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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킹 님의 서재입니다.

나 베테랑 메이저리거, 사천당가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캄킹
작품등록일 :
2022.08.02 02:38
최근연재일 :
2022.10.10 21:3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6,067
추천수 :
261
글자수 :
265,012

작성
22.09.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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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해빙궁(北海氷宮)(8)

DUMMY

서걱.

서걱.


“에잉 쯧! 칼이 이리 가벼워서야!”


화산에서 수혁 덕분에 자신의 거도가 부서진 척산이, 밀려오는 적을 베어내며 칭얼거렸다.


‘얼마나 무지막지한 것을 준비하길래 저 빙궁주가 이리도 시간을···’


한설이 자신을 지켜달라 부탁한지도 시간이 꽤나 흘렀다.

한설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이성을 잃어버린 적들도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험을 느꼈는지, 중구난방으로 달려들던 이들이 오로지 한설을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미친 듯이 한설의 주위로 휘몰아치던 기운도 이제는 어찌된 일인지 잠잠해졌다.


척산이 뒤를 힐끗 돌아보자, 한설이 눈을 감으며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한설의 손은 빙정이 있는 목걸이 위로 가지런히 원을 만들고 있다.


북해의 신물(神物) 만년빙정(萬年氷精).

척산도 분명 빙궁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북해의 소궁주는 태어날 때부터 빙궁주에게 만년빙정을 하사 받는다.

중원의 무인들이 매일 아침 운기조식을 하여 단전에 내공을 쌓듯이, 빙궁의 소궁주와 빙궁주는 내공뿐만 아니라 음의 기운을 빙정에 차곡차곡 쌓아간다.

빙궁주가 북해에서 대를 이어 왕처럼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빙정의 힘이 컸다.

이처럼 음의 기운이 중요하기 때문에 빙궁의 궁주는 대대적으로 여인이 도맡아 온 것이다.

여기까지가 척산이 알고 있는 빙궁에 대한 정보였다.


“녹림왕!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방어만 하고 있어야 되는 겁니까!?”


척산의 옆으로 피를 뒤집어 쓴 백진이 다가오며 물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모든 적들의 공세가 한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전장의 양상은 밀려드는 적들에게서 한설을 지켜내는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비검! 조금만 더 버텨보세!”

“이러다가는 밀리게 생겼습니다!”


백진의 말대로 한설을 지키는 방어선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당문의 직계, 점창의 최고 유망주, 미쳐 날뛰는 광마에게서 살아남은 녹림의 정예, 거기다 십대고수 빙화신녀 한설까지.

이들의 연합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연합이 아니었다.


적들과 맞붙은 초반에는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고, 그저 적들을 도륙하는 일방적인 살육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허나, 문제는 체력이었다.

북해의 긴 여정 직후,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이들은 감옥에 갇혀있었다.

거기다 감옥을 나오자 마자 소궁주를 찾으려 온 빙궁을 뒤지고 다니지 않았던가?


북해의 낮은 기온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빠른 속도로 체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만 있었다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어차피 자신들의 체력이 떨어질수록 당연히 적들의 체력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허억···허억··· 이 새끼들은 도대체 무슨 훈련을 받았길래 지치지도 않는 것이야!!”


서봉이 검을 마구 휘둘러 대며 고성을 질러댔다.

서봉의 외침처럼, 적들은 그 오랜 전투 동안 거친 숨소리 조차 내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저들이 단련을 잘 해온 것인지, 북해의 추운 기온에 익숙한 자들이라 그런지, 그것도 아니라면 입에 털어 넣었던 하얀 가루 덕분인지.

적들이 어찌 이리도 지치지도 않고 싸울 수 있는 것인지···.

지금의 이들로썬 당최 알 방도가 없었다.


“으악!”

“끄억!”


이제는 연합의 방어선에서도 비명소리와 함께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빙궁주!!!”


쓰러지는 녹림의 산적들을 보고 척산이 고함을 질렀다.


“아우 시끄러!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어느새 한설이 척산의 옆에 다가와 서있었다.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소!”

“아직 목 잘 붙어 있구만 뭘.”


척산에게 농을 던진 한설의 눈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다들 고생 많았어. 이제 나한테 맡기고··· 전부 내 뒤로 물러나.”


“개 죽음 당하기 싫으면.”


한설에 목에 걸린 빙정이 한설의 푸른 눈과 같은 푸른 색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도대체 어딜봐서 저게 무공이야··· 저건 거의 마법 수준 아니야?”

