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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킹 님의 서재입니다.

나 베테랑 메이저리거, 사천당가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캄킹
작품등록일 :
2022.08.02 02:38
최근연재일 :
2022.10.10 21:3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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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4
추천수 :
261
글자수 :
26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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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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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해빙궁(北海氷宮)

DUMMY

“쥐새끼들이 북해를 건넌 것 같다?”

“예. 주교님. 강 건너의 교도가 보내온 서찰입니다.”


혈교의 여덟 번째 주교.

임화수가 혈교도가 가져온 전서를 찬찬히 읽어봤다.


“오십명 남짓의 무인이라···. 녹색 무복에 검을 차고 있다? 녹림의 산적 놈들이 광마를 피해 북해까지 도망 온 것인가? 흠···.”

“어찌 할까요?”

“교인들에게 북해를 건너는 자가 있는지 강변을 철저히 수색하도록 명하거라. 늘 하던 대로 죽이진 말고 이리 데려오거라.”

“네! 주교님!”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려는 혈교도를 임화수가 잠시 멈춰 세웠다.


“아! 나가는 길에 신선화단(神仙花丹)을 하나 내오도록 명하여라.”

“네!”

“혈마재림(血魔再臨)!”

“혈영천하(血浧天下)!”


화수가 혈교의 교리를 읊자 혈교도가 화답하고 물러갔다.


“잘됐군.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임화수가 찻잔에 담긴 차를 홀짝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수혁의 일행은 수혁이 만든 스케이트를 신고,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북해를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해를 건너왔다고 해서, 추위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프에취! 어찌 여긴 더 추운 것 같네.”


수혁이 연신 흐르는 콧물을 닦아냈다.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음에도 차가운 기온이 자꾸만 몸에 기력을 빼앗아갔다.

고작 6벌의 털옷을 번갈아 돌려 입어가며, 차디찬 북해를 건넌 산적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소가주님! 그 빙궁인지 뭔지 어서 거기로 갑시다. 이러다 우리 형님, 아우들 다 죽겠어요!”


서봉의 말대로, 추위에 떠는 걸 넘어서 이제는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는 산적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녹림은 북해에서 멸문해 버릴 터.


“지금 잠들면 다 죽소! 오늘 염라(閻羅)를 만나 뵐 생각이 없다면 빙궁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신 똑똑히 차리시오!”


도후가 산적들에게 소리치며 발검을 재촉했다.

도후의 옆에서 눈으로 뒤덮인, 산처럼 높게 솟은 언덕을 가만히 쳐다보던 수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형님··· 저기 눈덩이가··· 움직이는 것만 같은데요?”


수혁이 언덕을 가리키며 도후에게 말했다.

도후가 언덕을 바라보자 수혁의 말 그대로였다.

사람 보다 큰 눈덩이들이 수혁의 일행을 향하여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산사태가 일어난 것만 같았다.


“느··· 늑대다!!”


언덕에서 굴러오는 눈덩이, 아니 달려오는 늑대들을 알아본 도진이 소리쳤다.

눈처럼 새하얀 털의 늑대들이 일행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뭐··· 뭐? 늑대? 어?! 지···진짜 늑대다!”

“도···도망쳐!”


수혁과 소영이 도망치려 재빨리 뒤로 돌았다.


“늑대다!”

“이얏호! 늑대다!!!”

“살았구나! 살았어!!”

“발에 이제 감각도 없다 이것들아! 어서 이리와 내 털신이 되거라!”


뒤를 돈 수혁과 소영을 쌩 지나쳐가는 산적들.

호위무사도 없이 황금을 잔뜩 끌고 산을 건너는 상단을 본 듯, 눈깔을 까뒤집으며 늑대무리를 향해 달려 나가는 녹림의 산적들이었다.


“······”

“······”

“크흠! ···우리 애들이 많이 추웠나 보오.”


“수장으로써 나도 보고만 있을 순 없지! 가자! 녹림!”

“으자자자잣!”


녹림왕 척산까지 늑대의 무리로 달려가고, 그렇게 늑대들에게 처참한 살육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새하얀 눈밭이 늑대의 피로 붉게 물들고, 산적들이 늑대의 가죽을 둘러 입었다.

오랜 산적생활 덕분인지, 능숙하게 짐승의 가죽을 분리하고 옷으로 제단 하는 녹림의 산적들이었다.


“하하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더니!”

“휴···. 하마터면 헤까닥 골로 갈 뻔했소.”

“이리 하늘에서 선물을 주시다니! 녹림이 무너지는 걸 하늘도 원치 않은 듯 하오! 하하하!


어째 북해에 온 뒤부터 말 수가 줄었던 산적들의 말문이 트였다.


