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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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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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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6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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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1,128

작성
24.06.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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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DUMMY

상상하는 것만으로 두피가 아릿해졌다.


공격와 방어가 명백히 나뉘어져 있는 훈련이지만 미래는 불보듯 훤했다.


음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라도 된 것 같은 기분. 환청이 들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마주 서서 목검을 쥘 때는 그의 표정에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남궁룡은 지금껏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그 사실은 훈련을 같이 했던 삼대제자들이라면 모두가 인정한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팽가의 팽무혁을 이기기 위해?

가문의 직계로서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아니면 중원무림에 남궁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제 물음에 고개를 스윽 저었다.


사실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약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바뀔 수 있었던 계기는 단 하나.


ㅡ사형만 안 맞으면 공평하지 않잖아?


신고식 날, 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막내 사제의 느닷없는 등장 때문이었다 .


ㅡ사형들, 고작 이런 걸로 힘들다고 빌빌대?

ㅡ나때는 안그랬는데, 나때는!

ㅡ안 힘들면 그게 운동이지, 훈련이야?


처음엔 마귀의 속삭임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정말 그 말대로였다.


과거의 훈련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벼운 운동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 전부 다 이 녀석 때문이었다.

이 말같지도 않은 막내 사제의 인정을 바라게 된 것일 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 생각은 단청을 본 처음에도 같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된다.


제 물음에 답을 내린 남궁룡은 간절한 마음으로 목검의 끝을 단청의 머리에 겨누었다.

하수라 선수를 양보받았다.


제발···.

이 새끼, 대가리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그것 또한 남궁룡의 진심.


그의 염원을 건 참참참이 시작된다.


"참참참."


단청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불길함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휙-


검은 좌로, 머리는 우로 움직였다.


방어 쪽의 명백한 승리.


허나 바로 역할이 바뀌진 않는다.


단청과 할 때는 적어도 기회를 열 번은 준다.


"참참참ㅡ"


휙- 휙- 휙ㅡ


그래도 바뀌는 건 없었다.


단청은 한 차례의 위기도 없이 목 근육이 무척이나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


기회가 다 지났다.


'나쁜 새끼······.'


한 대만···, 한 대만 좀 맞아주면 안되냐, 이 새끼야······.

지금껏 지만 실컷 때렸으면서.


남궁룡의 안구에 습기가 찼다.


스윽-


곧 단청의 검이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


독기와 오기가 생긴다.

언제까지고 이 녀석한테 대가리가 깨질 것인가.

놈만 제외하면 나름 타율과 회피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


집중한다.

어떻게든 녀석의 의념을 읽어 피해낼 것이다.


"참참ㅡ"


의념이 느껴진다.


과거엔 도무지 감도 안잡혔지만, 어느덧 느껴지기라도 했다.


의념의 방향은 왼쪽.

그렇다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참."


휙-


"어?"


남궁룡의 입 밖으로 의문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검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왜?'


이게 왜 여기 있지.

의념의 방향은 분명 반대 쪽이었는데?


단청의 입가에 히죽 미소가 걸렸다.


"사형, 의념(意念)은 숨길 수도, 조작할 수도 있거든."

"······."

"고수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야."


남궁룡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의념을 숨길 수 있다고?

심지어 조작도 할 수 있다고?


그럼 무조건 맞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 이 새끼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못 읽어내는 건 아니야, 뭐든 상대적인 거지."


결국 센 놈이 센 거다. 그 뜻이었다.


"직계와 방계의 검법. 둘 간에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허초(虛招)······."

"사형은 그걸 잘 살리고 있나?"

"전혀."

"이제는 어렴풋이 느껴질 거야. 의념을 다루는 것이 곧 상승무학임을."


기본에 충실한 탓인지, 단조롭게 느껴질 정도의 무애검법.


그와 달리 창궁무애검법은 변(變)의 묘리와 허(虛)의 묘리가 잔뜩 실려있었다.


검법의 형(形)은 비슷하나 상대하는 입장에선 한 번의 휘두름이 수십번의 휘두름으로 느껴진다.

