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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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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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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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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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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네오

DUMMY

젊은 더스트 엘더는 니노가 자신을 데려다 놓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혹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기대는 달랐다. 그래도 일부는 그 기대에 부흥했다.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야. 그렇다고 이렇게 망가질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당신은 외계인이잖아요. 미안해요.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됐어요.”


그의 투정에 니노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더스트 엘더에게 호소했다.


“지구는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안식처와 같아. 이 소중한 곳에서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에게만 말해줄 게 왜 내가 지구에 오게 되었는지. 이것으로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이슬이 터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쭉 써 내려갔다.


우주세기 46억 년 전 우주의 중심에는 가장 찬란한 구상 성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의 중심에는 거대한 태양이 세 개나 공전하고 있는 태양계가 존재했고 그 주위를 도는 무지개빛을 발하는 행성 네오가 있었다. 바로 니노의 고향이었다.


그곳은 극도로 발달 된 과학 문명이 존재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중력과 반중력을 다루었고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네오에서의 삶은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다. 또 무엇이든 자아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심지어 수명까지도 영생이나 다름없었다. 모자란 것은 오르지 진리뿐이었다. 그런 풍요로움과 평화가 평생 이어질 것만 같았다.


니노가 19살이 되던 해 중앙 수도원에서 나와 모처럼 부모님을 만나러 나서는 날이었다. 아름다운 별이 한낯의 하늘에 유독 반짝이는 날이었다. 그런데 하늘을 가르며 몇 개의 붉은 혜성이 떨어졌다. 그것은 평온한 나날이 산산이 부서지는 신호탄이었다.


붉은 혜성이 떨어지면서 네오의 각 지역이 붕괴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혜성이라 여겼지만 그노시스 성인이 고안한 방위체계를 뚫고 혜성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그 정체는 이름도 모르는 외계 종족이었다. 온통 검은색에 쌓여 색도 가지지 못한 괴이한 존재들이었다. 마치 지구에 외계인들이 침략한 방식으로 행성 네오를 침략한 것이다.


그노시스 성인들은 그 외계 존재를 데우스라 불렀다. 그런데 첨단 기술로도 데우스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더 이상한 것은 그것의 이능력이었다. 그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노시스 성인이 자랑하던 반물질 플라즈마 요격 탄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시공간마저 비틀어버리는 데우스의 능력이었다. 즉 그것들로부터 도망치기란 불가능했다.


그노시스 성인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행성 네오를 버렸다. 방위 사령부가 필사의 희생으로 데우스를 저지하며 남은 시민들을 행성 밖으로 내보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노시스 성인의 명맥만은 유지하겠다는 결단이었다.


방위 사령부에는 니노의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니노를 탈출 캡슐에 실었다.

그노시스 성인의 영생을 생각한다면 아직 어렸던 니노는 캠슐에서 부모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같이 가요. 저 혼자는 가기 싫어요.”


“니노, 이제부터 혼자 일어서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약하게 굴지 마라! 난 널 그렇게 키운적 없다.”


“아가, 널 혼자 보내는 우리를 마음속에 묻어두렴.”


“싫어요. 같이 가요!”


니노의 간절함과 달리 캡슐문이 닫히고 부모의 손에 떠밀려 행성 밖으로 보내졌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이 남겨준 데이터뱅크를 품에 안은 체 강제 동결되는 것이었다.


지구 세기로 예수가 서거하며 새 시대가 열리던 날이었다. AD 0년 하늘에서 푸른 별똥별이 떨어졌다.


니노가 동결에서 깨어난 시기는 1969년 붉은 10월이었다. 예수의 행적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유다 복음서에에 희미하게 남은 기록에 의하면 푸른 별똥별이 떨어지며 예수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전해진다. 몇몇 괴짜 과학자들이 기록을 추적해 이 별똥별의 행방을 찾은 것이다.


유다 복음서에도 별똥별의 방향을 서술하고 있었다. 북쪽 하늘에서 나타나 유독 반짝이는 긴꼬리를 달며 남쪽으로 떨어지더라.


유성이 반짝이는 긴꼬리를 달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괴짜 과학자들은 찾으면서도 별 기대 없었다. 그저 연구 자금이 조금 남아돌아 남극을 조사한 것이 다였다.


남극에는 아주 오래된 원시 호수가 세상과 단절된 채 존재하고 있었다. 그 원시 호수를 조사하기 위한 팀이 남극에 상주하고 있었는데 이때 별똥별 팀이 합류해 조사에 박차가 이루어졌다.


두꺼운 어름 벽을 수직으로 뚫으며 탐사로봇이 움직였다. 마지막 도달점에서 30분간 스스로 살균한 후 남은 빙판을 뚫고 원시 호수로 들어갔다.


탐사는 순조로웠다. 다만 거기서 마주친 것이 니노의 동결 캡슐이었다. 과학자들은 경악했다. 육안으로도 지구상의 물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형태였다. 만일 별똥별을 조사하던 팀이 없었더라면 지구의 역사가 다시 쓰일뻔한 대 사건이었다.


이것이 니노와 지구인의 첫 대면이었다. 이 소식은 탐사를 주도했던 NASA 직원에 의해 본국에 전해졌고 이후 51구역이 직접 움직였다.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 크레이지 하운드의 삼엄한 경계 속에 니노의 동결 캡슐은 51구역으로 옮겨졌다. 연구비의 태반이 미국에서 나오는 관계로 과학자들은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도 함구해야 했다.


