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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킹 님의 서재입니다.

나 베테랑 메이저리거, 사천당가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캄킹
작품등록일 :
2022.08.02 02:38
최근연재일 :
2022.10.10 21:3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6,075
추천수 :
261
글자수 :
265,012

작성
22.10.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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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신선화(神仙花)(2)

DUMMY

“알아들었으면 이제 비켜!”

“수혁! 그리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요.”

“알베르토!!”

“그렇게 무모하게만 굴지 말고···”

“그러니까 넌 빠지고 나 혼자··· 읍!”


이제는 장청조차 수혁의 무모함에 짜증을 내던 찰나, 장청이 하던 말을 멈추고 황급히 수혁의 입을 막고 꽃밭으로 몸을 던졌다.


“읍··· 읍!!”

“쉿···!”


장청이 입술 위에 올렸던 검지로 꽃밭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가리켰다.

휘적휘적 여유롭게 걸어오는 한 남자.

모용필이었다.


“붉디 붉은~~ 신선화야~~~”


모용필은 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직 덜 익은 양귀비의 꽃봉오리를 꺾기 시작했다.

수혁은 모용필을 보자마자 단번에 뛰쳐나가려 했지만,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애원하는 장청의 눈빛을 보고 수혁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저 꽃밭에 바짝 엎드려 숨죽여 그를 지켜봤다.


무성히 자란 양귀비 덕분인지, 꽃을 꺽는데만 집중하고 있던 것인지.

다행히 모용필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용필은 양귀비를 한아름 꺾어 품에 안아들곤 금새 돌아가 버렸다.


“휴··· 모용의 가주가 된 작자가 이리 지척에 있는데도 못 알아채다니···”


모용필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장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맛이 가버린 거지 저 새끼는··· 지껄이던 신선화라는 것이 양귀비였을 줄이야···.”


모용필은 이미 자리를 떴건만 수혁은 아직도 인간말종을 본 눈빛을 거두지 않고, 고개를 내저었다.


“장청.”

“듣고 있소.”

“한국에선 나도 본 적이 없었지만, 미국엔 약쟁이가 참 많았거든?”


한국과 미국이란 단어에 장청은 단번에 수혁이 지금 꺼내는 말이 전생의 얘기란 걸 알아챘다.


“약쟁이라··· 허허.”

“그 약쟁이들 사이에서도 꺼리는 약쟁이가 누군 줄 알아?”


수혁의 물음에 장청이 고개를 저었다.

팔에 대고 손으로 주사기를 꽂는 시늉을 하는 수혁.


“저 모용의 가주 같은 자들이야. 주사기를 쓰면 그 땐 인생 끝난 거나 다름 없다고···”


수혁이 손으로 목을 그는 시늉을 하곤,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사람이 약을 찾으러 왔는데, 약 밭에 누군가 있다 한들 신경이나 쓰겠어? 자기 아버지를 죽인 혈교에 붙어 먹은, 갈 때까지 가버린 약쟁이라고 쟤는···”

“모용의 가주는 완전히 약에 가버린 상태라는 것이로군···”


수혁의 말을 듣던 장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장청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제··· 화는 좀 가라앉은 것이오?”

“그래 네놈 덕분에···”

“왜 항상 그렇게 무모하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오.”

“몰라 나도! 어휴 이 성질머리는 두 번 태어나도 죽질 않네.”


수혁이 꽃밭으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나저나 우리 사람들은···?”

“당도진소협이 마지막으로 하북에서 만나잔 말을 남기긴 했소.”

“하북? 팽가로 오라는 건가?”

“그렇소. 그러니까, 어서 우리도 요녕을 빠져나가야 하오.”

“안돼. 가기 전에 꼭 할 일이 있어.”

“또! 무턱대고···”

“아니, 이번엔 그런게 아니고···"


수혁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장청의 귀에 대고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벌컥 문을 열고 모용의 가주실로 들어오는 모용의 무인 하나.


“헤헤헤헿헤헤! 또 무슨 큰일? 너는 날 찾아오면 허구헌날 큰일이 났다고만 하는 것이냐? 할 말이 그 것밖에 없는 것이냐? 헤헤헤!”


아이처럼 웃으며 무인에게 달려가 무인을 덥석 안는 모용필.


“말해보거라! 무슨 큰일 말이냐! 흐흐흐.”

