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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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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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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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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시스 성인 니노

DUMMY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청상아리의 머리에 커다랗고 흉물스러운 기계장치가 달려있다. 보는 사람마저 불편함을 느낄법한 괴상한 모양이다. 확실한 것은 동물 학대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이길조이기에 그딴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오르지 연구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저 불편해 보이는 장치는 상어의 코끝에 있는 감각기관을 통해 보는 정보를 이진화 코드로 변환해 전송하는 장치다. 연구실의 컴퓨터는 전송받은 정보를 복원해 모니터에 나타내고 있다.


모니터에는 우주의 형상 같은 전하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최근 이길조가 원시 감각기관에 집중하는 이유는 얼마 전 고블린 외계인 보스를 연구하던 연구진이 밝혀낸 것 때문이다.


그것은 DNA였다. 외계인의 피부 조직 샘플에서 DNA가 확인된 것이다. 그 말은 외계인과 인간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성립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미스터리하다. 수백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어떻게 같은 형질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굉장한 특이점이었다. 과연 외계인과 인간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일까?


이길조는 생각했다. 외계인도 그렇고 인간이나 다른 동물도 이 원시 기관의 흔적이 있다. 비록 그 뿌리가 나누어져 각자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머나먼 곳까지 떨어져 버린 것일까?


어쩌면 이 원시 감각기관에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길조 본인이 찾아 헤매고 있는 시공간 초월의 해답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원 한 명이 이길조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소장님 외계인 샘플을 이용한 시제품이 완성되었습니다. 확인 바랍니다.”


“완성하란 지가 언제인데 이제 보고하는 건가? 밥값도 못하는 것 같군.”


“죄송합니다. 인력이 부족해서 말이죠.”


“변명은 됐고 앞장서게.”


이길조가 향한 곳은 최근 신설한 9층 실험동이었다. 이곳은 발명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는 장소였다.


최근 발명한 것은 고블린 외계인 사체로 만들어낸 안티 사이오닉 그레네이드와 비료였다.


안티 사이오닉 그레네이드는 고블린 외계인의 신경조직에 포함된 특이한 성분으로 만들어젔다. 이것은 전하 방벽을 교란함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했다.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이것으로 일반인도 초능력으로 무장한 외계인을 대상으로 저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료는 말 그대로 식물 영양제였다. 푸르스름한 몸 색깔이 말하듯 외계인의 사체는 식물에게 유익한 영양소가 가득했다. 사체를 건조 시킨 후 독소가 포함된 피하지방을 정제하면 정말 훌륭한 비료가 되었다.


일반 성장 식물과 새로 개발한 비료를 투여해 키운 식물을 비교해 보면서 이길조가 말했다.


“확실히 외계인 비료가 성장 폭이 2배 이상은 앞서는군. 어쩌면 식량난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다음, 개발한 신식 수류탄 좀 볼까?”


왼쪽에 같이 서있던 연구원이 굽신거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후 실험동에 포박된 고블린 보스가 등장했다. 안전구역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고블린 보스의 주변에 전하 방벽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길조와 연구원들은 안전구역에서 실험을 지켜봤다.


잠시 후 고블린 보스의 주변에 한발의 수류탄이 떨어지며 괴상한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섬광이 터지는 듯 하더니 고블린 보스에 상처를 입혔다.


설치된 모니터로부터 특수 처리된 녹화영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됐다.


땅에 떨어진 수류탄에서 고온의 입자가 퍼지면서 전하 방벽을 흩트리며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이길조가 박수 치며 말했다.


“하하하하 밥버러지들이 한 건 했군. 훌륭해. 이봐 그런데 양산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빠르면 다음 주부터 가능합니다.”


“하하하 높으신 영감님들이 좋아하겠군. 좋아 생산되면 먼저 사성장군이 있는 군대부터 보급될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소장님.”


이것이 옛 한라산 국가기밀연구소 지금은 Zcom이라는 공식 명칭을 받은 대 외계인 전담 기구의 업무였다. 외계인을 연구하고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막중한 임무였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고블린을 지켜보던 이길조가 연구원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창렬이 못 봤나?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는군.”


“김창렬씨는 오늘 연차입니다. 아침에 어지럽다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가? 요즘 결근이 빈번하군. 수상해.”


일전에 김태훈에게 배신을 당하고 부쩍 의심이 많아진 이길조였다.


실상 김창렬은 지금 대낮부터 제주도의 한적한 고깃집에서 흑돼지 삼겹살을 구우며 술에 떡이 되어 있었다.


그가 홀로 있는 방에서 고통스럽게 독백을 하고 있다.


“아! 그때 그레이트 머스탱을 막지만 않았어도 세상이 이렇게 혼란해지지 않았을 건데. 세상에 외계인이 존재할 줄이야. 아! 이 못난 놈 때문이야. 죽어! 죽어! 죽어! 넌 영웅 실격이야.”


이길조 앞에서는 태연한 척 하더니 아직도 그때 일을 마음에 두고 괴로워하는 김창렬이었다. 한참 자신을 학대하던 김창렬이 품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부모님 사진일 리가 없다. 최근에 푹 빠진 갤럭시아이즈의 나윤이였다.


“아~ 윤이씨 당신만이 저의 희망이자 빛입니다. 저를 이 지옥에서 구원해주소서. 윤이씨! 윤이씨! 사...사....”


