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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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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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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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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왕

DUMMY

뒤로 날아간 백준태는 다수의 종유석에 부딪히고 나서야 바닥을 굴렀다. 큰 부상은 아니었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가 들고 있던 카이트 실드는 찌그러진 깡통 마냥 함몰되었고 갑옷의 좌측 어깨 부분은 박살이 났다.


전하 방벽이 밀리며 타격을 받은 거였다.


백준태를 날려버린 외계인이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온다. 생김새는 트롤과 흡사했다. 다만 이마에서 돋아난 불규칙한 뿔과 붉은 광택이 흐르는 거무스름한 피부색이 트롤이라기 보다는 데몬에 가까웠다. 또 트롤의 두 배 이상 거대한 몸집은 대공동이 비좁아 보일 정도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오른손에 들린 두툼한 고기칼이었다. 몸 색만큼이나 검은 광택이 흐르는 들쭉날쭉한 외형이었다. 또 무기를 들지 않은 왼쪽 팔보다 굵고 더 근육질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진땀을 흘렸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저 외계인은 필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백준태가 나가떨어진 것을 본 문박식이 동요해서 달려들었다.


“죽어라! 준태의 복수다.”


문박식이 검은 트롤의 다리 사이로 깊게 파고들었다.


“다크 문 슬러시!”


그의 움직임에 맞춰 이슬비도 움직였다. 활시위를 당기며 외쳤다.


“바람의 정령이여 나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대공동의 다양한 물질들이 허공을 가르며 검은 트롤에 쇄도했다.


그런데 거대한 몸집에 비해 검은 트롤은 날렵했다. 다크 문 슬러시를 피해 백스탭을 하더니 고기칼로 날아드는 물질을 튕겨내며 잽싸게 움직였다.


공격을 피한 검은 트롤은 시끄러운 소리로 웅얼거렸다. 리듬과 강약이 있었다. 필시 외계어일 것이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웅얼거리던 검은 트롤이 바닥을 박차고 데쉬했다. 오른손에 쥔 검은 고기칼이 반원을 그리며 맹렬히 땅으로 떨어졌다.


대응할 사이도 없이 날아든 검은 칼날을 초능력자들은 급히 점프해 피했다.


검은 트롤은 뛰어오른 사람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맹수 같은 눈으로 목표물을 고정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표정 짓고 있는 외계인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보고 알았다. 이놈은 높은 지성을 지닌 트롤의 왕이란 것을······.


트롤의 왕은 하체에 힘을 실어 고정하고 몸통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오른팔의 근력을 모았다. 땅에 꽂혔던 칼이 들리며 수평을 잡고 그대로 휘둘렸다. 강력한 일격 후 재빠른 후속 공격이었다.


검은 칼날이 그레이트 머스탱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년은 긴급히 손바닥 앞에 전하 방벽을 집중했다. 어느 정도의 공격인지 모르니 온 정신을 끌어올렸다.


손바닥 앞에 끌어모은 전하 방벽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방망이에 맞은 야구공처럼 날아가 바닥에 튕기고 굴렀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다행히 전하 방벽의 운용에 성공해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평범하게 막았다면 절단되고 말았을 것이다. 칼날을 받아낸 손바닥이 아직도 우리하게 떨렸다.


이것이 상급 외계인의 왕이라는 것일까? 그동안 상대한 녀석은 졸개에 불과했다. 혹시 이 녀석이 전에 유소라가 말했던 검은 존재일까? 인류에 있어서는 확실히 무익한 녀석이다.


떨어진 곳에서 트롤의 왕과 대치 중인 동료를 봤다. 트롤의 왕은 김철중이 자랑하던 스페셜 콜렉션을 일격에 박살 냈다. 박철수의 분신이 내지른 공격에 주춤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혼신을 기울인 레일건은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있었다. 네오수쓰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이 외계인을 상대할 동안 정신을 집중했다. 의지를 실은 전하로 놈의 전하 방벽을 파고들었다. 두텁고 농밀했다. 어렴풋이 자신의 세 배에 달하는 응집력이었다. 계산상으로 놈의 전력은 못 해도 자신의 세 배는 된다는 것이다.


오래 끌면 지구인들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손끝에 의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끝없는 하얀 악몽]이었다. 쌍코피가 흘렀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인생의 역작이었다.


트롤의 왕 전면에서 싸우던 문박식이 무식하게 큰 적의 칼을 받아냈다. 그러나 압도적인 근력 차이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움츠리기 시작했다.


트롤의 왕은 앞에서 빌빌대며 찌그러지는 인간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괴로워하는 그 모습을 양식으로 삼는 것인지 몹시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때 새하얗다 못해 세상의 색을 지운듯한 하얀 선이 트롤의 왕 턱밑을 뚫고 나아갔다. 그 하얀 선은 각도를 높이면서 대공동의 벽면까지 뚫고 올라갔다.


