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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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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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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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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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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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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DUMMY

병실에 들어선 그들은 먼저 박상우와 김찰렬을 보더니 넙죽 인사를 했다. 병문안 온 것 처럼 보였다. 분명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


“이야. 너희들이 병문안 온 거야? 감동인걸.”


“창렬 아저씨 다행히 살아계셨네요. 정말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이에요.”


“준태야 모처럼 만났는데 바퀴벌레라니?”


“너희들 외계인 관리를 팽개쳐놓고 여기 있으면 어떡하냐?”


“호호, 상우 아저씨 오자마자 일 얘기에요? 걱정마세요. 어제 그 난리 때문인지 굉장히 잠잠한 상태에요.”


“오호, 그러냐? 희한하군. 슬비가 그리 말하니 맞겠지.”


두 사람에게 볼일을 마친 이슬비는 순진한 얼굴로 병실을 둘러봤다. 상큼하게 웃음 짓는 모습이 얌전한 귀부인 같다. 그녀는 한참 게임에 빠진 김철중에게 곧장 다가서더니 말했다.


“당신이 사이드X의 리더 김철중씨 맞으시죠?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박철수씨, 저기 먼 산 보고 있는 사람은 분명 그레이트 머스탱이겠군요. 호호호. 그런데 화면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네요.”


김철중은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체 말했다.


“맞는데, 어디에 누구요?”


“난 판타지 동호회 네오수쓰의 리더 이슬비라고 합니다. 마침 사이드X분들이 근처에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죠.”


“아, 우리 팬인가? 사인이라면 10분 뒤에 해 줄게 지금 좀 바쁘거든.”


백준태가 김철중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모니터 앞에 섰다.


“우리 리더가 이야기하는데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하다니. 너희는 예의도 없냐?”


모니터에서 ‘유 다이’라는 소리가 울렸다. 김철중과 박철수가 그 소리를 듣더니 망부석이 되었다.


백준태의 행패에 옆에 있던 박시탈이 그의 멱살을 붙들고 모니터 밖으로 밀어냈다.


“이 자식 미쳤나? 형님들 게임 플레이 중이신데 모니터를 가려?”


박시탈의 표정은 한없이 일그러졌다.


“밖에 있는 놈들은 뭐 하는 거야. 이런 잡상인들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데 멱살을 쥐고 있던 박시탈의 손목이 비틀렸다. 엄청난 완력이었다. 박시탈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 새파란 녀석에게 저항 한번 못하고 무력화되다니.


백준태는 그런 박시탈을 내려다보며 우위에 선 실력자처럼 말했다.


“나에게 도전하기에는 아직도 일러. 지상계와 신계의 경계면인 에게해의 아스트랄 지평선을 보고 나서 명함이라도 내밀라고.”


이 황당한 일련의 행위에 박철수가 일어섰다.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이야? 신성한 게임 플레이 시간을 방해하다니.”


문박식이 박철수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네오수쓰’다. 서울지역 상급 외계인 혜성을 관리하는 최강의 초능력자 팀이지. 우린 한라산의 현자님에게 선택받은 용사들이라고. 중, 하급 혜성이나 먹고 다니며 폼 잡는 용병 수준의 너희들과는 사는 차원이 틀리지.”


백준태는 문박식의 일침을 거들고 나섰다.


“그래 우리 네오수쓰 이름만 들어도 트롤 외계인은 벌벌 떨면서 목숨 구걸하지. 이 모든 것이 한라산 현자님의 뜻이야.”


“갑자기 뭐라는 거야? 초능력자? 우리 말고 다른 초능력자가 있는 줄은 몰랐는걸.”


박철수는 별 뜻 없이 말했지만 문박식은 그것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소리로 들렸다. 분노를 느낀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목검에 손이 올라갔다.


이슬비는 급히 백준태를 저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우린 따로 시비 걸려고 온 게 아니에요. 그저 한가지 용무가 있어서 왔어요.”


“용무라니 뭐야?”


얌전할 것만 같은 이슬비가 갑자기 얼굴에 음산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느 쪽이 더 완벽한 초능력자인지 승부를 가리자!”


