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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일지도.

메칼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니
작품등록일 :
2016.01.05 01:02
최근연재일 :
2019.03.13 00:57
연재수 :
178 회
조회수 :
130,819
추천수 :
5,473
글자수 :
930,491

작성
16.05.13 01:03
조회
1,393
추천
58
글자
16쪽

이리 사냥(1)

거짓말이야. 아닐 수도 있고.




DUMMY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서향(瑞香) 기사단장의 전속 부관인 래번 사르키스가 복도를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사든 하인이든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인사한 다음 재빨리 벽 쪽에 붙어 섰다.

기사단 안에서도 ‘가면 부관’이라고 불릴 만큼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으나 오늘은 보는 사람마다 신경이 곤두서게 만드는 서늘한 기운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꼿꼿한 자세로 걷는 그의 모습을 멀리서 본 사람들까지 슬며시 방향을 틀었다.

래번은 잠시 후 서향기사단의 문장인 세 송이 꽃이 그려진 문 앞에 서서 성의 없는 노크를 했다.

“단장님, 접니다.”

노크와 동시에 짧게 말한 다음, 잠시 기다리는 예의도 차리지 않고 문을 연 래번 사르키스가 텅 빈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뜻밖이라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방안에 누군가 있었다면 놀랐을 것이다.

섭정공의 친위대인 서향기사단 단장에게 배정된 방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넓고 화려한 실내였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면 왕의 집무실이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벽적일 정도로 고급스러운 취향의 가구만을 채워놓았지만 그것 때문에 뒷말을 듣는 일은 없었다. 방안의 물건 가운데 국고에서 지출된 것은 단 하나도 없을 테니까.

가문의 재산이 국고를 웃돈다는 일리스 백작가의 아들다운 취미라고 생각할 뿐이다. 방안에는 아마도 단장이 남겼을 값비싼 향수 냄새만 그윽하니 고여 있었다.

마침 세탁물을 가득 안고 복도에 들어선 시종이 문 앞에 선 래번을 보자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부르기도 전에 재빨리 그에게 달려왔다.

“단장님은 언제 나가셨지?”

시종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차를 드신 후에 바로······.”

입궁하면 곧장 집무실로 와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상관의 습관이었다. 차를 마시고 나갔다면 오자마자 나갔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가면 부관의 꾹 다문 입술이 움찔거리자 시종은 벼락이라도 맞을까 두려운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래번은 화내는 대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간다고 말씀하셨나?”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카레킨 거리의 ‘방울꽃’으로 마차를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대답하는 시종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카레킨 거리는 수도 남문 가까운 곳의 환락가였다. 쾌락을 위한 모든 것들이 거래되는 곳이다. 방울꽃이 뭐하는 곳인지는 이름만 들어도 뻔했다. 대낮부터 직무는 팽개치고 여자를 사러 갔다는데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상관 대신 시종이 죄 지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래번은 귀찮은 듯 손짓했다. 시종이 죽다 살아난 표정으로 떠나가자 그는 성큼 성큼 방을 가로질러 단장의 책상 앞으로 갔다. 상관이 오면 곧 볼 수 있도록 가지런히 쌓아 놓았던 보고서 뭉치가 원래 자리에서 조금 옆으로 치워져 있었다.

단장이 그것을 읽은 건지 차를 마시느라 옆으로 밀어낸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래번은 신경질적인 손길로 서류들을 모아서 탁탁 두드려 가지런히 정리했다. 보고서의 양은 평소보다 몇 배나 많았다. 원인을 따지자면 이틀 전 죽은 경비대원 때문이었다.

