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4,362
추천수 :
20
글자수 :
266,788

작성
19.04.04 23:08
조회
26
추천
0
글자
12쪽

포위 당하다

DUMMY

유만수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외계인이었다. 그는 골치가 아픈지 손바닥으로 미간을 감싸며 말했다.


“젠장, 8군단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나? 그레이트 머스탱인지 뭔지 하는 놈들 찾았냐 말이다?”


“죄송합니다. 아직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젠장! 느려터졌어! 군기가 빠져도 단단히 빠졌군!”


상급 외계인의 등장은 악몽이었다. 무기를 아무리 퍼부어도 상처하나 못 입히고 있었다. 5층 건물만 한 사이클롭스 외계인이 휘두르는 둔기가 전차와 건물을 달걀 깨듯 으스러트렸다. 한 마리라면 어떻게든 발을 묶겠지만 다수의 진격은 속수무책으로 방어 전선을 후퇴시켰다.


하늘에서는 소형 항공기 크기의 와이번 무리가 입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시가지를 초토화했다. 그리고 기동력과 유연한 움직임으로 공중전을 제압하고 말았다. 사이클롭스 무리는 수많은 총탄을 아무렇지 않게 몸으로 받으며 밀고 나간다. 1층 건물 굵기에 200미터 길이에 달하는 웜은 빠르게 바닥을 기며 한국군의 후방을 교란했다. 종족별로 움직이던 외계인들의 연합은 다양성과 연계성까지 더해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101기갑 여단장은 전차를 물리며 사태를 관찰했다. 그는 무너져가는 시가지를 보면서 한탄했다.


“젠장! 신이시여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원망스럽습니다.”


결국, 상급 외계인의 출현으로 팽팽하던 전선은 한 시간여 만에 붕괴하고 말았다. 옆구리가 뚫린 국군의 포위망은 양분되어 잘못하면 각개격파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외계인들은 어쩐지 소용돌이 구름만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즉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밖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에서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장미를 연상하게 만드는 멜로디와 쿨하고 몽환적인 비트가 듣는 사람을 황홀경에 빠트릴만한 음악이었다.


한서희가 멤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비장하게 뱉었다.


“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이돌을 꿈꿨어. 지금 순간에도 난 후회하지 않아. 정말 진지해. 혹시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돌을 한 사람은 있어?”


다른 멤버들은 작게 실소했다. 그녀들도 꿈과 희망을 걸고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각오하고 있구나. 자 시작하자! 모두를 위해!”


한서희의 신호에 갤럭시아이즈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맑은 음성이 경기장을 넘어 밖에까지 울렸다. 최대출력이었다.


그런 소녀들의 열정을 보면서 김창렬은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차기작을 독점하다니. 나에게 아직 기적은 남아 있었어.”


정신 나간 민간인들을 잠재우고 있던 박상우도 때아닌 댄스곡에 시선을 무대로 돌렸다. 부활한 그녀들을 보면서 박상우는 어떤 희망을 느꼈다.


그 희망은 막연한 것이 아니었다. 소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불온한 전하의 흐름이 흐트러지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영향력은 하늘 높은 곳까지 뻗어 평화를 외치고 있었다. 정말 기적이었다.


정신없이 날뛰던 사람들도 갤럭시아이즈의 노래에 하나둘씩 제정신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저지르던 일을 막상 마주하고 나니 황당함과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더군다나 그들의 우상 앞이었으니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한서희는 노래 중간에 외쳤다.


“여러분 당장 콘서트장에서 도망치세요. 이곳은 위험해요.”


사람들은 갤럭시아이즈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상황을 통해 알았다. 무엇보다 괴상한 체험을 하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소녀의 말대로 사람들은 황급히 콘서트장을 떠났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우상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는 열혈 팬들은 떠나지 않고 오히려 그녀들을 지키겠다며 곁에 남겠다고 했다.