박철수와 김철중은 난데없는 폭탄 발언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승부를 가리자며 막무가내다. 거기다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난감했다.


이슬비의 폭탄 발언 때문일까? 먼 산만 보던 그레이트 머스탱이 웃었다.


“하하하하하, 라이벌의 등장인가? 세상에 화려한 날개를 펼치는 순간 등장하는 라이벌


구도의 플래그군. 좋아 승부를 가리자! 네오수쓰.”


그레이트 머스탱의 말에 김철중과 박철수가 필 받은 것 같다.


박철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거만하게 웃었다.


“라이벌이라······. 훗 그런 거였어. 재미있어. 분위기도 확실히 잡았겠다. 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하는걸. 용사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난 그저 날뛰고 싶을 뿐이야.”


“그러게 말이야 철수야. 오늘 왠지 내 스페셜 컬렉션도 잔뜩 흥분해있군.”


세상의 정점에 도달하고 그레이트 머스탱은 무료하던 참이었다. 분명 가슴 두근거리는 희열이 필요했다. 그것은 꿈과 낭만과도 연결된 어떤 시나리오의 김장감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자꾸 한라산 현자님이라고 언급한다. 몹시 신경 쓰였다. 정말로 저들은 태생부터가 틀린 용사들일까?


한참 대치 중이던 김철중은 사이드X를 대표해 나섰다.


“좋아, 승부를 가리자! 네오수쓰.”


“그럼 승부는 먼저 탑형 혜성을 돌파해 외계인 두목을 잡는 쪽을 승자로 정하자. 장소는 서울 중심지에 트롤 탑.”


“규칙은?”


음산한 웃음을 유지하던 이슬비가 사악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규칙 따위 없어. 호호호호.”


네오수쓰와 사이드X가 맞붙으며 한편의 각본 없는 스토리를 전개하려는 찰나에 병실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금테 안경을 번뜩이며 말쑥한 양복 차림에 하얀 가운을 걸친 이길조가 서 있었다.


이슬비, 백준태, 문박식이 이길조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이슬비는 정갈한 목소리로 이길조에게 말했다.


“한라산의 현자님이 이 누추한 곳에 어쩐 일입니까? 혹, 불온한 움직임이라도 나타난 것입니까?”


그 말에 백준태와 문박식이 상기된 표정으로 이길조를 바라본다.


이길조는 그들의 앞에서 판타지에 나오는 현자라도 되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발산하며 말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너희들의 활약상은 익히 들었다. 덕분에 이 세계의 백성들이 평화를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머지않아 신의 계시가 떨어질 것이다. 잘해주고 있다.”


분명 여기하고 있었다. 그의 팔목 부분을 보니 닭살이 선명하게 돋아나 있었다. 그가 쉽사리 적응할 수 없는 연기였다.


이슬비, 백준태, 문박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길조는 해맑은 그들의 두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불편한지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헛흠, 오늘 이곳에 온 것은 관리시스템의 메인터넌스를 위해 김찰렬을 데리러 온 것뿐이다. 그러니 너희들 볼일······.”


말이 끝나기 전에 베개가 하나 날아들어 이길조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것은 그레이트 머스탱이 던진 것이었다.


“네오수쓰 실망이다. 인간의 탈을 쓴 이무기 같은 놈을 현자라고 부르다니.”


그레이트 머스탱의 행동은 네오수쓰 일원들이 상상할 수 없는 불경한 행동이었다. 이슬비는 벌떡 일어나 화를 냈다.


“그레이트 머스탱 무슨 짓이냐? 이분은 신의 사명을 가지고 수천 년을 살아오신 지고의 존재이시다. 당장 잘못을 빌어라!”


“정말 구제 불능 들이군. 저런 비열한 인간을······. 지고의 존재라고? 웃기지 마!”


그레이트 머스탱은 자신의 상의를 열어 가슴팍을 내보였다. 솔직히 가슴은 멀쩡했다. 그러나 그것을 본 네오수쓰 인원은 안색이 굳어졌다. 이슬비는 고개까지 돌리고 말았다.


“맙소사······. 어떻게 저런······.”


“심하군.”


