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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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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07.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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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추천
22
글자
20쪽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DUMMY

김범수는 승아에게 시간을 더 준 것을 몰랐지만, 습관적으로 비올란테를 집어넣는 것은 여전했다. 수비형 빌드를 타기 위해서는 상대의 병력에 맞춘 조합을 갖추는 것이 상책.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를 항상 정확히 알아야만 했다. 중간에 이것저것 하느라 비올란테를 찌르지 못했었는데 이제서야 비올란테를 하나 찔러 넣어보는 김범수였다.


“김범수, 수호군주로 조이고 포식귀로 그 수호군주를 보호할 예정입니다.”

“비올란테 찔러넣습니다! 봤습니다! 우주전함을 봤어요!”

“윤승아, 우주전함을 뽑는걸 방금 들켰죠?”

“김범수의 대응은!”

“김범수는 어차피 지금 병력이 200입니다. 윤승아가 병력이 200이 아닌 거랑은 차이가 있죠.”

“들어가야죠! 들어가야죠! 시간을 더 주면 안됩니다!”

“김범수, 유닛이 200이라 꽉 차서 자원이 쌓이고 있어요. 이제 소모를 해야합니다. 업그레이드에 충실한 것도, 테크를 타는 것도 좋지만 이미 나올 유닛은 다 나왔어요! 상대적으로 병력이나 맵 장악에서 앞서는 지금, 뭘 망설입니까! 이미 본진도 밀었어요!”

“김범수의 저 머뭇거림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김범수가 원래 생각했던 것은 수호군주로는 탱크를 상대하고, 파멸충의 암흑벌레떼로 나머지 지상유닛을 보호하면서 브론톨리스와 사냥개로 휩쓰는 것이었다. 이거라면 위성이 좀 많기는 해도 생각외로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위성이 수호군주에 오염을 걸면 문제가 되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폭탄충을 뽑아서 포식귀와 같이 수호군주를 보호하면 된다고 김범수는 생각했다. 그런데 윤승아가 우주전함을 뽑는 것을 보았다.


- 우주전함? 자원이 있었나? 저게 모이면 상성이 안 좋은데.. 지금 들어가야겠어!


승아가 우주전함으로 나오더라도 라미아가 많거나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이는 시간을 주면 곤란했다. 김범수는 맵을 장악하고 구석으로 모느라 승아에게 시간을 너무 주지 않았나 자책하고는 유리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더이상의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로 결심했다. 조금 늦은 결심이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김범수! 들어갑니다! 입구 암흑벌레떼 뿌리고 들어갑니다!”

“그렇죠! 들어가야죠!”

“아! 역병이에요! 암흑벌레떼에 이은 역병!! 파멸충이 1기가 아니었어요! 암흑벌레떼에 이어 역병도 뿌립니다!”

“윤승아, 위기! 앞마당 뚫리고 있습니다! 앞마당 탱크 파괴! 투척지뢰 걷어내는 브론톨리스!!”

“브론톨리스에 오염을 걸지만... 윤승아, 유닛들 언덕위 본진으로 피난합니다!”

“12시에서는 수호군주와 포식귀가 들어갑니다!”

“김범수! 끝내려 들어갑니다!”


김범수는 승아에게 시간을 좀 주다가는 자신이 위험해질 것을 늦게나마 알아차리고는 병력 전부를 몰아쳐서 들어갔다. 수호군주와 폭탄충, 포식귀는 12시에서 1시쪽을 공략해 들어갔고, 입구에는 브론톨리스와 파멸충, 사냥개를 위주로 한 나머지 병력을 전부 몰아붙였다.


김범수의 병력은 강력했다. 승아의 앞마당을 거의 밀 뻔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앞마당에 내려와 있는 승아의 탱크는 전부 박살났으니 말이다. 게다가 위쪽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포식귀와 수호군주의 콜라보레이션 공격까지!! 이번에는 범수도 엇박자를 타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들이닥쳤다.