트롤의 왕 턱밑에 사람만 한 구멍이 뚫렸다. 위치를 봐서는 목 부분일 것이다. 괴물의 거대한 몸뚱이가 이불 펼치듯 땅 위에 떨어졌다.


다들 어리둥절한 상태다. 특히 네오수쓰의 일원들 표정이 허탈함에 가득했다. 한참을 고전하다 큰 활약도 못 했는데 일격에 쓰러지는 적을 보니 황당할 것이다.


김철중과 박철수가 그레이트 머스탱 곁으로 뛰어갔다.


“이야! 그레이트 머스탱, 혼자 뭐 하고 있나 신경 쓰였는데 그런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다시 봤다. 너의 침착함에.”


그레이트 머스탱은 무덤덤하게 흐르는 쌍코피를 훔쳤다. 그리고 김철중의 말에 멋지게 대답하고 싶었으나 어지러웠다. 신경을 너무 곤두세웠더니 뇌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비틀거리면서 박철수의 어깨를 붙들고 축 늘어졌다.


박철수가 발했다.


“좋아, 오늘 하루 내 어깨를 마음껏 빌려줄게.”


네오수쓰 일행들도 그레이트 머스탱 곁으로 다가왔다.


이슬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레이트 머스탱에게 말했다.


“한 참 즐기는 중이었는데 김새게 뭐 하는 짓이야?”


김철중이 대꾸했다.


“웃기지 마! 조금 전까지 죽을상만 하고 있었으면서. 어째든 그레이트 머스탱이 일격에 보냈으니 우리 승리다.”


그러나 떠드는 것도 잠시였다. 백준태가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말했다.


“스, 승패를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모두의 시선이 괴물에게 쏠렸다. 뜨끔한 기분은 덤이었다.


트롤의 왕은 격렬하게 웅얼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목에 구멍은 여전한데 살아있었다.

웅얼거림이 격렬한 것을 보면 저주라도 퍼 붙는 것 같다.


초능력자들은 트롤의 왕이 전력을 내기 전에 공격을 퍼부었다. 조금 전보다 약해졌는지 공격이 먹히고 있었다.


백준태와 문박식이 트롤의 왕 다리 쪽으로 뛰어들었다. 이슬비는 자기력을 이용한 극소 포인트 공격을 노렸다. 그에 질세라 김철중과 박철수도 가세했다.


승패를 뛰어넘은 협공에도 트롤의 왕을 죽이는 일격이 되지 못했다.


지구 최강에 속하는 초능력자들의 공격을 묵묵히 버티던 트롤의 왕은 눈을 연신 희번덕이더니 흰자위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검은 실루엣이 폭풍처럼 트롤의 왕을 감싸며 주위에 몰아쳤다. 그리고 후덕하던 몸매가 근육이 꿈틀대더니 몸짱으로 변했다. 분명 기본 베이스는 트롤인데 검은 실리엣이 등 뒤에서 일렁이니 영락없는 지옥의 속물 같았다.


변신이 끝나고 트롤의 왕은 곧바로 날뛰기 시작했다. 고기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날뛰는 것이 규칙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좀 전 후덕하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함에 초능력자들은 피하는 것에만 급급했다. 뭔가 해보려는 틈도 주지 않고 칼춤 아닌 칼춤을 춰대는 통에 정신없었다. 잘못 맞았다간 중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공동을 뒤흔들고 있는 이 검은 폭풍 때문인지 고통스러웠다. 피와 살이 갉아 먹히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전하의 흐름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김철중이 힘겹게 공격을 피하면서 모두에게 외쳤다.


“얘들아, 다들 후퇴해!”


이슬비도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준태야, 박식아 일단 후퇴해. 사이드X 너희들도 어서!”


모두가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외계인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두려웠다. 저승사자가 눈앞을 아른거리는 것 같다. 빗나간 칼질에도 전하 방벽이 깎여 나갔다. 저 무차별적인 공격에 맨몸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전력으로 차원문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트롤의 왕은 도망치는 인간을 보자 혈압이라도 오르는지 격하게 웅얼거렸다. 어쩌면 외계인식 쌍욕일 것이다. 그러면서 무릎을 굽히더니 잔뜩 힘을 모으는 것 같다. 다리 근육이 불끈하자 혜성처럼 튀어 나갔다.


거대한 고기칼이 대공동의 바닥을 뒤엎으며 후퇴하던 인간 무리를 추월해갔다. 출렁이는 바닥은 지구인들을 꼼작 없이 나뒹굴 게 만들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쓰러진 체 차원문 쪽을 봤다. 트롤의 왕은 한 사람도 살려 보내지 않으려는지 차원문 앞을 가로막고 흥분하여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자 그레이트 머스탱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생존 본능이 끓어올랐다. 두려웠다.