“마법···? 마법이 뭐에요? 왕자··· 아니 수혁님.”


도진을 찾아 설산 위로 올라갔던 수혁이 등에는 한설을 업고, 양손엔 도진의 발목을 질질 끌고, 어느새 전장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다가와 있었다.

수혁이 도진을 끌고 온 덕분인지 도진이 지나간 자리는 작은 눈길이 생겨나 있었다.


“야 너희 어머니 진짜 사람이 맞긴 맞아? 저건··· 꼭···. 마녀 같잖아···.”


수혁의 눈앞으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척산과 백진이 후퇴하라 고함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설이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양손을 짚었다.

한설이 짚은 땅이 빛나며 한설의 앞으로 빙궁보다도 더 거대한 빙검(氷劍)이 땅에서 순식간에 솟아 올랐다.

뒤로 후퇴하던 무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쩌저적.

쩌저적.


땅에서 솟아난 빙검이 굉음을 내며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쨍그랑!


거대한 것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빙검이 산산조각 나며 수백만, 수천만 갈래로 쪼개졌다.

거검산화(巨劍産花).

그 이름처럼 거검(巨劍)에서 태어난 작은 검들이 적들을 향해 꽃잎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콰쾅!

쾅쾅!

콰콰콰콰쾅!


도진이 던져댔던 만천우박(滿天雨雹)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수의 빙검이 적을 덮치기 시작했다.

한설이 자신의 궁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듯, 빙검이 설산을 넘어 빙궁까지 덮칠 정도로 광범위하게 쏟아져 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의 앞에는 눈밭을 빽빽이 채운 빙검과 무너져 내린 빙궁, 적들의 시신만이 가득했다.


“딸꾹!”

“성 하나 정도는 십대고수 한 명이면 충분하다더니··· 그 말이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었구만 그래···”

“저··· 저 분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맞긴 합니까?”


녹림의 산적들이 입을 쩍 벌리고, 한설이 홀로 벌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리 끄··· 끝난 겁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후퇴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적들의 피를 뒤집어쓰며 검을 찔러 넣었던 장청과 백진도 허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후··· 오랜만에 큰 힘을 썼더니 골이 다 땡기네···”


한설이 이마를 매만지며 힘겹게 일어났다.


“어머니!”


그런 한설에게 한선화가 두 팔을 벌리며 달려왔다.


“어이구! 우리 강아지!”


한설이 달려오는 선화를 안으려 한쪽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렸다.

선화가 한설의 지척까지 다가 온, 그 순간.


“안돼!! 아니야!!!”


위에서 수혁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한설에게 안기려던 선화가 갑자기 손을 찔러 넣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이 정도 공격은 손쉽게 막아냈을 한설이었다.

허나, 오랜 감옥생활과 거검산화로 큰 힘을 사용했던 한설이었기에, 수혁의 고함소리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늦고 말았다.


“너만 없으면 결국 북해는 다시 혈교의 손에···”


한선화가 빠른 속도로 한설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태앵.

푸욱.


“어···어찌···”


털썩.


한선화 아니, 한선화로 변장한 임화수가 미간이 뚫린 채 옆으로 천천히 쓰러졌다.


“후···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빙궁주님.”


철컥.


한설의 눈에 검을 검집에 넣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장청이 들어왔다.


파라드 리포스트(Parade reposte).

방금 전, 장청은 비무대회에서 보여줬던 그 기술을 다시 한번 재연했다.

내질러 오는 임화수의 손을 검으로 흘려 막고 곧바로 미간에 검을 찔러 넣은 것이다.


한설이 놀란 눈으로 장청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며 물었다.


“나도 느끼지 못한 것을··· 어찌 내 딸이 아니라 확신했느냐?”


장청이 점점 임화수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신의 손목과 발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궁주님은 분명 수갑을 차고 계셨습니다. 저자도 마음이 급해 거기까진 생각 못했나 보군요.”


빙궁에 온 뒤, 수혁을 제외하고는 한선화와 가장 많이 마주했던 장청이었기에, 그 찰나의 순간에도 한선화가 아니란 것을 알아채고 재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어머니!!”


이번엔 진짜 한선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주님!!”


전장이 벌어지자 뒤로 빠져있던 빙궁의 시종들과 함께 선화가 설산 상부에서 내려왔다.


“형님! 누님! 장청! 다들 괜찮아!?”


물론 선화를 업고 손을 흔드는 수혁과, 바닥에서 만세를 하며 수혁에게 끌려 다니는 도진도 함께 말이다.