승아가 아직 200 병력을 모으지 못했기에 게임이 끝날 것이라 예상되는 찰나, 승아의 판단이 빛났고, 김범수의 판단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두가지가 만나서 판을 뒤집었다.


승아는 남아 있는 위성을 수호군주의 공격에 대응하여 오염을 걸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정면으로 들어오는 브론톨리스들에 오염을 걸었다. 오염을 수호군주에 걸면 수호군주가 피가 계속 깎이다가 죽는데 브론톨리스에는 걸어봤자 잘 죽지도 않는다. 이게 좋지 못한 컨트롤이라고 생각했지만, 승아는 앞마당의 탱크가 파멸충의 암흑벌레떼에 밀릴 때 일꾼과 소총병들을 언덕위로 올렸다. 최대한 살리고 소수의 오토바이와 지뢰, 탱크만 입구에 블로킹을 시킨 채 나머지는 위로 올린 것이다.


파멸충의 암흑벌레떼로 원거리 공격을 막고, 역병으로 건물과 병력의 피를 완전히 깎아먹으면서 브론톨리스를 앞세워 들어가는 김범수의 전략은 좋았지만, 최선은 아니었다. 김범수는 어차피 병력으로 입구는 뚫을 수 있지만, 바로 언덕위를 노리기에는 약간 부족한 병력이었다. 인간 종족이 워낙 수비에 강력한데다가, 승아의 1시 미네랄 멀티 언덕위에서 앞마당을 같이 보호하고 있기에 앞마당을 밀어낼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끝내기에는 소모가 크기 때문이었다.


최선은 입구에 브론톨리스를 이용해서 시선을 끌고, 본진으로는 포식귀와 수호군주가 들어갈 때, 위성을 어떻게든 빨리 역병에 이은 공격으로 떨구는 것이었다. 수호군주 쪽으로 온다면 폭탄충을 들이받아서 터트리고, 입구쪽으로 온다면 이 위성에 역병을 뿌렸어야 했다. 그렇다면 아직 수호군주나 포식귀로 변신하지 못한 소수의 하피만으로도 역병에 맞아 피가 거의 없어진 위성을 한대만 쳐도 격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승아의 위성들이 입구 쪽으로 왔는데 김범수는 위성에 역병을 뿌리지 못했고, 이미 브론톨리스가 밀고 있는 입구의 탱크나 사령부에 또다시 역병을 뿌렸다. 양쪽 모두에서 위성이 활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뿌렸던 암흑벌레떼가 걷히자,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브론톨리스는 위성의 오염에 걸려도 죽지 않았지만, 정작 브론톨리스의 주변에 있던 사냥개들이 녹아내린 것이다. 거기다가 언덕위에서 탱크가 스플래쉬 범위의 데미지를 주어서 오염의 데미지와 함께 받아서 사냥개들이 녹아내렸다. 지상의 큰 공격을 당장의 앞마당 멀티와 약간의 탱크 등만 주고 막아낸 것이다.


“윤승아, 브론톨리스에 오염 건게 실수가 아니었나요?”

“브론톨리스가 오염원이 되면서 주변의 사냥개가 녹았어요!”

“지뢰에 녹은것도 있지만 살아남은 사냥개가 오염에 피해를 입어서 녹고, 때맞춰 암흑벌레떼가 걷히면서 언덕위의 탱크의 포격이 다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브론톨리스밖에 남지 않았어요!”

“윤승아, 언덕위로 못올라오게 사수합니다! 입구에 의무병과 일꾼을 두고 버팁니다!”

“브론톨리스밖에 남지 않은 김범수! 브론톨리스 뺍니다!”

“본진은! 본진은요! 본진에 들어간 수호군주는 어떻게 됐나요!”

“수호군주! 거의 다 살았어요!”

“포식귀! 어디갔나요!”


