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3,869
추천수 :
1,206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2 20:16
조회
2,393
추천
33
글자
12쪽

8. 이 괴물이 지금부터 내 사제라니

DUMMY

남궁위가 기를 방출한 것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어린 방계의 아이들에게 겁박을 줬다는 추문이 뒤에 붙을 순 있어도, 옥석(玉石)을 가리고 집중적으로 성장시켜 가문의 전력 강화에 보탤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원로원에 심히 지쳐있던 그였다.


남궁의 가치로 '포용'이라는 말을 들으니 화병에 걸린 것마냥 속이 들끓은 탓에 평소보다 더 많은 기운을 실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버텨냈다.


입가에 살짝 흐른 핏물이 전부였다.


만약 평소처럼 적당한 수준의 기운을 흘려보냈다면 녀석은 거뜬히 버텨냈을 지도 모른다.


'설마··· 아니다, 아니겠지.'


남궁위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떨치고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단청을 조금 질린 듯 바라봤다.


"···추태를 보였구나."

"아셨으면 됐습니다."

"······."


단청은 입가에 묻은 핏물을 손등으로 슥 닦았다.


"···야야아! 너, 으윽-"


남궁방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은 간이 얼마나 큰 거야?'


단청이랑 같이 있다보면 제 명에 못살 것 같았다.


동기랍시고 이런 특수한 자리에 같이 어울리게 되었지만, 무관으로 돌아가 일상을 보내게 된다면 반드시 거리를 두리라 다짐했다.


'포용··· 좋겠지,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남궁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본인이 창천검존(蒼天劍尊) 남궁천이 될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


후손된 자로서 그의 유산조차 온전히 물려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가문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가문의 미래 전력이 될 자들을 찾아내어 키우는 것.


"내상을 다스릴 약재를 바로 보내줄 테니 몸을 추스리고 있거라."


'하아하아, 끝이다.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이 숨막힐 것 같은 만남이 마무리 될 것 같자, 남궁방은 드디어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 단청이 '아, 예 가주님 감사합니다.' 하고 적당히 물러나주면···


"뭐 더 없어요?"


왜 이 새끼야!


병 주고 약 주는 건 맞지만, 그래도 가주가 저렇게 나오면 허리를 굽힐 줄도 알아야지!


남궁방은 단청의 두 어깨를 흔들며 그리 묻고 싶었지만, 감히 가주 앞에서 그런 경망스러운 행동을 할 자신은 없었다.


"···뭐 더 바라는 게 있는가?"

"영약 좀 주세요, 헤헤헤."


여어어엉야악ㅡ!?


남궁방이 눈을 부릅 뜬 채로 단청을 노려보았다.


이 녀석은 숫제 미친놈이 분명했다.


이미 충분히 무례를 저질렀으니, 가주님도 이만하면 크게 혼을···


"···영약 성분이 담긴 약재로 주겠네."


왜 안내애애!


"가주님의 통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자 가자, 동기야."


단청은 영혼이 나간 듯, 넋 나간 남궁방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



남궁룡.


올해 열여섯으로 가주의 직계인 그는 남궁의 부흥을 가져올 수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었다.


"별 내키지 않는군요."


편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지금 창천무관주 남궁도가 내리는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늘은 신입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들을 상대로, 특히 '단청'이라는 아이를 상대로 거하게 '신고식'을 치러서 창피를 준다?


창천은 남궁의 상징이다.


창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나뉘겠지만, 대체적으로 창천은 공명정대함을 의미한다.


물론 고작 이런 일에 창천의 의미를 들먹이는 것도 우스웠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


남궁도의 기세가 짐짓 사나워졌다.


심지가 여간 굵지 않고서야 버텨내기 쉽지 않았지만 남궁룡은 크게 흔들림이 없었다.


"관주님의 말씀대로 단청이 입만 산 놈이라면 제가 손 쓸 필요도 없이 무관에서 알아서 도태될 겁니다."


