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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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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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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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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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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밀회

DUMMY

이길조는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마치 고뇌에 찬 시인의 분위기다.


그는 생각했다.


‘젠장!’


그런 와중에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창문이 드르륵거리면서 열렸다. 이길조는 소리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깜짝 놀라고 만다. 창가에 서 있는 자는 김태훈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이길조는 면상을 구기며 침입자의 멱살을 붙들었다.


“이 배신자 자식! 멀쩡한 문 놔두고 왜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야? 이 배알도 없는 자식아!”


그는 분노하여 김태훈의 멱살을 붙들고 옆으로 내리꽂았다. 허접한 근육에서 나온 힘이었지만 김태훈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김태훈이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길조 형, 패대기치기 전에 화 좀 가라앉히고 내 말부터 들어봐!”


“이 자식이 그래도 입은 살아가지고!”


“형, 비록 형태가 배신 같았지만, 그건 다 이유가 있었어. 그러니 진정해! 이런다고 변하는 건 없어.”


“이 자식!!!”


이길조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엉성한 주먹을 들었다. 그거 내려치려는 순간 강력한 완력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이길조가 시선을 돌린 곳은 오랜만에 보는 잭 나이프가 있었다. 보자마자 치 떨리는 기억이 떠올라 또 인상이 구겨진다. 옆에는 처음 보는 몸꽝 아저씨도 있었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지만 삭힐 수밖에 없었다. 잭 나이프를 상대로 주먹을 휘둘렀다간 자신의 목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약자한테 한없이 강하지만 강자한테 맥도 못 추는 이길조였다.


이곳은 미국이다. 잭 나이프와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옆에 있던 몸꽝 아저씨는 바로 미라클 게리였다.


미라클 게리는 무게감 있게 이길조에게 말했다. 한국말은 언제 배웠는지 아주 유창하다.


“이봐 젊은 양반 폭력으로 해결되는 것은 승, 패뿐이야. 그만 주먹을 거두세.”


이길조가 붙들렸던 주먹을 내려 빼자 미라클 게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난 CIA의 수장 미라클 게리라 합니다. 오늘 꼭 이길조씨가 만나야 할 분이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창문을 통해 누군가 들어왔다. 백발이 무성한 더스트 엘더였다. 테라스 형태의 창가였기에 옆 건물에서 넘어오는 게 가능한 것이다.


더스트 엘더가 말했다.


“이렇게 창가로 들어오는 것을 용서해주게 지금 문밖은 자네를 만나려는 사람으로 가득 차서 헤치고 올 수 없었네. 내 소개를 하지 난 51구역의 수장 더스트 엘더라고 하네.”


더스트 엘더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길조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아직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도 51구역에 존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상세한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악명만큼은 많이 들었다. 한편으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시 51구역 외계인의 모르모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벽을 치면서 거리를 유지하는 이길조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더스트 엘더는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내 자네에 대해서는 김태훈 군에게 들어서 알고 있네. 부디 힘을 빌려주게.”


힘을 빌려달라? 이길조를 혼란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창문을 통해 네 명이나 몰려들더니 최연장자로 보이는 사람이 도움을 구걸한다. 일단 쪽수로 밀렸기에 이길조는 고분고분 말을 듣기 시작했다.


더스트 엘더는 왜 무리를 해서 초능력 기술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빼돌려야 했는지 설명했다. 그노시스 성인, 어둠의 존재, 예언, 초능력, 네오 행성의 멸망 등등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길조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시공간을 마음대로 움직였다는 어둠의 존재에 관한 것이 유독 신경 쓰였다. 일전에 유소라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알게 된 어둠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 우주 공간에서 웜홀을 열었다고 했다. 분명 어떤 특이점이 온 것이다.


그 특이점이 미지의 존재는 확실히 존재하는 큰 위협이라 뜻하고 있다.


하지만 호기심이 불끈 솟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이길조는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소재에 즐거운 미소를 보였다.


더스트 엘더는 이길조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길조군, 외계인의 진정한 위협은 시작되지도 않았네. 부디 이 세계를 위해 우리와 함께 해주지 않겠나?”


하지만 더스트 엘더의 진심을 담은 간절한 호소력은 이길조에게 통하지 않았다. 메마른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감정을 움직이기에는 번지수가 틀린 것이었다.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길조를 보고 김태훈이 답답한지 전면에 나섰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 같이 지냈으니 저 벽창호 같은 인간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선배 이 어르신께서 하는 말 잘 알아들어야 해요. 이 세상이 어둠의 존재에 의해 멸망 당하면 형의 연구고 뭐고 없다는 소리라고요!”


그제야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지 이길조는 소파의 팔걸이를 내리치며 격하게 말했다.


“어둠의 존재? 웃기지 마! 내가 녀석을 먼저 잡아 실험용 생쥐로 만들어 주겠어!”


젊은이의 외침이 터지자 그제야 더스트 엘더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들의 만남은 분명 세상을 뒤바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햇살이 아름다운 한낮 서울의 종합병동을 성큼성큼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한 개인 병실에 꾸부정하게 서서는 노크를 몇 번 하고는 들어서기 바쁘다.


병상에 앉아있는 거한이 무례하게 들어온 사람을 보고는 반겼다.


“오, 창렬이 아니냐? 하하하.”


“아, 상우 형님 다행히 건강해 보이네요.”


김창렬은 들고 온 과일 바구니를 주섬주섬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의자를 하나 빼서 침상 옆에 앉았다.


그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지만 박상우 준장은 기분 좋게 그에게 말했다.


“창렬아 어쩐 일이냐? Zcom 일로 한 참 바쁜 거 아니었나?”


“상우 형님 걱정마세요. 잠시 업무차 왔다가 형님한테 들린 거니까요.”