경기를 보여주는 사람인 옵저버도 승아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재빠른 동시 교전이 일어났었는데, 입구에서 교전이 일어나는 사이 승아는 브론톨리스에 위성으로 오염을 걸고는 바로 본진으로 뺐다. 괜히 파멸충의 역병에 맞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앞마당은 줄 생각이었다. 단지 일꾼을 먼저 빼고, 건물을 띄워서 살리면서 언덕 입구를 도망간 일꾼과 의무병으로 막는다. 그리고 지뢰와 탱크가 버티면서 맞는 사이 띄워서 도망가는 사령부를 다시 언덕 입구위에 올려서 강제 클릭을 다시 막고는 본진을 사수한다.


여기까지는 관객들이 본 부분이었다. 관객들이 보지 못한 부분은 처음 브론톨리스에 오염을 걸고 간 위성이 다시 간 부분이었다. 위성은 보통 수호군주를 잡아낸다. 수호군주가 이동속도도 느리지만 워낙 먼 거리를 지상공격하기에 이것이 많이 살아남으면 인간 종족은 수비가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승아는 위성의 남은 마나로 오염을 포식귀에 걸었다. 그리고는 김범수가 입구에 신경쓰느라 미처 자살공격대인 폭탄충을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 위성으로 안쪽으로 유인해서 방공포대에 폭탄충이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3대정도 있는 막 나온 우주전함으로 포식귀만을 일점사했다.


“윤승아가 뭘 했죠? 포식귀가 다 전멸해 있어요!”

“폭탄충도 없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주변에 위성들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위성으로 오염을 걸어서 포식귀의 피를 낮춘 이후에 우주전함으로 포식귀만을 찍어 잡은 듯합니다.”

“폭탄충도 찍어잡았는지 아니면 방공포대에 죽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위성이 아직 건재한 윤승아!”


승아의 본진의 상황을 보여주고는 카메라는 다시 승아의 입구 부근을 비추었다. 승아의 앞마당은 쓸렸지만 사령부 건물은 띄워서 살아있었고, 일꾼들도 본진과 그 입구로 거의 피신해 있었다. 승아의 실질적인 피해는 입구를 같이 막던 탱크와 오토바이 약간 뿐이라는 것이었다.


“입구도 앞마당을 밀었지만 브론톨리스, 위로 못올라가죠!”

“윤승아, 앞마당이 밀렸지만 일꾼을 거의 살렸어요!”

“본진에 들어오는 공중 유닛 종합세트도 지금 거의 막은거죠?”

“네. 수호군주들이 많이 남아있기는 한데, 위성이 있고.. 아! 위성은 마나가 지금 없겠네요. 우주전함 1기가 수호군주들을 잡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천천히! 공격을 가합니다!”

“수호군주들, 도망가지 못하고 계속 건물을 부숩니다.”

“우주전함이 이동 속도가 느리다지만, 수호군주에 비할바는 아니죠. 수호군주는 공중을 공격하지 못하고 이동 속도도 느린만큼 차라리 최대한 공격하고 죽겠다는 생각입니다. 김범수.”


입구와 수호군주 쪽, 두 곳을 모두 신경쓰려다가 두곳을 전부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한 김범수였다. 김범수도 양쪽을 컨트롤 한다고 해 주었지만, 큰 경기이고 상대가 윤승아라고 생각하다보니 약간 손이 꼬이면서 반응이 늦었는데, 이 차이가 원래 김범수가 하려던 컨트롤에 차이를 가져왔다.


입구에는 앞마당을 마비시켰지만 브론톨리스 몇기만이 남은 상태에서는 본진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암흑벌레떼를 다시 뿌리자니 파멸충의 마나가 모자랐고, 언덕위 탱크의 포격을 대신 맞아줄 사냥개들이 충원되지 않고서는 파멸충을 밀어넣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본진을 제대로 공격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 수호군주로 계속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정작 윤승아의 병력에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 본진 건물에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승아가 일꾼이고 병력을 최대한 구석으로 피해서 최대한 살렸기 때문이었다.