남궁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쩌면 이젠 단청에 대한 처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에 대한 남궁룡의 태도가 문제였다.


역시나 가주의 직계라서 그런 걸까, 같은 나이대의 방계라면 그 앞에서 절대로 이렇게 기고만장할 수 없을 터.


'건방지구나, 룡.'


남궁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짧게 혀를 차고는 자리를 떠났다.



*



가주와의 만남 이후, 남궁방은 단청과 안 엮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누군가 와서 첫 날이라 같이 모여서 할 게 있으니 방 한 칸에 잠깐 둘이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한다.


이제는 단순히 머나먼 친척 관계도 아니고, 사형될 사람이 말하는 것이니 흘려들을 수도 없었다.


'얘는 이럴 땐 말을 또 잘 듣네?'


남궁방은 묘한 표정으로 말없이 방구석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단청을 바라봤다.


내상을 다스리겠다며 가주가 준 내상단을 먹고 한동안 저러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에도 저렇게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까 여기서 대기하란 말에, 설마 반항하는 건 아닐까 하고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나저나, 나··· 잘 할 수 있겠지···?'


남궁방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이 벌써부터 되었다.


무인으로서 무(武)를 단련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막내로서 사형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야 앞으로 창천무관의 생활이···


"너희들이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온 남궁방입니다."


남궁방은 황급히 자리에 일어나 구십도로 고개를 숙였다.


문을 연 사내는 그런 남궁방의 태도가 나쁘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 사형이 될 남궁강이다."

"아, 강 사형이군요! 하하핫!"


남궁방은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뒤를 슬쩍 바라보았다.


'뭐 하냐고, 아아아악ㅡ!'


아직도 가부좌를 튼 채로 일어나지 않고 있는 단청.


어찌보면 지금이 사형들과의 첫 만남이 될 수 있는 건데 이 무례란 말인가.


'정말 이 새끼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살지!'


설마 정말 잠자고 있는 건 아닌지 머리를 한 번 후려쳐보고 싶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겁난다.


"하하핫! 강 사형, 지금 단청이가 많이 피곤해서인지- 하하··· 이 결례에 대한 용서를···"

"괜찮다."

"네?"

"괜찮다고. 결례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그게···"

"신고식을 치를 거니까."

"신고식···."


남궁방의 낯빛이 굳어졌다.


신고식의 의미는 뻔하고 뻔했다.


조직에 새로 들어온 신입의 기강을 다지기 위해 하는, 뭐 그렇고 그런 불편한 자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신입으로서 그 자리가 불편하다는 티를 내면 안될 터.


"하하핫! 그렇군요, 신고식, 하하하하···."


남궁방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웃어?"


쓰읍!


실을 꿰멘 듯 순식간에 닫히는 입.


순식간에 급변한 남궁강의 분위기에 남궁방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없었다.


"저 녀석을 내 앞에 데리고 와."

"아, 예···."


남궁방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에겐 이 상황에 대한 제동을 걸 힘이 없었다.


"단청아···? 좀 일어나봐. 사형들이···."


단청은 죽은 듯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남궁방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아무튼 사형은 단청을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질질 끌어서라도 데리고 가야 했다.


파앗!


허나 그 순간 떠지는 단청의 눈.


"옴마야ㅡ!"


착각인지 안구에 약간의 청광이 번뜩였다.


남궁방은 그 괴현상에 기겁하며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아, 좋다아. 그 양반이 나름 좋은 걸로 챙겨줬네, 낄낄낄."

"단청아···?"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 이 새끼야!


"비켜봐."


단청이 일어나며 남궁방의 어깨를 슬쩍 밀자 그의 몸이 저항없이 밀려나갔다.


"단청이라고 합니다, 사형들."


단청은 남궁강 앞에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까 신고식이라 하신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부터 뭘 하면 되는 거죠?"

"옷을 벗어라."

"벗어라? 옷을?"

"그래."

"벗은 다음은요?"

