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사국추영 님의 서재입니다.

그날부터 에디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파사국추영
작품등록일 :
2023.09.08 11:24
최근연재일 :
2023.10.01 12:0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645
추천수 :
274
글자수 :
457,967

작성
23.10.01 12:05
조회
23
추천
2
글자
12쪽

그날부터 에디터 75화-허무

DUMMY

그날부터 에디터 75화-허무


눈을 뜨니 익숙하면서 낯설고, 소름 돋는 하얀 천장이 보였다.


‘허억’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리고 왼손이 무언가 따끔따끔하고 오른손은 화끈화끈 거렸다.


‘죽은 건가, 꿈인 건가.......’


내 숨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감각이 없다. 세상에 아직 색깔이 돌아오지 않았다.


‘으흑’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병원이고, 왼손에는 주사 바늘, 그리고 오른손은 끈적끈적한 액체와 함께 붕대다.


“이단아”


무언가 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커튼을 걷어내며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이 내 이름을 부른다.


“엄마......”

“어이고 이놈새끼, 엄마는 알아 보냐?”


퍼억-


엄마의 사랑이 담긴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그런데 별로 아프지 가 않다.


“이거 현실이야? 아니면 꿈이야?”


반복 되는 기억에 미쳐버릴 것 같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에디터를 부른다.


“하하”


꿈속에서 그렇게 간절하던 에디터가 작동되었다. 그러면 이건 꿈이다. 아니다 현실이다.


“무슨 이런 꿈이......”


어떻게 해야 꿈에서 깨어날지 생각을 하며 내 상태 정보를 열었다.


“상태에, 수면이나 기절이 없어......?”


또 에디터의 모자른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왜......”


옆에 있는 엄마를 보니 다시 색이 사라진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꿈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한 현상이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하”


두통에 관자놀이를 누른다. 아까까지 붕대에 감겨 있던 오른손이 멀쩡하다.


“하하”


끔찍한 꿈에서 깨어났다고 했더니 아직도 꿈속이다.


“모르겠어”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억이 생생하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지금이 꿈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현실적이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이지? 설마 여긴 사후세계인가?”


회색빛으로 변한 세상, 움직이지 않는 엄마, 멀쩡한 손, 그리고 에디터, 자각몽 같지만 자각몽 같지가 않다.


“내가 뭘 했었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움직여 본다.


“어?”


어느새 엄마가 사라져있다. 입술을 깨물며 사물함을 열었다. 10년 전 내가 입고 다니던 브랜드 추리닝이 아니다. 최근에 내가 자주 입는 세미 정장이 들어 있다.


스르륵-


일단은 환자복을 벗고 갈아입는다. 거울의 비친 모습이 10년전 이 이단이 아니다. 10년 후의 이이단도 아니다. 성형을 한, 아직 젊은 모습의 이 이단이다.


“이건......”


복도로 나가니 아무도 없다. 병원을 나가는 중에도 어디에도 아무도 없다.


“제발......”


밖이라도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바라며 병원 문을 나섰다.


화악-


빛나는 태양빛이 나를 비추고, 회색 빛이던 세상에 색깔이 들어오며, 병원 밖 풍경이 10년 전의 모습이 아니다.


“에딧 기업이 있어”


에딧 기업 브랜드와 단 시리즈의 식당 간판이 곳곳에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회장님”

“김현수?”


내 비서 김현수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는 10년 전의 그날 병원이었다.


“아”


다시 회색이 되면서 세상이 조용해 졌다.


“어째서?”


순간 스쳐 지나간다.


“내가 방금 10년 전을 생각해서?”


이것을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한대로 되는 능력, 그건 에디터의 능력이다.


“어떻게 된 거지? 에디터가 폭주하고 있다? 아니면.......”


어느 쪽이 마지막 기억인지 생각해 본다. 책상 아래의 병뚜껑을 주우러 기어들어간 10년 후의 모습이 진짜인가, 아니면 10년의 꿈을 꾸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 모습인 진짜인가


“아니면 시작점인 감전 사고일까......?”


꾸욱, 주먹을 쥐어본 오른손은 멀쩡하다.


“어느 쪽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 할 수가 없어......”


에디터가 폭주하고 있다면 원인이 이 꿈과 기억의 현실성 혼란이라고 생각이 든다.


“통증 자극에는, 깨어나지 않았어. 아니면 통증이 부족 한가”


깨어나서 맞은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부족했는지 생각해 본다.


“부족하다고 생각 되지는 않는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육교를 발견하고 텔레포트를 했다. 에디터 능력이 잘 사용 된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세상이 돌아오지는 않고 있다.


‘이정도 높이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지’


“후우”


심호흡을 하며 난간에 걸터앉았다.


