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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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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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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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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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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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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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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

DUMMY

서울 중심에 뿌리내린 탑형 혜성 앞으로 사이드X와 네오수쓰가 집결했다. 뛰어왔는지 다들 숨을 거칠게 쉬고 있다.


혜성 앞에는 몇 마리의 트롤 외계인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슬비는 숨을 한 번 몰아 쉬더니 바닥에 있는 돌을 하나 주웠다.


“하앗~ 하앗~, 포기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가려면 지금뿐이야.”


“웃기지 마, 그레이트 머스탱 사전에 후퇴란 없어. 시작하기나 해.”


“좋아. 이 돌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 승부의 시작이야. 준태야 박식아 준비됐지?”


“좋아. 패배한 녀석들의 표정이 벌써 비디오처럼 연상되는군.”


“그러게 박식아. 아주 볼만 하겠어. 끝나고 확실히 농락해주자. 하하하하.”


네오수쓰의 도발에 사이드X의 세 사람은 무시와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응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훗,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일 것 같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을 가슴팍에 깊이 새겨주마.”


주먹 크기의 검은 돌이 공중으로 솟았다. 꽤 높이 올랐으나 힘이 다하자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고요한 긴장감이 흐른다.


돌의 꼬리가 지면과 맞닿자마자 초능력자들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신체 강화형의 백준태와 문박식이 가속을 붙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 먼저 입구를 돌파할 것 같았던 백준태가 우아하게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1.3 미터의 양날 검 형태에 예쁘게 장식된 하얀 칼자루가 인상 깊다.


“으하하 오늘 나의 마검 엑스칼리버가 유독 붉게 빛나는구나.”


그 말을 들은 문박식이 딴지를 걸었다.


“엑스칼리버는 대대로 성검이었잖아. 왜 마검이 되는 거야?”


“훗, 수없이 베어 넘긴 트롤의 피를 뒤집어씀으로 저주를 받았다는 컨셉이다.”


“그렇다면 나의 대검은 마검 브륜힐트가 되겠군.”


혜성의 입구 앞을 서성이던 트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선제공격을 가했다. 백준태는 자신의 카이트 실드를 들어 날아오는 주먹을 막으면서 트롤의 왼쪽 다리에 부딪혔다. 트롤은 균형을 잃고 주춤거렸다.


“박식아 지금이야!”


문박식은 도약했다.


“오의! 다크 문 슬러쉬!”


그런데 왜 도약을 하는 걸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면 꼭 일격을 가하기 위해 도약을 한다. 단순히 내려칠 때 중력 가속도와 지표면의 마찰을 무효하면서 에너지보존 법칙으로 도약시 신체에 가해진 에너지가 검격에 실릴 수 있을 거란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착 사람은 날개가 없다. 공중에서 방향전환과 이동이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허공에서 허우적대도 그 궤적은 미미할 것이다. 그것은 곧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표적에 가까울 것이다. 만일 트롤이 힘을 실어 주먹을 뻗는다면 속절없이 일격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트롤은 문박식의 오의를 맞고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백준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봤느냐 사이드X? 이것이 우리들의 팀워크이자 실력이다!”


하지만 사이드X의 세 소년은 멀찌감치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트롤 외계인은 전부 무시한 체 혜성 입구로 곧장 달리고 있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약올리듯 백준태에게 소리쳤다.


“조무래기는 너희들에게 맡기마 네오수쓰!”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두 사람을 향해 이슬비가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쫓아!”


그제야 백준태와 문박식이 소리치면서 나아갔다.


“이 치사한 녀석들 기사도 정신도 모르냐? 적을 앞에 놔두고 지나치다니!”


“정말이지 상식이 없는 녀석들이군.”


승부는 어느덧 러쉬 앤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조무래기는 전부 무시하고 오르지 탑형 혜성의 주인만 노리겠다는 전략이 되었다. 어짜피 룰 따윈 없고 먼저 보스를 치는 자가 승자다. 서로 먼저 외계인 두목의 목을 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며 뛰기 바빴다. 그 결과 혜성에 상주하고 있던 트롤 외계인이 떼거지로 그들을 추격하는 상황이 되었다. 초능력자들이 너무 자만하는 것 같다.


그런데 꼭 붙어 다닐 것 같은 박시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 한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있다.


처음에는 함께 서울방면으로 달렸다. 그러나 초능력자들의 달리기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중앙역 근처에서 놓치고 포기하고 만 것이다.


씁쓸한 표정을 짓던 박시탈은 체크색 조끼 안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 상단에는 선명하게 Zcom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피검사인 박시탈 잠재 초능력 무등급.]


[초능력 각성률 1%, 관리번호 번외.]


박시탈은 종이를 와락 움켜쥐며 혼잣말을 했다.


“제기랄, C등급도 아니고 무등급이라니.”


그는 Zcom을 방문해 초능력 발현 검사를 받은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래선 언제까지나 형님들 뒤에서 구경만 하는 신세잖아!”


그는 초능력자로 각성해 사이드X의 번듯한 일원이 되고 싶었다. 함께 외계인을 쳐부수고 싶었다. 함께 등을 맞대는 전우가 되고 싶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진정한 사나이가 되려 했다. 하지만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옅게 드리운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한번 크게 쉬더니 등 쪽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하나 빼 들었다. 그것은 아크 투스였다. 아직 시중에 풀리지는 않았지만 블랙마켓을 통해 비공식 루트로 구매 가능했다. 초능력자가 되면 전용 무기로 쓰려고 충동 구매한 것이다.


박시탈은 아쉬운 마음에 벤치에 앉아 아크 투스를 손질했다. 예리하게 연마된 상아질 날이 기하학적 문양의 다마스쿠스 강철 보강제에 감싸여 빛나는 듯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 소녀의 비명! 보기 드물게 우람한 체격을 한 고블린 외계인이 한 11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를 허리춤에 끼고 서성이고 있었다.