김창렬은 차마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나 같은 놈은 윤이씨를 사랑할 자격이 없어!”


그러면서 다른 손에 쥐어진 종이를 펼쳐봤다. 갤럭시아이즈의 콘서트 티켓이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비행기 놓칠뻔했네. 윤이씨 지금 갑니다.”


김창렬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비틀거리면서 고깃집을 나섰다.


다시 무대는 지구 반대편 미국의 뉴욕시, 잭 나이프가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돌 괴물과 맞서고 있다.


화려한 발차기와 동물적 움직임, 기괴한 연속 동작을 이어나가는 그의 표정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그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사이를 오가는 이 전투의 고양감. 뒤를 맞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들. 이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최근 미국은 양질의 초능력자들 다수 배출했다. 무려 백 명이나 되었다. 물론 안위준의 공로가 컸다. 다만 그중에 A급 초능력자는 두 명뿐이다. 대부분 B급에 준하는 초능력자였다. 그래도 그 정도만 되어도 중급 외계인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었다.


A급 초능력자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인 텍사스주와 유타주에 순차적으로 파견되어 맹활약 중이다,


각 지역에 승전보가 들려와 중앙 정부는 희망에 부풀었다. 물론 지구가 입은 피해에 비하면 정말 희미한 수준이었다. 아직도 더 많은 초능력자가 필요했다.


승전보라 할지라도 혜성 내부까지 청소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외부에 나도는 외계인들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거대한 혜성의 경우 그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대한민국에서 그레이트 머스탱 일행이 혜성 안까지 초토화시켜 상당한 수확을 얻은 것에 비하면 미국은 아직도 뒤처지는 수준이었다. 아직 외계인의 침공 히스토리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솔직히 미국이 모르는 것이 대한민국에게 이득일 것이다.


미국 펜타곤에서는 수뇌부들이 모여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쪽은 미라클 게리와 더스트 엘더가 이끄는 초능력파와 다른 쪽은 합참의장 조나단 엑스와 FBI 수장 로날드 니켈이 이끄는 군대 전력 증강파가 예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군대 전력 증강파는 늘 불만에 사로잡혀 있다. 국방예산의 태반을 쓰고 있는 초능력파가 못마땅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군수산업의 큰손들이 초능력파 덕분에 긴축된 예산 때문에 돈줄이 막혀 질식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수산업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일반적인 무기로 외계인에게 대항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데도 저렇게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러니 군대 전력 증강파의 수가 초능력파를 압도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대통령 포커 스미스가 초능력파에게 더 온건한 것이 미국 정부의 행보가 산으로 가는 것만은 피하고 있는 것이다.


더스트 엘더가 초능력 부대의 업적을 자료화에 열심히 설명하지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반대파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해결될 만한 항복선언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도 참 힘들었다. 더스트 엘더는 지친 몸을 이끌고 51구역에 숨겨진 장소로 이동했다.


노인은 유리관 속에 있는 그노시스 성인 니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니노, 언제쯤 되어야 깨어나는 건가? 너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해. 더 이상 이 노쇠한 몸으로 버티는 게 무리야.”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가 이렇게 고뇌하는 것은 그가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조국을 구하기 위해 자신 한 몸 희생해 헌신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미쳤다고 비난해도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었다. 더스트 엘더가 없었다면 미국은 더 큰 고난의 길을 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이익만 챙길 생각뿐이지 현실을 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고독한 싸움을 하는 것은 50년 전 어느 약속 때문이다.


더스트 엘더가 MIT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 공채로 합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나사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 51구역에 보직을 지정했다.


51구역 출근 첫날 더스트 엘더는 중앙 공방에서 한 여인을 보게 된다. 맑은 하늘 같은 푸른 머릿결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의 사람이었다.


더스트 엘더는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첫 출근 하게 된 더스트 엘더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여인은 백옥같은 볼살을 움직이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신입이리구요? 반가워요. 니노라고 합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에게 있어서 정말 설레고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그랬다. 바로 유리관 속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매일 그녀 곁에서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는 즐거운 나날이 이어졌다. 혹시라도 일에 열중하다 무심코 눈이 마주칠 때면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더스트 엘더는 그녀가 51구역의 총괄 소장이자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마음속 깊숙이 연모하고 있었는데 외계인이라니 거기다 51구역의 소장이라니. 자신이 수십 광년이나 되는 우주의 거리를 뛰어넘고 직급의 차를 극복하여 그녀를 쟁취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나 정리할 수도 없었다. 이미 그의 마음은 사랑을 넘은 존경에 가까웠다.


그런데 어느 날 갈팡질팡하며 방황하던 더스트 엘더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니노는 술에 떡이 되어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있던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출근도 안 하고. 정시 차려! 하루 더 결근하면 진짜 해고라고.”


반쯤 깜긴 그의 시야에 니노가 들어왔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니노는 더스트 엘더를 데리고 단골 커피가게 헤븐즈 도어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푹신한 소파에 술에 떡이 된 남자를 앉히고 점원에게 말했다.


“언니, 여기 따뜻한 꿀차 두 잔만!”


소파에 푹 기댄 더스트 엘더의 두 눈이 니노의 눈과 마주치자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그것을 아픔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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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4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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