“하하 그러냐?”


“그런데 몸은 어떠세요? 강철같은 형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농담인 줄 알았어요. 나라 안전도 좋지만, 형님이 먼저 쓰러지면 안 되니 몸 좀 살피면서 하세요.”


“하하하하 녀석, 걱정도 팔자다. 그래도 네가 이렇게 와주니 고맙다.”


몇 분간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주로 안부를 묻는 것과 잡다한 농담이었다. 그런데 김창렬이 쑥스러운 듯 박상우에게 물었다.


“형님 혹시 괜찮으면 오늘 바람 쐬러 안 가시겠습니까?”


“호오~ 갑자기? 의사가 딱히 주의 준 것도 없으니 나가도 괜찮을 거다. 뭐 좋은 데라도 있나?”


“하하하하 당연히 있죠.”


김창렬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박상우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들고 본 박상우는 호탕한 웃음을 내질렀다.


“하하하하하 갤럭시아이즈 콘서트 티켓이라? 정말 생각도 못 한 것을 꺼내는군.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났구먼.”


“요즘 이 아이들 보는 낙으로 삽니다. 하하하 보고 있으면 힘이 나요. 형님도 같이 입덕하는 겁니다!”


“정말 쌩뚱맞은 녀석이야. 좋아 들고 온 성의가 있으니. 가자!”


박상우는 생김새나 업무 스타일이 과묵하나 평상시의 그의 성격은 상당히 유연하고 호탕한 편이었다. 그래서 김창렬의 나이에 맞지 않은 황당한 제안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병원에서도 박상우의 외출을 승인했다. 활동해도 큰 문제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나선 두 사람의 행색이 좀 문제가 있었다. 김창렬은 편안한 운동복 같은 패션이라 동네 백수 같은 모습이었고 박상우는 검은 정장으로 갤럭시아이즈 경호원 틈에 섞여도 될 것 같다.


박상우의 패션은 두 사람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패션센스 없는 그들에게 검은 정장은 만능이었을 것이다. 병원문을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꼭 개성 넘치는 모험가 같다.


서울의 외곽지역에서 군인들이 외계인들과 대치 중이다. Zcom에서 공급해준 대 외계인용 수류탄과 총탄을 쏴대며 결사 항전 중이다.


병장계급을 단 군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크형 외계인 셋을 향해 대 외계인용 수류탄 록밤을 던진다.


“죽어라! 전우의 원수들아!”


오크형 외계인 근처에 떨어진 록밤은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주위에 있던 오크형 외계인이 폭발의 영향에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쓰러진 외계인을 향해 군인들이 총탄을 갈겨댔다. 록밤에서 파생된 대 외계인용 총탄 발락은 낮은 수준의 전하 방벽을 부수며 적에게 피해 입혔다.


그렇다고 제례식 무기에 무너질 외계인들이 아니다. 오크형 외계인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분명 피해 입었지만 숨통까지 끊지 못한 것이다.


참호에서 총탄을 갈기던 소위가 병사들에게 외친다.


“돌격 앞으로!”


상관에 명령에 병사들이 백병전 무기를 들고 오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전진하는 군인들이 허리춤에서 긴 장검을 하나씩 빼 들었다. 그것은 최근 Zcom에서 계발한 대 외계인용 근접 무기 아크 투스였다.


그것은 최근 서울에서 대량으로 공급된 트롤형 외계인의 송곳니를 가공해 만든 전술 무기였다. 트롤의 송곳니는 특수한 원소 배열로 인해 전하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장을 띄고 있다. 그래서 전하 방벽을 뚫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가공이 힘들고 생산 단가가 높아 소량만 생산되어 체술이 뛰어난 고급 장병이나 간부에게만 주어졌다. 아크 투스가 보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외계인에게 탁월한 살상력 때문에 군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거기다 아크 투스를 받은 장병은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해서 에이스로 불렸다.


트롤의 송곳니 형상에 맞추어 도로 제작된 아크 투스가 에이스 장병의 손에 휘둘리며 외계인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한 획에 급소를 꿰뚫린 외계인은 그대로 땅에 몸을 눕혔다. 확실히 록밤과 발락보다 뛰어난 살상력이었다.


한층 발전한 Zcom의 기술력 덕분에 병사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소규모 하급 외계인 무리에게 통하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뛰어난 초능력자라면 찰흙을 비틀 듯 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일반인에게는 과학의 힘과 머릿수, 전술, 전략으로 소규모 하급 외계인을 간신히 잡는 게 현실이었다. 그마저도 없는 민간인은 잡히거나 죽는 것뿐이었다.


확인 사살을 완료한 분대장이 소위 계급의 소대장에게 보고했다.


“소대장님 오크형 외계인 셋 토벌 완료 이상 무!”


소대장은 분대장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수고했다. 김 병장 외계인 수급은 창고로 옮기고 경계를 강화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하달하던 소대장이 먼 하늘을 본다. 덩달아 소대원들도 같은 곳을 봤다. 노을에 붉게 물든 구름이 특이하게 소용돌이 형상을 하고 있다.


외계인의 침공이 있기 전이라면 단순한 자연현상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요지경이니 그런 기현상은 더 이상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외계인들이 모습을 나타냈다면 확실히 침략행위일 것이다.


소대원들은 산간지역에서 외계인들의 대이동을 목격했다. 비행형 외계인은 소용돌이 구름 밑을 맴돌며 지구를 위협했고 지상의 외계인들은 속속들이 그 아래로 모이고 있었다. 지구인들이 형성한 방어 전선을 벗어나 외계인이 이상행동을 보인 것이다.


소대장은 전율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병장! 당장 본부에 무전 연락 취해, 긴급사태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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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4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4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0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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