물론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당연할 것이다. 지구의 권력 구도를 송두리째 뒤바뀌게 할만한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51구역에 거의 잡혀 살다시피하는 천재들에 의해 동결 캡슐의 문이 열렸고 2000여 년 만에 니노가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뭐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동결 캡슐의 인공지능이 안전하다는 판단하에 니노를 깨운 것이었다.


깨어나자마자 니노가 한 말이 있었다.


“엄마, 아빠.”


물론 한글로 번역해 적었지만, 그노시스 성인의 언어로 말했다.


동결 캡슐의 영향으로 니노의 모습은 19세 당시의 모습 거의 그대로였다.


첫 외계인과의 대면으로 51구역은 굉장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은 보호 관찰 속의 외계인과 대화하기 위해 분주히 신문을 이어갔다. 그들에게도 이런 상황이 예상 밖의 일이었기에 내부적으로 굉장한 다툼과 파벌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의 국가 차원의 당파싸움에 가까웠다.


니노 또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낯선 환경에서 원시적인 시설에 갇혀 귀찮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생김새가 비슷하고 어느 정도의 문명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도가 되었다.


그노시스 성인은 기나긴 진화를 통해 언어적 능력이 탁월하게 좋았다. 지구의 대표언어 영어를 습득하는데 삼일이면 충분했다.


니노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지구인들을 향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지구인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네오 행성에서 온 그노시스 성인 니노라고 합니다.”


심문을 하던 과학자들은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어떻게 외계에서 온 소녀와 의사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던 차였다.


지구인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역사 범위가 우주로 확장되는 대단한 날이었고 그노시스 성인에게는 살아갈 터전을 얻을 수 있는 기사회생의 순간이었다.


말이 통하게 되자 일단 서로가 적이 아님을 표현했다. 또 니노의 뛰어난 화술로 51구역의 사람들을 구워삶기는 정말 쉬웠다. 거기에 그녀가 가지고 온 데이터 뱅크는 그노시스 성인이 쌓아 올린 모든 지식과 지혜가 담겨있는 결정판이었다. 과학자나 국가기관이라면 침을 질질 흘릴 만한 물건이었다.


당연할 것이다. 지구 문명을 아득히 초월한 외계문명의 기술이 담겨있다. 그중에 하나만이라도 얻는다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벨런스 붕괴의 힘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니노는 그것을 이용해 지구에서 삶의 터전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즉 그노시스 성인의 지식을 나누어 주는 대가였다.


하지만 니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지구에 미칠 영향을 말이다. 그래서 다 들어내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그들에게 평화적인 기술을 전수할 참이었다.


물론 그 데이터 뱅크를 통해 지구를 접수할 수도 있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니노에게는 정말 불필요한 마찰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51구역의 수장이 되었고 많은 과학자를 거느리며 지구의 삶에 녹아들었다.


그렇다고 니노가 겪었던 네오의 참혹한 종말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짐작하고 있었다. 언젠가 형체도 색도 얻지 못한 어둠의 존재가 머지않아 지구를 덮칠 것이란 것을.

한 외계인 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젊은 더스트 엘더는 충격에 손이 덜덜 떨렸다. 힘겹게 떨리는 손으로 아메리카노 잔을 들어 목을 적시고는 말했다.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네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는 거죠?”


“내 과거는 굉장한 수위의 기밀 사항이야. 아는 사람들도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뿐이지.”


더스트 엘더의 표정을 보니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네요.”


“더스트, 난 머지않아 동면에 들어갈 거야. 동결 캡슐의 영향으로 일찍 그리고 깊게 한동안 깨어나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나의 뒤를 이어갈 후계자가 필요해. 너도 내 이야기를 들어서 알잖아. 어둠의 존재를 말이야. 부모님과 네오를 잃은 것처럼 지구를 잃고 싶지 않아. 분명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그것들은 반드시 찾아올 거야.”


니노는 아메리카노를 음미하고는 더스트 엘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더스트, 부탁이야. 지구를 지켜줘.”


더스트 엘더는 황당했다. 자신을 방황하게 만든 원인이 갑자기 지구를 지켜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 나죠?”


더스트 엘더의 물음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묻고 있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의지였다. 어떻게 본다면 니노의 말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었다.


“너라면 나의 의지를 진지하게 이어나갈 거라 믿어. 너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야. 단순한 감정을 넘은 진심이란 것을 알아.”


니노의 말은 더스트 엘더의 마음을 꿰뚫고 말았다. 분명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진심이었고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제2의 고향인 지구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원수를 갚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동면에 들어간 니노를 대신에 더스트 엘더가 51구역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니노의 선택은 옳았다. 더스트 엘더는 그녀의 조언대로 충실히 준비했다.


그러나 세월은 그의 열정을 갉아먹고 있었다. 유리관에는 늙어서 쭈글쭈글해진 눈매가 비친다. 그의 나이 76세 기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노인인 것이다. 그나마 동면에 빠져든 니노를 보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더스트 엘더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지로 용지를 확인한다. 정확히는 병원 진단서 같았다. 종이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간암 3기-


노인은 글성이는 눈으로 니노를 보면서 말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환하게 웃는 네가 보고 싶었다. 미안! 더 이상 너의 의지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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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트롤의 왕 19.04.13 12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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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 행성 네오 19.02.23 36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4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5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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