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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킹 님의 서재입니다.

나 베테랑 메이저리거, 사천당가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캄킹
작품등록일 :
2022.08.02 02:38
최근연재일 :
2022.10.10 21:3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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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4
추천수 :
261
글자수 :
26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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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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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저녁.

모용세가의 대문 앞.


“당가주님··· 그럼 살펴 가십시오.”


상복을 입은 모용의 무인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무인의 자세는 정중했으나 눈빛만은 강렬히 지헌을 쏘아보고 있었다.


“형님. 정말 이대로 돌아가는 겁니까?”

“······”


도진의 물음에도 도후는 대답이 없었다.

도후는 그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지헌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당가주···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된 것 같구만.”

“팽가주 자네··· 괜찮은가?”


지헌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철현을 바라봤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친우의 모습이 어찌 어색하게 느껴졌다.

철현의 왼 소매가 하염없이 바람에 휘날렸다.

지헌의 시선을 느낀 철현이 비어있는 왼쪽 어깨를 매만지며 나직이 웃었다.


“허허··· 이 정도면 싸게 준 것 아니겠나···. 모용호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아마··· 나나 점창의 장문인도 목숨을 부지하지 힘들었을게야···.”


철현이 폭발이 있던, 끔찍했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자신이 벽련탄을 발견하고 모두에게 피하라고 소리치던 그 순간.

오히려 벽력탄이 터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던 노란 무복을 입은 사내의 뒷모습을.


탁. 탁.


나무가 지면에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황이 나무를 깎아 만든 목발을 짚으며 지헌과 철현에게 다가왔다.

지헌과 철현이 서황을 바라봤다.

서황은 그들의 옆에 서서 말없이 그저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빗방울이 땅을 때리는 소리만이 적막을 채워왔다.

장시간의 침묵 후 지헌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장문인···”

“···점창에 12년 전에 입문했던 제자 하나가 자폭했소.”

“······”

“점창 뿐만이 아니오. 무당, 화산, 종남, 소림은 물론이고, 구파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된 형산까지··· 구파일방의 모든 문파에 첩자가 있었단 말이오.”


서황의 말 그대로였다.

무당의 제자 명철의 자폭을 신호탄 삼아 소림, 화산, 개방 가릴 것 없이 구파일방의 제자들이 뒤이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당문과 같은 오대세가가 종종 범재들을 가문의 무인으로 받긴 하나, 철저한 가문위주의 운영이 내부 첩자의 존재를 피해갈 수 있었다.


서황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얘기했다.


“그··· 아이가 입문한 것이 무려 12년 전이오··· 방장의 말로는 자폭한 소림의 제자는 14년 전에 출가(出家)하여 소림에 입문했다 했소. 도대체 마교가 언제부터 준비를 해온 것인지··· 내 가늠도 가지 않소.”


비무대회의 자폭사건 이후로 마교의 존재를 의심하던 자는 깨끗이 사라졌다.

천마와 혈마를 찬양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바치는 젊은이들을 눈 앞에서 보았는데 의심하는 자가 더 이상 누가 있으랴.

철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이럴 때 일수록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하건만, 다들 그리 급히 떠나버렸으니···”


이들은 자신의 발로 모용세가를 나가는 것이 아니다.

쫓겨나듯 모용을 빠져 나온 것이다.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호의 장례가 진행되며 모용에선 당장이라도 대흑산의 혈마를 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허나, 뚜렷한 정보도 없거니와, 얼마나 더 있을 지 모르는 첩자의 존재 때문에 다른 문파와 세가는 모용의 주장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부상을 크게 입었던 철현과 서황,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던 지헌을 제외한 문파와 가문의 수장들은 진작에 서둘러 모용을 빠져나갔다.


물론 말로는 자신의 문파와 가문에 돌아가 첩자를 색출하고, 이번 사건으로 죽은 제자들의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며 돌아갔다.

허나, 이미 마교의 존재가 기정사실화 된 마당에 가문과 문파를 비우고 나온 것이 덜컥 불안했으리라.


