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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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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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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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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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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사회로

DUMMY

청와대의 한 회의실에 대통령 하만칠과 합참의장 유만수를 비롯해 다수의 인물이 회의석에 앉아 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회의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이길조였다.


이길조는 덤덤하게 빈자리에 착석했다. 그러자 유만수는 기다렸다는 듯 이길조를 향해 말싸움을 시작했다.


“이보시게 이길조 장관 도데체 Zcom은 무엇을 하는 거요? 국방 예산을 그렇게 잡아먹고도 애들 장난감 같은 무기 몇 점 내놓으면 다 되는 줄 아시오? 덕분에 외계인의 기습에 대한민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잖소.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거요?”


유만수는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실책을 이길조에게 덮어씌우려는 속셈이었다. 더 깊은 속내에는 밥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현재 무리하게 은행 빚을 내서 서울에 땅 투기를 한 상태였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땅값이 떨어지자 기회다 싶어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군 최고 지휘자였으니 외계인을 때려잡을 때마다 땅값은 저절로 오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따져보면 유만수는 수도 방어에 실패했고 땅값은 더 떨어지고 말았다.


이길조가 조용히 앉아 있자 자신의 말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유만수는 더 소리를 높였다.


“이보시오! 처음에 그 거만하던 태도는 어디 간 것이요? 당신이 훌륭한 초능력자를 더 양성했다면 나라가 이리 망가지는 것을 막았을 것 아니요?”


이길조는 대답하기 전에 주위를 살폈다. 먼저 그는 자신을 구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다행히 없었다. 그다음으로 피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봤다. 다행히 없었다.

그제야 이길조는 거만한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유만수 장군은 제가 그동안 업무 태만이라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까? Zcom은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인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했다는데 왜 겨우 네오수쓰인지 뭔지 세 사람 보내놓고 손 놓고 있는 거요?”


거침없이 이길조를 몰아붙이는 유만수였다. 그런데 자신의 페이스에 말려들기는커녕 여전히 깔보는 듯한 미소만 내밀고 있다. 어쩐지 얄미워 보였다.


“유만수 장군, 초능력자를 양성 안 하는 게 아니라 인재가 없는 겁니다. 그동안 Zcom은 3만 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재능을 갖춘 사람이 흔한 줄 아십니까?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장난감이라 했습니까? 그 장난감이라도 없었으면 서울의 40퍼센트를 지키지도 못했을 거고 군인들을 번듯한 무기도 없이 사지로 몰아넣는 꼴이 아니었습니까?”


이길조는 이미 오는 길에 대략적인 상황을 보고 받았다. Zcom에서 개발한 록밤과 발락, 아크 투스가 올린 현격한 전과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길조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충분한 반격 요지도 숙지하고 있었다. 바로 미확인 상급 외계인의 출현이었다.


이길조는 자신을 공격하는 유만수를 향해 거침없이 일격을 날렸다.


“유만수 장군이야말로 국토 수호에 태만한 게 아닙니까? 상급 외계인의 출현지도 확인 못 하고 멍하게 있다가 국가의 귀중한 전력을 상실한 것은 본인 책임이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사진 몇 장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


사진에는 세계의 거대한 탑형 혜성이 삼각대 위치로 모여 있었다.


유만수는 손을 벌벌 떨면서 말했다.


“이 사진이 어쨌단 말이요? 국내에 탑형 혜성은 서울에 떨어진 것 말고는 없소.”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사진을 돌려 보면서 서로의 눈치를 봤다.


이길조는 거만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것은 속리산 국립공원과 문경시 사이에 있는 탑형 혜성입니다. 군은 뭐 하고 있었습니까? 탑형 혜성이 그것도 셋이나 버젓이 국토의 중심에 있는데 탐색과 정찰은 발로했습니까?”


유만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핀치였다.


“그, 그럴 리가 없소이다. 이건 모함이요! 어디서 거짓 정보를 가지고 와서 빠져나가려는 심상인데 장난은 그만두시오.”


이길조는 회심의 미소를 올렸다. 유만수가 최후의 일격이 준비된 논리의 중심에 걸려든 것이다.


“장난이라뇨. 이건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받은 전략 위성 사진입니다. 100프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길조의 일격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유만수가 이길조를 핀치에 몰아넣으면 다른 장관들도 눈치를 보다 덩달아 협공에 나서려고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은 상태였다. 그래야 자신들도 피해 없이 사건을 덮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길조는 무능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대통령 하만칠이 나섰다. 이럴 때는 성인이라도 된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다.


“제가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은 것은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대책 수립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과 같은 국가적 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논하려 했는데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니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그의 무게 있는 한방이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하만칠은 분위기가 정리되자마자 말했다.


“내 생각에는 군대를 보강하는 것보다 먼저 초능력자를 더 확보하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국가대 국가라면 분명 군대가 필요하겠지만 지구 전체가 외계인의 침공을 막는데 급급한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은 중요치 않아 보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맹활약한 초능력자를 보더라도 모든 면에서 그 전력이 군대를 압도했다고 생각됩니다만, 이길조군 초능력자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만한 방법이 없는가?”