그레이트 머스탱이 아픈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듯 괴로워하며 말했다.


“보이냐? 흉하기 그지없는 마음의 흉터가? 저 이무기 같은 녀석에게 끝없이 농락당하고 남은 흉이다.”


그러나 그레이트 머스탱의 말에 이슬비는 실소하며 말했다.


“힘을 얻기 위해 그 정도 흉은 당연한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오히려 그런 나약한 정신력으로 용사 행세를 하고 있었다니. 실망스럽군. 그레이트 머스탱.”


자신의 편을 드는 이슬비에 힘을 얻었는지 이길조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슬비야 말 한번 잘했느니라. 힘을 얻기 위해 그 정도 각오도 하지 않았다면 네 녀석이 어리석은 것이다.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느냐?”


“닥쳐! 당신은 말할 자격 없어. 네오수쓰 너희들의 잘못된 사상을 오늘 확실히 바로잡아 주겠다. 승부다!”


“바라던 바다!”


사이드X와 네오수쓰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병실을 나섰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아늑한 침묵이 찾아왔다.


병상에 누워있던 김창렬이 이길조에게 말했다.


“길조 형님이 병문안도 다 오고 어쩐 일입니까? 왠지 감동인데요.”


이길조는 겉치레 같은 말도 없이 본론부터 꺼냈다.


“두 사람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어제 일 말이야. 보고 받기로 꽤 특이한 현상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자세히 좀 말해봐.”


병실에 남은 세 사람은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소용돌이 구름, 붉은 빛, 정신 공격 등등 김찰렬과 박상우는 자신들이 겪은 당시의 상황을 이길조에게 말했다.


이길조는 그 이야기를 듣고 힘겨운지 손을 떨면서 안경을 고쳐 썼다.


“정말 그랬다면 그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군.”


이길조는 알기 싫어도 짐작할 수 있었다. 소용돌이 구름을 통해 그런 특정 그룹을 목표로 에너지가 방출되었다고 하면 확실히 그것은 웜홀일 것이다. 그리고 떠올리기 싫어도 떠오르는 실마리, 어둠의 존재.


미국에서 더스트 엘더와 그 일당을 만난 것이 생각났다. 그는 51구역을 방문해 그노시스 성인이 남겼다는 예언의 벽화를 봤다. 어둠의 존재가 네오 행성을 파괴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그 그림에 소용돌이 구름도 있었다.


그리고 유리관 속에 잠들어있는 그노시스 성인을 보고 김태훈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현실이었다.


‘바보같은 녀석.’


어둠의 존재는 이미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와있었다.


그러고 보면 고블린 왕을 Zcom에 산 채로 동결시켜 뒀다. 혜성 안에서 발견된 차원 문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이때까지 상황을 조합해보면 차원 문 넘어 또 다른 세상은 어둠의 존재가 있는 구상성단의 일부라는 사실에 도달했다. 더욱이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그린 행성이었다.


만일 그런 행성 하나를 점령해 땅을 팔면 어떨까? 글로벌 다목적 기업은 물론이고 부호들이 앞다투어 매입할 것이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돈이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것이고 자신의 연구는 끝없이 진화할 것이다.


또 다른 생각을 해보면 국가 건국을 선포하고 국력을 키워 우주 전쟁까지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길조에게 그런 자질구레한 야망 따위는 없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어둠의 존재를 생포하여 모르모트화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공간의 비밀이 풀릴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길조가 이토록 시공간에 얽매인 이유는 우주 전함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도 워프 기능이 달린 우주 전함. 왜냐면 인류 진화의 최종 종착지가 그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능력으로 육체적인 진화는 이루었고 이제는 문명의 진화를 이룰 때였다.


분명 차원 문을 발견했지만, 왠지 너무 싱거웠다. 사나이라면 우주 전함을 타고 우주 곳곳을 워프하며 여행하는 게 꿈이 아니겠는가? 생각만으로도 자릿할 것이다.


이길조는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일 때였다.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우주 해적이 되겠다던 이길조를 반 아이들이 정신병자라고 놀렸다. 그래서 늘 복수를 꿈꿔왔다.


‘그날이 머지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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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4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6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8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4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0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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