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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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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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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10.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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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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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0화

DUMMY

“소멸을 가져다주어..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나를.. 구원해준 인간.. 너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슈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 말을 남긴 그녀는, 잿빛으로 산화하여 완전히 소멸했다.


“.....”


태현은 떨떠름하고 어딘가 찜찜한 표정으로 바닷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리는 재를 바라볼 뿐이었다.


보통에 비해 짧은 태현의 각성자 경력이지만, 그가 이때까지 상대해왔던 계약자와는 어딘가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끝없는 죄책감.. 소멸이 구원..? 무슨..’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녀가 소멸하며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물건(?)인 재가 흩어지다 못해, 사라진 지 5분이 지나도 그곳에 가만히 서있는 태현이었다.


쿵-!


“으아!! 힘들어..!”


그 짧은 사이에 무엇이 지나간 것인지 상기해보는 5분이 지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 태현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챙-!


쥐고 있던 검도 내팽겨 쳐버릴 정도로..


“으.. 마력은 개뿔.. 걸어 다닐 체력도 없다.. 이 일.. 계속 하다가는 빨리 늙겠어.”


잘 생각해보면 계약자를 처리하는 순간마다.. 멀쩡히 걸을 힘마저 남지 않는다.


“으윽.. 아우..”


피칠갑이 된 왼팔을 들어 올린 후에 살펴보고 싶었지만.. 짜릿한 고통이 닥쳐왔기에 다시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애초에 근육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들어 올리는 것도 불가능 하지만 말이다.


“으에.. 이 옷은 이제 못 입겠네.. 어째,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냐..?”


하나에 15만원이 넘어가는 정신 나간 가격을 자랑하는 나X키의 신상 트레이닝 세트.


포인트는 왼팔에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예쁘장한 로고지만.. 그 로고는 이미 흘러내린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거.. 아끼는 건데..”


태현이 처음으로 그 자신의 손으로 번 돈으로 산 의미 있는 물건이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지만, 그렇다고 빈곤하지 않고, 오히려 잘 사는 편에 속하는 태현의 집.


라면을 끓여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않은 태현이 번 돈의 출처는 당연히 각성자라는 신분이자, 직업으로서 벌어들인 돈이다.


“그게 벌써 며칠이나 지났지? 가만 있어봐.. 한 달!?”


그렇게 사색에 빠진 그는 처음 계약자와 마주쳤을 때, 죽을 뻔한 위기에 능력을 각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화륵-!


피에 적셔진 옷을 만지작거리던 그의 손이 불꽃에 뒤덮였다.


“그 땐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이네.. 고작 1달밖에 안 됐는데 말이야.”


처음 능력을 개화했을 때, 마력의 폭주로 인해 무의식 속에서 사용했던 이동 기술.


말 그대로, 의식이 없던 상태에서 사용했었기에 그 당시에는 재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빈 캔을 노리고 던진 불덩이가 커다랗게 폭발해버리는 바람에 차소현이 죽을 뻔했을 때.. 그 때 처음 사용했었지.’


이제는 <파이어 블링크>라는 어엿한 기술명도 있을 뿐더러, 지금은 애용하다 못해, 사용 빈도가 단연, 가장 높은 기술이다.


‘효율적이고, 용도가 다양하기도 하고, 유일한 이동 기술이기도 하니까.’


슈화아아아..


아련하게 쳐다보던 오른손의 불꽃이 힘을 잃고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이고.. 마력 다 떨어졌었지..”


털썩-!


굽혀진 허리가 슬슬 통증을 주자, 아예 철판 바닥에 드러 누워버렸다.


‘공격 기술들인 <불 주먹>과 <불 총>. 가끔씩 방어기로 써먹는 <파이어 월>, 이동기이자, 회피기. 변수 창출까지 되는 <파이어 블링크>에.. 아까 급조한 것이긴 하지만.. 아쉽지 않은 파괴력과 퀄리티.. 기술로서 차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브루탈 플레어>까지..’


아직은 개수도 아쉽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여러 곳 있지만, 기술들을 나열해보니 강해진 것이 실감된다.


‘기술명.. 중2병 같아서 쪽팔리긴 해도..’


실제로 손에서 불꽃이 나오는 태현이 중2병 그까지 것 꺼려할 것 뭐 있나.


한 술 더 뜨면, 상대인 계약자들은 중2병의 궁극의 경지라고 여겨지는 사극 말투를 천마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남발하지 않는가.


‘... 쪽팔리긴 해도.. 붙여놓는 편이 아무래도 여러모로 편하니까.. 응..’


그렇게 시원한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상념에 빠져있던 태현을 저 멀리 누군가가 부른다.


“각성자님!!”