“어우 누가 산적 아니랄 까봐 으··· 망측해라.”


소영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손사래를 쳤다.


“몰래 잠입해 빙궁의 동태 부터 파악하려 했건만···”


도후가 고개를 내저은 후, 소리쳤다.


“녹림!”

“예! 소가주님!”

“그 핏자국··· 어서 눈으로 덮어 가립시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도 저들을 도와 재빨리 치우자꾸나.”

“제기랄 일꾼을 얻으려 했는데! 오히려 죄다 짐 덩이야 짐!”


수혁이 궁시렁거리며 도후를 따라 터덜터덜 걸어갔고, 녹림의 산적들과 수혁의 일행은 피로 얼룩진 땅을 눈으로 덮기 시작했다.


“아오! 허리야!”

“허허허! 미안하게 됐수다. 당소협!”

“웃지마! 정들어!”

“하하하하! 이럴수록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이제 얼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소!”


크르르르르.


“거 좀 으르렁 대지 마시오···. 우리 애들도 이러다간 정말 죽을까 봐, 앞 뒤 안 가리고 달려 나간 것이니. 당소협이 이해해주시오...”


척산이 낮은 자세로 임했음에도 수혁은 대답이 없었다.


“거 참. 당소협. 대답은 해주시오. 이리 무시해 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소?”


허리를 숙여 눈을 파내던 척산이 허리를 피고 수혁에게 따져 물었다.

척산은 수혁이 여태 봐왔던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척산의 예상은 한참을 빗나가고 말았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척산의 뒤를 가리키는 수혁.


“녹림왕··· 너··· 너... 뒤에···”


척산에게 직감적인 공포심이 밀려 들어왔다.

전신에 닭살이 돋은 척산이 수혁의 손가락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르르.


아까 전 사냥한 늑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의 늑대.

집채 만한 크기의 늑대가 척산의 뒤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엄마야!”


척산이 엉덩방아를 찍으며 뒤로 물러났다.

척산의 고함소리에 모든 이들이 하던일을 멈추고, 척산이 소리친 방향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수십 마리의 늑대가 언덕 위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산 위에 산들이 서있는 것만 같았다.


“저··· 저게 뭐야···!”

“이런 젠장!!”

“도··· 도망쳐!!!”


아우우우우우!


가장 꼭대기에 서있는 늑대의 울음을 신호탄 삼아 수십 마리의 늑대들이 지축을 울리며 뛰쳐내려오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세차게 흔들렸다.


“서···서봉아! 수레! 수레 챙겨라!”

“왜 또 저입니까!”

“빨리!!!”


수혁의 일행과 녹림의 산적들이 우왕좌왕하며 늑대가 달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죽을 힘을 다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저게 어딜 봐서 늑대야!”

“수혁. 어찌 저 큰걸 보고 늑대라 할 수 있소? 눈이 삔 것 아니오?”

“말 할 힘이 남았으면 더 빨리 뛰거라! 물리면 한입에 두 동강이 나겠다!”


이 와중에도 잡담하는 수혁과 장청에게 도후가 호통쳤다.

그렇게 그들과 늑대들의 대낮에 눈밭 추격전이 시작됐다.


딱!


“으악!”


하필이면 도망가는 방향이 산을 오르는 길이라, 맨 뒷열 산적들은 몇 번이고 사선을 넘었다.


그렇게 한 참을 앞만 보고 내달리던 와중.

백진이 덜컥 멈춰 섰다.

백진의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던 도진이 백진의 등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악! 비검! 왜 멈추는 것이오!”

“늑대들이 눈을 밟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소.”


백진의 말에 달리던 모두가 멈추어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았다.


크르르르···


결계(結界)라도 쳐져 있는 듯, 보이지 않는 선을 기점으로 늑대들이 더 이상 발걸음을 때지 못하고, 일행을 노려만 보고 있었다.

모두가 의아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빙궁을 찾은 손님들 입니까? 아니면 그저··· 설효를 피해 도망 온 자들입니까?


노인의 목소리를 뒤로 지금 녹림이 걸친 옷과 같은 늑대의 털옷, 설효의 털옷을 입은 빙궁의 무인들이 일행에게 다가왔다.

푸른 눈에 새하얀 피부.

지헌이 말해준 북해의 사람들의 용모와 일치했다.


“전 사천당문의 소가주 당도후라합니다. 빙궁을 찾은 것도 맞고, 창피하지만 늑대··· 저 설효란 짐승을 피해 도망 온 것도 맞습니다.”

“허··· 당문의 소가주께서 북해까진 어인 일로. 노고가 참 많으셨소. 빙궁의 대장로 황석현이라 하오.”