“당가주. 저도 이만 운남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 불안해 미칠 지경입니다. 지금 당장에 마교가 점창산에 들어 닥치진 않을지··· 본문에 남아있는 제자 중에 혹 첩자가 있진 않을지···.”


그토록 강인하던 서황이 숨김없이 불안을 토로하는 모습에, 철현과 지헌의 입이 다물어 졌다.


“내 이만 돌아가서 사천으로 연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황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헌과 철현도 마주 포권하며, 자신을 기다리는 제자들에게 돌아가는 서황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거야 원···. 중원의 최강을 자부하는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이 마치 겁을 먹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꼴 같지 않소···.”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팽가주.”

“나는 이제 헷갈릴 지경이네 당가주··· 우리가 저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것인가? ···이 어찌하면 좋겠소.”


벌써부터 버젓이 보이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분열에 철현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친우여.”


지헌의 친우란 말에 철현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지헌은 항상 철현을 친우라 부를 때면 꼭 가장 중요한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피해가 커지면··· 결국 궁지에 몰린 채 연합을 다시 하겠지. 허나, 그땐 너무 늦어. 그 피해가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든 저들의 마음을 취합해야 하네.”

“그게 어찌 말처럼 쉬운 것인가···”

“하북으로 돌아가 팽가와 뜻을 함께 할 강동의 문파와 가문을 포섭하게. 나는 강서와 강남에서 찾을 테니.”

“뜻을 함께 할 자를 찾아 어찌할 셈인가···?”

“이대로 기다리기만 할 순 없지 않은가?”

“정사전쟁 때처럼 선수를 치잔 말인가? 허나, 자네도 그 지독한 전쟁을 겪었지 않았나. 큰 전쟁을 겪은 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피해를 먼저 감수하겠다는 문파와 세가가 있겠는···”


지헌이 철현의 말이 끝 맺히기도 전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전부일 필요는 없네. 지금 상황에선···.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슬픔에 찬 것인지 분노에 찬 것인지.

알 수 없는 친우의 눈빛에 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힘써보도록 하지.”


***


점창의 제자들이 서둘러 점창의 본산이 있는 운남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장청!”


수혁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리는 장청.

수혁이 장청에게 달려왔다.


“사천의 당문으로 찾아와.”

“수혁··· 수혁도 보다시피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소. 사숙 중에 첩자가 있었고, 우리 장문인도 큰 부상을 입어···”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장청의 말을 자르며 수혁이 얘기했다.


“당문에는 중원 최고의 대장간을 가지고 있어.”

“대장간···?”

“너희 장문인의 무릎의 본을 떠서 사천으로 와.”

“그게 무슨 소리오? 본을 떠서 오라니.”

“진흙이나 석고 같은 걸로 잘려나간 부분의 본을 떠서 오라고.”

“······!”


장청이 놀라 눈이 커졌고, 수혁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우리 머리엔 우리가 살던 곳에 과학기술이 있잖아?”

“의···의족을 만들자는 것이오?”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의족의 생김새를 알아도 만드는 것은···”

“괜찮아. 우리 당문의 장인이 실력이 좋더라고. 설명만 잘해주면 만들 수 있을 거야. 무엇보다 가만히 있는 것 보단 시도라도 해보는 게 낫잖아?”

“알겠소. 내 점창산으로 돌아가자 마자 본을 떠서 당문에 방문하리다.”

“그리고···”


수혁이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장청의 귀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내 생각에 마교란 것이 우리의 환생과 관련 된 것 같아.”

“안 그래도 나도 그 생각을 하던 참이오. 분명 지켜달라 했으니, 무언가 큰 세력과 대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소···.”

“그러니까 너도 돌아가서 마교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와, 나도 서책과 당문의 어른들께 물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아.”

“알겠소.”

“그래 조만간 보자.”


수혁이 손을 내밀었고, 장청이 마주 악수했다.


***


수혁이 장청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와 당문의 사람들과 떠날 채비를 했다.