한참을 일장 연설하더니 결국 이길조에게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현명한 판단이다. 최소한 여기 모인 사람 중에는 이길조가 가장 유능할 것이다.


이길조는 생각했다.


‘훗, 그럼 그렇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회의실을 배회하며 자기 생각을 말했다.


“Zcom은 다방면으로 초능력자 후보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재능있는 사람을 찾는 것을 제쳐 두더라도 나라에 귀속되어 매일 같이 외계인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초능력자의 운명이 사람들을 선 듯 나서지 못하게 합니다. 별다른 대가도 없이 기계처럼 싸우기만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어쩐지 그 말은 이길조 답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머리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하만칠은 이길조에게 재촉했다.


“그래서 길조군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건가? 어서 말해보게.”


이길조는 잠깐 분위기를 타는 듯하다 내뱉었다.


“초능력의 산업화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이길조는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자신보다 하등 한 인간들을 보며 즐겼던 것이다.


이길조는 초능력의 산업화에 관해 다양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것은 위대한 설계였다.

일단 초능력자를 무작정 국가전력에 귀속시키는 것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프리랜서 초능력자가 때려잡은 외계인 사채를 Zcom에서 사들여 병기나 각종 생필품으로 만들어 시중에 재판매한다. 그렇게 하면 기본적인 경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물론 초능력자의 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언론의 집중 조명을 통해 초능력자에게 부와 명예를 실어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화였다. Zcom이 연구 개발한 기술을 공개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술 공개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유만수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Zcom의 기술력을 공개하다가 적국에 악용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더군다나 초능력 발현 기술이라도 넘어가면 곤란하지 않은가?”


이길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핵심 기술은 Zcom이 보호할 것입니다. 특히 초능력 발현 기술은 Zcom의 관리하에 둘 것입니다. 대중화 범위는 어디까지나 지방별로 장치를 보급해 자유롭게 운용하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초능력자의 관리를 위해 민영 단체를 승인하고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이길조의 설명을 들은 하만칠은 박수치며 말했다.


“부와 명예라! 그것만큼 확실한 게 없겠군. 그렇게 한다면 외계인의 씨가 마르는 것은 시간문제겠어. 하하하 길조군. 역시 자네뿐이야.”


이길조는 장관들에게 초능력의 산업화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회의실을 빠져나와 급히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영감님들 상대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인류 진화와 시공간의 미스터리를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고받은 것 중에 굉장히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바로 소용돌이 구름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이길조의 지시를 받은 Zcom의 연구원들이 측정 장비를 가동하며 현장 조사 중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이길조를 보고 수석연구원이 다가왔다.


“장관님 측정 데이터입니다. 적외선부터 스펙트럼까지 할 수 있는 조사는 다 해봤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챠트를 받아들고 페이지를 넘기던 이길조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엇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이길조는 챠트를 수석연구원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연구원들 철수 시켜. 아, 그리고 초능력자들이 지금 어느 병원에 있다고 했지?”


“네, 국군통합병원이라고 합니다.”


국군통합병원 1번 병실에 다섯 명의 초능력자가 편히 쉬고 있었다.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국가의 명운을 지켜준 사람에게 건강검진이라는 국가 차원의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었다. 김창렬은 상태가 안 좋았는지 누워서 영양제를 맞고 있었다.


병문안 와있는 박시탈이 TV를 만지작거리다 김철중과 박철수를 향해 말했다.


“형님들 게임기 연결 완료했습니다.”


“랜선은 꽂았어?”


“당연하죠. 형님!”


그런데 박시탈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것을 본 박철수가 물었다.


“시탈아 왜 우냐? 흉하게끔.”


“죄송합니다. 형님. 가장 화려한 순간에 형님들 곁을 지키지 못한 게 너무 슬퍼서요.”


그 말을 듣고는 김철중이 실소하면서 말했다.


“자식! 비키기나 해 모니터 안 보이잖아.”


“어이쿠 죄송합니다. 철중 형님.”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한 두 사람과 달리 그레이트 머스탱은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최근 어떤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 거기에 힘까지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너무 일찍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한마디로 무료했다. 그에 남은 것이라곤 한서희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혼은 인생의 끝. 이른 나이에 잡혀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약해빠진 외계인들 학살하는 것도 지겹군. 마약이라도 한번 빨아볼까? 크크크.’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뜸에 김철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그레이트 머스탱 게임 안 하냐? 네 차례라고.”


“미안, 오늘은 왠지 저 푸른 하늘과 산 능선을 바라보고 싶군. 내 차례는 네게 맡기마.”


“자식! 완전 닭살 돋는데.”


게임 플레이 소리가 병실을 적막하게 울렸다. 곧이어 안경잡이 세 남녀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학소녀의 이미지를 풍기는 이슬비와 모범생인듯한 백준태, 왜소한 멀대 문박식이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병실 내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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