“그··· 당문에서 침입한 무인들을 전부 놓치고 말았습니다.”

“에잇!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이 은총의 시간에 방해를 한단 말이냐!”

“가주님···”


모용의 무인이 가주실 한 켠에 놓인 촛불과 단검, 신선화를 바라봤다.


‘신선화단을 방금 투약한 모양이구나···’


이 생각을 하는 모용의 무인조차 모용필과 모용세가가 완전히 망해가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길림에서 신선화가 요녕으로 유입된 후, 혈교는 순식간에 요녕을 집어삼켜갔다.

반발하다 숙청된 장로들과 무인들은 모용에서 내놓으라 하는 고수들이었고, 지금의 모용에서 고수라 부를 수 있는 자는 모용필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었다.

숙청이 끝나자 마자, 무인들을 훈련은 커녕 신선화를 키울 밭을 더 늘리는 개간작업에 투입하였고, 그마저도 일손이 부족하자 신선화단 신선화단(神仙花丹)을 요녕의 세인들에게도 풀어 농부로 전향시켰다.


이젠 오대세가라고 부르기도 민망해진 모용이었기에, 고작 8명에 침입에도 이리 고전하는 것이다.

모용의 무인이 얼굴을 구겼다.


‘이 모든 게 신선화(神仙花) 때문이다.’


이들이 신선화(神仙花)라 칭하는 양귀비.

혈교가 북해와 요녕을 손쉽게 집어삼킬 수 있었던 이유.

혈교에서 신선화는 크게 두 분류로 제조된다.


신선화단(神仙花丹).

아직 덜 여문 신선화에서 추출해 영단처럼 빚어 복용하거나 불에 녹여 몸으로 직접 투약하는 것으로,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영단이다. 허나, 중독성이 강해 한 번 신선화단을 맛본 자는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혈교는 교도를 늘리기 위해 이 신선화단의 제조법을 북해와 요녕에 뿌려댔다.

사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원 곳곳에도 이미 신선화단의 제조법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을 정도였다.


신선마분(神仙魔粉).

이는 오직 혈교에서 직접 제조해 전달해 주는 하얀 가루로, 섭취와 동시에 마공이 급격히 늘어나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게 된다.

허나, 신선마분을 섭취하면 내력이 부족한 자는 이성을 영영 잃어버리고, 내력이 강한 자라 한들 종말엔 단전이 파괴되며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


그렇다.

이 모든걸 모용의 말단 무인조차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모용이 망한다 한들 어쩌란 말인가?

이미 이 무인도 신선화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에잉! 표정 좀 풀거라! 괜찮다 하지 않았느냐! 내 안 그래도 흑룡산에 연통을 진작에 보냈느니라!”

“혈교에 말입니까?”

“흐흐흐흐. 아까 전, 주교급을 보내준다 하였으니 곧 도착할 것이니라. 쟤들도 별 수 있겠느냐? 요녕을 버리진 못 할 것이야.”

“하지만···”

“내 분명 주교급이라 하지 않았느냐! 지들이 뛰어봤자 벼룩이지! 하북으로 향하는 길목만 잘 틀어막거라!”

“네! 가주님!”


모용필이 가주실 한 쪽 구석으로 가서 무인에게 손짓했다.


“이리 오거라 좀 남았으니···”

“헤헤헤··· 감사합니다 가주님!”


주인을 따르는 개처럼 모용필에게 살랑살랑 뛰어가는 모용의 무인.

분명 수혁의 일행이 요녕을 탈출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태연한 모용필처럼, 이 모용의 무인도 잠시후엔 방금까지 자기가 걱정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릴 것이다.


***


어느덧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밤.

수혁과 장청은 아직 신선화밭에 있었다.


“수혁 아직도 멀었소! 해가 다졌소!”


고개를 내밀고 동태를 살피던 장청이 수혁을 재촉했다.


“아이씨! 왜 안 돼!”


태앵!

태앵!


수혁이 장청의 검과 자신의 야구를 양손에 들고 연신 부딪혀 댔다.


태앵.


야구가 맑은 소리를 내며 불씨를 튀기는 그 순간.


화르르륵.


“됐다!!!”


작은 불똥이 땅에 닿자, 순식간에 큰 불로 불어나 밭을 태우기 시작했다.


“장청! 이제 튀어!”

“알겠소!”


서둘러 신선화밭을 빠져나가는 장청과 수혁.

