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외전 54화 여행(7)-후유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시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하고 고요한 마을의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껴
주위를 둘러보다 방금 전까지
주민들이 연회를 벌이고 있던 선술 집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는 엑스를 발견하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 인지를 물었다.
"엑스...."
"이게 다 어떻게 된...거죠?"
"그리고...당신이...왜 여기에 있는 거죠?"
떨리고 있는 손을 꽈악 쥔 채 자신이
잠들어 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시안-
그런 시안의 질문에
엑스는 시안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들은 일단
자신이 전부 해결 해 놓았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묻지 말아 달라 부탁하며 의자에서 일어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와봤는데"
"예상대로 일이 터진 것 같더군"
"아무래도 네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엔 힘들어 보이길래 잠시 기절 시켰어"
"네가 힘들어하고 있는 문제들은..."
"내가 다 해결 해 놨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 이상의 자세한 질문은 안 해줬으면 해"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답변해 주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 엑스의 답변에
그를 신뢰했던 시안은 엑스가
알아서 잘 대처했을 것이라 판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엑스라면 알아서 좋은 결정을 내려 주었겠지'
그렇게 짧은 대화를 끝낸 시안은
더 이상 이 마을 이 장소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싫었고
혐오스러웠기 때문에 엑스에게
일단 술집에서 나가자 부탁했고
"...알았어요."
"그럼...일단 여기서 나가죠"
술집을 나서 마을 중앙으로 걸어간 시안은
광장 앞의 긴 나무 조각과
그 위에 걸려 있는 엘런의 머리와 다시금 마주했다.
"........."
힘든 환경에서도 항상 밝은 미소를 짓던
엘런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사라지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죽었을 지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망가진 그녀의 얼굴-
'하아....'
시안은 어둡고 컴컴한 우중충한 날씨와
아무런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 적막한 마을 안에서
이미 죽어버린 엘런의 얼굴을 바라보며 독백 했다.
'.....다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해도'
'사람들을 구하고 설득하려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산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말이다.'
'당신은 죽는 순간에도...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을까?'
'아니면...그 선택에 대한 결과가 이딴 결말이냐며 후회했을까'
진심으로 묻고 싶었으나
시안의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할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으니
이 질문은 그저 죽은 이에 대한 미련과
애환에 불과했음을 알고 있던 시안은 고개를 떨궜고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엑스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무 표정으로
그저 덤덤히 침묵한 채 목이 걸린 시신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조금 뒤-
잠시 동안 시신을 바라보던 시안은
효수 된 시신들을 끌어 내리며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묘를 만들어 두었고
「엘런의 묘-」
더 이상 이 마을에서 볼 일이 없었던
두 사람은 마을을 떠나
다른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이날 시안과 엑스는 여정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
「며칠 뒤-」
"저...미엘 님?"
"오늘은 식사..."
"아...오늘도 좀 쉴게요."
"혼자서 좀 있고 싶어서요."
"하...하지만...벌써 3일째 인데.."
"괜찮아요."
그날 그 사건 이후
시안은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
본인이 다른 사람들을 걱정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지 모르고 있는 건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시안은
그날의 풍경이
그녀의 얼굴이
싸늘한 피부가
담긴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고
용사로서의 의무와 이 세상의 잔혹함
그리고 21세기와 이 세상의 괴리감 사이에서
그녀는 수 많은 갈등과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계속해서 고뇌 했다.
'내 선택은 옳은 건가?'
'엘런은 내 선택이 옳았으면 살았나?'
'엘런과 함께 있는 것을 대신해 수십 명의 사람을 살렸다.'
'그렇다면 내 선택을 옳은 건가?'
'생명의 가치를 내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건가?'
'모든 것은 무지인가 아니면 본성인가?'
"음..."
시안은 함께 다니는 사람들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인 만큼 겉으로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나사 빠진 듯한 그녀의 모습은
다른 일행들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어딘 가 다녀올 곳이 있다며 떠났다 돌아온 뒤로 계속 저런 상태입니다."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심지어 길을 걷다가 벽에 계속 머리를 박는 대도 웃고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 거죠?"
"저희도 그녀의 짐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려 주세요.!"
유일하게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엑스는
제대로 된 답변이나 해답을 내 놓지 않고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겠지만"
"알려준다 해도 너희가 딱히 해 줄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으니..."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 군"
"나아가든 멈추든 혹은 포기하고 도망가든"
"모든 선택은 자신이 직접 해야 되는 거니까"
맞춤법 틀린게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분량이 적네요
시안의 일기엔 이 당시의 내용이 제대로 서술 되어 있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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