‘괜찮아’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윽, 김현수, 현수야!”

“네 회장님”


어렵게 이름을 외쳐보니 김현수가 옆에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세상이 흑백이다.


“날 아래로 떠밀어, 당장”


퍼억-


내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현수는 밀었다. 그리고 충동을 각오한 것과 다르게, 내 몸은 떨어지지 않고 이미 바닥에 발을 딛고 있다.


“텔레포트를 해버린건가......?”


육교 위를 바라보니 김현수는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김현수”

“네 회장님”


부르면 나타난다. 하지만 생각을 계속 하고 있지 않으면 김현수는 사라졌다.


“현수야,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려봐”


슈욱-


어떻게든,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충격 요법을 해봤지만 어느 것 하나 소용이 없었다.


“이건 꿈이 아닌 건가......”


점점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는 꿈이지만, 현실이면서 꿈인, 그런 세상이라고 느껴졌다.


“난 죽은 건가, 아니면 죽어가면서 이런 세상을 만든 건가?


처음 감전 사고부터 이어진 건지, 아니면 책상 아래서 머리를 부딪쳤을 때부터 시작 된 건지, 결정하자면 전자 일 것이다.


“장례식, 내 장례식......”


-글세, 원룸에서 혼자 살다가 죽었데.

-책상 밑에서 감전되어서 죽었다며?


꿈속의, 아니 기억이 떠오른다.


“난 원룸에서 살다가 죽은 이 이단 인거야? 그때부터 이런 세상에 살다가 그러다가 책상 아래서 머리를 부딪쳐서 다시 이렇게 된 거야?”


툭- 툭-


소리가 들려왔다.


꾸물 꾸물-


-말도 마, 봄이 되니까 날은 따뜻해지지, 전기장판도 틀어 놨지, 이웃집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해서, 경비가 문 열고 들어 갔더니 글쎄 구더기가 드글드글 했다나봐


“아.......”


몸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느낌이 든다. 상상했기 때문이다. 구더기에 뒤덮인 나 자신을


“아니야. 그만!”


생각을 끊어 낸다. 구더기의 감촉이 아직 떨어지지 않는다.


“잊어, 잊어버려”


달리기 시작 했다. 무언가 잊으려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계속 달렸다. 몸 안에서 모든 구더기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달렸다.


“허억- 허억-”


숨이 차오르고 목이 말라서 따끔거린다. 하지만 덕분에 아직 생각이 나긴 하지만 드디어 구더기가 사라졌다.


“허억, 기억이, 여러 가지, 허억, 있는 거 보면......”


에디터 능력으로 이런 세상을 겪은 것이 처음은 아닐 것 같다.


“이전에 난 어떻게 벗어난 거지? 책상 아래로 가서 머리를 한 번 더 부딪쳐 볼까, 감전이 되어 볼까, 7층 높이에서 떨어져 볼까......”


비슷한 짓을 이미 해봐서 알 수 있다. 안 될 거라는 것을, 충격 요법은 통하지 않는다. 내 상상력이 거기까지 되지 않는다.


“생각해, 어떻게 이 회색 세상에서 나온 거야?”


어느 쪽도 현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회생 세상에서 현실적인 색깔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갔었다. 그 방법이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방법이 있다.


“별다른 스킬은 없어......”


이런 세상이지만 강하게 생각하면 색깔이 돌아온다. 하지만 유지하기는 힘들다. 어떻게 유지 한다고 해도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세상은 회색빛으로 사라질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유지 하는 방법?”


생각해보니 감전사고 이후 꿈을 그다지 꾼 적이 없다. 그게 어떤 대가일지도 모른다.


“꿈을 안 꾼 이유가, 설마 꿈의 영향으로 에디터가 세상을 바꿀 수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면 내가 만든 스킬 중 한가지가 있다.


“최면이랑 환각?”


자주 쓰는 능력이니 만큼 효과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내 자신한테 최면하고 환각을 걸었던 거야?”


그렇다면 기억을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또한 내가 멀티탭을 무서워하는 이유도 말이다.


“최면과 환각이 풀릴 수 있는 스위치가 멀티탭, 그리고 책상에 기어들어갔다가 충격을 받는 거, 그런 건가......”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나는 모든 기억을 지우고 최면을 환각을 걸어야 했을까, 어느 정도 기억을 남겨 두는 편이 같은 사고가 안 일어나게 방지하기 편했을 텐데 말이다.


“일단은 집으로 가자. 거기서 하는 편이 조금 더 확실하겠지”


텔레포트로 아내와 아이랑 살던 신혼집으로 왔다. 그리고 문제의 서재에 들어가서 책상 아래로 들어가 상황을 재현한다.