수도 경비대의 대원이 임무 중 순직하는 일이야 사실 드물기는 해도 아주 없는 일 역시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죽은 래린 호비크는 여러 면에서 사정이 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순찰 도중 여섯 명의 외지인들과 시비 끝에 살해당했다. 증인도 여럿 있었다. 목을 베어 일격에 죽인 실력이나 증언에 따른 복장, 말투로 미루어 아르반 북부나 테리아 출신의 용병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결론이 빠른 것 못지않게 대응도 빨랐다. 현상금이 걸리고 수배 전단이 나붙었다. 경비대원을 죽인 범인을 잡자고 두당 은화 열 개라는 돈을 대는 사람이 누구인지 래번도 몰랐다. 전에 없이 신속한 일처리가 오히려 마음에 안 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 건 경비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도 경비대의 지휘자인 그욘 백작은 본래부터 선왕 에듀아드 코스탄딘의 충신이었다. 에듀아드가 죽은 후에 그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그의 충성심은 왕관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권력을 따라간 것도 아니었다. 실권을 잡은 섭정공 패트로스 바그랏트도 그욘 백작의 충성을 얻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섭정이 시작된 후로 아르반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섭정공에게 아부하는 서부 세력과 어린 국왕을 앞세운 동부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은데다 수도 경비대를 손에 쥔 그욘 백작은 양쪽 모두에게 압박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선왕을 비롯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늙은 백작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 화살은 경비대에 돌아갔다. 그래서 지난 수 년 동안 경비대원들은 양쪽 세력의 싸움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불만을 쌓던 중이었다.

그것이 래린 호비크의 죽음으로 폭발한 것이다.

그의 죽음이 보고서에 적힌 것과 다르다는 것을, 경비대원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전례 없이 빠른 일처리도 구린내를 풍겼다. 가뜩이나 억울한 대우를 받아오던 경비대원들 사이에 더 이상 귀족들의 손에서 놀아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단장의 책상에 쌓인 보고서가 바로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섭정공은 수도의 치안 강화를 이유로 경비대에 자주 간섭하며 사흘에 한 번 꼴로 사건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고 있었다. 그것을 받아 검토하는 일을 서향 기사단에서 맡았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라면 굵은 사건만 추려내 간단히 보고했던 경비대가 어제와 오늘, 한 손으로 들기 벅찰 정도의 보고서를 보내왔다. 내용은 그야말로 잡다했다. 보통 때라면 서류로 보관하지도 않았을 시시한 일까지 빼놓지 않고 모조리 정리해서 보란 듯이 내놓았다.

말하자면 시위였다. 그리고 동시에 경비대원들이 래린 호비크의 죽음으로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서류를 하나하나 검토하며 래번은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들은 화가 나 있었다. 범인에게도 화가 났지만 동료의 죽음을 멋대로 비틀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못지않게 화가 났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지금쯤 방울꽃의 어느 방 안에서 여자와 뒹굴고 있을 상관을 떠올리고 래번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래번 사르키스가 두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 원인제공자인 서향 기사단장 타니엘 일리스는 전속 부관의 예상대로 발가벗은 여자와 함께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페르디타라는 이름의 창녀였다.

그녀는 아르반 남자들이 좋아하는 자그마하면서 풍만한 체구의 금발 미인이었다. 눈동자는 녹색이었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냈다. 그녀가 작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남성을 애무하면 제아무리 시들어 있던 뿌리도 금세 활력을 되찾았다. 그것이 그녀가 방울꽃에 팔려온 지 1년 만에 가장 비싼 여자가 된 이유였다.

그러나 비싼 몸이라고 해서 딱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야 싼 값의 창녀에 비하면 때리지도 않고 먹을 것도 잘 주지만 포주가 시키면 싫든 좋든 일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어제 새벽까지 손님을 받은데다 겨우 두 시간을 자고 깨어나서 피곤한 몸으로 아침부터 찾아온 손님을 다시 상대해야 했던 그녀는 아주 녹초가 되고 말았다. 대낮부터 색주가에 찾아온 남자는 겉보기에 멀끔한 귀공자였지만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젖혀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게 만들더니 침대를 창가로 끌고 간 다음 한바탕 요란하게 그녀를 안았다.