힘차게 그를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임시 현장본부에서부터 달려온 찬영이었다.


“각성자님! 괜찮으십니까!?”


주위에 매캐한 연기가 풍기던 말던, 주변의 바닥이 폭발로 인해 부서지던 말던, 大자로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태현은 누군가가 본다면, 당연히 폭파 사고의 사상자인 줄 알만한 그림인 듯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폭파 사고를 당한 것 치고는(?) 무사했다.


“예.. 괜찮아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껏 들떠있는 찬영에게 답하는 태현.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태현이 이렇게 대놓고 뻗어있는 이유를 알고 있는 찬영에게 긴장감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고,


“... 사실 안 괜찮아요.”


그것은 태현도 마찬가지였다.


“현장 본부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불덩어리들.. 어마어마한 마력이던데요? 이 항구 전체를 폭파해버리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이곳은 다 부서지긴 했어도 다른 곳은 멀쩡하니까요.”


태현을 부축해 주는 찬영이 들뜬 기분에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고,



그런 그의 기분을 모를 리 없는 태현이기에, 수다를 받아주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끄으으윽..”


몰려오는 고통에 태현의 미소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의 찡그린 표정을 본 찬영이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근데.. 그 막 번쩍! 하면서 사라지는 그거..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참 신기하네요.. 홍길동마냥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리고 들고 계시던 이 칼에도 막 불꽃이.. 그걸 휘두르니까 막 피융! 하고 날아가지를 않나..”


그조차도 ‘잠시’ 였다.


“아..!”


“왜 그러십니까? 아.. 팔이 아프십니까? 좀 더 조심히 모시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태현이 갑자기 소리를 내지른 이유는 들뜬 찬영의 수다가 듣기 싫어서, 팔이 아파서가 아니었다.


“저기.. 저 3번째 가로등 뒤에 빨간 두번째 컨테이너.. 보이십니까? 저기에.. 제가 부상당한 이현성 팀원과 박진우 팀원, 부 팀장님을 모셔다 놨습니다. 저 곳에 본부의 병력을..”


말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준명과 범도를 포함한 알파팀 팀원들이 찬영을 아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 구출이요? 각성자님 전투를 지켜보던 제가 이미 위치를 특정해, 본부의 팀원들을 보냈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이미 부상자 구출과 병원으로의 이송까지 마쳤을 겁니다.”


그가 손을 대는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찬영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의 태현은 온전히 자신만을 걱정할 수 있었다.




···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청와대 비밀 지하 벙커 내부.


어떤 이유에선지.. 더욱 거대하고 견고해진 최하층 지하 감옥의 문.


그 앞엔 3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구요.”


대영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소현이 단호하게 답했다.


“또 정신을 잃게 되셨다가는 무슨 일이 있을지.. 정신의 각성자님께서 정신을 잃으신다면.. 세상 어느 누가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대영의 질문은 누가 들어도 소현의 재고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녀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이번엔 마력도 잔뜩 있고.. 정신도 똑바로 차려 보겠습니다. 이 위층에 용병 각성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강해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스름 없이 나서줄 정도로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한국은 용병 각성자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 하세가와 타즈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명백한 살인자인 그를 체포해, UNAS 본부의 지하 감옥에 수감시켰던 소현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아..”


그런 그녀가 함께 각성자 처리 작전에 나섰던 이탈리아의 용병 각성자, 엘리사에게 커다란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대영은 느낄 수 있었다.


“... 각성자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알겠습니다. 유 팀장. 열어 드리도록.”


엘리사를 신뢰하는 소현을 신뢰하는 대영이기에, 결국 걱정을 굽히고 준명에게 굳게 잠긴 강철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


준명이 힘찬 답과 함께, 뒤를 돌아 굳게 봉인한 철문에 열쇠를 가져다 대자,


절그럭.. 철컥-!


요란한 소음과 함께, 철문의 봉인이 풀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안전하게 돌아오십쇼..”


소현과 준명이 문 너머로 들어가는 모습을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영은 아련하게 말끝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


고오오오..


소현과 준명이 거니는 고요한 지하 감옥 내부는 그들이 걷는 발소리마저 나지 않았다.


그 어떤 소리도,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감옥에 수감되어, 사지가 아닌, 전신에 강한 속박을 당한 채, 허공만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그의 눈빛은, 그의 시선에 담아지는 거울처럼 깨끗한 철창.. 아무 것도 없이.. 공허했다.


그런 깨끗하지만, 공허한 철창에 반사되어 그의 시야에 담기는 아름다운 은발의 머리카락.


"뭘 그리 생각하고 있어?"


머리카락 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의 소현이 빽빽한 철창 너머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를 향해 물었다.


"너는.."


작가의말

11월도 행복하시고, 잘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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