승아가 우주전함을 생산한다고 했지만, 이 우주전함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승아도 김범수도 알고 있듯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우주전함이 조금전의 전투에서는 원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포식귀만을 위성과 우주전함으로 상대하면서 어떻게든 컨트롤로 김범수의 수호군주만을 남겼다. 그 사이 수호군주가 계속 공격하는 것에 병력이 죽지 않게 어떻게든 병력을 살리고 살아남은 수호군주의 공격은 남은 건물에 들어가게끔 병력을 갈무리한다. 그리고 우주전함 1기로 느리지만 천천히 수호군주들을 잡는다. 이것이 승아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 윤승아가 김범수의 총공격을 거의 완벽히 막았죠?”

“네! 입구도! 본진도! 이보다 더 잘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막사와 공장이 좀 부서지기는 했지만 관계가 없죠! 병력은 거의 다 갈무리했으니까요!”

“앞마당에 있던 오토바이와 탱크가 죽기는 했지만, 일꾼과 다른 바이오닉 병력이 살아있고 언덕 위에도 탱크가 그대로 살아있어요!”

“김범수가 타이밍은 좋았어요. 뭘 잘못한거죠?”

“전투입니다. 전투.”

“전투요?”

“네. 윤승아가 김범수가 들어올 것을 예측한 거죠. 입구에서 앞마당을 밀었으니 김범수가 안심했을 지 모르지만, 윤승아는 그걸 오히려 예측하고 위성을 수호군주가 아니라 브론톨리스와 포식귀에 썼어요. 브론톨리스에 오염을 걸고 사냥개를 녹이고, 입구의 탱크에 브론톨리스가 신경쓰는 사이 위성은 다시 포식귀를 잡으러 갑니다. 위성의 오염을 제대로 쓴거죠!”

“그리고 우주전함이 마무리 했죠?”

“그렇기는 하지만 이 우주전함이 미끼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비행장이 3개인 것으로 봐서는 윤승아 선수의 우주전함 테크가 미끼가 아니라 이쪽 테크를 타려는 것으로 저희도 예측했지만, 이걸 비올란테로 본 김범수도 얼른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실제로 윤승아도 우주전함 3기를 뽑았구요. 하지만 이게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된 병력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지상업그레이드에 그동안 충실했던 윤승아거든요. 당장 전력에 크게 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건 김범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피같은 공중 병력보다는 브론톨리스와 사냥개 업그레이드에 충실했기에 똑같이 업그레이드가 잘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에서는 지금 우주전함이 어차피 모이더라도 즉시 전력이 되지 않는데, 우주전함이 모인다는 그 상황 자체에 김범수 선수가 너무 신경을 써서 수호군주나 포식귀의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김범수, 맵을 거의 장악하고 있어서 급히 들어갈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런가요?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김범수로서는 급히 들어가야만 했다고 봅니다.”

“이호준 해설님, 왜 그렇죠?”


김준형 해설은 이호준 해설의 말을 궁금해했다. 김준형 해설로서는 전진호 캐스터와 같이 지금 현재상태만 유지해도 되는 김범수가 너무 급하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었는데, 이호준 해설은 김준형과 전진호의 말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대해 이호준 해설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상대가 누구도 아닌 윤승아 선수 아닙니까. 윤승아 선수,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는 선수입니다. 이름값에 압박이 심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XK 마르스와 XK 머큐리입니다. 서로 수시로 아래위층에서 만나서 연습게임을 하는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신인이고 어린 김범수 선수 입장에서는 윤승아 선수의 평소 실력을 잘 알 수밖에 없어요. 시간을 주면 다시 금새 복구할 것이다! 다시 병력을 모아서 시간을 주면 내가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깔려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이게 아주 틀린 생각도 아닌 것이, 윤승아 선수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우주전함 마저도 업그레이드가 되어 모일 수도 있었거든요.”

