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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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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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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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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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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화

DUMMY

시간은 그렇게 느리게 지나가지 않았다.


태현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사이,


“상황 돌입 15분 째, 여전히 차소현 각성자님은 기억을 읽는 중이시고, 황우주는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듯합니다.”


현장의 준명이 전하는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챙겨 듣는 중이었고, 그로 인해 조급했던 심경을 진정시켜 가슴 졸일 필요 없이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식사.. 체력을 비축할 수 있던 태현이었다.


“예? 뭐라고요? 대련 전투요?”


드디어 서울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빠르게 현장인 서울로 향하기 위해 찬영이 발 빠르게 준비해두었다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이, 대영에게서 전해들은 소식이 태현에겐 반갑지 않았다.


‘... 나.. 2시간 전에 계약자 처리임무 완수하고 오고 있는 사람인데.. 유럽 톱급 각성자라고 하지 않았었나..? 한국에 둘 밖에 없는 귀중한 인재를 죽일 셈인가?’


처음엔 당연히 그러한 생각들이 들었다.


아무리 적당한 체력과 마력을 비축했다고 해도, 자잘하지만은 않은 상처, 부상등이 있는 몸이었고, 무엇보다 태현은 힘들었다.


‘마신왕의 후계자.. 라고 했었나..’


육체적 피로뿐만이 아니라, 맘 편히 식사하다가 에스토긱스가 소멸하기 직전에 했던 이야기가 겨우 회복했던 정신을 다시 피로에 찌들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 천신왕의 후계자인 그의 끔찍한 저력을 목격했었기 때문이었다.


‘마신왕의 후계자라는 놈이.. 인간의 몸을 빌려서 인계에 강림한다면..’


만약.. 이라고 가정을 붙이기도 힘들다. 천신왕의 후계자가 황우주라는 인간의 몸을 빌려 계약자가 된 것처럼, 마신왕의 후계자의 경우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각성자 36명 중, 감금된 천신왕의 후계자 하나에 유럽 톱급 하나가 포함된 각성자 3명이 따라 붙는 이 모양 이 꼴에 마신왕의 후계자 놈까지 등장한다면..’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고, 후일까지 장담할 수도 없지만, 여태까지는 인간에게 우호를 뛰어넘어, 본인이 인간에게 신뢰를 얻고 싶어 하는 우주.


마신왕의 후계자가 인간과 계약한 계약자가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우주의 경우와는 달리, 본래 계약자라는 족속들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인계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사람 하나가 짊어질 만한 크기가 아닌, 온 세상이 걱정해야 할 만한 스케일의 일을 태현은 고뇌하고, 또 고뇌했다.


‘물론, 나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해결할 수도 없지만..’


이러한 생각들을 이어나가니, 자연스럽게 입맛이 사라지고, 금새 심란해지고, 이내 커다란 피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전에 소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각성자가 다른 나라와 용병 계약을 마치고 그 나라에서 활동을 할 때, 기회가 있다면 당국의 각성자와 대련을 하는 것이 전통 아닌 전통이야. 거의 모든 각성자가 여분의 시간과 힘을 지불하면서까지 대련을 하는 이유는 경험 때문이지. 아무리 손에서 불이나 바람을 일으키고, 사람의 정신을 뜻대로 조종하는 초능력자들이라도 하는 일이라고는 항상 싸움밖에 없는 싸움꾼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싸움과 같은 전투에는 경험만한 치트키가 없지. 경험을 쌓아서 더 강해질 수 있는 거고, 각성자가 강해진다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민간인들을 위해서라도 나쁠 것 없잖아. 한국엔 최근에 각성한 너 말고는 나밖에 각성자가 없던 탓에, 나는 다른 나라로 용병을 뛰어본 적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고용한 용병들과는 한 번도 빠짐없이 대련 전투를 해봤어. 실제로 엄청나게 도움이 됐고. 너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봐.”


소현의 길었던 설명과 확연한 조언은 태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큰 기여를 했고,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해주십쇼. 용병 각성자와 대련. 하겠습니다.”


