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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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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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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휴식

DUMMY

승아는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입술을 꼭 다물고 자리에 앉았다. 눈을 떴지만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눈에 뵈는게 없다’ 라고 하던가? 맞는 표현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런 생각,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승아는 지금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승아 자신의 회귀 전에도 퍼펙트한 최종병기로 추앙받던 조영호도 매번 승리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번의 부진도 겪었고, 그 와중에 에이스 결정전의 패배도 있었다. 그랬기에 회귀전 조영호가 있었던 팀인 GT 스타즈에서 매번 XK 마르스에게 져서 우승을 하지 못했었다. 경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XK 마르스가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도 자신의 탓이 큰 것만 같았다. 김옥지는 이겼어야 했다. 전투 실수로 진 것이 아니라, 뭔가 완전히 말려서 졌다. 온전히 승아 자신의 탓 같았다.


조금만 더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다른 전략을 써 보았더라면.

조금 더 과감하게 드랍을 해 보았더라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승아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생각한다고 바뀔 것은 없지만, 회귀 전의 GT의 조영호보다 좋은 조건의 팀원들이 있음에도 정작 김옥지 따위의 선수에게 졌다는 것이 화가 났다. 얕본 자신에게도, 그리고 그 플레이 내용도.


승아는 그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결승전을 종료하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


긴 시즌이 지나고, 연속된 일정으로 지친 선수들에게도 휴식이 찾아왔다. 승아도 계속된 일정에서 벗어나서 잠시 집에 와서 화를 내려놓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이 승아 혼자였다. 부모님은 일과 개인적인 일 등으로 자리에 있지 않았고, 오빠인 승태는 군대에 있느라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평소와 달리 승아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뭐 하지?


승아는 집과 숙소, 연습실만을 오가던 생활을 반복하다가 막상 잠시간의 휴식을 하게 되자 멍해졌다. 친구들도 지금은 학교와 야자로 다들 하루종일 공부에 바빴다. 이런 상황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주로 한가지 일에 반복해서 종사하는 직장인들이나 운동선수들이 한 시즌을 끝내고 이런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데, 프로게이머로 시즌을 끝낸 승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게임, 또 게임, 그리고 또 게임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승아는 잠시간 집 침대에서 뒹굴다가 습관인지 결국 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예전이었다면 피씨방을 가고 그랬겠지만, 지금처럼 유명해진 뒤에는 피씨방은 가는 것도 꽤 고역이었다. 피씨방에 가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주전쟁게임을 하거나 아니어도 우주전쟁 게임 경기를 보는 나이대나 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인데, 승아를 몰라볼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얼굴을 마스크와 모자로 둘둘 말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지, 실내에서 게임을 하면서까지 그런 모습으로 하기는 답답했다.


그렇다고 최근에 특별히 불타오르는 것도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최근에는 리그 후에 계속해서 6강 플레이오프와 결승전 등을 거치면서 긴 여정을 소화했기에 연습에 연습, 그리고 대회가 반복되는 일상이었기에 우주전쟁 말고는 불타오르는 것이 승아에게 없었다.


승아는 연습실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자 예전에 했던 온라인 게임 ‘신들의 황혼’이 기억났지만,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은 직접 겪어보니 정말 사람이 버틸만한 것이 아니었다.


- 다시 신들의 황혼 온라인에 시간을 뺏길 수는 없지!


그렇다고 또 우주전쟁을 집에서 한다면 휴식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승아는 마우스를 움직여 이리저리 사이트를 클릭했다. 그리고 연예면 기사를 보던 중 탑스타 장우성의 스캔들이 메인에 뜨자 자신도 모르게 클릭했다.


[장우성, 퍼퓸의 혜진과 뜨거운 사이? 소속사 뒷문 쪽에서 혜진이 장우성에게 안겨있는 모습을 지인이 보았다고 증언!! 혜진, 정우성에게 들이댔나? 둘은 사귄지 얼마나?]


자극적인 제목과 소제목들 밑으로 혜진으로 추측되는 실루엣이 장우성에게 안겨있는 사진이 독점이라며 인터넷 연예 기사에 떠 있었다. 승아는 그 장우성이라길래 바로 소제목 밑의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에.. 장우성 걸그룹 멤버 혜진과 열애설? 에에??? 장우성이?”

“.....아.. 맞다. 그랬지.. 혜진이...”

