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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393
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작성
21.09.12 21:00
조회
92
추천
3
글자
10쪽

32화

DUMMY

“그 방법이란 게 뭐야? 오래 걸리는 거야?”


“가만 있어봐. 나도 오랜만에 해보는 거라..”


뭔가를 준비하려는 것인지 침대에서 일어난 소현을 닦달하는 태현은 애써 침착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조급한 것은 사실이다.


‘한시가 급하다.’


바나로브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둔다면 우주는 그저 재판이 열리길 기다리며 감옥 속에 가둬놓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 어느 감옥에 가둬도 빠져나오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을 거야.. 그리고 환상 속에서 봤던 것처럼 왕의 유산인 우주의 힘을 노리는 자들도 있다..’


절망적이었다.


가능성으로만 따진다면 존재 자체로도 인간에겐 커다란 재앙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인계에서 이미 한 번 폭주했었다.. 현재 가장 최악인 것은 언제 다시 폭주할지 모른다는 것..’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현재 자신, 국민, 더 나아가 인간들에게 놓인 위기를 직감하는 태현이었다.


“뭔 생각을 그리 해?”


굳은 얼굴로 손톱을 깨물며 뭔갈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그에게 소현이 물었다.


“후.. 설명하기가 힘들어. 궁금하면 빨리 뭐 좀 해서 내 생각 읽어 봐.”


“우 씨.. 그렇게 급하면 빨리 손 내밀어봐.”


소현이 작고 가녀린 손을 슬쩍 내밀었다.


“어.. 손은 왜..?”


연이어 벌어진 이런 저런 일들로 단기간에 이미 친해질 대로 친해진 소현이지만 아는 여자라고는 여자 사람 친구, 여사친인 주아밖에 없는 태현에게 여전히 여성, 특히 미녀는 어려웠다.


“급하다며 빨리 내밀어.”


그리고 소현은 그런 그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 알았어.”


스윽..


태현이 소매를 걷고 손을 내밀자..


척-!


소현이 맞은편의 손을 내밀어 태현의 손바닥에 맞대고 입을 열었다.


“아..!”


태현은 소현의 손바닥이 느껴져서 놀란 것이 아니라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것이었다.


“이거 핸드폰에서 다른 핸드폰으로 배터리 옮기는 그거 아니야. 이거 되는 거야?”


21세기 디지털 시대답게 새로 나오는 핸드폰마다 신기하고 특이한 기능을 갖춰 나온다.


그 중에선 방금 태현의 말처럼 자신의 핸드폰에서 남의 핸드폰으로 배터리를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통신사나 기종에 따라 제약이 생기긴 하지만.


“응. 마력을 손바닥으로 흘려보내봐.”


태현이 군말 없이 소현의 손바닥을 맞댄 오른손으로 마력의 흐름을 집중했다.


슈우우우우-!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력이 각자의 손바닥에 집중된다.


기감을 깨우치지 못한 일반인들에겐 전혀 느껴지지 않겠지만 둘은 달랐다.


우웅-! 우웅-!


방출이라는 단계만을 남기고 성질 다른 두 마력이 공명하며 진동을 내뿜는다.


우우웅-! 우우웅-!


갈수록 거세게 고막을 후비는 진동을 느끼던 태현이 조금 언성을 높여 소현에게 물었다.


“그 다음은!?”


“그대로 있어!”


소현도 마찬가지로 짧고 힘차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슈우우우우우우..!!


그 사이를 막던 손바닥이라는 벽 사이로 소현의 마력이 태현의 마력을 포근하게 감싸더니 이내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


태현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깜짝 놀랐다.


마치 구미호에게 정기를 빨리는 인간이 느낄만한 신기한 감각.


물론 그것과는 반대로 태현은 자신이 마력을 넘기려는 자의적인 의도가 있었지만.


슈우우우..! 우웅..! 웅..!


손바닥에 집중해둔 마력이 모두 소현에게로 넘어가서야 오른팔 전체에 느껴지던 강한 진동이 힘을 잃고 사라졌다.


“후!”


마력을 공급받자 조금 생기를 되찾은 듯 소현의 은발이 더욱 아름답게 찰랑였다.


“아이고.. 힘 빠져라..”


입으로 내뱉는 말과는 마력을 넘겨준 것이 전혀 지장이 가지 않는 다는 듯 쌩쌩해 보이는 태현이었다.


짝-!


그리고 그런 태현의 등짝을 강하게 후린 매서운 손바닥.


“악..! 부상자한테 뭐하는 짓이야!”


“으이구.. 엄살은..”


“됐고, 이제 괜찮으면 빨리 그 환자복부터 갈아입어.”


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느라 입고 있던 소현의 환자복 소매를 잡아 풀럭거리며 태현이 말을 끝마치자 소현이 물었다.


“어디 가려고?”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태현이 비장하게 답했다.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

고오오오오..


스산하고 차가운 바람이 청와대 지하의 거대 벙커 속 대 계약자 감옥의 빽빽한 철창 사이로 불어온다.