“그럼 김범수 선수가 들어갔어야 했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들어가기 싫어도 자신도 모르게 들어갔을 겁니다. 윤승아 선수와 여러번 연습을 해 보아서 실력을 아는 김범수 선수라면 말입니다.”

“그러면 이게 결과적으로 들어갔어도, 안들어갔어도 문제란 소립니까?”

“그렇습니다.”


말 그 자체만 보면 이게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해설자들의 말과 김범수의 행동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승아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김범수가 안들어가자니 승아의 실력을 알고 있다보니 이호준 해설의 말처럼 승아가 유리한 상황이 될까 겁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들어가자니 지금 빨리 어떻게든 피해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이 꼬일 수도 있다. 공중 병력의 업그레이드가 안되었고 수비하는 인간 종족을 상대로 무작정 들이치는게 능사는 아닌데도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심리적인 우위에 선 승아의 위치. 그것이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승아의 위치였고, XK 그룹 팀들 내에서의 승아의 이미지였다.


김범수는 이유가 그래서건 그 반대에서건 어쨌거나 공격해 들어가서는 승아의 공략에 병력을 다수 잃었고, 승아는 우주전함은 1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들어온 대부분의 유닛을 격퇴했다. 순간적으로 생긴 김범수의 병력의 공백을 승아는 놓치지 않았다. 김범수가 자원을 주로 캐는 3시 부분이 1시에서 가까웠기에 바로 병력들을 전부 몰아 나갔고, 김범수는 그것을 막기 힘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계속 밀리고 병력을 응집시키지 못하고 다시 큰 병력을 만들지 못했다. 아까의 교전에서 승아가 병력 갈무리를 잘한데 반해 김범수는 쏟아부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범수는 결국 GG...


“김범수!! GG! GG에요!!”

“맵의 자원을 거의 다 먹은 상태에서 윤승아가 승리를 거둬냅니다!”

“스코어는 2:2! 이제 동점이 됩니다!”

“스코어가 2:2 였나요? 전 이게 에이스 결정전인줄 알았습니다!”

“그정도로 진땀나는 경기였고, 길었습니다!”

“지금 방금 경기 몇분짜리죠? 1시간 10분? 이정도 지나지 않았나요?”

“그정도 된 것 같네요. 정말 장기전이었습니다.”

“김범수 선수가 이길 수 있는 기회도 많았어요. 윤승아의 본진을 밀기도 했으니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윤승아 선수에게 시간을 주고, 윤승아 선수는 시간을 벌고 수비하면서 컨트롤로 어떻게든 병력을 살렸어요.”

“김범수.. 잘했어요. 잘했습니다.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 윤승아 선수가 지는 줄 알았습니다.”

“맞아요. 윤승아 선수, 이기기는 했지만 가슴이 철렁거렸을 거에요.”

“김준형 해설님. 그건 좀 말씀이... 곤란한데요... 많은 분들이 보시는 방송인데.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출렁거리다뇨.”

“네? 뭐가 출렁.. 전진호 캐스터님 무슨 말씀을...... 아.......”

“................”

“.................”


잠시간, 대략 1초간의 적막이 해설 부스를 흘렀다. 이호준 해설과 김준형 해설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전진호 캐스터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지 생각하던 드립을 내뱉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러니까 방금 가스... 읍읍...”


전진호 캐스터가 무언가 뱉으려는 말을 얼른 이호준 해설이 전진호의 입을 막고, 김준형 해설은 눈짓과 손짓 등으로 얼른 화면을 돌려서 선수들이나 각 팀 부스로 카메라를 돌려서 송출하기를 카메라 감독과 PD들에게 바라고 있었다.


조금 빠른 대처 덕에 전진호 해설의 개드립은 방송 정지까지 가는 사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정상인 것 같다가도 개드립을 치려는 이 전진호의 막던지는 본능 덕에 같이 해설하는 이호준, 김준형 두 해설이 고생이었는데, 하도 같이 해설을 하다보니 이제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빨라졌다. 덕분에 방송사고급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보던 우주전쟁 팬들은 이미 전진호 캐스터가 하려던 말을 다 눈치챈 상태였다.


