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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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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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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 도모

DUMMY

사이드X와 네오수쓰는 명동의 한 샤부샤부 맛집에 들어섰다. 그것은 단순한 저녁 식사를 넘어 친목 도모였다. 아수라장을 넘어온 전사들의 모임인 것이다.


그런데 이슬비와 그 일행은 입구에서 망설였다. 샤부샤부 집은 인당 12만 원이나 하는 최고급 한우집이었다.


부산 시내의 양아치들을 등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이드X와 달리 네오수쓰는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들인 새내기였다. 주머니 사정은 아직도 학생 수준이었다.


그것은 김철중의 함정이었다. 초능력 선배로서 후배를 길들이기 위한 꼼수였다. 그는 쿨한 척하면서 네오수쓰 일원을 향해 말했다. 어색한 웃음이 속보인다.


“하하하 뭐해 안 들어오고? 오늘은 내가 살 테니 마음껏 먹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슬비가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어머 정말? 호호 잘 먹을게.”


백준태와 문박식도 마지 못해 따라 들어갔다. 그들은 배고팠다. 한우는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한 테이블에 모여앉은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금자탑이라도 쌓는 듯 야채와 고기를 육수에 섞기 시작했다. 담백한 고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들은 아직 미성년자라 술은 먹을 수 없다. 하지만 무한 리필의 레몬에이드는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이슬비는 고기 한 점을 야채와 같이 월남쌈하고 맛있게 먹는다. 우물우물 씹으며 말하는 것이 구사일생의 기억 따윈 뒷전이다.


식사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친목 도모에 빠질 수 없는 수다였다.


“이야 네오수쓰 너희들 생각보다 강하던걸.”


“하하, 너희들이야말로 생각 이상이었어.”


“지구를 수호하는 같은 영웅으로서 다 같이 건배!”


그러나 주제가 본론으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롤의 왕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희대의 용사들이기에 그 문제는 막중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레몬에이드를 시원하게 원샷 하더니 빈 컵을 탁자 위에 내리치며 골치 아픈 듯 말했다.


“젠장, 변신 전만 해도 놈은 나의 세 배에 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 변신 후에는 체감상 열배는 강해진 것 같더라.”


이슬비는 걱정스레 말했다.


“맙소사. 그럼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대 안 되는 거잖아. 놈의 전력만 해도 우리 머릿수를 훌쩍 넘었어.”


백준태는 그때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손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라면 분명 놈은 우리를 찾아낼 거야. 그건 인류의 멸망이라구.”


침묵이 이어졌다. 지구 최대의 전력이 모였는데도 어찌할 수 없는 적 앞에 길을 잃은 것이다.


이슬비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듯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한라산의 현자님이라면 답을 줄지도 몰라.”


그 말에 그레이트 머스탱이 발끈하며 말했다.


“젠장, 왜 자꾸 그놈을 한라산의 현자님이라 부르는 거야? 놈은 그냥 미친놈이야. 자기 자식까지 연구 재료로 쓰는 놈이라구.”


“그분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 해도 그건 인류 진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야. 덕분에 난 이렇게 어엿한 초능력자가 됐고.”


“쳇, 어쨌든 난 싫어. 그 빌어먹을 놈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어.”


모두의 이목이 그레이트 머스탱에게 집중됐다.


“쓰러트릴 방법이 있는 거야?”


“······악마의 자식.”


네오수쓰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김철중과 박철수는 마시던 레몬에이드를 뿜어내고야 말았다.


김철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그 불결한 놈들을 언급하는지.


“그레이트 머스탱 제정신이야?, 그놈들이 여기서 왜 나와?”


“난 제정신이야. 하지만 확실한 것은 놈들의 힘이 필요해. 특히 그 베엘제붑인지 뭔지 하는 녀석 말이야.”


“그놈은 우리 적이잖아. 도와줄 리가 없는 게 당연해.”


“아니! 놈들도 같은 지구에 사는 이상 협조해야 할 거야.”


“놈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으려고?”


어쩐지 그레이트 머스탱은 이슬비를 한번 힐끔 보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에게 다 생각이 있어.”


