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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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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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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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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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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시대

DUMMY

몇 분간 비난과 말다툼으로 국회의사당이 소란스럽다. 그러나 이길조는 처연했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먼 곳을 응시하며 얍삽한 미소를 지었다.


이길조가 마이크를 비틀어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 냈다. 귀를 매섭게 자극하는 소리에 소음의 진원지로 이목이 쏠렸다.


“여러분은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 되는군요. 잘 생각해보십시오. 약하고 힘이 없으니 국가에서 힘을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초능력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면 초능력을 발현했을 때 외계인에게 죽임당할 일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오히려 외계인을 쓰러트리죠.”


갑자기 장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그 틈을 타서 이길조의 연설은 정적을 타고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생존확률은 비약적으로 오르며 또 초능력을 발현한 아이들 덕에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르겠습니까? 언제까지 품 안에만 감싸고 돌 것입니까? 정말 아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주고 싶다면 초능력을 줘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쩐지 일리 있는 말이었다. 몇몇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까지 하고 있었다. 마치 허를 찔린 듯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길조가 출입문 쪽을 향해 수신호를 하자 대형 모니터에 외계인에 관한 자료가 올라간다. 현재 대한민국에 나타난 외계인의 종류와 특성이 상세하게 나열돼있었다. 각 지역을 방어하는 군대가 필사적으로 모은 정보였다.


이길조는 외계인에 관해 설명하면서 현 실상을 전했다.


“가장 약체로 확인된 고블린 외계인마저 인간보다 월등한 근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은 더 이상 최상위 포식자가 아닙니다. 먹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먹겠는가? 아직도 품 안에 여러분들의 자녀를 품고 있으시다면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지금도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죽거나 실종되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입니다. 그래도 외계인의 먹이로 남겨 둘 것입니까?”


청중들이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거의 이길조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다. 권기욱 밑에서 온갖 아양을 떨면서 입담을 까던 것이 결실을 보는 것 같다.


분위기가 마무리에 가까운 것 같다. 금테안경을 들썩이더니 이길조는 최후의 설계도면을 펼쳤다.


“분명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는 여러분의 결정을 돕기 위해 앞으로 한 달간 2019년 12월 7일까지 초능력 발현에 지원하는 소년, 소녀에게는 국립대 수시전형으로 수석 입학할 수 있는 특전과 2학년 동안 장학금 전액 지원을 약속합니다.”


청중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반응은 뜨거웠다. 천재지변이 닥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끝없이 불타고 있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미 그들만의 눈치 게임이 시작되었다. 누가 볼세라 스마트폰을 든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전화를 들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이길조는 얍삽한 술수를 썼다. 정부가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재원이다. 그깟 대학 수시전형 수석 입학이야 어떻게 되든 좋았다. 충분한 재원이 몰려 국가수호에 필요한 초능력자만 양산하면 되는 것이다.


국회의사당에서 특별히 열린 재난대책 회의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대 외계인 특수 전담 조직의 출범은 사람들로부터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이번 침공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은 제주도 지역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바로 한라산 국가기밀연구소의 전력화였다. 연구소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외계인 연구는 기본이고 초능력자를 양성하는 병참기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반격의 서막이었다.


더 이상 한라산 국가기밀연구소라 하지 않는다. 공식 명칭은 Zcom이었다.


바야흐로 이길조 전성시대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Zcom의 공식 수장으로서 임명됨은 물론이고 권력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그의 수석보좌관으로 보직 이동한 김창렬의 위세도 대단했다.


김창렬이 이길조의 직무실로 들어왔다.


“형님 내나라당 4선 의원인가 뭔지 또 와있는대요. 간단히 점심 식사라도 하고 싶다고 하네요.”


“창렬아 최근 서울에서 운반해온 트롤형 외계인 해부는 어떻게 됐냐?”


“형님, 최근 연구인력이 부족합니다. 여기저기서 외계인 사체가 들어와 검수하는 것도 간신히 하고 있어요. 그 트롤형 외계인 연구는 이주 후에나 가능해요.”


“창렬아, 인력이 모자라다니? 그럼 가서 과학자를 납치라도 해. 그게 네 일이야. 책임은 대통령이 질거니 걱정 말고.”


“납치요?”


“그래, 다 세계평화를 위한 길이야. 납치당해도 인류를 위한 것이니 기쁘게 일할 거야.”


“아, 알겠어요. 아 참, 그리고 강원도에서 조류형 외계인이 포획돼서 보내졌어요. 또 고블린형 외계인을 연구하고 있는 랩에서 뭔가 발견했다고 하네요.”


“그거 재미있군. 앞장서 창렬아.”


4선 의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 국회의원은 세금만 축내는 밥통 취급이었다. 당연할 것이다. 말빨로 외계인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길조에게 줄을 대기 위해 밤새도록 기다리다 그냥 돌아갔을 것이다.


재난의 시대가 흐르는 한편으로 굉장히 핫한 영상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사이드X와 관련된 영상이었다. 바로 외계인의 침략 루트를 공략하는 영상이었다.


외계인에게 이런저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 보는 것만으로 속이 후련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민간인이 떡 주무르듯 외계인을 요리하는 모습이 세상의 희망 같았다. 한마디로 영웅이었다.


오늘도 사이드X의 멤버는 한 중형 혜성 앞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Zcom에서 사이드X로 복귀한 그레이트 머스탱의 모습도 보인다.


한참 몸을 푸는 그들의 뒤로 환호의 소리가 들렸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소란스러워 뒤를 돌아보니 소녀팬들이 꽥꽥 소리를 질렀다.


