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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400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11.14 21:00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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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55화

DUMMY

쏴아아아아아아-!


공중에서 떨어져 바닥에 넓게 퍼지는 폭포수가 온 바닥을 적시다 못해, 커다란 공터의 바닥에 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푸하! 콜록! 콜록!”


거센 물살에 떠밀려 공터의 끝자락의 강철 벽에 등을 맞댄 태현은 물에 쫄딱 젖은 쥐 같은 꼴이었다.


멋들어지게 갈라져 있던 그의 가르마도, 몸 이곳저곳에 묶어둔 붕대들도 모두 쫄딱 젖어, 태현을 잘생겨보이게 만든다는, 상처를 지혈한다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으윽.. 이게 무슨.. 물난리야..”


물에 젖어 눈 밑까지 덮어버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힙 겹게 물에 젖어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세운 태현.


“괜찮아 태현? 수압이 너무 셌나?”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고혹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린 태현.


쏴아아아아아아..


하반신이 천천히 회오리치는 물결로 감싸져있는 그녀는 그 때문인지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결이 사그라들며, 조금씩 하강하는 중이었다.


“아까 그 무식한.. 아니, 그 무시무시했던 공격은 많이 위험했어.”


“.. 어..?”


순간적으로 당황한 태현.


‘...? 이탈리아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방금 뭐라고..?’


한국인인 자신이 들어도 수준급이었던 금방 전 엘리사의 언어유희.


분명 그녀가 말한 이탈리아어를 번역기를 통해 한국말로 들렸을 터인데, 뭔가 미묘하게 잘 들어맞았던 것 같았다.


“... 안개가 껴서 보이지도 않고, 당신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니.. 상황에 맞게 시도해 본겁니다. 실제로는 처음 해보는 기술이고, 그렇다 보니..”


화르르르르륵-!


태현이 젖은 몸을 마르게 만들기 위해 전신에 불꽃을 일으켰다.


“후.. 이 봉변을 피할 순 없었네요.”


태현이 일으킨 불꽃 덕에 말라서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을 다시 이래 저래 바쁘게 만져 다시 깔끔하게 원상복구를 시켰다.


쉬아아아아아..! 철퍽!


하강을 마친 엘리사의 하반신에 모여 있던 물결이 흩어져 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합류하고, 그 물에 그녀가 신고 있는 구두가 맞닿았다.


“오.. 그 정도의 위력이 처음 해보는 기술이라고?”


엘리사는 물결을 타고 하강하는 와중에도 그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던 것 모양이었다.


“... 아까는 그 기술 무식하다고 했던 분이..”


“하하.. 마력의 소비나 정확성 같은 부분에선 무식하지만, 방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공격이었어. 실제로 공격력 자체도 꽤 괜찮았고.”


그녀는 태현의 기술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칭찬을 곁들였다.


‘경험을 쌓는다.. 이런 건가.’


소현이 했던 말을 상기하며, 이해한 태현이 옅게 미소를 짓자,


“그럼.. 계속 해볼까..!”


그의 옅은 미소를 목격한 엘리사도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자세를 다잡았고,


“후우..!”


태현도 숨을 고른 후, 다시금 마력을 순환시켰다.




···


<마인드 리딩>을 통해 우주의 기억을 읽는 소현의 상황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그러나..


‘.....’


그것이 문제였다.


선명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에 비해 비교적 희미한 기억의 방향으로 읽어 내리도록 계획을 짰던 소현.


‘아직 절반도 못 봤어..’


우주의 기억이 너무 방대한 탓에 아직 그의 선명한 기억 중 절반도 읽어 내지 못한 그녀였지만,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너무나도 많았다.


‘... 그러니까.. 태초의 천계와 마계엔 왕이 있고.. 어.. 근데 그 두 왕의 싸움이 셀 수도 없이 긴 세월 동안 이어지다가, 천계의 왕이.. 아니, 마계의 왕이 전사하고.. 소멸 직전에 놓인 천신왕은 마계에 끌려갔다..?’