의념으로 빚은 수없이 많은 허초 때문에.

압박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궁룡은 의기소침해져 고개가 축 늘어졌다.


도대체 뭐가 직계란 말인가.


정작 직계의 검을 사용할 수 없는데.


"사형, 기 죽을 거 없어. 어차피 가주님도 그런 거 제대로 못하거든."

"······."


이거 위로 맞지?

기사멸조로 느껴지는 건 착각이고.


단청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열화판은 초식의 형(形)만 흉내냈을 뿐, 진본에 담긴 의념을 비롯한 허초는 거의 담아내지 못했으니까.


남궁룡은 거기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결국 의념을 익힌다는 것은 직계가 익히는 상승무학으로의 나아감을 의미한다.


막내 사제가 어떻게 이걸 알고 있느냐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삼대제자 방계들에게 전부 다 가르친다는 것은······.


"단청아, 너 설마ㅡ"


빠악ㅡ!


커흑-


털썩.


"사형, 머릿속이 쓸데없이 복잡해보이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


그래 고맙다, 이 새끼야.


덕분에 머리가 더할 나위 없이 맑아졌는데······.


오늘 하늘이 차암- 시퍼렇게 맑다는 것도 잘 알겠다.



*



남궁성혁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꼈다.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면 가문에서 온갖 신경을 써올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건 받고, 나쁜 건 쳐내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관심이 너무 적다.


'설마, 내가 누구인지 잊은 건가···?'


그의 머릿속에 가문의 중진들 몇몇이 떠올랐다.


특히 창천무관주 남궁도.


원로원의 수뇌부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그의 가문 내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는 특유의 염세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제 편한테는 가면을 쓴 미소 정도는 지을 줄 안다.


남궁성혁은 스스로를 '제 편' 안에 든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방계이자 이대의 대제자다.

실력도 그에 걸맞다.

남궁룡과의 관계도 엄밀히 표현하면 적대적.


이보다 더 남궁도와 친해질 연결고리가 있을 것인가.


그런데······.

아예 연락이 없었다, 아예.

이게 말이나 되나?


먼저 자리를 제안해도, 출관식 때 어차피 보게 될 것이라며 만남을 미루고 있다.


ㅡ너는 당장 남궁의 가까운 미래를 책임질 이대의 대제자다.

ㅡ방계로서 직계를 견제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갖추거라.

ㅡ내가 너를 지켜보겠다.


이렇게까지 말한 양반이······!


그 외, 원로원주인 남궁무위는 애당초 남궁성혁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가주인 남궁위는 무미건조한 분위기로 그를 대했다.


나머지 창금원주 남궁당, 기타 장로들 몇몇도 먼저 나서서 연락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곧,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알게 되었다.


ㅡ솔직히 단청 그 놈은 앞으로 남궁의 미래가 될 지도 모릅니다.

ㅡ그 녀석은 가문의 보배입니다.


그가 가져갔어야 할 이 모든 관심을 느닷없이 등장한 삼대의 방계가 앗아갔다.


'내가 남궁의 유일한 희망이자, 미래란 말이다.'


더 나아가 남궁지약의 마음을 얻고 그녀와 결혼하여, 남궁의 가주로 발돋움하는 것까지.


자칫 그 모든 계획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일.

멍하니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4년 간, 그가 절치부심하여 쌓아온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과연 이보다 더 최선을 다하고 노력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욕칠정을 끊어내고 무승(武僧)처럼 살아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결국 실력을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많이 보는 이들이 앞에서 치르는, 확실히 보다 더 큰 무대를 만들어서.



*



인간의 품 속에 안긴 백설의 눈빛에 명백한 귀찮음이 맺혔다.


이 인간이 또 시작인가?

마치 이런 느낌.


야아아아오옹-


"백설아, 너도 긴장 돼? 나도 긴장 돼."


야아옹.


"정말 긴장된다고? 나도."


고양이인 백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남궁설은 스스로 북치고 장구치며 긴장을 덜어냈다.


곧 있으면 출관식 겸, 입관식을 치를 예정이다.