박시탈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고블린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보아하니 어제 후퇴하지 않고 남은 잔당인듯하다. 소녀의 비명에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섣불리 구할 수 없었다. 최하급 외계인이라지만 일반인보다 피지컬은 2배 이상 강하다. 분명 떼거지로 붙으면 소녀를 구할 가능성은 있었다. 다만 저 투박한 몽둥이에 누가 먼저 나자빠질지가 미지수였다.


고블린 외계인은 극도의 불안정 증세를 보이며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 위협했다. 조금이라도 발을 내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그곳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대로라면 소녀는 납치되어 어린 나이에 노예로 부려질 것이다.


박시탈은 아크 투스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초능력자 될 수 없다는 울분과 그럼에도 자신은 특별하리라는 아집 그리고 초능력이 없어도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오만이 그의 행동 양식에 오류를 일으켰다.


그래도 건달 세계에서 구른 몸. 몰려든 시민들을 걷어내면서 고블린의 측면으로 뛰어들었다.


먼저 박시탈은 자신의 검사결과가 담긴 종이를 집어 던졌다. 종이 쓰레기가 고블린의 시선을 빼앗는 것에 성공했다. 그 틈에 완전한 사각지대인 고블린 등 뒤로 잽싸게 움직여 척추를 노렸다.


사람들은 박시탈의 등장에 기겁했다. 그가 고블린을 무찌른다는 생각보다 피떡이 되어 바닥을 구르는 상상을 먼저 떠올리며 말이다.


우람한 고블린은 양동작전에 당해 박시탈에게 등을 내주고 말았다. 다행히 살기를 느끼고 몸통을 비튼 덕에 척추 대신 옆구리를 배였다. 그로 인해 잡고 있던 소녀를 놓치고 말았다.


박시탈은 그 빈틈을 노려 소녀를 안고 냅다 뛰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박시탈은 속으로 만세를 질렀다.


불의의 일격을 받은 고블린은 분노했다. 그리고 온 힘을 쥐어짜 쥐고 있던 몽둥이를 도망치고 있는 인간을 향해 던졌다.


투박하고 거친 몽둥이는 매섭게 회전하면서 날아가 박시탈의 양다리에 적중했다.


사람들은 몽둥이에 맞고 바닥에 누운 사람을 보고는 시끄럽게 떠들 뿐이었다.


“누가 저 사람 끌어내.”


“119불러, 119불러!”


“아냐 다 같이 칩시다. 외계인은 중상이라고.”


“으아앙앙, 엄마 무서워!”


시끄러운 웅성거림에 박시탈은 눈을 떴다. 고블린 외계인이 다친 옆구리를 붙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기를 주워들었다.


뭔가를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과도 같았다.


박시탈은 서둘러 일어나려고 했다. 더군다나 바닥을 구르면서 안고 있던 소녀가 기절했는지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서둘러 도망쳐야 하는 상황. 바닥을 짚고 일어섰으나 휘청 넘어지고 만다. 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으아아아악! 제길!”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죽음이 코앞에 닥친 플래그였다. 박시탈은 죽어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처절하게 바닥을 기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박시탈은 한쪽 팔로 기절한 소녀를 끌어안았다.


“젠장! 누가 좀 도와줘! 여기서 죽을 순 없어!”


그의 단말마와 같은 외침에도 사람들은 나서지 못했다. 지금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외계인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길들여진 것이다.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박시탈의 최후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현장에서 도망치기 바빴다.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찬스를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몽둥이가 일격을 노리며 박시탈의 머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메시아가 던진 천벌처럼 의료용 매스 하나가 고블린 외계인의 미간을 예리하게 꿰뚫었다. 즉사였다.


곧이어 차분하면서 품격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의인님, 간발의 차였지만 구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 안정적인 목소리에 기절했던 소녀도 정신을 차리고 몸을 꿈틀거렸다.


박시탈은 유심히 봤다. 자신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한 사람을.


하얀 양복에 검은 넥타이, 반듯한 양복 주름, 맹렬하게 빗어낸 구두 광. 30대 후반의 굉장한 신사였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에 황금비율의 가르마, 굴곡진 얼굴에 서구식의 눈썰미. 마치 왕족 같았다.


죽음의 사선을 넘은 박시탈과 깨어난 소녀는 신사를 바라보며 긴가민가했다.


신사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리 상태가 심하군요. 통증까지 못 느낄 정도로 심하게 부러졌어요. 잠시 움직이지 마세요.”


신사는 익숙한 솜씨로 박시탈을 바르게 눕혔다. 뒤틀린 다리도 곧게 폈다. 몸이 불편한 박시탈은 은인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 다만 옆에 소녀가 뭐가 신기한지 눈 한번 깜짝 안 하고 신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났다.


몇 분 후 신사는 바지 주름을 털며 일어나 말했다.


“부서진 뼈와 신경을 이어 붙였습니다. 한 달간 무리한 행동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소리에 박시탈이 왈칵 눈물을 흘리며 일어섰다. 와락 껴안고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진정한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런데 그 왕족 같은 신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꼬마야 그 신사분 어디로 갔니?”


소녀는 말없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가리킨 쪽으로 급히 뛰어갔으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두 다리로 뛰고 있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메시아였을까?


박시탈은 생각했다.


‘어디에 있든 지옥까지 뒤져서라도 이 은혜를 값고 말겠어.’


그때 누군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기대감에 고개를 휙 돌렸지만, 자신이 구한 소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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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51 트롤의 왕 19.04.13 11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4 0 12쪽
»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19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8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19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6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3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8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4 0 12쪽
36 등장! 19.01.22 34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0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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