우주 본인의 주요한 기억은커녕, 아직 일개 천계의 군단장이었을 시절의 기억을 읽는 것에 바쁜 소현.


‘김태현이 얘기하길.. 무슨 왕의 후계자..?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 대체 그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마치 스포일러를 당한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티켓값은 그녀의 마력으로..


‘... 참.. 난감하다..’


내면 바깥, 현실의 시간으로 1시간은 훨씬 지난 것 같지만, 아직 이 이야기의 30%도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기억을 읽어 내리는 데 별 탈이 없다는 것. 별 탈 없이 읽어야 할 기억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긴 했지만.


‘어휴.. 힘들다.. 이거 다 읽다가는 내 마력이 먼저 다 떨어져 나가겠네..’


불평을 늘어놓으며, 스포일러를 당한 영화에 다시금 집중하는 소현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홀로 시끌벅적한 상황에 놓여있는 반면, 준명은 그 정반대였다.


“.....”


철창 너머의 우주는 단 한 순간도 그르치지 않고 눈을 내리깐 채, 바닥을 응시하는 중이었고,


“.....”


준명은 갈 곳 잃은 시선을 바로 앞의 선 채로 잠을 자고 있는(?) 소현과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무전기로 여러 번 옮기는 중이었다.


머릿수는 둘이지만, 오고가는 말 한 마디도 없는 적막 그 자체의 상황에 준명은 놓여있었다.


“... 상황 돌입 90분째, 여전히.. 변화, 이상 없음..”


5분 단위로 무전을 통해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준명이 이를 15분 단위로, 이전의 상황들과 비교했을 때, 이변이 없음만을 알리도록 수정할 정도였다.


그의 상황보고를 제외하면, 정말 말 한마디도 없이 조용한 감옥 내부였다.




···


아마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리사가 천천히 양 팔을 들어 올리고 나서부터 일 것이다.


“이런.. X발..”


태현의 한껏 올라가있던 입꼬리가 급격하게 바닥을 친 것이..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침수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닥에 잔뜩 고여 있던 물이 그녀가 들어 올린 손에 호응했기 때문이었다.


“태현. 왜 그래? 표정이 갑자기 너무 안 좋은데?”


엘리사의 입꼬리는 태현의 것을 대신하는 것 마냥 더욱 올라가있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태현이 말끝을 맺음과 동시에, 그녀의 양 옆과 등 뒤에 3개의 물기둥이 떠올랐다.


스스스스스..!


물기둥의 끄트머리는 날카롭게 선 눈, 잠시도 쉬지 않고 날름거리는 스플릿 텅, 각진 비늘같은 것이 표현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슬쩍 봐도 뱀이었다.


스윽..!


그녀가 천천히 오른손을 태현의 방향에로 옮기자,


물로 만들어진 3마리의 뱀들이 그녀가 내민 손을 감쌌다. 날카로운 그것들의 눈동자는 태현에게로 고정되어 있었고, 아가리를 살짝 벌려 이빨을 드러낸 순간,


“쓰리 헤드 히드라.”


엘리사가 나지막이 속삭였고, 뱀 3마리는 소용돌이치며 태현에게로 쇄도했다.


“칫!”


태현은 혀를 차며, 팔꿈치를 뒤로 가져간 오른손의 주먹에 불꽃을 일으켰다.


밑바닥에 이미 방출해둔 마력을 폭사시켜 작열하는 벽을 세울 모양이었다. <파이어 월>이라고 단순하게 이름붙인 태현의 유일한 방어기의 묘리였다.


캬아아아아아아-!


매섭게 돌진해 오던 뱀 3마리는,


퍼어어엉-!! 취아아아아아-!!


태현을 중심으로 둔 부채꼴의 호 모양에서 폭사한 화염의 벽에 맞닿아 무참히 증발해버렸다.


“하아아아압!!”