“장로님을 뵙습니다.”


도후가 황석현에게 포권하자, 석현도 마주 포권했다.

석현이 산적들의 옷을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설효들이 대낮부터 왜 이렇게 울어대나 싶었는데···. 설효의 새끼들을 잡은 모양이구려.”

“예··· 이리 추울 거라 예상 못한 탓에···”

“그게 새끼라고?”

“당스혁 끼어들즈므라···.”


도후가 이를 꽉 깨물고 수혁에게 복화술을 하듯 읊조렸다.

어딜 내놔도 자기 할말은 꼭 하는 막내였다.


“하하하! 설효는 북해의 영물이요. 그래도 성체와 싸우지 않은 것은 잘하셨소. 성체는 웬만한 고수들도 힘겨워하니.”

“예···. 헌데 저 설효란 영물이 갑자기 쫓아오지 않는 연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빙궁의 영역엔 들어오지 못하오. 새끼때부터 학습된 거라고나 할까?”

“그렇군요.”


도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꽤 먼 길을 왔을 텐데 궁에 들어가 여독을 푸시지요. 여기서부턴 북해의 빙궁이오.”


석현이 안내하듯 팔을 벌리며 옆으로 물러섰다.

늑대를 피해 설산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던 일행들의 눈 앞에 절경이 펼쳐졌다.

설산에 둘러 쌓여있는 눈처럼 새하얀 궁전이 햇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다.

수혁이 빙궁의 아름다운 장관에 눈을 때지 못하고 감탄했다.


“와···. 빙궁(氷宮)이라 하더니··· 진짜 꼭 동화 속 궁전 같네···.”


그렇게 빙궁의 대장로.

황석현을 따라 수혁의 일행이 빙궁으로 향했다.


아우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


그들이 떠나고도 한참 동안을, 구슬픈 설효의 울음소리가 설산에 메아리쳤다.


***


“녹림이 아니라 당문에서 왔다고?”

“예! 분명 대장로에게 자신이 당문의 소가주라 소개했습니다. 주교님.”

“당문이 왜 검을···”


암기와 독을 쓰는 사천당문에서 검을 메고 온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임화수였다.


“어찌 할까요?”

“뭐···. 당문에서 온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 준비해 놓은 연회를 베풀어 주거라.”

“예.”

“이번엔 또 어떤 녀석들이려나. 상인이면 힘도 못쓰고 금방 죽어버릴 텐데, 무인이라 다행이군. 흐하하하···”


“···호호호호.”


호쾌하게 웃던 임화수의 목소리가 여인의 것으로 변했다.

목소리뿐만 아니었다.

검은 머리는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골격이 점점 작아지며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올랐다.

심지어, 갈색이었던 눈동자는 하늘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 이번 노예들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 보실까? 호호호!”


가녀린 두 팔로 거대한 문을 활짝 여는 혈교의 여덟 번째 주교 임화수.

아니, 역용술(易容術)을 사용해 이제는 빙궁주의 모습이 된 임화수가 밝은 얼굴로 수혁의 일행을 맞이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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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요녕과 하북의 경계 22.10.06 85 1 11쪽
52 신선화(神仙花)(2) 22.10.05 117 1 11쪽
51 신선화(神仙花) 22.10.04 103 1 10쪽
50 모용세가(2) 22.10.03 130 1 11쪽
49 모용세가 22.10.01 121 1 11쪽
48 다시 사천으로(2) 22.09.29 115 1 10쪽
47 다시 사천으로 22.09.28 13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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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북해빙궁(北海氷宮)(7) 22.09.26 124 2 12쪽
44 북해빙궁(北海氷宮)(6) 22.09.23 142 2 11쪽
43 북해빙궁(北海氷宮)(5) 22.09.22 173 2 11쪽
42 북해빙궁(北海氷宮)(4) 22.09.21 137 2 10쪽
41 북해빙궁(北海氷宮)(3) 22.09.20 161 2 11쪽
40 북해빙궁(北海氷宮)(2) 22.09.19 147 2 11쪽
» 북해빙궁(北海氷宮) 22.09.16 166 2 11쪽
38 북해로 향하는 길(3) 22.09.15 171 3 11쪽
37 북해로 향하는 길(2) 22.09.14 186 2 11쪽
36 북해로 향하는 길 22.09.13 196 3 12쪽
35 부대 편성(3) 22.09.12 208 4 11쪽
34 부대 편성(2) 22.09.09 225 4 10쪽
33 부대 편성 22.09.08 226 4 11쪽
32 만독신단(萬毒神丹)(2) 22.09.07 2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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