"···목검으로 때릴 거다."

"때린다고요!?"


과장된 손짓과 행동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단청.


남궁강의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다.


가끔 방계촌에서 평화롭게 부모님 아래, 오냐오냐 자라 현실 감각 없는 놈들이 몇몇 있었다.


그런 놈들도 몇 대 맞다보면 싹 바뀌게 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고식은 타당하다.


머나먼 친척 관계에서 같은 스승 아래 교육을 받는 사제 관계임을 확고히 하는 시간이었으니.


굳이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었어도 저런 개념없는 놈 한정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마···.'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남궁룡은 삼대제자들의 숙소에서 해당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가 관주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 다른 방계의 아이를 구슬려 일을 벌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남궁룡은 직접 주동하여 이런 같잖은 행위를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허나 다른 이들이 이런 짓을 하는 걸 본인이 직접 나서서 막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남궁룡이 고민에 빠진 사이, 단청이 다음 행동을 취했다.


"싫은데?"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아올라갔다.


이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남궁강.


뒤에서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방이 단청을 황급히 제지하려고 했지만, 단청의 주먹이 더 빨랐다.


퍼억ㅡ!


"꿹···."


명치에 주먹을 꽂힌 남궁강이 공기 빠진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충격에 빠진 남궁방과 그의 사형들.


미친 것도 정도가 있는데, 이건 정말 제대로 미쳤다.


"방아, 동기가 이렇게 싸우는데 넌 가만히 있을 거야?"

"어어···?"


이 미친 새끼야!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남궁강은 삼대제자 중에서도 대사형이다.


즉 나이도 제일 많고 이들 중에서 직계인 남궁룡을 제외하면 무공도 확실히 뛰어난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청이 그를 쓰러트린 것이 우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뭣보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이 쬐끄마한 사제한테 삼대제자 전체가 먹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의 무관 생활이 있는데, 이 건방진 사제가 기어오르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 사이.


"머, 멈추라고! 너희 그러다 진짜 다 뒤져!"

"이러다 다 죽어어엇!!!"


남궁혁, 명, 진이 와서 이들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단청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강한지, 그간의 훈련으로 잘 알고 있던 그들은 이들의 미래가 훤히 보였다.


웃는 얼굴로 사제한테 져주는 것과 처맞고 슬픈 얼굴로 사제한테 져주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허나 그들은 단청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들의 숫자는 대략 오십.


힘을 합친다면 단청 정도는 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저승에 있는 친우여! 가문의 꼴이 아주 개파아아안이다!"


단청이 별안간 위를 보며 외치더니, 삼대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 움직임은 전광석화와도 같아서 눈으로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주먹 한 대에 한 명.


퍼억! 퍼억! 퍼억!


삼대제자들은 볏짚마냥 쓰러지는 그들의 동료를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꿹···."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갈 때쯤, 이미 단청의 주먹이 그들을 단죄했다.


남궁혁은 억울해서 울고 싶었다.


"다, 단청아 우린 왜ㅡ!"


그들 셋은 삼대제자들의 행위에 동조하지 않았음에도, 단청의 주먹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형들, 아니 이제 사형들이지. 사형들이 미리 단속을 잘 해놨으면 이런 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런 억지가ㅡ"

"맞아, 안맞아?"

"마, 맞지···."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물어오는 단청에 남궁혁, 명, 진은 너무나 억울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맞아야지!"


퍼억ㅡ!


악마 같은 새끼··· 이 괴물이 지금부터 내 사제라니.


"꿹···."


셋이 사이좋게 바닥에 엎어졌다.


"후우, 오랜만에 몸을 풀었더니 상쾌하군! 응? 한 명 더 있었네?"

"나, 나는···!"


단청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룡에게 다가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0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3 0 -
38 38. 부동(不動) NEW +5 17시간 전 523 24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65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1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37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2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0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79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2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2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87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3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77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5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5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1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3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87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2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0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0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7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5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2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4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69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2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48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0 3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