이렇게 북해에서 벌어진 수혁의 첫 실전은 연합의 승리로 끝이 났다.


***


한설이 북해의 빙궁까지 날려버린 바람에 수혁의 일행과 북해의 시종들은 임시 천막에 머무르게 되었다.

점창의 제자들과 녹림왕 척산, 어느새 정신을 차린 도진을 포함한 당문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어휴! 내가 못살아 정말!!”

“잘못했어요··· 어머니···”

“너 이새끼는 그걸 준다고 그냥 넙죽 받아!?”

“말씀 드렸다시피··· 저··· 저는 그 때 의식이 없었던 상태라···”

“X바 말대꾸하냐 너?”

“아··· 아닙니다.”


다 모여있는 자리에서 한설에게 혼이 나고 있는 한선화와 도진이었다.


“빙정을! 어!? 그것도 만년빙정을!!! 처음 본 당문의 자식에게 먹이는 게 말이 되냐고!!!!!”


한설이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이 제 가슴을 쾅쾅 쳐댔다.

제 딸에겐 욕을 최대한 참고 있는 한설이었지만, 조금만 더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화병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도진과 선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빙궁주님. 그렇게 화만 내지 마시고, 그냥 하나 더 주면 되지 않아···요?”


수혁이 조심스레 존댓말까지 써가며 물었다.

큰 누님인 소유에게도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기가 쌘 여인에겐 한없이 약해지는 수혁이었다.


“야! 만년빙정이 뭐 어디 굴러다니는 돌인 줄 알아! 신물이라고 신물! 그냥 빙정도 귀한데 만년빙정은··· 하···”

“에이··· 그래도··· 사람 목숨을 살린 거잖아···요.”

“이 X발! 어차피 목숨은 부지 할 수 있었던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리고! 만년빙정을 구한다 한들! 내 딸이 여태 힘겹게 쌓아왔던 음기의 힘을 저 새끼가 다 가져간 거라고!”


한설이 도진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

존대하긴 하지만 자신의 할말만큼은 전부 꿋꿋하게 다하려는 수혁 때문에, 이 자리의 모든 이의 얼굴이 굳어져만 갔다.

도후와 소영이 수혁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젓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새를 못 참고 수혁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무공을···”

“이 X바! 너 말 한번 잘했다!! 그래 무공!!! 명색에 빙궁의 소궁주인 내 딸이!! 이제 빙검도 못 꺼낸다고!!! 그냥 설산에서 다 죽었어야 돼! 다 죽자!! 다 죽어어어어어!!!”


수혁의 말을 신호탄 삼아 한설이 다시 한번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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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변화(1부 完) 22.10.10 86 1 10쪽
54 요녕과 하북의 경계(2) 22.10.08 86 1 12쪽
53 요녕과 하북의 경계 22.10.06 85 1 11쪽
52 신선화(神仙花)(2) 22.10.05 117 1 11쪽
51 신선화(神仙花) 22.10.04 103 1 10쪽
50 모용세가(2) 22.10.03 130 1 11쪽
49 모용세가 22.10.01 121 1 11쪽
48 다시 사천으로(2) 22.09.29 115 1 10쪽
47 다시 사천으로 22.09.28 131 2 10쪽
» 북해빙궁(北海氷宮)(8) 22.09.27 138 1 11쪽
45 북해빙궁(北海氷宮)(7) 22.09.26 124 2 12쪽
44 북해빙궁(北海氷宮)(6) 22.09.23 142 2 11쪽
43 북해빙궁(北海氷宮)(5) 22.09.22 173 2 11쪽
42 북해빙궁(北海氷宮)(4) 22.09.21 137 2 10쪽
41 북해빙궁(北海氷宮)(3) 22.09.20 161 2 11쪽
40 북해빙궁(北海氷宮)(2) 22.09.19 148 2 11쪽
39 북해빙궁(北海氷宮) 22.09.16 166 2 11쪽
38 북해로 향하는 길(3) 22.09.15 171 3 11쪽
37 북해로 향하는 길(2) 22.09.14 186 2 11쪽
36 북해로 향하는 길 22.09.13 197 3 12쪽
35 부대 편성(3) 22.09.12 208 4 11쪽
34 부대 편성(2) 22.09.09 225 4 10쪽
33 부대 편성 22.09.08 226 4 11쪽
32 만독신단(萬毒神丹)(2) 22.09.07 227 3 11쪽
31 만독신단(萬毒神丹) 22.09.06 231 3 12쪽
30 분열 22.09.05 23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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