수혁이 붙인 불은 사방으로 퍼지며 그 넓은 신선화 밭에 퍼지기 시작했다.

붉은 꽃밭을 그보다 더 붉은 불이 태워내고 있었다.


해가지기 전.

장청과 수혁은 요녕의 거리로 돌아와 우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행이 아직도 그곳에 있는지부터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일행은 온데간데 없었고, 시신도 없었다.


그저, 거리에는 이성을 잃어버린 채 좀비처럼 거리를 배외하는 혈교도가 되어버린 요녕의 세인들 뿐이었다.

장청과 수혁은 방해되는 혈교도들만 최소한으로 제거하며, 야구를 실었던 수레와 춘식의 시신을 거두었다.

혈교도를 공격하는 수혁의 손엔 더 이상 자비란 없었다.


이후 춘식을 정성스레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고, 수레를 이끌고 요녕의 이곳 저곳을 털기 시작했다.

수혁과 장청은 거주지, 객잔, 여관 가리지 않고 요녕의 기름이란 기름은 전부 수거해 수레에 모으기 시작했다.


“수혁 그거 알고 있소??”

“뭘?”

“비무대회 당시 우리가 기름을 찾는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말이오.”

“기름?”

“펔유!”


갑자기 수혁의 얼굴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장청.


“왜 이래!”

“하하하. 이 말이 이곳 사람들의 귀엔 기름으로 들렸나 보오.”

“너 욕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 얘기 꺼냈지.”

“아···아니오!”


그렇게 이들은 하루를 꼬박 기름을 모아, 신선화 밭에 뿌렸었다.


그리고 현재.

신선화 밭에서 벗어나던 수혁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느새 번질 대로 번진 불이 온 밭을 전부 태우고 있었다.

수혁에 눈엔 타오르는 불꽃이 모든 걸 정화해 주는 것만 같았다.

치솟았던 자신의 분노조차 말이다.


그제서야 모용세가에서 가솔들과 무인들이 부랴부랴 뛰쳐나와 꽃밭에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이미 한참은 늦었지만 말이다.

불씨가 하늘에 휘날리며 미소 짓고 있는 춘식의 얼굴을 그려갔다.

수혁이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다시 돌려 자신의 앞에 뛰고 있는 장청의 등을 바라봤다.


“장청! 근데 왜 순순히 내 작전을 따라 준거야?”


수혁의 물음에 장청이 잠시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생에서든 현생의 이곳이든 인간에겐 불문율이 있지 않소?”

“불문율?”

“적어도··· 아이들만은 건들면 안되오. 나도···”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고 다시 입을 여는 장청.


“내게 달려드는 혈교도들 중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소.”

“······”

“허나 그들에게 날아드는 내 검을 멈출 순 없었소. 그저··· 나도 살고 싶었기에.”

“이 친구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꽃밭을 태워 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것 정도··· 그게 내 최소한의 속죄요.”

“······”


장청이 굳은 얼굴로 수혁을 바라봤다.


“수혁. 우린 아직 그들을 뿌리뽑을 정도로 강하지 않소.”

“그래 아직은 말이지···”


‘마교···’


수혁이 입술에 피가 흐를 정도로 이빨을 꽉 깨물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본업과 병행해 글을 쓰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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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요녕과 하북의 경계 22.10.06 86 1 11쪽
» 신선화(神仙花)(2) 22.10.05 118 1 11쪽
51 신선화(神仙花) 22.10.04 103 1 10쪽
50 모용세가(2) 22.10.03 130 1 11쪽
49 모용세가 22.10.01 121 1 11쪽
48 다시 사천으로(2) 22.09.29 115 1 10쪽
47 다시 사천으로 22.09.28 131 2 10쪽
46 북해빙궁(北海氷宮)(8) 22.09.27 138 1 11쪽
45 북해빙궁(北海氷宮)(7) 22.09.26 12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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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북해빙궁(北海氷宮)(4) 22.09.21 13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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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부대 편성(3) 22.09.12 209 4 11쪽
34 부대 편성(2) 22.09.09 225 4 10쪽
33 부대 편성 22.09.08 227 4 11쪽
32 만독신단(萬毒神丹)(2) 22.09.07 227 3 11쪽
31 만독신단(萬毒神丹) 22.09.06 231 3 12쪽
30 분열 22.09.05 23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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