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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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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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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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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결승전 전(D-2)

DUMMY

결승전은 1, 2차전이 하루에 전부 치뤄지게 된다. 3, 4위전이나 2, 3위전은 경기를 나눠서 하면서 광고 수익을 최대화 했지만, 결승전을 두 날짜에 띄엄띄엄 치른다는 것은 아직 전례도 없었고 그렇게 한다면 관객들의 진이 빠질 터였기에 결승만은 하루에 전부 경기가 치뤄졌다.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낮 1시부터 경기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루에 경기를 모두 하는만큼 체력 배분도 필요했고, 여러가지 생각할 것이 많았다.


이런 생각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의 두뇌는 역시 주장인 호진이었다.


호진은 리그 1위를 한 한국항공 점보스의 주장으로서, 감독과 함께 팀 출전 선수에 대한 조합을 짜고 있었다.


“흠.. 호진아. XK 마르스가 올라올 줄은 몰랐는데? 난 X-게임넷이 올라올걸로 생각했는데..”


감독의 말에 호진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호진은 처음부터 승아가 있는, 자신이 있었던 XK 마르스 팀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2순위 예상팀 조차도 원재가 있는 XK 머큐리지, X-게임넷이 아니었다.


“전 XK 마르스가 올라올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XK 머큐리가 올라왔으면 올라왔지, X-게임넷은 올라오지 못했을 겁니다.”

“지성철이 있는 X-게임넷이 전력이 탄탄하지 않아? 우리가 이기기에는 힘들지만 그래도 X-게임넷이 올라올 것이라고 대비한게 다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감독님,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저희가 했던 연습은 애초에 X-게임넷이 아닌 XK 머큐리를 상대하고 한 연습이었습니다.”

“뭐?”


한국항공의 감독은 주장인 호진의 이야기를 듣고 놀랬다. 리그 1위를 한 뒤 리그 최종 결승전을 위해서 준비를 할 때 분명히 감독인 자신은 호진에게 X-게임넷 히어로를 상대로 연습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원재나 승아가 개인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승자 연전 방식이 아닌 이상 X-게임넷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게임을 다 해먹을 수 있는 승자연전 방식과는 다르게 팀전에서는 좋은 선수들이 여럿 있는 팀이 이긴다고 감독은 생각했다.


그런 감독의 이야기를 들은 호진은 자신도 그것에는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조금 다른 부분을 이야기했다.


“물론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전체적으로 팀 선수들이 좋은 팀이 올라오게 되겠죠. 하지만 결국 게임은 어땠습니까? 윤승아 한명이 절벽으로 떨어지려는 팀을 멱살잡고 끌어올렸지 않습니까?”

“흠..”

“물론 팀 전에서 이긴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팀 전에서 3게임을 내주는 상황이 온다면,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에 가게 됩니다. 에이스 결정전을 가서 이기는 것이 승리의 열쇠라는 이야기입니다. 저희 팀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윤승아를 이길 선수가 있습니까? 히데요시요? 상대전적이 너무 안 좋습니다. 천적이에요. 저요? 전 프로로서 이런말 하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으음...”


감독은 호진의 이야기를 듣고 침음을 삼켰다. 팀의 주장이자 투탑 에이스인 호진이 기세에서부터 이미 지고 들어간다면 상대의 에이스인 윤승아를 잡기가 힘들다. 그게 현실이었다. 사종영이나 김찬수, 김옥지나 이진성도 어느정도 하기는 하지만 호진이나 히데요시보다 잘한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 잘하는 호진이 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물론 프로가 프로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호진은 승아의 천재적인 능력을 직접 봐 왔기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추측되기는 했다. 실제로 호진이 생각하기에 승아가 무서운 것은 그 컨트롤에만 있지 않았다. 빌드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제일 뛰어난 것은 연습실의 실력을 그대로 가져오는 승아의 실력이었다.


게임에 있어서 긴장을 하게 되면 변수가 생기고, 그 변수로 인해서 예상외의 선수나 팀들이 이기곤 하지만 승아의 경우는 멘탈을 제외하면 큰 약점이 없었다. 그렇다고 예전에 모 팀 마냥 마우스 패드에 조작을 가한다거나 하는 불법적인 일들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 것들은 호진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기기는 해야 했다. 프로고, 자신은 팀의 주장이니까.


그런 호진의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물었다.


“그럼 뭐야? 어떻게 윤승아를 이기자는 거야?”

“집니다. 윤승아 한테는 집니다. 하지만 게임은 이깁니다.”

“뭐?”


감독은 호진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승아는 거릅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이기면 됩니다. 나머지를 확실히 잡으면 됩니다. 4:1로.”