2층이라고 해도 조금만 밖으로 몸을 내밀면 거리가 내려다보이고 앞 건물은 창가에 있으면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아무리 하루에 몇 명이나 상대하는 창녀라도 환한 대낮에 건너편 건물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면 창피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취미 고약한 남자가 준 돈을 생각하며 겨우 참았지만 일을 치른 후에도 그는 창문을 닫지 않고 그녀와 나란히 누워 몸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치른 값은 꽤 거금이었고, 아페르디타도 따로 돈을 받은 터라 그녀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창가에 바짝 누워 있으려니 피곤해 반쯤 몽롱해진 그녀로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심심하지 않도록 이따금 말을 걸면 성의 없는 대꾸가 돌아왔다. 대화하기 싫은 눈치였다. 햇볕이 따가워서 그늘이 진 침대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하면 못하게 가로막았다. 본인은 그녀의 뒤에서 반쯤 가려진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가끔 그녀를 만지려고 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시선은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아페르디타도 결국은 궁금해졌다. 살짝 고개를 들어서 넘겨다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남자가 갑자기 침대 아래로 굴렀다. 놀라서 돌아보니 어느새 바지와 상의를 챙겨 입고 있었다. 감탄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옷가지를 걸치더니 말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돈을 미리 받지 않았다면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손님이 그렇게 떠나버리자 아페르디타의 호기심이 부풀었다. 방울꽃에서 가장 비싼 창녀를 사서 고작 한 번 즐긴 다음 한참 빈둥거리더니 갑자기 떠났다. 한 시간 동안 그의 관심은 그녀에게 없었다. 그렇다면 저 남자는 대체 무엇을 하러······.

남자가 누워있던 자리에서 보이는 것은 맞은편 건물의 2층이었다. 아까는 창문이 열려서 안이 들여다보였으나 지금은 거의 닫혔다. 살짝 열린 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아무 것도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아?’

뭔가 반짝였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건물 안이었다. 아페르디타는 벗은 몸이라는 것도 잊고 창밖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조금 열린 창문 틈으로 뭔가 휙 움직였다. 한 번 더, 이번에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들려온 다음 창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거기에서 휙 뛰쳐나온 남자가 보였다.

2층 창문에서 몸을 던진 주제에, 잠깐 허공에 머문 동안 아페르디타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 얼굴이 상쾌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그는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가 그대로 일어나 재빨리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아페르디타가 그 고양이처럼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 전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갔던 남자가 같은 궤적을 달려 역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사건은 거기까지였다. 이해할 수 없고 영문을 모를 상황이었지만 더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으니 그만 창문을 닫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잠이라도 자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페르디타는 창틀에 팔을 올린 채 골목 안으로 사라진 두 남자의 잔영을 좇았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이 남아 있었다.

방울꽃의 가장 값비싼 창녀가 환한 대낮에 2층 창문에서 상체를 드러내 놓고 있으니 요란한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 구경꾼들에게는 횡재였다. 남자들이 손을 흔들거나 휘파람을 불자 아페르디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창문을 닫으려다 구경꾼들 속에서 환호하지도 웃지도 않는 단 한 명을 발견했다. 그는 소동이 벌어진 건물에서 재빨리 나왔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그녀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순간 아페르디타와 눈이 마주쳤다.

병자처럼 혈색 없는 얼굴이 잠깐 드러났다. 그는 아페르디타를 보고도 흥미 없다는 듯 근처에 세워진 마차로 뛰어들었다. 마차는 이내 멀리 사라졌고 아페르디타도 어쩐지 기분 나쁜 그 남자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러다 몇 시간 뒤 문득 그 남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손님이었을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눈에 익은 걸까. 아페르디타는 곰곰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깨달았다. 그녀는 그 남자를 손님으로 받은 적도 없고 어디선가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입은 외투에 새겨진 문장이 익숙한 것이었다. 꽃과 칼을 십자로 걸쳐놓은 그 문장은 그녀가 자란 곳을 다스리는 영주 가문의 것이었다.

이제 돌아갈 길도 없고 멀기만 한 고향 땅을 다스리는 가문 사람을 수도에서 만났다는 생각이 그녀를 잠시 감상에 빠지게 했다. 그래봐야 그 사람은 귀족이고 소작농에 불과한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페르디타는 잠시 고향과 가족들 생각으로 우울했으나 잘 나가는 창녀답게 금세 원래 기분을 회복했다. 아래층에서는 이미 첫손님이 그녀를 지명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꽤 재촉당하고 있었는지 포주는 화장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손님을 들여보냈다.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아페르디타는 풋 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축제중이라 거리에도 가면을 쓴 사람은 많지만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러 왔으면서 얼굴을 가리다니 꽤나 수줍음을 타는 모양이었다.

