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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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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램
작품등록일 :
2021.07.26 10:21
최근연재일 :
2021.1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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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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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06
글자수 :
2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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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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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2화

DUMMY

“그거.. 네가.. 네 짓이었어? 네가 의도하고 날 그렇게 만든 거였냐고.”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는 소현의 심정을 그대로 느낀 우주.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그의 침묵은 오명을 벗기 위해 깨졌다.


“... 미안하다.”


“.....”


예상했던 바였다.


<마인드 리딩>을 사용했을 때, 상대의 정신이 불안정하여 읽는 것에 실패한 경우는 나름 빈번했지만, 단 한 번도 시전중에 자신이 쓰러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태현이 알려주었던 정보를 조합한다면, 천신들의 왕의 힘을 물려받은 우주라면 여태껏 없었던, 저번과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상정했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을 해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 자신의 온전한 의지로 인간을 해치지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단 한 방울도 우주의 고의가 섞이지 않았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의외였다.


“그럼.. 왜?.. 어떻게?”


“... 글쎄.. 나도 모른다. 그 때, 영력의 사용을 제한하는 사슬이 나의 사지를 묶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능력을 완전히 제한할 순 없지만.. 그 때문에 영력을 운용하는 속도, 정확성에 지장이 생겼다. 그렇기에, 그 짧은 순간 안에 널 기절시킬만한 재주는 그 때의 나에겐 없었다.”


우주의 말은 진실이었다.


굳이 <마인드 리딩>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감을 통해 그의 목소리에서 조그마한 진동을 듣는 소현에게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근데.. 뭐?”


그런데, 그의 말끝에서 어딘가 이상하다.


“그때의 나에겐.. 없었다고..?”


마치, 만화 속에서 재등장한 주인공, 악당 가리지 않고 하는 대사.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때의 나와는 다를 것이다.’ 등등이 우주의 입에서 뱉어질 것 같은 흐름의 전개였다.


그녀의 말에서 뒤늦게 숨겨진 뜻을 읽은 우주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한숨을 애써 집어삼키고 입을 열었다.


“... 나를 보아라. 그 때보다 내 몸에 무언가가 훨씬 더 많지 않느냐?.. 그땐 사지였지만.. 지금은 머리를 제외하면 모든 부분을 속박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절대 인간을 해치지 않았고.. 않을 것이다.”


“어어.. 그래.. 미안.”


진지하고 단호한 우주의 태도에 소현은 잠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방금.. 살기인 듯 살기 아닌 살기 같은 너.. 이 놈.. 무서워..’


쓸 데 없이 더 몰고 가면 금방이라도 탈출해서 죽여 버릴 것 같았다.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 일단 알았어. 정말 네 말대로 인간들을 위한다면.. 협조 좀 부탁해. 네가 협조를 해야 거기서 나오는 것도 가능하고, 우리가 너를 신뢰하는 것도 가능한 거야. 협조 안하면 10년 이고, 100년이고 거기서 안 꺼내줄 걸? 뭐.. 10년이고.. 100년이고.. 네가 ‘가만히 있는다.’ 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야..”


슈아아아아..


지금, 이 순간에도 소현의 번뜩이는 연분홍빛 눈동자는 일렁이고 있었고,


“... 하아.. 알았다. 내 능력에 한해서 협조하도록 하지.”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동자에 집중된 마력은 드디어 빛을 발할 때를 찾았다.


“좋아.. 유 팀장님.”


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는 물론, 상황 자체에 소외되어 있던 준명도 소현의 마력과 더불어, 드디어.. 쓸 모(?)가 있어졌다.


“네.. 각성자님..”


두서도 잡지 못할 영문 모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급격하게 피곤해진 준명이었다.


“... 어.. 죄송해요..”


바로 용건을 전하려던 소현의 입에서 뜬금없는 사과가 나왔다.


그녀가 마주친 준명의 눈빛과 표정에서 피로, 소외감을 읽어내기 전, 그저 그의 공허하고 피폐한 눈빛을 목격하고 본능적으로 나온 사과였다.


“아무것도 알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게.. 참..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제가 지금부터 기억을 읽어서 그것을 파악할 겁니다. 지금부터 저를 지켜봐주시면 되요.”


“알겠습니다.”


공허하고.. 피폐한 눈빛이 다시금 과하지 않고, 적당히 긴장한 본래 그의 눈빛으로 되돌아 왔을 때, 비로소 준명은 현재 상황 속 자신의 의미를 미약하나마 찾을 수 있었다.


“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깊게 숨을 고른 소현이 비장한 표정으로 준명에게 이야기하고, 그는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드 리딩.”


키이이이잉-!!


그녀의 연분홍빛 눈동자가 큰 빛을 발하자, 소현의 시야는 온통 검게 물들고, 이내 눈부신 빛이 발했다.


“...”


물론, 그녀의 시야에서의 이야기였다. 준명의 관점에서의 소현은 눈을 부릅뜨더니 잠이 들듯 스르륵 눈이 감겨지고, 곧 정적이 찾아왔다.


“....”