그레이트 머스탱의 발언 덕분일까? 분위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들의 친목 도모는 어느덧 노래방에서 그 절정을 맞이했다. 목에 힘줄을 올리며 열창을 뿜어낸 그들은 마지막으로 노래방 입구 앞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해어졌다.


사이드X와 헤어진 뒤 이슬비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이길조입니다.-


“현자님 이슬비입니다. 지금 어디 계신가요? 긴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오늘은 늦었어. 청소년들은 일찍 자야지! 내일 아침 9시에 찾아오도록, XX호텔 1250호로 와.-


“아······. 네 알겠어요.”


다음 날 아침 네오수쓰는 어김없이 이길조가 묵는 호텔로 들이닥쳤다. 모처럼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길조는 깜짝 놀랐다. 잊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온다고 했지.’


테이블에 둘러앉은 네오수쓰의 세 명이 어제 탑형 혜성 안에서 겪은 일을 보고했다.


쉴 틈 없이 터져 나오는 그들의 한탄에 이길조는 두통 날 것 같았다.


‘트롤의 왕이라.’


그들의 말대로라면 지구는 언제든 외계인들의 행동 여하에 따라 파멸을 맞이할 운명인 것이다. 대한민국 최강의 초능력자들도 쩔쩔맨 녀석을 자신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직도 외계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자신이 하는 일이야 기껏해야 취미로 시공간 연구를 하는 것이고 Zcom에서 연구원들을 쥐어짜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이 소년, 소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모처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장기 말을 잃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 지옥의 자식이라. 정말 아들놈이 생각해둔 게 있으면 좋겠군.’


이길조는 소년, 소녀에게 말했다.


“용사들이여 일단 그레이트 머스탱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따끈한 밥을 먹기 위해 두 친구와 병원을 나왔다. 병원 밥이 맛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외계인 침공을 저지 후 국가 차원의 권유로 요양하는 것이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소년 뒤에는 후루꾸파가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은 전문 비서라도 되는 것처럼 극성을 부렸다.


“야, 오늘은 뭐 먹는데?”


“몰라, 아침 되는 곳이 거기밖에 더 있냐?”


“야! 그럼 빨리 안 움직이고 뭐 해?”


한참 후루꾸파 똘마니들이 수군거리다 박시탈에게 귀띔한다. 부하에게 전달받은 박시탈은 옆에 있는 그레이트 머스탱에게 말했다.


“형님 요 앞에 24시간 국밥집 있는데 거기가 나름 잘한답니다.”


“좋아, 그리로 가자.”


걸어, 걸어 병원 코앞에 있는 국밥집으로 들어서니 주인아줌마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조금 전 예약하셨죠?”


식당에는 이미 인원수별로 자리가 잡혀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사이드X는 자리에 빼곡히 둘러앉았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늘 보던 놈들 사이에 한 소녀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셋트 장난감 안에 난데없이 끼어있는 장난감 블록을 보는 기분이었다.


“시탈아 이 여자아이는 누구야? 네 딸이냐?”


박시탈은 화들짝 놀라며 부인했다.


“아이고 형님 제 딸 아닙니다. 어제 들어온 신입입니다.”


처음 본 소녀는 맞은 편에 세 소년에게 자기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두목님들 어제부터 사이드X에 신세지 게 된 이하늘이라고 해요.”

김철중이 심각하게 박시탈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탈아 언제부터 사이드X가 어린이 놀이터가 됐지?”


뜨끔한 박시탈은 급히 일어나 김철중과 두 소년에게 다가와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하늘을 배려한 것이다.


“흠, 그런 사정이 있었군. 뭐 됐어. 가봐.”


그레이트 머스탱은 이하늘을 살펴봤다. 침울한 듯 무표정한 얼굴, 주위를 맴도는 전하의 움직임은 마치 숨기려는 듯 인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범상치 않았다.


그런데 새로 온 소녀를 관찰하는 도중에 현기증이 났다. 처음에 잔잔한 파도처럼 통증이 일더니 급기야 거대한 쓰나미같이 통증이 커졌다. 그리고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기억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으윽······.”