“어느 맵에 나올 줄 알고 윤승아를 걸러? 아니, 애초부터 그게 말이 되나? XK 마르스에서 맵을 먼저 정한게 아니야. 우리와 동시에 내는거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승아가 나올 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XK 마르스 팀에서의 경험과, 자료가 있습니다. 이거라면 승아가 나올 맵을 거의 95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맞출 수 있습니다.”

“아.. 자료.. 흠.. 호진이 네 자료는 쓸만하지. 게다가 경험이라...”


X-게임넷도 승아의 출전을 나름 예상해 보았지만 맞추지 못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GT 스타즈는 윤승아를 노리고 팀에서 제일 잘하는 정창환을 내보냈지만 저격에 실패했다.


머큐리의 원재도 승아를 잘 알기에 승아가 나올 맵을 예상하고 그 대결을 처음에는 팀에서 승아를 잡아낼 확률이 자신을 제외하고 나을 것 같은 김범수를 내보냈다. 하지만 김범수는 이길 뻔 했지만 결국은 졌고, 그 다음에는 신인인 김규호를 맞붙였다. 물론 김규호는 패배했지만 대신 에이스 카드를 원재의 XK 머큐리 입장에서는 아낄 수 있었다. 호진이 말하는 것은 그런 회피였다. 승아 상대로 에이스 카드를 소모하지 않는 회피. 머큐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러면 에이스 결정전의 결정전가지 가서는 원재가 승아를 잡아낼 수도 있었다.


호진은 GT와 같은 그런 맞대결이 아닌, XK 머큐리의 2차전과 같은 회피를 선택했다. 머큐리와는 에이스 결정전에 승아를 저격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차이가 있었지만, 기존 팀원들은 더 탄탄했다. 선승엽이나 이영진은 김옥지와 이진성에 비할바가 아니었고, 신인의 수준에서도 사종영과 김찬수라면 그리 밀리지 않았다. 이은지는 예외로 두더라도 말이다.


호진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마른 입술을 놀려 말을 이었다.


“머큐리의 원재형은 승아를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맵에 나올지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긴 승아가 비밀을 유지하려고 해도 알아서 원재형한테 나 어느맵에 나간다고 말하는 녀석들이 많으니까요.”

“뭐야 그건? 아무리 같은 XK 그룹의 형제팀이라도 다른 팀인데?”

“마르스는 원래 원재형의 팀입니다. 원재형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존하는 팀이죠. 지금이야 신입도 있고 승아가 있어서 균형이 옮겨가고 있지만요. 하여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서원재형은 처음부터 승아가 나올 맵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알고 있는데도 1차전에 김범수라는 신인을 붙였다고? 본인이 안나가고?”

“네. 1차전에 김범수를 붙인 것은 형 입장에서 나름 정면 승부를 택한 겁니다. 원재형도 승아를 많이 이기기는 했지만, 자신이 다른 선수를 이기는 1승도 챙기면서 승아를 상대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승리, 그렇게 해서 두세트 전부 다 승리를 가져가기를 원한 겁니다. 자신도, 승아를 상대하는 김범수도. 물론 그렇게 해서 김범수가 지고 효과가 없었으니 그 다음은 신인중 제일 못하는 김규호를 붙여서 2차전은 회피했지만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윤승아를 피하자?”

“네. 1차전부터 아예 회피하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윤승아가 예전처럼 몸살이 나지 않는 이상, 승리의 확률은 적습니다. 오직 확률. 이게 제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이 말해주는 결론입니다.”

“흐음..”

“승아만 피한다면 기본 선수들은 우리가 더 좋습니다. 리그 1위를 한 저희 팀원들을 믿고 윤승아만 거르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감독은 조금 고민했다. 호진이 물론 경기마다 메모를 하면서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자신의 팀들 뿐 아니라 다른 팀의 선수들까지 계속 노트에 적으면서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정면승부를 피한다? 피한다고 이길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서 피해서 이기면 언론이나 한국항공 그룹 상부에서 들을 말들, 피하고도 졌을 때의 예상 등 많은 것들이 감독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윤승아를 상대로 정면 승부는 정말 전혀 안되는 것일까?


“히데요시와 윤승아를 붙이는 건 어때? 네가 승아와 승부를 피한다면 우리 팀 에이스인 히데요시가 잡아줄 수도..”

“아시지 않습니까. 감독님. 히데요시가 이상하게 승아한테 약해요. 원재형한테 강하듯이 승아한테 히데요시가 약한건 정도가 넘어섭니다. 이건 천적입니다. 붙이면 절대 안됩니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감독은 얼마전 있었던 히데요시와의 독대를 생각했다.