“말도 안 돼요! 갤럭시아이즈를 남겨두고 어떻게 우리만 목숨 부지하겠어요.”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함께 죽겠어요.”


“무슨 소리야. 남아서 악의 무리로부터 갤럭시아이즈를 지켜야지.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어.”


“맞아! 나도 남겠어! 내 손으로 갤럭시아이즈를 지키겠어.”


그들의 마음은 기특하나 결코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지켜보던 박상우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검은 여우 여단장 박상우 준장입니다. 여기 팬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먼저 이곳을 벗어나야 갤럭시아이즈도 안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부디 그녀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마시고 지시에 따라주세요. 그녀들의 신변은 대한민국 군대가 책임지고 지키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머뭇거렸다. 그들의 고집도 대단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동쪽 문이 무너지며 외눈박이 거인이 그 음산한 위용을 드러냈다.


분명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데 사이클롭스의 등장에 남은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갈 거란 예상을 엎고 후덕한 사내 한 명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외계인을 향해 뛰어들었다.


“으아아아! 갤럭시아이즈는 내가 지킨다. 덤벼 뚱땡아!”


그리고는 냅다 점프하더니 출렁이는 뱃살로 사이클롭스의 발을 깔아뭉갰다. 그 남자의 행동은 다른 열혈 팬에게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자극이 되었다.


“누구 맘대로? 갤럭시아이즈는 내가 지킨다.”


“아니! 내가 먼저 지키겠다! 어중이떠중이는 뒤로 물러나!”


“먼저 지킨 사람이 임자다. 캬아아악 퉤!”


사람들이 겁도 없이 외계인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들 나름에 외계인에게 타격을 주려고 손짓 발짓을 했다. 다만 커다란 외계인에게는 그 행위가 발밑에서 꼬물거리는 수준이었다. 녀석도 이해 안 되는 상황이었는지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아래를 내려본다.


그들을 가로막을 틈도 없이 일어난 돌발상황에 박상우나 김창렬이나 갤럭시아이즈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더군다나 사이클롭스 외계인이 아래를 내려치기 위해 손에 쥔 커다란 둔기를 치켜올렸다. 저대로 둔기가 바닥을 내려치면 케첩 범벅이 되는 상황이다.


박상우는 황급히 장풍을 사용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늦은 감이 있었다. 이미 둔기가 바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멈출듯한 아찔한 순간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날개 젖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들어서는 수송용 헬기다. 그리고 마하 20의 속도로 날붙이 하나가 외눈박이 거인의 눈을 관통했다.


사이클롭스는 그 자리에서 즉사해 뒤로 넘어졌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하루살이 붙듯 괴물의 다리에 붙어있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우와~ 우리가 갤럭시아이즈를 지켰다.”


“만세! 내가 해냈다.”


“캬아아악 퉤! 송사리는 빠져. 내가 해냈다.”


“외계인 별것 아니네! 다 덤벼 내가 상대해주겠다.”


그들만의 리그를 뒤로하고 괴물을 처치한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에서 세 명의 소년이 강림했다. 사이드X의 그레이트 머스탱과 김철중, 박철수였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Snet 스태프까지 같이 왔다.


그레이트 머스탱의 심기가 불편한지 표정이 좋지 못하다.


“젠장, 이런 연장근무는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데.”


김철중이 어깨를 으쓱이며 맞장구쳤다.


“하, 우리가 언제부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처지가 된 거냐?”


박철수가 그의 물음에 해답을 내렸다.


“저 안경잡이와 엮이면서부터 인생이 꼬인 것 같아. 악연이군. 더군다나 언제까지 이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거야? 아 촌스러!”


근처에 있던 노구식이 뜨끔한지 스태프를 향해 화풀이했다.


“이봐! 음향감독, 촬영감독 뭐 하고 있나? 어서 장비 돌려. 어이 조명감독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조명 판 들어야지! 나 참 일일이 말을 해야 알아듣나? 한심한 것들 같으니.”