“돌아가는 거야. 다시 에딧 그룹의 회장 이 이단으로. 그 세상으로......”


잘 되기를 기도하며 최면과 환각을 걸었다.


“허억”


몸은 움직여진다. 힘겹게 책상 아래를 기어 나오니 내 손안에 딱딱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병뚜껑......’


감각이 느껴져서 인가, 황동색의 병뚜껑으로부터 세상의 색이 어느 정도 돌아온 기분이다.


“흐윽”


아까의 기억들에 감정이 정리 되지 않고 감정이 넘쳐흘렀다. 그냥 웅크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숨죽여 울었다.


“잘 돌아 온 건가......”


어느 정도 기억을 남겨 둔 탓인지 조금은 혼란 스럽다.


“흐윽”


일단은 눈물을 닦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조용해’


밖에서, 거실에서 놀고 있을 가정부와 이민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민아......”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아빠”


아빠라고 부르는 이민이를 껴안는다.


“그래, 이제 왔어......”


이것이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다. 적어도 에디터가 없어서 미친놈처럼 방황하고 자살하려는 세상보다는 이쪽이다.


“이민아?”


껴안고 있는 이민이의 느낌이 무언가 이상하다. 급하게 다시 이민이를 바라보니 싱그러운 표정으로 눈이 반짝인다.


‘뭐지 방금 그 느낌은?’


주변을 둘러보니 분명 색깔 있는 세상이다.


“어?”


또다시 손안의 감촉이 이상하다. 그리고 이민이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민아”

“아빠아?”


부르는 소리에 반응을 했지만 곧 그 느낌이 왔다.


“아.......”


완벽하지가 않았다.


“그랬구나, 이래서 기억을 전부......”


입술을 깨물며 이민이의 어깨를 꽉 잡았다. 이민이는 반응이 없다. 내가 보고 부를 때만 반응을 하는 아직 까지도 반쪽짜리 세상인 것이다.


“이민아”

“응?”

“아빠가 진짜로 다시 돌아올게”


이민이를 놓아주고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닫힌 문 너머로 나를 찾아야 할 이민이의 기척,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아”


다시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가 엎드렸다.


“흐윽”


눈물이 흐른다.


“괜찮아, 내가 갈게, 모두랑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에, 내가 만들게......”


최면과 환각을 건다. 에디터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기억을 덮어버린다. 기억해야 할 건 하나다.


‘나는, 에딧 기업의 회장 이 이단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날부터 에디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그날부터 에디터 완결 +1 23.10.01 27 0 -
77 그날부터 에디터 75화-행복 23.10.01 36 2 12쪽
» 그날부터 에디터 75화-허무 23.10.01 24 2 12쪽
75 그날부터 에디터 75화-절망 23.10.01 22 2 11쪽
74 그날부터 에디터 74화 23.10.01 19 2 12쪽
73 그날부터 에디터 73화 +1 23.09.30 25 3 11쪽
72 그날부터 에디터 72화 +1 23.09.30 21 3 11쪽
71 그날부터 에디터 71화 +1 23.09.28 28 3 13쪽
70 그날부터 에디터 70화 +2 23.09.25 40 3 13쪽
69 그날부터 에디터 69화 +1 23.09.25 32 3 13쪽
68 그날부터 에디터 68화 23.09.25 34 3 12쪽
67 그날부터 에디터 67화 23.09.25 27 3 13쪽
66 그날부터 에디터 66화 23.09.21 32 3 11쪽
65 그날부터 에디터 65화 23.09.21 32 3 13쪽
64 그날부터 에디터 64화 23.09.21 32 3 13쪽
63 그날부터 에디터 63화 +1 23.09.21 32 3 14쪽
62 그날부터 에디터 62화 23.09.21 36 2 13쪽
61 그날부터 에디터 61화 +1 23.09.20 34 3 11쪽
60 그날부터 에디터 60화 23.09.20 36 2 13쪽
59 그날부터 에디터 59화 +1 23.09.20 35 3 11쪽
58 그날부터 에디터 58화 23.09.20 33 2 14쪽
57 그날부터 에디터 57화 +1 23.09.19 36 3 13쪽
56 그날부터 에디터 56화 +1 23.09.19 35 3 13쪽
55 그날부터 에디터 55화 23.09.19 36 2 14쪽
54 그날부터 에디터 54화 23.09.17 34 2 11쪽
53 그날부터 에디터 53화 23.09.17 33 3 13쪽
52 그날부터 에디터 52화 +1 23.09.17 35 3 14쪽
51 그날부터 에디터 51화 +1 23.09.17 36 3 15쪽
50 그날부터 에디터 50화 23.09.14 47 3 14쪽
49 그날부터 에디터 49화 23.09.13 48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