무언가에 홀린 듯, 우주와 준명의 눈이 맞아지더니.. 이내


“.....”


한 마디 말도 없이 맞추기라도 한듯 숙연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감옥 내부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소현의 경우엔 정반대였다.


‘뭐.. 뭐야..? 이거.. 뭐 이렇게 많아?’


우주의 기억들이 너무 방대한 탓이었다.


‘보통.. 천신이나 마신들은 수명이 없다. 나이를 먹지 않아. 때문에 인간에 비해 기억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편이지만..’


하지만, 오래 된 기억일수록 희미한 법. 수백, 수 천년을 살아도 쌓이고 쌓이는 기억들을 전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인외의 존재인 천신과 마신들에게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간이 현재에 가까워지는 기억일수록 선명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억의 상태가 뒤죽박죽이다.. 수 천년 전 어느 하루의 기억이 또렷한 반면, 수백 년전 어느 하루의 기억은 희미하다.. 무슨..?’


혼란 그 자체인 우주의 기억 상태는 소현도 처음 보는 경우였다.


필시 폭주의 영향일 것이다. 폭주 후의 우주는 직전의 기억을 잃어버리기에, 그의 기억이 혼선인 것이다.


‘이게 이럴 수가 있나..?’


하지만, 소현으로서는 그 사실을 짐작할 턱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우선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부터 확인한다.’


기억이 선명하다는 것은, 그 기억이 우주의 뇌리에 가장 남았었다는 것이었고, 소현에게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컸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명한 그녀였기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빠른 상황 판단. 그녀의 장점이었다.




···


김포 공항을 향하여 비행하고 있는 부대 소속 전용기.


이름 그대로 부대 소속 전용기인 만큼, 탑승 할 수 있는 사람은 부대 관계자 밖에 없었다.


그말인즉슨, 현재 기내에 탑승해있는 승객은 태현과 찬영이 전부라는 말이다.


“우와..”


“각성자님. 마음껏 즐기십쇼. 전부 각성자님을 위해 구비되어있는 것들이거든요.”


난생처음 타보는 퍼스트 클래스. 태현의 감탄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했고, 굳이 찬영이 거들지 않아도..


“쩝- 쩝- 와.. 이거 정망.. 마잉네요!”


“.....”


태현은 금방 전의 전투에서 체력을 전부 소진한 상태이기에, 허기 진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쩝- 쩝- 앙 드세요? 쩝- 배가 앙 고프싱가.. 마잉는데.”


“저는 일개 팀원이라 건드릴 수가 없네요. 배도 고프지 않고.. 많이 드세요.. 힘드셨을 텐데. 네..”


그렇게 수다 많던 찬영이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볼 정도로.. 배가 고픈 태현은 기내식 디너 메뉴 3개를 야무지게 먹어 치우는 중이었다.




···


청와대 비밀 지하 벙커 내부, 지하 감옥의 위층에는 어두운 빛깔의 강철로 이루어진 커다란 공터가 있다.


일전에 타즈미와 태현이 결투를 벌였던 그곳. 덕분에 군데군데가 파괴되었었지만, 금방 보수 공사를 한 덕분에 말끔히 원상태로 복구를 완료했다.


물론, 둘의 결투를 허가한 대영의 책임이었기에, 대영의 사비로 해결했지만 말이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리고 그곳은 아래층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관리국의 명령을 받은 엘리사가 대기하는 곳이었고, 대영이 그녀를 찾아와, 속보를 전했다.


“사실입니다. 곧 도착하실 겁니다.”


50분 전, 부산에서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전한 태현의 소식이었다.


“동양의 톱 각성자를 이긴 한국의 3일차 각성자라.. 소식만 접해보았지,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기대가 되네요.. 국장님.”


‘기대..가.. 된다고..? 날 왜 부르지..’


갑자기 어딘가 쎄하고 불안한 느낌이 대영을 엄습했다.


“... 네. 엘리사.”


“그 자만 괜찮다면.. 한 번 겨뤄봐도 되겠습니까?”


“.....”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한숨을 삼키기가 버겁다. 왼쪽 귀에 꽂혀있는 통변기가 원망스럽기는 처음이다.


‘... 보나마나 또 엄청 부숴질 거고.. 내 지갑도 엄청 부숴 지겠지..’


마음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지만, 엘리사는 그저 국가와 금전적인 계약을 통하는 일반적인 용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름이 올라가있지도 않은 임무에 자진 참가하여, 특수부대 찰리팀 팀원들의 목숨을 살리고, 소현을 도와 계약자를 처리한 그녀는 단순한 용병 각성자가 아닌, 그들의, 국가의 은인이었다.


“... 알겠습니다. 엘리사님과의 전투는 김태현 각성자님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은 곧 전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테지요.. 전달 드려보겠습니다.”


뭐 어쩌겠는가. 국가를 위해서 더욱 강해져야할 필요와 의무가 있는 태현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그것은 곧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내 지갑 내용물의 안전은 책임지진 못하지만..’


또 다시 올라오는 한숨을.. 또 다시.. 간신히 삼킨 대영이었다.


작가의말

다음 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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