메이크업팀이 급히 출연진들의 화장을 손보며 뒤로 빠지자 부 PD가 큐사인을 내려쳤다.


“자! 122번째 신 스타트!”


그런데 큐사인의 의도와는 달리 그레이트 머스탱 일행과 한서희, 유소라의 모처럼의 재회신이 연출되고 있었다.


“서희야, 소라야 너희들의 소식은 잘 듣고 있어. 화끈하게 잘나가더군.”


“그레이트 머스탱, 철중아, 철수야 오랜만이야.”


“호호, 엉뚱한 건 여전하구나.”


“우와! 근데 이 어리버리 아저씨 왜 피떡 된 거야? 저기 근육 바보 아저씨도 와있잖아.”


“좋아, 오늘이야말로 너희들에게 내 스페셜 컬렉션의 힘을 보여줄 때군. 하하하”


무대 위가 시끌벅적하다. 부 PD는 촬영이 의도된 연출에서 벗어나자 황급히 노구식에게 다가가 문제를 의논하려 했다. 그러나 노구식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그의 언급을 저지했다.


“촬영을 멈추지 마! 이대로 리얼하게 필름에 담아.”


그의 눈이 예리하게 무대 위를 향했다. 갤럭시아이즈와 사이드X 어떤 대박의 냄새라도 맡은 것일까? 촬영은 계속됐다.


그런데 후루꾸파 일원이 안 보이는 것은 수송 헬기가 인원초과라 그들을 강원도 양양에 두고 온 것이다. 그들은 자력으로 서울로 향해야 했다.


예상 밖의 훈훈한 전계였지만 박상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외계인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인데 안전불감증 같은 행동이 몹시 마음에 안 든 것이다.


박상우는 마이크를 대고 크게 말했다.


“지금 떠들 시간 없어. 거기 팬분들 그리고 방송국 관계자들 이곳은 극히 위험지역이니 어서 대피하시오. 갤럭시아이즈도 어서 여길 벗어나시오.”


그제야 갤럭시아이즈 멤버들이 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서희가 급히 마이크를 들었다.


“팬 여러분 저희와 같이 대피해요. Snet 직원들도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갤럭시아이즈와 팬들은 대피를 준비했다. 나윤이와 김빛나는 만신창이가 된 김창렬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런데 Snet 직원들은 대피는커녕 촬영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박상우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그들을 향해 화를 냈다.


“이봐 당신들! 안 나가고 뭐 해? 진짜 죽고 싶어?”


버럭버럭 화내는 거한에게 노구식은 겁 없이 대치했다.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본인 할 일에 집중하세요. 우린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세요.”


박상우는 노구식의 도도한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를 갈 뿐이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고집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구식에게는 어떤 말도 안 먹히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젠장, 마음대로 하시오. 외계인에게 유린당해도 날 원망하지 마시오.”


결과적으로는 저 베테랑 전사와의 기 싸움에서 노구식이 승리한 것이다. 대단한 배짱이다.


뒤에서 Snet 스태프들이 수군거린다.


“하~ 내가 무슨 종군기자도 아니고 전쟁터만 다니고 있다니. 저 거한은 좀 기대했는데. 젠장.”


“왠지 불길해 여기가 내 무덤이 되는 걸까? 오늘 화단에 물도 안 주고 왔는데.”


노구식의 의지는 한결같았지만 따라다니는 스태프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눈을 흘기는 노구식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촬영에 몰두했다. 뒤끝이 지독한 그에게 잘 못 찍히면 밥줄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피를 하려던 사람들이 막상 발을 멈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외계인들로 완전히 둘러싸였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와이번과 스펙터 등이 유유히 선회하고 있었고 지상은 사이클롭스와 웜, 기타 중 하급 외계인들로 가득했다.


박상우는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들을 보면서 절규했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라?”


더욱이 전하의 흐름이 다시 혼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이킥 이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제 관련 공지. 19.04.16 18 0 -
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2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9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4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5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