“갸아아악! 그레이트 머스탱!”


“그레이트 머스탱이 날 봐줬어!”


“아냐 날 봐줬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흑흑.”


하지만 정작 소녀들의 환호를 받아도 그레이트 머스탱은 별 반응 없는 표정을 짓고 차갑게 얼굴을 돌렸다. 물론 겉만 그랬다. 속으로는 내심 흐뭇했을 것이다. 이제야 그의 쿨가이 전략이 먹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이드X의 세 명을 중심으로 시커먼 사내들이 쫙 깔려있다. 얼마 전 사이드X의 머슴으로 전락한 후루꾸파였다.


두 명이 레드 카펫을 중형 혜성의 입구 방향으로 쭉 펼친다.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는 듯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있다.


몇몇은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큼직한 수면 의자를 힘겹게 가지고 오더니 그레이트 머스탱, 김철중, 박철수 뒤에 앉기 좋게 배치한다. 세 명은 익숙한 듯 안락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말도 하지 않았는데 뒤에 대기하고 있던 후루꾸파 똘마니가 화려하게 손을 놀리면서 안마를 시작했다.


김철중이 열대지방에서 공수해온 자연산 코코넛을 받아들고 쭉 빨아들이더니 말했다.


“시탈아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냐?”


박시탈은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더니 말했다.


“네 철중 형님, 오늘 일정은 오전 10시에서 11시까지 울산 간절곶 인근 중형 혜성 앞에서 마사지와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11시 30분까지 레드 카펫을 밟으며 혜성 입구로 진입, 11시 30분에서 12시까지 외계인 두목을 생포하는 것입니다.”


“그래 알았다.”


한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그레이트 머스탱이 박시탈을 불렀다.


“야 박시탈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았길래 이렇게 키가 작게 나오는 거야? 내가 항상 키 좀 늘리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그레이트 머스탱 형님 쓸만한 영상 편집자를 아직 못 찾아서 말입니다.”


“아놔, 빨리 찾아!”


“네 알겠습니다. 형님.”


옆에서 한참 마사지를 받던 박철수가 슬그머니 일어서며 말했다.


“시간 됐어. 시작하자고.”


세 소년이 널찍한 레드 카펫을 밟으며 혜성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는 소녀들의 환호가 연신 들려온다. 저 정도면 어깨가 으쓱 해질만하다. 그러나 앞쪽에서는 보는 것만으로 살벌한 늑대인간형 외계인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역시 제일 먼저 나서는 것은 박철수의 분신이었다. 늑대인간 무리에 뛰어들어 이리저리 날뛰며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산시켰다.


물론 늑대인간 외계인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초능력자들 앞이라 몹시 약해 보이지만 실제로 발길질 한 번이면 성인 남성 열 명은 갈가리 찢어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거기에 날렵하기까지, 저 정도면 소대 규모와 맞짱 떠도 충분히 이길 것 같다.


다음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들 순으로 그레이트 머스탱이 뛰어들었다. 마치 아찔하면서도 박력 있게 늑대인간의 옆을 스쳐 지나며 도박적이고 화려한 불꽃 쇼를 연출한다. 막강한 폭발이 괴물의 극소부위에서 격렬히 일어났다.


그레이트 머스탱의 공격은 당연히 원거리다. 저렇게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순전히 연출이자 쇼였다. 덕분에 요즘 사람들이 그를 홍련의 마도사라고 칭했다.


마지막으로 김철중의 한 마리의 학처럼 우아하게 철가방의 입구를 빼 들었다. 드디어 그가 자랑하던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주 유명한 매카닉물 만화에 나오는 화려한 로봇 프라모델이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며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방위로 날아다니며 지원과 공격 그리고 방어를 소화했다.


김철중의 집은 부자였다. 누군가 이 컬렉션을 봤다면 감탄을 연발할 것이다.


“하하하하, 나의 스페셜 컬렉션이 전장을 누비는 모습 실로 듬직하구나.”


그들이 한참 전투를 치르는 동안 후루꾸파 똘만이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담았다. 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한 똘마니가 더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외계인들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 그곳에서 활약 중인 그레이트 머스탱을 근접 촬영해 점수 좀 따려는 심상이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것. 스마트폰을 들고 폼 잡으면서 뒷걸음질하다 쓰러져있던 외계인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외계인이 엎어져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을 보고 놓칠 리가 없다.


침을 질질 흘리며 외계인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길쭉한 입을 쩍 벌리며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양아치가 기겁하며 죽음을 예상한 순간 맹렬한 불꽃이 달려들던 그 한 마리를 집어삼켰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쿨하게 쓰러진 양아치에게 소리쳤다.


“야이 멍청아, 어서 뛰어!”


쓰러졌던 양아치에게는 상당히 치욕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극적인 드라마 같은 이 장면을 다른 양아치가 스마트폰에 담는다. 자고로 기회는 기다린 자에게 오는 것이었다.


사이드X가 혜성을 격파하기 시작한 것은 며칠 전 일이었다. 모처럼 한서희 유소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다름 아닌 공연장 확보를 위해 외계인 청소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활약한 모습을 박시탈이 기록으로 남겨 마이튜브에 올렸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그레이트 머스탱이나 다른 두 명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박이 나도 이미 물질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 없었다. 소녀들의 팬레터를 받기 전에는 그랬다.


아무리 물질이 풍족해도 신금을 울리는 소녀들의 마음을 어떻게 돈 주고 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심이 잔뜩 들어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 영상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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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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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제 관련 공지. 19.04.16 18 0 -
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9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4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 여명의 시대 19.01.27 35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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