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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號Tiger 님의 서재입니다.

왕들의 실종시대-The Age of Lost Kings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6號Tiger
작품등록일 :
2020.04.08 10:15
최근연재일 :
2021.08.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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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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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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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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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DUMMY

어느덧 해가 더할 수 없이 붉게 마지막을 장식하며 저물고 있고 윌리엄 왕은 기나긴 전투가 끝나고 불타고 물이 흐르고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형상을 한 것들이 보이고 까마귀가 내장을 파먹고 있다.

검을 들고 의미 없이 전장을 터벅터벅 걷고 있던 윌리엄은 자신이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고 여겼다.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의 용기를 기리는 노래가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윌리엄의 앞으로 오크 족 전사 하나가 검은 피를 뱉어내며 기어가고 있었다. 하반신은 마비된 듯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오직 하나 온전히 붙어 있는 오른팔로 간신히 마지막 힘을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신선한 고기에 굶주린 까마귀가 오크의 검은 술을 마시고 싶은지 눈을 깜빡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윌리엄은 천천히 그 앞에 섰고 오크 족을 내려 보았다. 잠시 주변을 둘러 본 후 오크 전사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느냐?”

“······크르······.”

오크 전사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는데 다른 말은 없었다. 윌리엄은 오크 족들이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구사한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어 내려 보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자세히 상대를 살펴 본 윌리엄 왕은 오크 전사가 어떤 식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얼굴을 철퇴로 맞고 허벅지를 깊숙이 베었고 왼팔이 잘리고 도끼 같은 것으로 등뼈를 찍혔다. 그래도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윌리엄이 다시 물었다.

“어디를 가느냐?”

“······크르······.”

“엉뚱한 쪽으로 기어가는 구나. 너의 왕은 이미 떠났고 지금 네가 가고자 하는 저 바람은 인간의 세상에서 불어오는 것이다. 오크랜드는 저쪽이다.”

“······크르······.”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윌리엄은 가만히 오크 족 전사의 등을 밟은 후 칼을 내리 꼽았고 더욱 깊숙이 힘을 줘 쑤셔 넣었다. 다시 칼을 비틀어 뽑아낸 후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말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윌리엄 왕은 다시 거칠게 호흡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크 군대의 주력은 윌리엄 왕의 포위를 뚫고 워게이트 산맥으로 들어갔다. 저들은 기어이 막대한 전리품을 갖고 도망쳤고 윌리엄 왕은 살아 돌아온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전공을 축하했다. 몇 잔 술이 돌자 도널드 티버톤이 의문을 보였다.

“그나저나 오크 족 왕이 직접 움직일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좀 이상하군요. 약탈물도 별로 없고······.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이미 충분히 약탈물을 가져간 것인지 모르겠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오크 족의 승리네. 오크 족이 거둔 성과는······. 평생 나의 불명예로 기록되겠지.”

“다시금 이번은 불명예가 아닌 왕국이 새로 태어나고 새롭게 일어날 기회로 기억될 것입니다.”

“좋아. 도널드 경의 말대로 그렇게 해야지. 이곳에 있는 모두 나를 도와주시오.”

결심을 굳힌 윌리엄에게 커튼 도시에서 알프레드가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전령은 먼저 윌리엄의 전투를 축하하면서 불길한 소식을 가져왔음을 알렸다. 전령이 쉽게 말을 하지 못하니 윌리엄이 왼손을 들며 재촉했다.

“전쟁이 너무 계속되고 좋지 못한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니 자네가 무슨 소식을 가져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네. 무엇을 위해 싸우든 우리는 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니 말이네. 어서 말하게.”

“······전하. 이 말을 전하러 달려오는 동안 저는 죽음이 저를 감싸 데려가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이 안타까운 소식을 가져왔고 지금 입안에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죽네. 죄지은 자들과 무고한 자들 모두 말이네. 그러니 소식을 가져온 자여. 걱정하지 말고 말을 하도록 하게. 자네가 이곳까지 죽음을 피해 온 것은 자네가 그 소식을 내게 전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네. 운명에 순응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지금 저의 입으로 철통같은 갑옷이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불길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가짜왕 조프리의 군대가 북상 중에 있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듣자마자 윌리엄은 치아를 드러내고 웃었다. 모두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니 윌리엄은 조프리와의 한바탕 결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 자리에 있던 귀족들 특히 도널드 티버톤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도대체 조프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이야? 그것이 정말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일이란 말이야? 오오! 신이어. 스스로 왕이라고 부르는 조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를 용서하소서. 저주를 퍼붓는 저의 잘못을 이 자리에서 고백하오니 저의 잘못을 가져가 주십시오.”

“자자~ 다들 지금 이 술을 마시고 오늘 밤은 편안히 즐기도록 하십시다. 그런 뒤 내일 아침에는 부대를 정비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무법자 왕이 스스로 야심을 드러내고 불명예의 지배에 자신을 내던져 보다 큰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주인 앞에서 낑낑 대는 개처럼 어쩔 줄 몰라 할 것이 아닙니다. 무법자 왕에게 우리가 개가 아닌 인간이며 짐승이 아닌 귀족이며 왕이라는 것을 알려주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전하.”

“알겠습니다. 전하!”