실제로 태현은 이를 받아들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유럽 톱급 각성자인 엘리사의 세세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각성자님께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 대련 전투인 만큼, 어떠한 상황에서든 각성자님의 안전이 저희 관리국의 최우선 임무이고, 저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임무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 겁니다.’ 라고 전하셨습니다.”


아직 부산의 병원에서 상처의 치료를 받고 있는 범도가 상황 설명을 듣고 태현의 대답을 전해듣고 그에게 격려와 조언을 주었다.


“제 생각도 부 팀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거든요. 저희 대한민국도, 각성자님 본인께서도 득을 볼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냥 날려먹기엔 아쉽지 않습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것을 전하는 찬영의 뜻도 같았다.


‘후.. 그래. 여태 없었던 이때까지의 기술과 내 능력을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지. 좋은 기회다.’


소현, 범도, 찬영 덕분에 태현의 마음도 완전히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둘의 대련은 성사될 수 있었다.




···


역시 찬영은 관리국 최고의 인재가 분명했다.


공항 앞에서 자신과 찬영을 태워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본 태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거.. 이렇게 써도 되는 겁니까?”


찬영이 준비한 차량은 응급실의 앰뷸런스였던 것이다.


눈앞의 앰뷸런스를 탑승하고 이미 출발까지 했지만, 뭔가 얼떨떨했다.


하지만, 길거리의 차들은 사이렌이 쉬지 않고 울리는 앰뷸런스를 보고 길을 텅 비우는 순간, 태현은 입이 떡 벌어졌다.


마치 모세가 일으킨 기적에 의해 갈라지는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아직 이 세상은.. 살만 한가보다..’


이를 보며, 태현은 한국인들의 따듯한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는 순간이었다.


“서울에 위치한 관리국 소속의 병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현재 서울엔 임무가 있는 특수부대가 없어서 병원이 바쁠 일은 없고, 당연히 이것도 사용되지 않죠.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찬영은 당연히 앰뷸런스를 빌린 병원에 지장이 없도록 처리한 후였고,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모세의 기적(?) 덕분에 난다 긴다 하는 슈퍼카를 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이동속도를 자랑했다. 찬영은 애초에 이것을 노린 듯했다.


‘와아.. 이걸 설계했다고? 진짜..’


태현의 존경어린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들인 찬영은 준명의 현장 상황보고를 태현에게 전했다.


“잘 도착하셨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오셨군요?”


찬영의 빠르고 야무진 일처리에 내내 감탄만 하며 맘 편히 현장에 도착한 태현을 대영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 예.. 찬영님 덕분에. 안전하고 빠르게 왔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이동하시죠. 찰리팀과 엘리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팀장인 준명은 우주의 기억을 읽고 있는 소현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 수행 중, 부 팀장인 범도와 베테랑 멤버인 현성과 진우는 부상덕분에 임무 참가 불가. 현재 임무 참가가 가능한 알파팀의 팀원은 찬영뿐이었기에, 태현의 전속 파트너 팀인 알파팀이 아닌 찰리팀을 대기시킨 대영이었다.


이동하는 사이에, 태현의 상태를 묻고, 찬영과 범도와 마찬가지로 그를 안심시킨 대영은 마지막 상황 설명과 함께, 무언가를 건넸다.


“다시 한 번 설명 드리지만, 먼저 도발을 하고, 자신이 직접 정한 룰을 전투에 적용시켰던 하세가와 타즈미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련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감독팀이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위독해 보인다면, 전투를 중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 자체가 감금된 황우주의 기억을 읽고 계시는 차소현 각성자님의 안전을 위해 이곳. 청와대에서 대기하던 엘리사가 요청한 덕분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현장의 유준명 팀장에게 차소현 각성자님께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를 받는 경우에도 즉시, 전투는 중재될 것입니다.”


말을 마친 그의 손엔 통역 기능이 있는 이어피스가 놓여있었다.


이탈리아인으로서 한국말을 할 수 없는 그녀와의, 그리고 상황을 판독하는 감독팀과의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물건이었다.


“후우..”