옛 기억이 떠오른다. 흡혈 파리를 떼거지로 조련하던 베엘제붑, 그 빌어먹을 어둠의 자식! 하마터면 놈에게 죽을뻔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보다 지금이 상황은 더 나은 것 같다. 그때는 피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성을 잃고 베엘제붑을 핀치까지 몰아넣었다.


‘사이오닉 버스트’


무한의 초능력! 하지만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당시 남은 감각이라면 그냥 베엘제붑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베엘제붑의 허상이 나타나 자신을 비꼬고 농락하는 것 같다.


‘하하하하 그레이트 머스탱. 꼴사납구나. 고작 그런 놈에게 인생 하직하다니. 네놈에게 진 나도 은퇴할 때인가? 으하하하하하’


“에잇, 씨- ㅂ ㅏ ㄹ ! 베엘제붑!”


그레이트 머스탱은 박차고 나가 총알같이 트롤의 왕 이마에 몸통박치기를 했다.


강력한 충격이었는지 트롤의 왕은 뒤로 넘어갔다. 그와 함께 검은 폭풍도 잠잠해졌다.

한참 힘겨워하던 남은 초능력자들이 잠잠해진 상황을 확인하자 외쳤다.


“야! 튀어!”


차원문을 향해 전력 질주하던 이슬비가 한쪽 편에 기절해있는 그레이트 머스탱을 발견했다.


“얘들아 좀 도와줘!”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이슬비 쪽으로 모였다.


“자식 왜 여기서 처자고 있는 거야?”


김철중이 그레이트 머스탱을 안전하게 들쳐 엎으려 할 때 문박식이 외쳤다.


“으아아아! 괴물이 움직여!”


그 소리에 다들 기겁하해서 각자 기절한 그레이트 머스탱의 부위를 한쪽 식 잡고 질질 끌며 차원문을 넘었다.


탑형 혜성 50층 트롤 무리가 노려보는 가운데 숨을 헐떡이며 초능력자들이 쉬고 있다. 트롤의 왕이 쫓아올까 봐 단숨에 여기까지 도망친 것이다.


“으으으으 뒤통수야! 으아! 피, 피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깨어나자마자 뒤통수를 부여잡으면서 말한 것이다. 질질 끌려오면서 여기저기 부딪힌 것 같다.


이슬비가 다가오는 트롤을 요격하면서 말했다.


“어머! 깨어났네. 다행이군.”


“여긴 어디?”


“아직 혜성 안이야.”


“그 트롤 놈은?”


“다행히 안 쫓아오네.”


그레이트 머스탱 옆에서 경계하고 있던 이슬비가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어? 어, 그래.”


잠깐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이슬비가 말했다.


“너희들이 이때까지 만난 보스가 다 저런 녀석들이었어?”


“아니, 그놈에 비하면 조무래기 수준이야. 나도 그렇게 강할 줄 몰랐어.”


“쓰러트릴 수 있을까?”


그레이트 머스탱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천운이야. 다시 붙어도 답이 없어.”


“난 좀 걱정이야. 저런 녀석이 밖으로 나오면 인류는 끝이야. 어떻게 해서든 손을 써야 해.”


“훗, 일단 여기서 나가자. 좀 쉬어야겠어. 철중아 철수야 오늘은 샤부샤부 먹자.”


“어, 좋지.”


“나도 찬성. 빨리 가자. 렛고, 렛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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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친목 도모 19.04.14 18 0 12쪽
» 트롤의 왕 19.04.13 12 0 12쪽
50 긴장되는 순간 19.04.12 15 0 12쪽
49 메시아! 19.04.11 18 0 12쪽
48 라이벌 19.04.10 20 0 12쪽
47 초능력 사회로 19.04.09 19 0 12쪽
46 천국과 지옥의 이중창 콘서트 19.04.08 16 0 12쪽
45 포위 당하다 19.04.04 26 0 12쪽
44 모두의 노래 19.04.04 20 0 12쪽
43 총력 방어전 19.03.30 32 0 12쪽
42 밀회 19.03.28 27 0 12쪽
41 고뇌와 번뇌의 사이 19.03.17 37 0 12쪽
40 행성 네오 19.02.23 35 0 12쪽
39 그노시스 성인 니노 19.02.10 34 0 12쪽
38 노구식 전격전 19.02.04 39 0 12쪽
37 여명의 시대 19.01.27 35 0 12쪽
36 등장! 19.01.22 35 0 12쪽
35 무일푼 노동자 19.01.18 41 0 12쪽
34 또 다른 신 19.01.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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