다들 굳은 결의를 다졌고 윌리엄은 지금 모두 비좁은 갑옷을 벗을 틈이 없지만 마지막을 위해 모두 힘을 내서 싸워 줄 것을 당부했다.



어느덧 누렇게 변한 풀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사방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동부 킹스힐의 백작 에드워드는 케이터햄에서부터 샤티즈웰을 거쳐 이곳까지 새로 건설된 수로를 돌아보았다.

에드워드는 헌터 잭스가 위븐 도시의 기병 2천을 모아 커튼 도시로 달려갔다가 전멸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막대한 손실이지만 명예로운 일로 에드워드는 위븐 도시 전체에 감사와 위로를 표하고 찰스를 보내 전사자들을 위로하게 했다.

찰스는 에드워드의 허락을 받지 않고 헌터 잭스의 기병대에 합류해 커튼 도시의 결전에 참전했다. 그곳에서 오크 족과의 전투에서 귀감이 될 용맹함을 보여 윌리엄 왕의 최고 행정관 케인 백작 알프레드로부터 귀한 단검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에드워드는 찰스가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도했지만 겉으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볍게 움직인 것을 질책했다. 찰스에게 가을까지 킹스힐로 돌아오지 말 것이며 위븐 도시의 기병 전력을 복구시킬 것을 지시했다.

에드워드의 어지러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옆에 있던 수로 건설을 책임 진 현장 책임자가 성과를 보고했다.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는데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은 에드워드가 내릴 성과급이기도 했다.

“어떠신지요? 백작님. 수로의 끝은 저렇게 저수지를 만들어 각지로 다시 물을 보내 대지가 목마르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수고했다. 올해도 가축이 가뭄으로 말라 죽는 일이 없으면 좋겠군. 잘 되었어. 고생한 모두에게 상금을 내리도록 하겠다.”

“아! 감사합니다. 백작님. 감사합니다.”

“그래! 고생들 했다. 상금을 줘라.”

에드워드는 현장 책임자와 노동자들을 격려해 준 후 잠시 동안 물이 흐르고 있는 수로에 걸터앉았다. 수로는 그냥 대지를 파내 만든 것이 아니다. 일정한 규격에 맞게 기와를 구워 만들고 틈새를 방수재로 발라 이어 붙인 것이다.

수로의 깊이는 보통 성인 남자의 무릎 높이고 넓이는 한팔 길이 정도다. 케이터햄과 그 일대에 건설된 풍차를 이용해서 멈추지 않고 퍼올리고 있는 물이 이곳까지 아주 멀리 여행을 온 것이다.

문득 이렇게 흘러오는 물이 시체에 맺히는 이슬처럼 가죽과 뼈로 지탱되는 인간의 형상을 한 자들에게서 흘러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디클버스 도시 전투에서 에드워드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한 장면이 있다.

그때 에드워드가 본 한 중간 키의 남자는 몽둥이 같은 무기를 들고 기대어 서 있었다. 몽둥이는 팔뚝처럼 굵고 가슴만큼 올라왔다. 그의 발아래에는 15 ~ 20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죽어 가고 있었다.

지독하게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고 있고 피를 씻어내는 물방울은 꿀꺽꿀꺽 배수로로 흘러들어갔다. 무장한 자들의 감시를 받는 20여명의 사람들이 끌려왔고 말없이 굴복하고 있었다. 잔인한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온갖 기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공포, 적의, 체념하고 있고 온전한 정신이 아닌 듯 웃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에는 모두 내리친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50명 정도가 높이 쌓여 무덤의 봉문이 되었다. 그렇게 되니 누군가 그 위에 올라 악기를 들고 즐거운 연주를 했다.

시체 더미에서 흘러나온 피는 주변을 온통 질척이게 만들고 사람들은 피에 젖은 진흙탕 위에서 웃고 떠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여러 전장을 거쳤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나 또한 그 시체 더미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내가 쌓아 올리고 앞으로도 더 쌓아 올릴 시체 더미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은 주변을 바다처럼 가득 채우게 되겠지.’

대지는 이렇게 꾸준히 물을 마시면 얌전히 그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모든 것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렇듯 세상도 피를 마시지 않으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삶 자체를 몹시 고단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상태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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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네요...ㅠ.ㅠ;


Next-92


모든 독자분들 급 추워지는 날씨...건강 조심하시구요. 화팅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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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22 82 3 10쪽
»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21 76 3 10쪽
19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20 81 2 10쪽
18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9 78 3 9쪽
18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8 75 2 7쪽
187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7 77 3 8쪽
186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6 81 2 8쪽
185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1 20.11.15 90 3 9쪽
184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4 77 3 8쪽
183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3 87 3 8쪽
18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2 87 4 9쪽
181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11 89 3 9쪽
18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1 20.11.09 83 3 9쪽
17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8 79 2 7쪽
17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7 81 3 7쪽
177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6 83 1 9쪽
176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5 84 2 7쪽
175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4 80 1 9쪽
174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3 83 1 8쪽
173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2 84 2 8쪽
17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1.01 92 1 8쪽
171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0.31 80 1 9쪽
17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0.30 85 1 8쪽
16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0.29 86 1 9쪽
16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V 20.10.28 8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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