를 씌웠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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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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