백설을 제외하면, 방을 혼자 쓰던 그녀가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끼익-


"동생아."

"아니, 오빠! 문 좀 두들기고 들어오라고."

"어쭈. 많이 컸다? 이게 감히 하늘 같은 오라비한테."

"하늘 같은 소리하고 있네."


키이이익-!


백설의 꼬리가 날카롭게 하늘 위로 솟았다.


"거봐, 설이도 싫다잖아."

"저게? 한 번 놔봐."

"그래도 설이는 내 품 안에 있을걸?"


스윽-


그 말과는 달리, 백설은 그대로 단청의 품 속으로 안겨들었다.


야아아아옹-


기분좋은 듯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그 의미는 명백했다.


"동생아, 봤지?"


엣헴.


허리춤에 두 손을 얹어도, 백설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단청의 가슴팍에 꼭 안겨있었다.


그 모습에 남궁설의 눈빛에 넋이 나갔다.


"와······. 2년 동안 키워준 건 난데······. 완전 마음에 상처입었어."


정확히는 알아서 먹잇감을 찾고 사냥하여 큰 것이었지만.


"뭐, 아무튼. 지금 좀 어때?"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오라비라고 시덥잖은 대화 몇 마디 나눈 걸로 긴장이 좀 풀렸다.


"각오는 된 거지? 동생아, '입관식'의 의미를 무시하면 안 돼."

"아오, 저 꼰대."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쯔쯧."

"고작 두 살 차이야. 오빠도 요즘 것들이거든?"


제 오라비를 닮았는지 똑같이 허리춤을 두 손에 얹고 저러고 있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뭐, 곧 그 의미를 알아서 느끼겠지만.'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 찬 여동생이다.


무(武)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을까.


영물 주제에 발목을 접질러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백설을 구해줬을 때.


아마 그게 분기점이었을 것이다.


사실, 무(武)는 잔혹하다.

그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함이 끝이 없다.


입관식을 한 번 치르면, 평생을 남궁의 무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무공 유출의 위험이 있어, 이는 결코 물릴 수 없다.

떠날 수 없기에, 결혼도 같은 남궁의 성을 쓰는 남자와 해야 한다.

남궁연처럼.

정 아니면 데릴사위를 데려오던지.


남궁의 여성들은 대다수가 무관에 입관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의전원에 들어가 의복 제작 기술을 배우다가, 혼기가 차서 외인 남성과 결혼하여 가문을 떠난다.


뭣보다 너무나 위험하니까, 무관에 입관하는 것을 꺼려한다.


"동생아."

"왜?"

"점심이나 먹자. 이 하늘 같은 오라비가 입관식 전에 한 끼 사주마."

"정말? 근데 오빠,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어, 나는 돼."


비공식으로 인정 받은 상시외출자거든.


"그럼 나도 돼?"

"꿈 깨."

"······내 오빠라지만, 참 재수없어. 오빠, 여자들한테 인기없지? 딱 보면 알아 내가."

"······."


울컥-


뭔가 단청의 마음 속에서 울화가 치솟았다.


ㅡ형님, 상판대기는 멀쩡한데 성격이 하도 지랄맞아서 여자들이 다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낄낄낄.


'꺼져, 이 새끼야.'


울적해진 단청이 손짓으로 남궁천의 환영을 지우고 있는데,


"오빠오빠-!"


자꾸 옆에서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저기 엄청 예쁜 언니 있어. 어어, 여기 온다. 어, 정말 여기로 오는데? 어어어···, 정말 와버렸다······."


단청의 고개가 스윽 올라갔다.

멍한 초점이 바로 잡혔다.


그러니까, 이 예쁜 누님은 누구······?


단청보다 머리통이 2개는 컸다.


"네가 단청이지?"

"그렇다면요."

"······섞어보자."

"에?"


뭐, 이런 정신나간 여자가 있어?


옆에 남궁설의 두 눈이 부릅떠진 가운데, 곧 의문이 해소되었다.


"검(劍)."


그러니까,

바로 여기서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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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3시간 전 507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79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9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61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5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6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6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29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5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3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5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4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51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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