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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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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599
추천수 :
0
글자수 :
191,073

작성
19.02.20 08:57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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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21. 유신의 예측

DUMMY

유신이 아리엘을 부축한 채로 난간에 당도했을 때에는 이미 날이 매우 어둑해져 있었다. 유신은 난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제법 운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 로린트 마을은 건물 대부분이 저층이었기 때문에, 2층인 이곳에서도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던 것이다.


아리엘은 일단 탁 트인 장소에 나오니 한결 편안해진 듯 보였다. 표정이 밝아지고 얼굴 가득 만연한 미소가 돌아왔다. 마침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맑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느새 유신의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서 있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네 덕분에요.”


아리엘이 보조개를 예쁘게 지으며 생긋 웃었다. 이에 유신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할 말이 있다고 하셨죠?”


아리엘이 유신에게 질문했다. 일단 몸이 편안해지니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던 유신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안 그래도 그 말씀을 드리려 했습니다. 신녀님께서는······.”

“아리엘이요. 신녀는 제 이름이 아니라고요.”


아리엘이 뾰로통한 얼굴로 유신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그 신녀님이라는 호칭에 신물이 났다. 어렸을 때부터 아리엘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오로지 신녀만이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녀도 그 이름에 담긴 책임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생긋 웃으며 그 호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같이 공적인 장소가 아닌 곳에서, 그녀와 관계된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부인인 유신에게까지 그 호칭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에 유신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신녀라 해도 여자애는 여자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웃으세요?”

“아닙니다. 그저 아리엘님이 이제 정말로 괜찮아지신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을 뿐이니,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그보다는 하던 얘기를 마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리엘님께서는 승태의 상처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십니까?”

“승태요?”


아리엘이 의아해했다. 아무래도 조금 전 그녀가 구한 소년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을 스스로 버닝하트라고 소개하지 않았는가?


“조금 전에 치료하셨던 그 아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을 버닝하트라고 했는데요?”


아리엘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갸우뚱하며 물었다. 유신은 그런 아리엘의 의문을 이해한다는 얼굴로 부드럽게 설명했다.


“본인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합니다만, 일단 본명은 한승태입니다.”

“그렇군요. 이제 이해가 갔어요. 안 그래도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리엘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쫙 편 왼손을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 주먹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좋아요.”


아리엘이 생긋 웃으며 대답하고,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무언가 강력한 둔기에 얻어맞고, 그 충격으로 몸이 뒤로 밀려나면서 등이 강하게 부딪쳐 갈비뼈가 부러진 것처럼 보였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영민하십니다. 정확히 맞추셨어요. 허나 한 가지만 정정하자면, 둔기가 아닌 오크의 발입니다. 승태는 오크에게 승격을 받았습니다.”

“잠깐만요, 오크가 나타났다고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아리엘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째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유신이 되물었다.


“당연하잖아요, 여긴 인간의 영토라고요. 오크가 이곳에 오려면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승태를 습격했던 그자가 무려 바가반 비아스텐스같은 거물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잠깐만요, 지금 바가반이라 하셨나요?”


아리엘이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바가반이라니, 그녀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대족장 두르가 비아스텐스의 셋째아들, 바가반. 그는 전장에서는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은 자이며 피에 굶주린 맹장이라 불리는 자다.


도대체 그런 자가 이곳엔 무슨 일로 어떻게 왔단 말인가?


“네, 바가반입니다. 그자는 아리엘님이 바로 이곳에 온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목적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또 그런 거물이 이곳에 등장했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그가 이는 국경을 지키고 있는 성의 수장과 내통했음이 분명합니다.”


유신이 단호한 어조로 호언장담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역시 유신님의 말씀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네요. 지금 성을 지키고 계신 분은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이에요. 제가 믿고 따르는 분이기도 하고요.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마법사장 브리시 마기코스님이 직접 그곳을 통치하고 계십니다. 그런 분이 적과의 내통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리엘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발했다. 유신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아랫사람을 믿는 신녀님의 크신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저는 오히려 그 성을 지키는 성주가 바로 마법사장이라는 말씀을 듣고 더더욱 제 가설에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신성국가 로메니아의 상징인 신녀가 오크에 의해 피살된다면 반사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될 사람이 과연 누구이겠습니까?”

“아니요. 유신님의 말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그는 이미 필요한 만큼의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나라의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분명 사람들은 저라고 답변할 거예요. 하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분명 브리시 마기코스님이라고 답할 거예요. 저는 그저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니까요.”


아리엘 크리슈나가 잘라 말했다. 신녀와 마법사장의 관계는 일종의 영국 여왕과 총리와의 관계와 비슷했다. 영국 여왕과 총리의 관계처럼, 마법사장은 신분으로는 신녀의 신하였지만, 실질적인 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이미 실권을 쥐고 있는데, 껍데기만 있는 신녀의 위치에 오른다 하여 그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허나 만약 신녀님의 말씀대로라면 마법사장이 바가반과 내통하지 않았다면, 그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중범죄입니다. 이는 바가반이 국경을 넘어 리루드 마을 코앞까지 올 때까지 국경의 책임자라는 작자가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 오이까?

무릇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추상같은 군법으로 반드시 그 죄를 물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해서 저는 신녀님께 우리와 함께 가서 그 두 눈으로 사태를 확인해보실 것을 감히 청하옵니다.”


유신이 과감하게 웅변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마법사장이 적의 내통자라는 유신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나라의 신녀로써 그것을 직접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또한, 만약 마법사장이 적과 내통한 것이 아니라면 경계에 실패한 것이라는 유신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의 권한으로는 마법사장인 그에게 벌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주의 정도는 줄 수 있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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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19.04.23 25 0 9쪽
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2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7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7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9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43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7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7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9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7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8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31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9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43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4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4 0 10쪽
» 21. 유신의 예측 19.02.20 39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3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5 0 12쪽
18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33 0 12쪽
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9 0 11쪽
16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6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7 0 17쪽
14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6 0 9쪽
13 13. 프로젝트 레인보우 19.02.14 32 0 13쪽
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4 0 10쪽
11 11. 알리바이가 필요하거든요. 19.02.14 34 0 13쪽
10 10. 대망의 결승전 19.02.14 46 0 13쪽
9 기사 vs 무사 18.08.24 51 0 11쪽
8 vs 태권도 18.08.16 4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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