낮게 신음하며 고독하게 고통을 억누르고 있던 그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순대국밥이 앞에 놓였다.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올라 한편의 수채화를 표현하며 코끝을 자극했다. 구수한 냄새가 나자 선잠에서 급히 깨어난 듯 정신이 들었다.


‘훗 기묘한 현상이군. 도데체 뭐지?’


그레이트 머스탱은 서둘러 숟가락을 들었다. 오늘은 바빠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2019년식 붉은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 차에서 급히 내리는 사람 중에는 친근한 사람도 있었고 불쾌한 사람도 있었다. 네오수쓰의 삼 인과 이길조였다.


그것은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네놈이 나타날 줄 알았다.”


“아버지한테 네놈이라니.”


“닥쳐!”


“이야기는 네오수쓰를 통해 들었다.”


“그럼 육군본부의 감옥으로 와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이다.”


머리 회전이 빠른 이길조는 뭔가 떠오른 듯하다.


잠시 후 승합차 기반 최고급 사양의 캠핑카 한 대와 두 대의 양산형 캠핑카가 도롯가에 섰다. 고급 캠핑카의 운전석에 있던 박시탈이 급히 내리더니 캠핑카 입구를 열었다.


“형님들 타시죠.”


야외 촬영이 많은 그들에게 있어 캠핑카는 갓 아이템이었다.

목적지는 육군본부!


육군본부에는 비밀리에 만들어진 감옥이 있다. 야구장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이 시설에는 흉악한 정치범들이 수감돼있다. 테러조직의 수장이나 반역자 혹은 괴인들이 갇히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비밀인 이곳은 한번 들어오면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고독한 지옥이었다. 탈출은 불가하다. 바로 위에 군대가 있기 때문이다.


505 독방의 차가운 철문 뒤에는 권기욱이 있었다. 스트레스에 신경쇠약인지 삐쩍 말랐다. 잘나가던 시절 뒤룩뒤룩 살쪄있던 때를 생각하면 환골탈태였다.


그는 지금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다. 자신의 모든 야망이 저지당하자 현실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간혹 발작까지 일으켰다.


권기욱이 부스스한 백발을 긁적거리며 독방의 한쪽 벽면에 그림을 그린다. 사이코패스가 보면 배꼽 빠지게 웃을 법한 낙서였다.


벽화에 한참을 집중하더니 몸을 비틀면서 소리쳤다.


“으하하하하 드디어 원수들을 도륙할 장대한 계획이 완성됐다!”


그때 철문을 두두리는 소리와 함께 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끄러! 505, 쪽문으로 손 내밀어 면회다.”


육군본부에 도착한 초능력자들과 이길조가 삼엄한 경계를 지나 지하 감옥으로 들어섰다. 면회실에 앉은 그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박철수가 먼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레이트 머스탱, 왜 하필 그 영감이야?”


“어쩔 수 없잖아. 그나마 주변에 지옥의 자식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그 사람뿐이잖아.”

“네 작전의 확률은 로또보다 더 낮을 거야.”


김철중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잠시 후 유리벽 넘어로 권기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낯익은 자들을 보고 눈이 뒤집히더니 유리벽을 붙들고 광분했다.


“히히히히 이놈들 ······. 갈아 마실 놈들! ······. 크크크.”


추했다. 이길조는 눈살을 찌푸리며 간수에게 신호했다.


그의 신호에 간수가 권기욱에게 등짝 스매시를 날렸다.


“으윽!”


권기욱이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차분해졌다.


“네놈들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거지?”


그레이트 머스탱이 응대에 나섰다.


“영감, 이리저리 둘러 말하지 않겠어. 지옥의 자식에 관해 아는 대로 말해 특히 수장이란 놈들의 근거지는 하나도 빼지 말고 말해.”


“내가 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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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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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제 관련 공지. 19.04.16 18 0 -
»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4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7 0 12쪽
48 라이벌 19.04.10 19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19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6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8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4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0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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