“후우..”


이곳저곳 많이 찢겨진 허름한 옷차림의 초등학생이 내쉰 한숨이었다.


철컹-!


그리고 눈에 보이는 나이답지 않게 양 팔과 다리에 강한 속박이 된 상태, 사소한 움직임을 취할 때마다 마영력을 억제하는 성질을 가진 특제 강철 사슬이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하지만 사실 우주의 몸과 영력을 속박하는 사슬들도, 아무리 빽빽한 쇠창살들도, 감옥 바깥의 삼엄한 경비도. 모두 우주에겐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탈출은커녕 속박에 조차 저항하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있는가.


믿음 때문이다.


자신은 천신으로서 날 때부터 영겁의 시간을 살며, 왕의 유산을 계승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의 육체에 강림해 살아온 지금까지도 ‘인계는 천신이나 마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그 증거로 인간에게 관대하고 우호적이지만..


정작 그 대상인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인간들은 자신을 믿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직’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노력에 언제가 되었든 변할 수 있는 단어였다.


그리고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현재 우주가 겪고 있는 시련과 그에 대한 인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무료하군..”


하지만 바깥의 상황엔 진전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기에 감옥 안은 너무나도 고독하고 심심했다.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가..”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철창 밖의 특수 부대 소속 교도관의 가슴을 후비는 혼잣말을 내뱉을 때..


“누구십..! 컥-!”


털썩-!


철창 밖에 서서 경계를 보던 특수 부대 소속 교도관이 픽 쓰러진다.


“방금 그 말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혹시 나냐?”


감옥을 비추는 유일한 빛을 등진 철창 밖의 한 남녀.


여성의 두 눈은 어둠 속에서도 일렁거리는 연한 분홍빛을 내뿜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특유의 목소리 톤과 말투와 비교적 익숙한 마력 신호가 느껴지는 남성이었다.


“왔는가..!”


철컹-!


우주가 사지를 묶고 있는 사슬이 내는 소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키이잉-!


소현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 근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제 와서 뭐래? 이미 공범인데. 안 그래?”


태현은 능청스럽게 소현의 말을 받아넘겼다.


2시간 전..


“그러니까.. 이게 어제 니가 겪은 일들이라고..?”


마력을 전해 받은 후, 곧바로 태현의 머릿속을 읽은 소현이 이젠 그의 뒤를 따르듯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어.. 그렇다고.”


“그러니까 내 능력으로 마신이 했던 말의 사실여부를 따지겠다는 거야?”


“그래. 그래서 내 마력이 지금 너한테 가있는 거야. 마력값 좀 해줘야겠어.”


소현이 지금 와서 태현의 입장이 되어보니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한 후였다. 하지만..


“근데 우리.. 우주라는 그 계약자.. 못 만나.”


소현이 충격적인 내용의 이야기를 전했다.


“어..? 왜? 안 돼!”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소현을 쳐다보는 태현.


“상층부 지시긴 한데, 애초에 수순이 그래. 그 계약자와 접촉한 너나, 부상을 입은 나나,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잖아. 당연히 상층부는 지금 우리처럼 조급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재판도 늦어지겠지.”


간단명료하고 단호한 소현의 말투에 태현은 더욱 거세게 반박했다.


“재판이 꼭 필요한 거야? 그냥 가서 니가 생각만 읽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더욱 단호해져가는 소현의 말투.


“당연히 안 돼지. 어제 유 팀장님이 제출한 보고로 너랑 그 계약자랑 일반적인 계약자와 각성자처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상층부가 알고 있어. 당연히 면회 조차 안 되겠지. 어떤 작당모의를 할 줄 알고.”


"큭! X랄 났네 이거..!"


점점 다급해지고 갈수록 절망적으로 변모해가는 상황.


"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


지끈지끈 거리는 이마를 짚던 태현이 한숨과 함께 팔을 감던 깁스를 풀기 시작했다.


"뭘 어쩌려고?"


그런 그를 쳐다보고 있던 소현이 그에게 물었다.


"어떡하긴.. 쳐 들어가야지..!"


그렇게 둘은 병원을 나서 청와대에 도착했다.


UNAS의 정기 회의나, UNAS 한국 지부 상층부의 부름, 특별한 업무 등이 아니라면 일국의 각성자인 태현과 소현조차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키이잉-!


화르르륵-!


소현의 <마인드 컨트롤링>과 태현의 <파이어 블링크>, 각성자의 타고난 신체능력을 적극 활용한 둘은 마침내 청와대 지하 벙커 침입에 성공했다.


"무슨 첩보영화 찍는 것 같네.. 초능력으로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이젠 기감까지 동원하여 우주의 숨길 수 없는 거대한 영력을 찾아 지하 벙커를 헤매는 태현과 소현이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트리며 나눈 대화였다.


18세, 고등학교 2학년의 비행은 PC방을 가기 위해 학교의 담을 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같은 나이인 태현과 소현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스케일을 지닌 일을 기어코는 해낸 후였다.


작가의말

다음 주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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