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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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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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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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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2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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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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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긴장되는 순간

DUMMY

소녀의 뒤에는 군인들이 서 있었다. 시민의 제보를 받고 뒤늦게 출동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분대기조였다. 상황 종료 후 도착한 것이었다.


중사계급의 군인이 박시탈에게 말했다.


“죄송한 말이지만 저희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일로······?”


“별 것 아닙니다. 보고서 작성에 협조 부탁합니다.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상황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그 말을 듣고 박시탈이 군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뭐야! 당신들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 맞아? 쳐!늦었으면 사과부터 해야지! 하마터면 죽을뻔했잖아.”


“며, 면목없습니다······. 진정하세요.”


박시탈은 군인의 옷깃을 놨다. 뒤에 있는 부하 병사들의 낌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 소녀는 순순히 군용트럭에 올랐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군인의 안내에 따라 수도 방위사무실의 취조실에 앉은 두 사람은 지급된 군용 음료수를 홀짝거리며 갈증을 풀었다.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군인은 소녀에게 물었다.


“이름과 나이가 어떻게 되죠?”


“이하늘, 열네 살입니다.”


소녀는 동안이었다. 그런데 군인이 사는 곳과 부모님, 연락쳐 등을 물었지만 이하늘은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지 못해 한마디 한 것은.


“다 죽었어요.”


외계인의 침공에 모든 것을 잃고 고아가 된 것이었다. 군인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것은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여실히 나타내는 한마디였기 때문이다. 초능력자와 군이 선전하고 있으나 한계와 빈틈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박시탈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쩐지 퀭한 눈으로 먼 산만 보는 것 같더니 전쟁고아였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본 상황을 군인에게 남김없이 설명했다. 서울 인근에서 벌어진 외계인과의 목숨 건 혈투와 당시 상황을.


하지만 군인은 뭔가 신경 쓰였는지 한 가지 더 물었다.


“그 신사에 관해 좀 소상히 말해보세요. 이대로 보고하기에는 부족하네요.”


박시탈은 몸져누워있었기에 생김새와 그가 했던 말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힐끔힐끔 옆으로 눈을 돌리자 소녀는 눈치를 보다 말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말로는 신사는 박시탈의 부러진 다리 부근에 앉더니 눈을 감고 다친 부위 위에서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박시탈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소녀의 이야기를 듣던 군인과 박시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각한 손상을 받았던 다리가 기적처럼 낳은 것도 놀라운데 고작 그런 행위로 다리를 고쳤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거기에다 일격에 고블린을 쓰러뜨렸다. 신사가 초능력자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초능력으로 그런 메시아의 기적이 가능한 것일까? 혹은 진짜 하늘의 사자가 아닐까?


군인이 더 물어볼 것이 없는지 작성한 보고서 검토를 마치고 앞의 두 사람에게 말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밖에 운전병이 대기하고 있으니 댁까지 모시다 드릴 겁니다. 혹시 이번 사건으로 육체적이나 정식적 문제가 있으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시청 복지과로 방문하시면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조사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 박시탈과 소녀는 밖으로 나섰다. 군인이 말한 대로 입구에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번쩍번쩍한 것이 군에서 운용하는 귀빈용 차량이었다.


이하늘은 왜인지 뒤자석 문 쪽에 서 있었다. 문 열기가 힘든 걸까? 그렇게 생각한 박시탈은 문을 열어주고 반대편 뒤자석으로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자 운전병이 박시탈에게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사이드X 본부를 말하려다 여기가 서울이란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국군통합병원으로 가주세요.”


“예? 아 네, 알겠습니다.”


박시탈은 옆에 앉은 소녀를 봤다. 검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잘 차려입은 모습을 보면 어느 부잣집 자녀 같다. 열네 살이면 중학교 1학년이다. 그런데 작은 얼굴과 마른 몸을 보면 꼭 11세 소녀같이 보였다. 특징이라면 작은 얼굴에 짙은 속눈썹의 큰 눈이 꼭 돌피인형 같다.