- ㅋㅋㅋㅋ 방금. 전진호 ㅅㄱ 드립 치려던거 아님?

- 전진호 저거 인성이 안됐음. 던질 말이 있고 아닐 말이 있지.

- 저게 왜? 나름 웃길려고 하는거 아니냐?

- 넌 저게 웃기냐? 범죄자 색히.

- 응. 선비 한명 나셨구요.


팬들이 방송 중계 채팅창으로 서로 싸우건 말건간에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4세트까지 2:2로 팽팽한 XK 머큐리와 마르스지만, 이후의 경기는 원사이드하게 흘러갔다. 머큐리팀은 서원재, 선승엽, 이영진, 김범수의 카드를 쓴 반면, 마르스팀은 승아와 동운, 학도와 종원이 나왔었다. 머큐리팀에 남은 선수는 규호와 병기. 마르스팀에는 상욱과 조영호가 남아있었다. 상욱이 아무리 최근 하향세라지만 신인 3인방중 제일 못하는 김규호를 못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김규호는 상욱의 우락부락함에 많이 위축되어서 피해다니기도 하던 녀석이었다. 상욱에게 기세에서 밀려서 바로 패배, 그리고 이어서 김병기가 나왔지만 같은 인간 종족전에서 신인중 마승수 다음으로는 최고라는 조영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1차전은 XK 마르스가 4:2로 준플레이오프 3~4위전의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


며칠뒤 2차전이 열리는 날.

해설하는 중계진에는 1명이 보이지 않았다. 전진호 캐스터였다. 전진호 캐스터는 평소에 침착하게 잘 중계하다가도 무리한 드립욕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곳 저곳에서 항의가 들어온 만큼 조금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2차전은 이호준과 김준형, 두 해설의 체제로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연재가 하루 늦어 죄송합니다.


지난주 말부터 장염에 걸려있었습니다. 지난번에 걸린 식중독과 유사한데 좀 급성이 아니라 만성으로 간헐적으로 신호가 오는 느낌이었는데, 이게 바로 장염이더군요. 식중독과 유사한데 아닌거 같기도 하고 뭔가 식은땀이 더 많이 났었는데, 어제는 그외에 이리저리 상태가 더욱더 심각해져서 병원에서 2시간 수액 맞고 들어와서 계속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연재가 늦어서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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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5 xo******..
    작성일
    17.07.27 14:50
    No. 1

    꾸준히 연재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건강부터 챙기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한승태]
    작성일
    17.07.27 23:52
    No. 2

    감사합니다. 약먹고 관리중입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없지
    작성일
    17.07.28 00:44
    No. 3

    아프지 마시고 건강 꼭 쨍기세요. 꾸준히 연재하셔서 보는 입장에서 감사한데... 그래두 쉬면서 글을 어떻게 더 재밌게 쓸까란 생각하며 충전에 시간을 가지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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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점심시간 +4 17.08.14 595 16 10쪽
359 Betting +4 17.08.13 679 20 11쪽
358 Betting +4 17.08.10 620 17 16쪽
357 결승전 +4 17.08.08 612 17 13쪽
356 결승전 +3 17.08.07 695 16 16쪽
355 결승전 +2 17.08.06 598 17 12쪽
354 하루전, 그리고 결승전 +7 17.08.03 598 14 9쪽
353 결승전 전(D-1) +2 17.08.01 598 17 9쪽
352 결승전 전(D-2) 17.08.01 599 15 7쪽
351 결승전 전(D-2) +1 17.07.31 606 19 13쪽
350 결승전 전(D-3) 17.07.30 612 18 13쪽
349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7 638 14 10쪽
»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3 17.07.26 620 22 20쪽
347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17.07.24 611 18 9쪽
346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2 17.07.24 592 17 11쪽
345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3 17.07.23 623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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