- 감독님. 저는 이번 팀 결승 매치에서 윤.승.아.와 붙고 싶습니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또박또박 밝혔었다. 일본어이지만 한음절 끊어가며 확실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누가봐도 언어의 장벽이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의지가 느껴지게끔 말이다. 독대라고는 하지만 일본어가 힘든 감독과의 사이에 통역이 자리한 독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확실히 히데요시의 의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감독이었다.


히데요시는 승아에게 많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원재에게까지 많이 이겼을 정도로 특출난 컨트롤과 깊이있는 후반 운영을 가진 괴물 종족의 스페셜리스트였다. 처음 리그에 와서는 일본인이라면 못하니까 초반 러쉬를 할 것이라는 편견을 이용할 줄도 알았던 영악함도 있었다. 거기에 실력까지 갖춰지니 요즘에 와서는 지성철이나 정창환 같은 몰아침보다 실력 자체는 히데요시가 더 좋은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었다. 물론 일본인이라는 패널티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고 욕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실력있는 히데요시의 단점이라면 조금 화급한 성격이었는데, 그런 감정마저도 승부를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다는 듯이 누그러트리고는 자신에게 간절히 부탁하러 온 모습이 눈에 보였었다.


지금 주장인 호진의 말을 들어주어 윤승아를 회피하는 엔트리를 짜게 되면, 히데요시의 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된다. 신인을 붙여서 한세트를 버려야 하니까.


반면 팀 에이스인 히데요시의 말을 들어주어서 윤승아와 정면대결을 하게 되면, 눈앞에서 주장인 호진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에는 히데요시가 이기면 좋지만, 지게되면 히데요시라는 강력한 카드를 날리게 된다.


감독은 잠시간의 고심 끝에..


“그래. 호진아. 네 말대로 하자. 윤승아 나오는 맵 연구는 확실히 된 거겠지?”

“네. 윤승아의 상대로는 누가 되어도 힘들겁니다. 차라리 예상하는 맵에서, 예상하는 전략만 죽어라 연습한 1명을 저격으로 내보내기는 하되,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피하는 선택이 최상입니다.”

“흠... 그래. 그럼 일단 1세트 경기에는 누구를...”

“네. 1세트 경기에는 일단 ..... 를 내보내고... 2세트에는...”


감독과 호진은 결승전 엔트리를 짜서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항공의 감독은 히데요시에게 할 말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히데요시는 자존심이 세고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자신이 승아와 붙지 못하게 된다면 몹시 화내면서 결승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 음.. 녀석에게 뭐라고 할까.. 최선을 다해서 호진과 의논해 보았지만 그 맵에 윤승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안 나왔는데 어떻게 하느냐.. 이걸로 가야겠군. 호진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야겠어.


감독은 팀의 에이스, 히데요시를 달랠 방안을 생각하며 호진과 엔트리 작성을 이어갔다. 한국항공의 팀 리그 우승을 위해 둘은 호진의 노트 자료를 토대로 맵과 예상 선수, 전략을 고민하면서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어가고 있었다.


D-2. 결승까지는 2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작가의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행사가 어제 있었네요. 5시간 정도 진행된 그곳! 해운대에 가신분들은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전 일하느라 흐흑....-_ㅠ

일단 잠부터 청한 뒤, 영상 클립을 보아야겠네요. 직접 가신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얼마나 좋았을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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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최종 에이스 결정전 +5 17.09.03 551 1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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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최종 에이스 결정전 17.08.30 501 18 14쪽
368 최종 에이스 결정전 17.08.29 536 20 14쪽
367 결승 2차전 에이스 결정전 +1 17.08.27 579 16 14쪽
366 결승 2차전 에이스 결정전 +4 17.08.24 910 19 9쪽
365 결승전 2차전 +1 17.08.22 552 19 12쪽
364 결승전 2차전 17.08.21 541 16 11쪽
363 결승전 2차전 +6 17.08.18 547 16 12쪽
362 결승전 2차전 +3 17.08.17 558 18 10쪽
361 결승전 2차전 +1 17.08.16 582 16 15쪽
360 점심시간 +4 17.08.14 595 16 10쪽
359 Betting +4 17.08.13 679 20 11쪽
358 Betting +4 17.08.10 620 17 16쪽
357 결승전 +4 17.08.08 612 17 13쪽
356 결승전 +3 17.08.07 695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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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하루전, 그리고 결승전 +7 17.08.03 598 14 9쪽
353 결승전 전(D-1) +2 17.08.01 598 17 9쪽
352 결승전 전(D-2) 17.08.01 598 15 7쪽
» 결승전 전(D-2) +1 17.07.31 606 19 13쪽
350 결승전 전(D-3) 17.07.30 612 18 13쪽
349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7 638 14 10쪽
348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3 17.07.26 619 22 20쪽
347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17.07.24 611 18 9쪽
346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4 59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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