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전(D-2)
팀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바삐 준비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항공과 XK 마르스 등 양 그룹의 그룹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일들을 하며 결승전을 준비했다.
“팀 홍보 영상 방송국에 넘겼나? 뭐? 아직이라고? 이봐. 김대리. 미쳤어? 회사생활 하루이틀 해?”
“이번에 선수들 의상 바꾸라는거 바꿨어? 뭐? 그대로? 아직? 얼른 가서 어깨태그 교체 해. 신제품 폰 선전해야 하는 태그로 얼른 바꾸란 말야.”
“문감독이랑 연락 됐어? 결승전 준비 태이사님이 알고 싶어하는데, 왜 연락이 없어?”
“선수들 메이크업은!”
“방송국에서 해주지 않나요?”
“무슨 소리야! 얼른 메이크업 팀 데려다가 지원하고!”
평소에도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XK 그룹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결승에 올라간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만 준비하면 되지만, 주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끔 와서 선수들의 간단한 메이크업을 해주던 직원을 포함하여 도합 5명의 직원이 메이크업을 위해 배정되었으며, 이동시 평소 타던 승합차량이 아닌 승차감이 좋은 밴이 배정되었다. 그리고 의상에 신제품 홍보를 위해 새 신제품의 홍보 태그로 교체하여 새로 오버로크 치는 등 XK 그룹 내적으로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메이크업도 기본 이외에는 방송국에서 주로 해 주고, 옷도 주는대로 입었던 팀원들 몇몇은 지금 얼떨떨한 기분을 넘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분명 플레이오프 때까지만 해도 평소 경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중간에 태경호 이사가 한번 연습실을 찾은것 이외에는 말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태경호 이사가 높은 사람이라지만, 나름 그래도 몇번이고 본 만큼 ‘아~ 중요한 경기라서 높은 사람들이 연습상황 보러 오는구나’ 정도까지만 생각했다면, 이번 결승전은 그룹차원에서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선수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지원과, 입는 것과 먹는 것까지 특별히 케어가 붙어서 그런지 선수들은 평소보다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팀원 중 나이가 있는 편인 상욱과 동운 조차도 이런 그룹의 케어 방식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수선스러움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승아였다.
“어머~ 이 피부 봐. 애들 피부라고 해도 믿겠네.”
“애들인데요.”
“네?”
“저 아직 20대 아니니까 애들이라구요. 그러니까 애들피부인게 당연하죠. 언니. 정신 사나우니까 메이크업 다 했으면 그만 가 줄래요? 볼터치 자꾸 더 넣지 말고.”
“아.. 네..”
- 결승전 전날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하아..
승아는 자신을 귀찮게 하던 그룹 직원을 떨쳐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오늘 메이크업은 다 된 상황. 결승전이 정작 내일인데도 옷 준비에 메이크업까지 급하게 그룹에서 신경쓰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결승전 홍보 영상을 위해 각 팀에서 찍은 영상을 짜집기해서 이미 내보내기는 했었지만, XK 그룹에서 신제품이 나오고, 한국항공에서도 새 부사장이 취임하는 등의 그룹 내부적인 사유로 인해 홍보영상을 새로 찍고 싶어 했다. XK 그룹은 새 제품의 홍보태그를 선수들에게 붙이고 그 이름이 들어간 선수들의 영상을 가지고 싶어했고, 한국항공 그룹은 새 부사장의 진취적인 이미지를 홍보할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고 싶어했다.
이 두 그룹의 이해관계가 적절한 때에 맞아떨어진게 지금이었다.
인기있는 우주전쟁 게임이니만큼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보고, 관객들이 보기 때문에 홍보효과를 제대로 넣으려면 결승전에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지금이 결승전 전날이라는 거였다.
승아가 바라본 주변 선수들은 외국 슈퍼스타가 내한이라도 하면 이렇게 바쁠 것이라는 듯 급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그룹 직원들 덕에 혼이 나가있었고, 그룹내부에서 하는 이미지 촬영과 메이크업 등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는 내일 결승전이 1, 2차전이 동시에 같은날에 치뤄지는 만큼 전략도 짜고, 컨디션 조절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나름 회귀해서 이런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측한 승아마저도 이런 큰 대회에서 이렇게 급하게 준비를 당하는 것은 처음 느끼는 사태였으니, 동운이나 상욱, 그리고 종원이나 학도 등은 완전히 얼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얼빠진 일에 정점을 찍을 사태가 발생했으니.
“허허.. 우리 선수들. 준비 잘 하고 있나 보러 왔어요.”
“사.. 사장님!!”
XK 텔레콤 사장의 방문이었다.
사장의 뒤에는 당연히 수행원들이 그득했는데, 평소 하늘같이 높게 보던 태경호 이사마저도 허리를 살짝 숙이고 뒤따르고 있을 정도였으니 가히 왕의 행차라 할 만했다. 사장은 격려차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문했는데, 그만큼 그룹내부에서 우주전쟁 게임단에 대해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었다.
“허허.. 잘 부탁해요. 내일 경기.”
“넵!!”
“허허.. 이쪽은... 이름이...”
“넵!! 김! 학! 도! 입니다!! 생일은 8월 23일 입니다!!”
“허허.. 생일은 안물어 봤는데.... 이 비서. 여기 날짜 기억했지?”
“네.”
“나중에 우리 선수들 생일 선물이나 거하게 한번 보내.”
“네.”
“하하... 물론 내일 우승하면 말이야. 우승 할수 있겠지?”
“네!!!! 걱적 마씹씨요!!”
학도는 평소의 풀어진 모습과 다르게 사장이 악수까지 하면서 이야기하자 헛소리에 이어 발음까지 새면서 완전히 굳어있었다. 헛소리까지 하면서 완전히 정신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래도 내일 나름 주전으로 출전하는 학도는 이래서야 컨디션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학도의 사기를 올리려면 저따위 사장의 악수가 아닌 한정판 피규어 세트 정도나 안겨주면 될텐데, 저런 악수로는 그저 몸을 굳게 만들 뿐인 것을 사장은 모르는 것 같았다.
- 후우.. 이대로는 게임이나 제대로 되겠어? 오늘 이따 방송국에서 두 팀 합동 영상까지 찍으면 저녁인데 그럼 연습이랑 컨디션 조절은?
승아는 내일 있을 결승전 경기가 걱정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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