여태 만나봤던 타국의 각성자가 무고한 대한민국의 국민을 살해했던 하세가와 타즈미가 유일한 태현은 예상이 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긴장했지만,


“차소현 각성자님께 들으셨겠지만, 그녀는 타즈미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맘에 드는 모양이더군요. 그것이 아니더라도, 성격은 쾌활하고 시원시원한 덕에 단 한 번 임무를 함께 했던 차소현 각성자님과 사이가 서먹서먹하지 않더랍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영은 그녀에 대한 사실을 전하며, 그를 안심시키고는 닫힌 문을 열었다.


태현은 열린 문 너머에 있다는 처음 보는 유럽 톱급 각성자, 엘리사 레오네의 실물에 놀랐다.


“당신이 한국의 김태현 각성자인가?”


‘... 와.. 엄청 예쁘다..’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단아한 금색의 장발. 이국적이지만, 태현의 눈에도 아름답다는 첫 인상을 남긴 외모. 170cm 언저리라고는 보이지 않는 길쭉한 다리와 엄청난 비율. 현직이 영화배우나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적당히 끈적거리는 매혹적인 목소리까지.


3초 간, 태현의 혼을 쏙 빼놓기에 너무나 충분한 조건들이었다.


“??.. 김태현.. 이 아닌가?”


“각성자님?”


태현이 아무 말 않고 멍하니 있자, 엘리사가 의문을 표했고 대영은 태현의 상태를 살폈다.


“아.. 네.. 맞습니다. 제가 한국의 두번째 각성자 김태현입니다.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태현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누가 봐도 잔뜩 긴장한 듯한 간단하고 딱딱한 그의 인사. 엘리사는 그런 그의 반응이 낯설지 않았다.


자신의 미모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남자들의 반응과 한 치도 다를 바 없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를 목례를 하며 잠시 고개를 숙이는 태현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꽂혀있는 것을 목격했던 그녀였다.


“... 안녕. 난 이탈리아의 각성자 엘리사 레오네. 나이는 21살이야.”


엘리사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태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어.. 네. 전 김태현.. 아니, 저는 차소현이랑 동갑.. 18살입니다.”


‘저는 당황하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말투와 행동. 누가 봐도 당황하는 듯했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그녀의 손을 의도치 않게 세게 맞잡아 흔들며 말했다.


“인사들 나누셨으면, 곧바로 시작할까요? 저희가 시간이 그렇게 널널하지 않아서요. 룰은 이야기했던 대로 입니다. 항복, 감독팀의 판단으로 인한 전투 불능. 그리고, 아래층의 차소현 각성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찰리팀이 투입되어 전투를 중재합니다. 두 분 모두 순순히 협조 바랍니다. 그럼.. 준비가 되면 시작해주시면 됩니다.”


대영은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문 밖을 걸어 나가며, 주먹을 들어 올려 엘리사가 보이지 않도록 태현을 향해 짧고 굵게 흔들어 보였다.


태현은 그 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화이팅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우.. 이왕 이래 된 거. 꼭 이긴다.’


굳은 다짐과 함께 숨을 고르는 태현. 어느새 준비가 된 듯한 그와 거리를 벌린 엘리사가 그에게 말했다.


“미스터 킴! 시작할까!?”


굳이 소리치지 않아도 밀폐된 공간이었기에 목소리가 울려 충분히 들렸지만, 그녀는 말로만 들어본 태현의 실력이 기대가 됐는지, 들떠보였다.


“그냥 편하게 태현이라 불러요. 네. 시작합시다!”


전투에 필요한 만큼 적당한 긴장을 유지한 채, 눈빛을 고쳐먹은 태현이 답하자,


스아아아아아아..!


기감을 이용해 감지하고 있던 엘리사의 마력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지자, 곧바로 이 넓은 공간 안을 채우고 있는 공기에 미량의 습기가 생긴 것을..


“...!”


태현은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수요일 오후 9시에 연재되었어야 할 53화가 목요일 오후 9시에 연재됐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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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21.11.06 28 1 11쪽
50 50화 21.10.31 34 1 10쪽
49 49화 21.10.31 44 1 14쪽
48 48화 21.10.27 41 1 14쪽
47 47화 21.10.24 44 1 12쪽
46 46화 21.10.23 42 1 12쪽
45 45화 21.10.20 45 1 13쪽
44 44화 21.10.17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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