태현은 그에 지나지 않아, 기합을 내지르며, 마력을 더욱 방출하여 전개했다.


화르르르르르륵-!!


연료를 공급받은 화염이 더욱 화력을 내자, 태현의 발밑을 메우던 물이 엄청난 양의 뿌연 증기와 소음을 내뿜으며 증발했다.


“!!!”


엘리사는 무척 당황했다.


‘저게 무슨..! 불꽃이 물을 증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원천인 마력까지 태우고 있어..!?’


다른 톱급 각성자들에 비해 경력은 짧지만,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엘리사였다. 그만큼 쌓인 지식도 경험도 많았지만, 처음 보는 경우였다.


‘다른 마력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는 능력은.. 전대 불의 각성자였던 크리스 브라운도 가지고 있지 않던.. 능력이야..’


엘리사는 각성자로서 활동하며 다른 나라의 각성자를 많이 만나왔고, 같은 유럽 톱급의 칭호를 지고 있던 태현 이전의 불의 각성자. 영국의 크리스 브라운도 그 중 하나였다.


“왜 그럽니까!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뿌연 증기 너머의 맹렬한 불꽃 너머의 태현이 내뱉은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다.


평소의 엘리사 같으면 슬쩍 미소를 보여줬겠지만, 그녀의 내려간 입꼬리가 다시 올라갈 일은 없었다.


실시간으로 태현의 전투방식을 분석하던 엘리사는 <파이어 블링크>를 제외하면, 크리스의 전투방식과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성자의 기술은 각자가 가진상상력과 본인의 그 공상을 얼마나 세세하게 구상하는가 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기술에 대한 분석은 전혀 의미가 없고.. 크리스가 사용하지 못했던 불꽃과 함께 사라지는 기술도 놀랍진 않았다. 실제로 번개의 각성자가 밥을 먹는 것보다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하지만, 마력을 소멸시킨다는 능력.. 저건 기술이 아니다. 태현의 불꽃이 가진 기본적인 성질인 거야.. 놀라운 재능이다. 어쩌면.. 제대로 성장한다면.. 그를 이길 수도 있겠어.’


다른 기술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양의 마력을 소비해 사용했던 <케스케이드>는 게임 속 ‘필드 마법’과 같았다.


작은 폭포를 생성하여 상당량의 수분과 물을 주변에 남기기 때문에, 신속한 기술 전개가 가능케 만들어주는 것을 넘어, <트래니컬 타이달>과 같이 대형 기술을 써먹기에도 유용한 기술이였다. 특히 현재 전장처럼 밀폐된 공간에선 더더욱.


하지만..


취아아아아아..


바닥에 고여 찰랑거리기까지 하던 물은 태현이 전개한 불꽃 덕에 모두 증기가 되어 증발해버린 후였다.


‘... 큰 맘 먹고 시전했던 건데..’


엘리사는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불꽃을 꺼뜨리는 태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단한 능력이야. 다른 성질의 마력을 말끔히 소멸시킨다.. 그런 건 아무나 못하거든.”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증기를 걷어내던 태현이 엘리사의 말에 답했다.


“흠.. 그렇습니까? 뭐 그렇게 대단한 것까지는 아닌데..”


태현은 애써 태연해보려고 애썼지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의 유럽 톱급의 각성자에게 받은 칭찬이 어지간히도 기분 좋았나보다.


엘리사는 그런 태현을 보고 피식 웃었다.


“크크.. 그래. 너의 능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나도 진심으로 가볼까!”


싸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을 끝맺고 두 눈이 조용히 감긴 동시에, 그녀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고,


쉬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마력이 잔잔하고, 은은하게 주변의 공기를 장악함과 동시에,


번쩍-!


다시 뜬 그녀의 두 눈동자는 새하얗지만, 자세히 본다면 은은한 파란 색깔이 섞여있는 빛을 발했다.


작가의말

다음 주도 잘 보내십쇼. (중간 부분이 잘려 수정해서 재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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