체격으로 봐서 어린애는 아닌데. 아페르디타가 애교를 부리며 가면을 벗기려고 하자 남자는 거절했다. ‘내 얼굴은 흔해빠지게 평범해서 다시 만나도 기억 못할 테니 가면을 기억하라’는 것이 이유였다.

아페르디타는 소심한 손님에게 자신이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지 자랑하며 다음에 다시 오면 반드시 얼굴을 기억해서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 손님은 그녀의 약속이 못미더웠는지 정말로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가 확인해 보기까지 했다.

아페르디타는 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까지 꺼내놓았다. 아침부터 찾아온 취미가 특이한 손님이나 맞은편 건물 2층에서 뛰쳐나온 남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해낸 다음 내친 김에 꽃과 칼의 문장이 그려진 옷을 입은 귀족의 이야기까지 신나게 늘어놓았다.

“그런 귀족 나으리가 이런 거리에서 뭘 하던 중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저 집은 1층에서 술을 팔지만 2층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거든요. 어머?”

이야기하다 말고 아페르디타는 가면을 벗은 남자의 얼굴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본래는 스스로 말한 것처럼 평범했는지 모르겠으나, 한 쪽 얼굴에 굵게 새겨진 여러 줄의 흉터가 그를 다시는 잊을 수 없을 특별한 외모로 만들어 놓았다.

아페르디타는 잠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생긋 웃으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멋진 얼굴이면서 나를 놀렸군요. 당신을 한 번 보면 누구라도 절대 잊을 수 없겠는걸요. 이제 얼굴을 보여줬으니, 당신의 몸도 보여줘요.”

“너부터.”

남자는 대꾸한 다음 입으나마나한 그녀의 얇은 옷을 벗겼다. 아페르디타는 고개를 쳐들고 허리를 세워 가늘고 아름다운 목과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했다. 의도한대로 남자는 거친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아페르디타도 하얗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남자의 얼굴을 만졌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쓸고 눈가의 흉터를 살짝 매만지며 그녀가 말했다.

“이름을 알려줘요. 다시 만나면 잊지 않고 꼭 불러줄 테니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굵은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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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Personacon 나비처럼
    작성일
    16.05.13 08:46
    No. 1

    표정 변화가 없어서 가면 부관인줄...
    실제 가면을 쓰고 다니네요.
    아님 둘 다인 건가요?
    흥미로운 캐릭터들 이에요. 단장도 부관도!
    담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5.14 00:57
    No. 2

    음, 가면 부관과 가면 쓰고 온 남자는 서로 다른 사람입니닼ㅋ 비밀스럽게 보이려고 두루뭉술하게 서술한 것이 혼동을 드렸네요. 그 부분 묘사를 살짝 고쳤습니다. 덕분에 다음 독자님들은 안심....>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혼운
    작성일
    16.05.13 20:17
    No. 3

    오늘도재미있게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5.14 00:58
    No. 4

    오늘도 어서오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사만다
    작성일
    16.05.18 17:23
    No. 5

    아페르디타........ 뭘 잘못했다고.......... ㅠㅠㅠㅠㅠㅠㅠ 저 흉터 아저씨 미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5.18 23:14
    No. 6

    저도 흉터 아저씨 싫어욤. 이번 글은 별로 싫어하는 등장인물 없는 편인데 드물게 미움받고 있는 캐릭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6.06.06 22:41
    No. 7

    적당히 듣고 갈것이지 굳이 얼굴을 보이고 죽이나요 ㅜ 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6.07 15:30
    No. 8

    흉터 아저씨는 깔끔한 분이라......;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Rainin
    작성일
    16.06.12 23:37
    No. 9

    이 세계, 이 나라, 이 도시, 이 거리의 디테일한 모습까지 그려내 주시니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고르고 13을 연상케 하는 저 청부업자(?)는 벌써 모든 독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네요!
    뭐, 내겐 에밀리오 뿐이에요. 아직까지는. :P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6.13 00:55
    No. 10

    아니 Rainin님의 사랑은 뭔가 무서워욬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6.07.02 16:53
    No. 11

    저 .. 부유한 기사단에 알바 자리 없을까요? ㅇㅇ* 뭔가 일하기 좋을것 같은 기분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7.03 00:45
    No. 12

    알바는.... 일단 금수저로 태어나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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