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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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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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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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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와 번뇌의 사이

DUMMY

2019년 11월 17일 오전 8시경 외계인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강원도 양양지역에 분주히 움직이는 Snet 직원들이 있다. 어쩐지 그레이트 머스탱 일행과 똘마니들의 모습도 보인다. 결국에는 노구식의 의도대로 사이드X가 움직인 것 같다.


그래이트 머스탱이 노구식의 앞에서 노발대발 화내고 있다. 꾀나 이상한 차림을 한 채로 말이다.


“아저씨, 아무리 연출이라지만 의상이 너무 한 것 아냐? 이런 촌스러운 의상을 입고 지금 나보고 전쟁터에서 똥폼을 잡으란 소리야?”


같이 있던 김철중과 박철수도 노구식을 향해 화를 내고 있다. 특히 김철중을 노구식의 멱살까지 잡으며 화를 냈다.


“나 참, 이런 낯뜨거운 의상이 어딜 봐서 내 우주 세기 제복보다 더 좋다는 거야? 아저씨 감이 완전히 죽은 것 아냐? 정신 차려!”


“다들 진정하세요.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은 Snet 최고의 코디네이터들과 아티스트가 고심 끝에 고안한 희대의 걸작입니다. 잘 보세요. 이보다 더 멋있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구라였다. 정작 옷을 만든 본인들은 난색을 표하다가 노구식의 곁눈질에 화들짝 놀랄 뿐이다.


이 모든 것은 강력한 조력자였던 박시탈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디까지나 북구신화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 활약하는 형님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담긴 것이었다. 노구식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박시탈이 없었다면 사이드X를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눈물을 삼키며 부탁을 들어줘야 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홍련의 마도사에 어울리는 주술사 같은 의상이었고 김철중과 박철수는 전사 같은 야성미 넘치는 의상이었다.


이번에는 박철수가 노구식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모처럼 즐겨 입던 코스프레를 벗은 낯선 모습의 박철수였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불편하게 시리 저런 미녀를 가운데 두고 싸우라는 거야? 외계인들이 장난처럼 보여? 앙?”


박철수가 가리킨 곳에는 북구신화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발할라로 인도한다는 천사 발키리의 의상을 입은 미녀가 있었다. 북구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물론 박시탈의 강렬한 요청이 있었다.


“진정하세요. 당신들은 프로잖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면서 이 정도 핸디캡도 못 견딘다면 당신들은 영웅 자격 실격입니다.”


박철수는 반론할 수 없었다. 자신을 영웅이자 용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에게는 일리 있는 말이었다.


“젠장!”


결국, 안락한 수면 의자에 몸을 기대고 후루꾸파 똘마니들의 안마를 받으며 촬영 준비를 하는 사이드X의 삼 인이었다.


의상 때문에 기분이 구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시탈은 그들의 앞에서 헤벌쭉하게 말한다.


“형님들 오늘은 더욱더 눈부십니다. 형님들 활약하는 모습 도무지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요.”


잠시 후 촬영 시작의 시그니쳐가 울렸다. 방송국의 많은 인력이 투입된 노구식 프로젝트의 서막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 김철중, 박철수 세 명이 중형 혜성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중간에 끼어있는 발키리 복장의 미녀가 외계인들을 향해 칼을 빼들며 소리쳤다. 노구식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연기력이었다.


“자~ 발할라의 전사들이여! 오딘님의 명령이다. 당장 저 앞의 침략자들을 쓸어버려라!”


미녀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오늘은 그레이트 머스탱이 먼저 외계인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다 뒈져라!”


시작하자마자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풀이에 가까웠다. 의상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든 것 같다. 8족 보행 옥토퍼스형 문어 외계인들이 산채로 구이가 되었다. 불쌍해 보인다.


김철중, 박철수도 만만찮게 분노를 폭발했다. 불바다를 이리저리 다니며 외계인을 때려잡는다. 의상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Snet의 편집자들이 영상을 깔끔하게 편집한다. 당연히 몸매 보정도 들어갔다. 출연자들의 요청을 전부 들어주니 그레이트 머스탱은 훤칠한 키의 미남이 되었고 김철중은 몸짱 근육 바보가 되었다. 박철수는 반항기 넘치는 시크 보이가 되었다.


해당 영상은 ‘외계인을 때려잡는 최초의 용사들’이란 제목으로 공중파 방송은 물론 Snet 공식 타이틀을 달고 마이 튜브에 업로드되었다.


인터넷을 타면서 해당 영상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또 외계인을 때려잡는다는 제목은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노구식의 예상을 뛰어넘어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서울지역 전략 본부에서 네우수쓰의 이슬비가 한참 스마트폰을 지시하고 있다. 차분하게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기품 있었다.


문박식이 그런 이슬비를 보면서 물었다.


“슬비야, 뭐해? 재미있는 신상 판타지라도 찾았어?”


“뭐 비슷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라고 할까?”


그녀의 말에 백준태와 문박식이 급히 이슬비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플레이되고 있는 영상은 최근 업로드된 Snet의 공식 사이드X 영상이었다.


백준태는 영상을 보고는 말했다.


“오호, 의상은 옛 북유럽식이군. 상당히 디테일하네. 어! Snet 공식 영상이잖아! 어쩐지 연출이 리얼하더라.”


이슬비는 화면의 제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목을 봐. 이건 연출이 아니고 진짜야.”


“그러고 보니 외계인을 때려잡는 최초의 용사?”


문박식은 진지하게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이게 진짜라며 상당한걸. 슬비야 화면 내려봐. 댓글 좀 보자.”