수혁에게 쭈뼛쭈뼛 다가오는 춘식.


“저··· 공자님···”

“춘식아 준비다 했어? 뭐해? 어서 나와 같이 당문으로 가야지.”


수혁은 요녕에서 떠날 준비를 하기 전부터 춘식에게 함께 당문에 가자고 언질을 해두었다.

하여, 이제 떠나야 하니 춘식을 돌봐주던 진삼과 같이 지내던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수혁은 춘식이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온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수혁의 생각과 달리 춘식은 도후에게 받았던 녹색 무복을 수혁에게 내밀었다.


“공자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전 요녕에 남겠습니다.”

“왜? 너 여기서 지내는 것 보다 당문에 가면 훨씬···”

“이곳에 저와 같은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아십니까? 공자님께서 그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당문에 가실 수 있으세요?”


춘식이 아이답지 않게 진중한 눈으로 물었다.


“저만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제가 나고 자란 요녕의 개방의 일원이 되는 것이 꿈이니까요.”

“녀석···.”


당당하게 어깨를 펴는 춘식의 모습에 수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마음 알겠다.”

“얼른 개방의 일원이 되어서 사천의 분타로 서찰을 보낼게요. 꼭 답장해주세요 공자님! 꼭이요!”

“편지를 보내겠다는 말이지? 그래 답장 꼭 할게.”


수혁이 춘식이 내민 당문의 무복을 바라보다 되려 춘식에게 밀어 주었다.


“그 무복은 형님께서 너에게 선물로 준 것이니 그냥 너 가져가. 그리고··· 공자님이라 하지 말고 이제 형이라 불러.”

“···네 공자님.”


춘식이 수혁이 다시 돌려준 곱디고운 무복을 매만졌다.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네 ···당형.”

“크크크크크. 그래 아우!”


수혁이 춘식의 머리를 세차게 헝클어뜨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춘식아! 몸 건강히 잘 지내! 밥 잘 먹고! 그 진삼이란 놈이 괴롭히면 꼭 말하고! 편지 자주 보내고···!”


춘식에게 연신 소리치며 손을 흔드는 수혁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어엿한 개방의 일원이 돼서 수혁공자님··· 아니 형에게도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겁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당형!’


춘식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수혁이 떠나가는 방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비무대회를 보기 위한 무인들로 시끌벅적 했던 요녕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한산해 진 요녕의 밤거리에 비만이 매몰차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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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변화(1부 完) 22.10.10 86 1 10쪽
54 요녕과 하북의 경계(2) 22.10.08 87 1 12쪽
53 요녕과 하북의 경계 22.10.06 86 1 11쪽
52 신선화(神仙花)(2) 22.10.05 117 1 11쪽
51 신선화(神仙花) 22.10.04 103 1 10쪽
50 모용세가(2) 22.10.03 130 1 11쪽
49 모용세가 22.10.01 121 1 11쪽
48 다시 사천으로(2) 22.09.29 115 1 10쪽
47 다시 사천으로 22.09.28 131 2 10쪽
46 북해빙궁(北海氷宮)(8) 22.09.27 138 1 11쪽
45 북해빙궁(北海氷宮)(7) 22.09.26 124 2 12쪽
44 북해빙궁(北海氷宮)(6) 22.09.23 142 2 11쪽
43 북해빙궁(北海氷宮)(5) 22.09.22 174 2 11쪽
42 북해빙궁(北海氷宮)(4) 22.09.21 137 2 10쪽
41 북해빙궁(北海氷宮)(3) 22.09.20 162 2 11쪽
40 북해빙궁(北海氷宮)(2) 22.09.19 148 2 11쪽
39 북해빙궁(北海氷宮) 22.09.16 166 2 11쪽
38 북해로 향하는 길(3) 22.09.15 171 3 11쪽
37 북해로 향하는 길(2) 22.09.14 186 2 11쪽
36 북해로 향하는 길 22.09.13 197 3 12쪽
35 부대 편성(3) 22.09.12 20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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