“하긴 정우성이랑 혜진이 그럴리가 있나. 혜진은 퍼퓸 끝날때까지 독신인데..”


승아는 잠시 낚시성 기사제목에 낚여서 기사를 클릭했었지만, 놀람도 잠시, 역시나 추측성 기사고 사진 등은 전혀 없는 ‘주변인의 증언’ 이라는 말만 살짝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뜬소문을 기레기들이 기사화한 것을 보고는 연예면 기사 창을 닫았다.


장우성은 국내 탑 배우 3명을 꼽으면 항상 그 안에 들어가는 배우인데, 현재는 미혼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인지라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고, 조각같은 외모와 매너, 그리고 마음가짐까지 정말 저런 사람이 있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걸그룹 퍼퓸의 리드보컬인 혜진은 노래는 팀에서 제일 잘 부르지만, 외모와 엉덩이로 승부하는 비주얼 걸그룹 퍼퓸에서는 전부 립싱크에 음치까지 있는지라 그 안에서 잘 불러보았자 가창력은 영 꽝인 아이돌 가수였다.


섹시 컨셉인 퍼퓸의 헐벗은 무대 옷차림에 기레기들이 엮었는지 모르지만, 의외로 퍼퓸의 멤버들은 보수적인 면이 있었다. 흔히 추측하는 바와 같이, 그리고 이 기레기의 기사에서 추측하듯이 장우성에게 옷을 벗고 들이대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옷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장우성은 승아가 알기로 이미 애인이 있었고, 동시대 탑 배우인 다른 여배우와 이미 깊은 사이로 내년에 결혼을 발표하는 것으로 승아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혜진이 원래 덜렁거리는 성격에 차에서 내리다 구두굽이 부러지는 것까지 추가해서 넘어지는 걸 장우성이 마침 부축한 것 뿐이었지.”


회귀를 했다는 것은 연예 가십거리를 보아도 재미가 없게 만들었다. 이미 전개를 다 알고 있고, 몇년 뒤에야 밝혀지는 ‘그땐 그랬지’라는 연예인들 토크를 통한 가십을 승아가 어느정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현실로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승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예면을 봐도 ‘이게 정말일까?’ 하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연예면의 가십거리는 원래 그런 마음으로 보는 것인데, ‘이건 진짜야, 이건 거짓말이야’를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 재밌지도 않았다.


연예면에서 눈을 뗀 승아가 결국 들어간 곳은 우주전쟁 커뮤니티였다.


우주전쟁에 관해서는 자신의 관심사라 그런지 몰라도 그냥 읽어만 봐도 재밌었다. 게다가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리그 상황들 때문에 알던 것이 이미 거의 소용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새로운 글들이 올라왔고 그래서 더욱 볼만하고 매력을 느끼는지도 몰랐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알아도 재미가 없다. 몰라야 재미가 있는 것이지...


승아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항상 변화가 있는 우주전쟁이 재미있었다. 이번에 김옥지에게 진 것 같은 변화는 생각하기 싫었지만 말이다.


승아는 우주전쟁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지며 여러 글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사실 승아가 그동안 잘해왔고, 다승 1위, 승률 1위 등의 성적을 이번 시즌에도 내고 여러 선수들을 빠른 손놀림이 뒷받침 된 현란한 컨트롤로 압도해 왔지만, 승아가 천재는 아니었다. 승아 스스로는 자신이 손만 빨라지면 게임을 잘 하는 최고 게이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렇게 한 생각을 결과로 뒷받침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천재들은 따로 있었다.


승아는 회귀 전에는 그저 그런 여성 게이머였다. 전략을 잘 짜고, 승부의 맥을 짚을 줄은 알지만 손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흔한 우주전쟁 넷 양산형 게이머. 외모가 있어서 얼굴마담으로 주목받기는 했지만, 원래부터 컨트롤이 소위 ‘쩐다’거나 하는 게이머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손이 빨라져서 생각한 전략들, 그리고 미래에 쓰일 전략들과 컨트롤을 계속해서 풀고 맵마다의 장단점, 그리고 각 맵마다 유닛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도착하는 시간 등을 다 알고 있기에 최강 승률을 보이고, 강자로 군림하는 것이지, 정말 천재들은 승아처럼 회귀하지 않았어도 최고의 게이머들을 꼽는 순위에 승아의 회귀 전이나, 지금에나 손꼽히고 있었다. 승아가 회귀해서야 하는 것들을 그들은 감각적으로 이미 깨닫고 실천하는 게이머들이었으니까.