좋은 집안 환경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다가 전쟁통에 모든 것을 잃었으니 안타까웠다. 거기다 기운 없는 모습이 애처롭다.


군인은 이하늘에게 물었다.


“아가씨는 어디로 모실까요?”


이하늘은 머뭇거리다 힘없이 말했다.


“국군통합병원이요.”


의외로 목적지가 같았다. 다행히 친인척이라도 있었던 걸까? 어쨌든 의지할 곳이 있었던 것 같다.


박시탈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하늘의 표정을 보면서 말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목숨 걸고 지켜줬는데 아직 고맙다는 말도 못 들었다. 그저 소녀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탈은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운전병의 말에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사이드X 형님들이 묵던 병실로 찾아갔다.


병실에는 후루꾸파의 일원으로 만원이었다. 여관 대여시간이 지나 이곳에 모여든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을 쳐다보는 부하들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꼭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올빽머리의 후루꾸파 행동대장이 먼저 고래고래 소리치며 말했다.


“시탈 형님, 우리 몰래 숨겨둔 자식 있었습니까? 배신감 느껴지네요.”


행동대장이 움직이자 다른 부하들도 벌떼처럼 공격하고 나섰다.


“형님 실망입니다. 우리는 연애할 시간도 안 주고 막 부려먹더니 형님은 우리 몰래 살림 차리셨군요?”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을 외치던 시탈 형님은 어디 가신 겁니까?”


“저건 시탈 형님이 아니고 가짜다! 잡아라!”


부하들의 갑작스러운 동요에 박시탈은 영문을 몰랐다. 그러다가 부하들의 시선이 자신 넘어 에 있는 것을 알고 황급히 눈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이하늘이 초조하게 서 있었다.

네오수쓰와 사이드X는 맹렬히 뛰어 탑의 정상에 도달했다. 무려 100층이나 되었다.


탑형 혜성의 내부 구조는 겉모습대로 거대한 공터를 가졌고 중앙 계단이 전부인 단순한 형태다. 그리고 넓은 공터에 다수의 트롤이 서성거리는 정도였다.


탑형 혜성의 100층에는 당연하게 환한 빛을 내뿜는 차원문이 있었다. 틀린 것은 다른 중소형 혜성에서 발견되는 크기의 차원문이 아닌 트롤형 외계인이 두세 마리 드나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백준태가 차원문을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오 이게 한라산 현자님이 말씀하진 차원문?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운 모습 아닌가?”


그레이트 머스탱이 백준태를 비꼬았다.


“훗, 완전 초짜군. 차원문 처음 보는 건가? 그렇다는 것은 혜성 공략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소리군. 그동안 뭐 했냐?”


“적반하장이다! 탑형 혜성을 공략하는 것은 피차일반 아닌가? 어차피 외계인 두목을 쓰러트리는 것은 네오수쓰다.”


궤변이었다. 그러면서 백준태는 전력으로 차원문에 뛰어들었다.


“칫! 철수야, 철중아, 우리도 가자.”


백준태의 뒤를 따라 나머지 사람들도 차원문을 넘었다.


차원문을 넘어서 도착한 곳은 동굴의 모습을 한 곳이었다. 곳곳에 흘러내린 종유석이 지면과 맞닿은 모습은 거대한 나무 기둥 같았다. 거기에 잡초처럼 빼곡하게 돋아있는 반짝이는 돌이 동굴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꼭 수정동굴 같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동굴의 규모에 놀랐다. 그동안 무수한 혜성을 공략했지만 대부분 땅 위에 있는 외계인 부락이거나 볼품없는 동굴이 전부였다. 이처럼 특별한 형태가 아니었다.


동굴의 구조는 거대한 공동을 중심으로 다수의 소규모 공터가 이어져 있었다. 크기나 길이에는 특별한 공통점은 없었다.