댓글에는 이미 사이드X를 찬양하는 광신도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거기에 후루꾸파의 똘마니들이 남긴 아부성 글이 많긴 했다.


어둠의사채업자: 사이드X의 그레이트 머스탱, 김철중, 박철수가 있는 한 세계평화는 문제없다! 파이팅 형님들!!


깻잎파리: 내 속이 다 후련하내!! 잘한다. 사이드X!

도박단: 뭐야? Snet이 미쳤나? 어디서 사기영상을 유포해?

- 신들린사시미: 이 자식 어디서 주둥이를 터는 거야? 죽을래?

- 옆집털이범: 궁금하면 연락해라 01044446666 저 형님들 만나게 해줄게.

잔혹한천사: 초능력자라고? 와 대박이다. 서울 인근에 탑형 혜성 지나가다 봤는데. 이런 사람 실제로 있었음. 그런데 그 사람들보다 더 쌘 것 같다.

- 신들린사시미: ㅋㅋ 님 보는 눈 있네.

희망연가: 부럽다. 나도 저렇게 외계인 때려잡고 싶다. 부모님의 원수. 으앙아앙.

좀비라이더: 뭘 먹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멋지다.

섬나라여신: 꺄악! 그레이트 머스탱 멋있어!!!!!! 근데, 어디가 좀 틀린......

- 천사와머슴: 어디가 바뀌었다는 거야? 있는 그대로야! 똑바로 봐!!!!!

.............


이슬비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사이드X라 흥미로운걸. 재해 초기 부산에 떨어진 외계인들을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아이들이었나 봐.”


문박식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대단한 초능력이군. 이 정도면 슬비와도 견줄만한데.”


백준태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슬비와 비교하다니! 슬비는 이 시대 최고의 초능력자야 이딴 조작 영상 따위로 비교하지마!”


이슬비는 보기와 다르게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면해보면 알겠지. 히잇.”


초능력자가 다수 등장하면서 안정을 찾은 미국 뉴욕시에서 UN 총회가 열렸다. UN 가입국은 이날 빠짐없이 참석했다.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외계인의 침공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국가들은 무리해서라도 참석했다, 어떤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대한민국의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길조였다. Zcom의 수장이자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전에 어떤 정보를 잡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멀쩡한 UN 기구 본거지에서 동시통역사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초능력자의 존재에 대해서였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사람이 노발대발하면서 말한다.


“전 세계가 아픔을 겪고 있는데 특정 국가가 외계인에 대항할 수 있는 초능력자의 존재를 숨기고 있습니다. 당국 인프라 기반의 태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만 좋은 것을 숨기고 대응합니까? 특히 대한민국 정부에 실망이 큽니다. 이웃 국가는 고통에 신음하는데 그런 전력을 숨기고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남입니까?”


이길조는 인상을 찌푸렸다.


‘개소리! 돈 좀 만질 때는 잡아먹을 듯이 설치더니 지금은 우리가 남이냐고?’


그는 조심스럽게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죽을래? XXX끼야! 아X 닫고 씹X리야! 무슨 개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동시 통역자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했다. 이 말을 그대로 전했다가는 당연히 실례가 될 것이다. 진땀을 흘렸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최대한 순화하여 통역했다.


-알아듣게 설명해 이 거친 녀석아!-


중국 대표는 어미가 좀 이상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어딘가를 수신호 하더니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Snet 공식 마크를 달고 있는 ‘외계인을 때려잡는 최초의 용사들’이었다.


각국의 대표는 영상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불사 같은 외계인을 학살하면서 다니는 세 명의 소년은 이때까지 보지 못한 신세계였을 것이다.


이길조는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오늘 이길조가 이곳에 참석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문제의 영상 때문이다. Snet의 광대한 마케팅 능력으로 전 세계에 퍼져버린 국가 차원의 특급 기밀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아저씨! 이 영상이 어쨌다는 거야! 띠발!”


물론 동시통역으로 순화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이미 조사해봐서 알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초능력자의 파견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지금도 조국의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중국 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중화인민 공화국도 대한민국에 초능력자 파견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남입니까? 한번 도와주십시오.”


강대국들이 굽신거리면서 대한민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길조는 난감한 듯 관자놀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개소리 그만하라고. 저건 그냥 엔터테인먼트 영상이야. 초능력자가 어디 있단 말이야?”


중국 대표는 이길조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논리를 펼치며 대항했다. 필사적이었다. 어쩌면 외계인들에 의해 가장 피해를 본 국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남입니까? 이 이상 발뺌하지 마시고 좀 도와주세요. 정말 위급한 실정입니다.”


강대국들의 집요한 요청 때문인지 다른 나라 대표들도 가세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손을 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회의장은 서로 간의 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가가 무너지면 새로운 국가가 일어설 것이고 새로운 질서가 일어설 것이다. 각국의 대표는 진정 국민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소수만의 낙원을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일까?


솔직히 이래나저래나 이길조는 관심 없을 것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기 때문이다. 그는 초능력자를 내어줄 만큼 무르지도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소란스러워진 회의장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휴정이 되었다. 이길조는 푹신한 쇼파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초능력 연구의 모든 것이 자기 것이다.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피와 땀이었다.


그런 피와 땀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꾹꾹 숨겨서 저들이 목을 내밀 때까지 버틸 수도 있다.


그러나 이길조가 고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개방이냐 보수이냐의 문제였다.


작가의말

검수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오타는 확실히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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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7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4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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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19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1 0 12쪽
42 밀회 19.03.28 26 0 12쪽
»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8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4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0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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