폭풍처럼 몰아치는 순간 타이밍을 몸으로 체득한 정창환이나, 소규모 컨트롤의 대가 X-게임넷의 지성철, 그리고 두말하면 입아픈 전략의 대가이며 소규모 드랍 전투를 잘하는 원재 등 원래부터 잘하는 선수들은 승아가 회귀한 이 세상에서도 여전히 잘 하고 있었다.


그 뿐인가! 회귀뒤 승아가 어린 소녀 게이머라는 점을 살려서 실력과 외모로 동시에 홍보를 한 덕분에 우주전쟁의 인기가 전생보다 더욱 빨리 상승한지라 나비효과로 몇년 뒤에야 등장할 게이머들이 승아처럼 어린 나이에 우주전쟁 판에 뛰어들었다. 승아가 빨리 이곳 저곳에 풀은 전략들도 풀리면서 전반적인 수준의 상승도 더욱 빨리 가져왔고, 그런 전략을 보고 성장한 미래에 잘할 그 어린 떡잎의 선수들은 먼저 데뷔해서는 프로의 맛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김찬수, 사종영, 김범수, 하도엽 등이 그랬다. 어린데도 그들은 그들이 가진 천재성을 여실히 드러내는지, 당당히 프로의 대열에 끼어서 1군 엔트리에 들어있었다. 그런 어린 선수들 중에서도 천재성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승아 팀의 조영호였다.


확실히 예전 생에 최종병기라고 불렸던 그 답게 승아의 모든 것을 빨리 흡수하면서 주전 자리를 금방 꿰찼다. 아무리 주전 스쿼드가 얇은 XK 마르스라지만 오래간 게임을 해온 학도나 종원을 팀내 순위전에서 수시로 제낄 수 있다는 것은 조영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직은 어린지라 공격성이 수비성보다 강하고, 승아의 공격적인 면모를 동경하는 모습도 있어서인지 몰라도 승아의 회귀전인 원래 역사에서는 수비적 성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승아처럼 공격적인 3막사 러쉬를 즐겨하고 컨트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재능으로 따지자면 조영호보다 더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이 있었다. 조영호가 많은 재능과 압도적인 노력으로 최종병기의 자리에 올랐다면, 원래부터 하늘이 내린 우주전쟁에 대한 압도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있었다.


KPB 퓨쳐스 소속의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마. 승.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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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검은 눈덩이의 시작 17.09.05 569 16 12쪽
» 휴식 +1 17.09.04 735 16 11쪽
371 최종 에이스 결정전 +5 17.09.03 551 17 17쪽
370 최종 에이스 결정전 +4 17.08.31 533 16 8쪽
369 최종 에이스 결정전 17.08.30 501 18 14쪽
368 최종 에이스 결정전 17.08.29 536 20 14쪽
367 결승 2차전 에이스 결정전 +1 17.08.27 579 16 14쪽
366 결승 2차전 에이스 결정전 +4 17.08.24 910 19 9쪽
365 결승전 2차전 +1 17.08.22 552 19 12쪽
364 결승전 2차전 17.08.21 541 16 11쪽
363 결승전 2차전 +6 17.08.18 547 16 12쪽
362 결승전 2차전 +3 17.08.17 558 18 10쪽
361 결승전 2차전 +1 17.08.16 582 16 15쪽
360 점심시간 +4 17.08.14 595 16 10쪽
359 Betting +4 17.08.13 679 20 11쪽
358 Betting +4 17.08.10 620 17 16쪽
357 결승전 +4 17.08.08 612 17 13쪽
356 결승전 +3 17.08.07 695 16 16쪽
355 결승전 +2 17.08.06 598 17 12쪽
354 하루전, 그리고 결승전 +7 17.08.03 598 14 9쪽
353 결승전 전(D-1) +2 17.08.01 598 17 9쪽
352 결승전 전(D-2) 17.08.01 598 15 7쪽
351 결승전 전(D-2) +1 17.07.31 605 19 13쪽
350 결승전 전(D-3) 17.07.30 612 18 13쪽
349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7 638 14 10쪽
348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3 17.07.26 619 22 20쪽
347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17.07.24 611 18 9쪽
346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4 592 17 11쪽
345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3 17.07.23 623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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