백준태가 동굴의 규모에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우와! 이곳이 이세계? 이런 곳에 우두머리가 있다는 건지? 어떤 녀석인지 기대되는걸.”


잔뜩 흥분된 얼굴로 문박식이 말했다.


“준태야, 정말 판타지에나 나오는 던전 공략이다! 으하하.”


이슬비는 동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는지 감동한 것 같다.


“이곳이 이세계? 정말 판타지 같은 광경이야. 멋져!”


김철중이 헛기침 몇번하더니 이슬비에게 말했다.


“넌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동굴 밖은 이것보다 훨씬 근사하다고.”


“우와 정말?”


그렇다 네오수쓰는 근본부터가 판타지 오타쿠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접한 그들의 판타지 뇌는 그동안 접해온 온갖 판타지 이미지를 떠올리며 이세계 기분을 잔뜩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 이슬비는 풀어진 자신을 가다듬더니 표정 관리하고 사이드X를 향해 엄포했다.


“잘 들어! 우리가 웃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승리가 눈앞이라 그런 거야! 착각하지 마!”


그러나 말뿐. 처음 승부에 의욕을 불태우던 모습은 없고 소풍이라도 온 듯 초능력자들이 구석구석을 다니며 구경했다. 다니는 도중에 트롤들이 있었지만 공격하는 녀석 말고는 대부분 무시했다. 최강의 초능력자들에게 상급 외계인은 길가다가 밟히는 지렁이 같은 귀찮은 수준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왠지 찝찝했다. 긴장감 풀린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못마땅한 것이다. 마치 백퍼 될 것 같은데 쪽박 맞은 기분이랄까?


특히 저 이슬비가 표정 관리하고 있어도 잔뜩 풀려있다는 게 보이니 신경 쓰였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전하의 영역을 최대로 확대해 동굴 내부를 감지했다. 있는 힘껏 영역을 넓히니 상세하게는 모르겠으나 대략적인 동굴의 규모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총 세 개의 대공동으로 되어있었다. 위에서 느껴지는 것과 그리고 이곳과 연결된 것 한 개.


그동안 많은 혜성을 정리하고 외계인 두목들을 잡아들였다. 보통 차원문을 넘었을 때 그곳은 대체로 요란했다. 외계인에게 둘러싸여 난전을 벌일 때도 있었다. 전쟁 준비한다고 소란스러운 곳도 있었다.


반면 이곳은 마치 쥐죽은 듯 조용하다. 무엇인가의 비호 아래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트롤 외계인은 탑형 혜성 안에 비좁으리만치 서성거렸다. 어쩌면 두려운 무엇인가에 쫓겨 피난 한 것은 아닐까?


한참 이세계 구경 중에 김철중이 이슬비에게 말했다.


“지금 쿵쿵거리는 게 네 심장 뛰는 소리 아니야?”


“뭐라는 거야?”


그레이트 머스탱도 분명 그런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대공동이 내는 잡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철중의 말을 들으니 자연발생적 소리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뭔가 규칙적이며 일관된 소리였다.


이리저리 유심히 고개를 돌리던 그레이트 머스탱은 저 멀찌감치서 걸어오는 뭔가를 발견했다.


“얘들아, 조심해 저기서 뭔가 다가오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레이트 머스탱은 바짝 긴장하고 전투준비에 돌입했다. 일단 최대전력으로 부딪힐 생각으로 전하를 응집시켰다. 항상 여유로웠는데 왜 이렇게 긴장한 걸까? 이유는 다가오는 것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준태는 그 말에 귀가 솔깃하며 오버하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보스? 드디어 레이드 타임인가? 첫 개시는 내가 한다!”


“어엇, 누구 맘대로?”


백준태와 문박식은 추월이라도 당할세라 헐레벌떡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마지 못 해 뒤따랐다.


뒤에서 보니 백준태가 목표물에 이르러 우아하게 검을 빼 들고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강한 타격음이 나더니 바람과 같이 왔던길을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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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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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제 관련 공지. 19.04.16 18 0 -
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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