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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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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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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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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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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대연신공

DUMMY

남궁각은 한숨을 내쉬며 비급서와 도해본을 집어들었다.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1일 차엔 알 듯하면서도 모르는 내용을 머릿속에 구겨넣느라 힘들었다.


2일 차엔 바뀐 부분을 인지했고, 3일 차엔 그래서 더 나은 점을 깨달았다.


4일 차엔 개량된 무애검법에 대한 이해를 마쳤고, 5일 차엔 이전의 것보다 궤를 달리한다는 느낌을 받아 경악했다.


6일 차엔······.


"사숙,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궁무위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비해 마음가짐이 꽤나 해이해진 것 같더만, 그래도 그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구나."


아니, 이 미친 양반.


도대체 뭐가 해이해졌다는··· 아니,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긴 했다.


미래를 책임질 무공교관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남궁각은 과거, 일대제자 중에 무공이 뛰어난 축에 속했고 지금도 그러했다.


다만······ 남궁을 대하는 마음이 그때와 지금이 같을 순 없었다.


남궁은 그에게 자부심이 아니라, 지난 몇 십년 동안 짙은 패배감을 안겨준 애증 덩어리와도 같은 것이었으니.


"······그래서 심법과 기공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는다. 그 말은즉슨, 개량된 검법이 기존의 심법과 기공에 맞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


그렇게 따로 놀아선 최대 효율이 나올 수 없다.


"······각 사질, 이놈아."

"왜 그러시는지···."


점잖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에 남궁각은 살짝 긴장했다.


"사숙이 삼십여 년 만에 가문의 숙원과도 같은 일을 해결했는데, 그에 대한 축하의 한마디도 없더냐."

"······아, 예. 사숙, 축하드립니다."

"사실 그 검법은 내가 개량한 게 아니다."

"······?"


남궁각의 눈살이 찌푸려지며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도대체 이 미친 사숙이 뭔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정신나간 화법을 구사하는 그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단청···, 그 아이가 무애검법을 개량했다."

"······예?"


남궁각이 믿기지 않아 눈이 부릅 떠졌다.


"그 아이가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게 사실이라면 숫제 괴물 아닙니까···?"

"맞다. 그 아인 숫제 괴물이다. 아니, 괴물이란 표현도 부족하지. 그러니 네가 이름을 붙여봐라."

"제가 그리 표현력이 좋진 않습니다."

"······."

"······이무기? 아, 아니 그러니까 용이 될 자질을 타고났다는ㅡ"

"됐다, 기대도 안했으니."


······아오, 시키질 말던가!


"뭐, 아무튼. 우연히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그걸 붙잡지 못하는 건 머저리나 할 짓이다. 알겠나, 각 사질?"

"예······."

"앞으로 네가 할 일이 정말 많을 거야, 현 무공교관인 넌 가문의 무공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해!"

"예······."


어느 순간, 남궁무위의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과연 검법만 바뀔까, 응? 심법도바뀌고기공법도바뀌고각법도권법도장법도지법도금나수법보법도신법도다바뀌는거야."

"······."

"우리 각 사질은 머저리가 아니겠지?"

"······."

"내가 한 말을 이해했다면 나가보도록."

"······."


남궁각의 몸이 석상처럼 한동안 굳어있었다.


물론 저 정신나간 사숙의 말을 이해 못해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잘 이해했기 때문에 굳은 것이다.


앞으로의 고난이 너무나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왜 안나가. 우리 각 사질, 설마 머저리였나?"


하아······.


무공이고 뭐고 간에, 전부 다 나가 뒤졌으면······.


원주실 밖으로 나가는 남궁각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었으나,


한편으로는 새롭게 하늘 위에 펼쳐질 남궁의 창천(蒼天)이 그의 마음에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씨앗으로 자리잡았다.



*



사시(오전 11시)가 다 되어가는 무렵.


원래 훈련이란 것은 막바지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법이다.


"히야,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나 같은 착한 사제가 어떻게 훈련해야 할 지 딱딱 알려주고 말이야. 나때는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는데 말이야!"


삼대제자 전원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고작 열두살 주제에 뭔 도대체 나때냐고!


허벅지가 불타오르는 통각으로 모자라 귀까지 끊임없이 괴롭혀주는 청각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ㅡ!"

"끼아아아악ㅡ!"


쓰러지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룬다는 것을 알기에 삼대제자들은 미친듯이 기합을 내지르며 참아갔다.


"사형들, 겨우 이거 갖고 뭐가 그리 힘들다고 소리를 질러? 아주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어?"


저 악마 같은 새끼······.


언젠가 꼭 반드시 짓밟··· 지는 못할 것 같다.


하늘은 왜 저 망나니 폭군 같은 녀석에게 그만한 힘을 주셨을까.


삼대제자들의 훈련이 괴이하다는 소문이 남궁가에 이미 퍼진 지 오래.


그 중심은 단언컨대 단청이었다.


"끼아아아아악ㅡ!"

"으아아아악!"


'왜 항상 시기가 이렇지···?'


남궁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삼대제자들의 훈련을 멀리서 걸어오며 바라보았다.


곧 그들의 시선이, 울부짖음이 남궁도에게 향했다.


관주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 악마 같은 녀석에게서 우리를 구원해주세요!


관주니이이임ㅡ!!!


그들이 마치 그리 말하고 있는 듯했다.


남궁도는 그들의 시선을 슬쩍 외면했다.


'미안하다, 애들아······. 저 새낀, 나도 어쩔 수 없는 놈이니······.'


끄아아아아아악ㅡ!


"끝, 다들 곧바로 운기조식 해."


달콤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나는 그 말에, 삼대제자들의 몸이 일순간 바닥에 허물어졌다.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그 지친 몸은 이끌고 어떻게든 집중하여 운기조식을 해야만 한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눈을 치켜뜨고 볼 테니.


"크험험······. 단청아,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아, 관주님."


남궁도를 본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언제 오나 했네.'


"사형들, 내 뒷통수에도 옆통수에도 눈이 달려있거든? 어디 한 번 퍼질러지기만 해봐. 지옥을 보여줄 테니까. 뭔 말인지 알지?"


그저 악마 같은 새끼···.


어디서 새빨간 구라를.


저 괴물 같은 놈이라면 정말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삼대제자들은 운기조식을 멈출 수 없었다.


"······단청아,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남궁도는 영 불안한 눈빛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운기조식을 펼치는 삼대제자를 바라봤다.

표정만 보고 있으면 정말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이죠."

"크흠······. 좀 가서 이야기하자꾸나."


땀내나는 훈련의 현장에서 둘은 백보 정도 걸었다.


"알다시피, 저번에 네가 개량한 무애검법은 광검 사형도 크게 인정하셨다."


단청은 허리춤에 두 손을 얹으며 가슴을 하늘 위로 꼿꼿이 폈다.


"당연하죠. 누가 만든 건데. 엣헴!"

"······."


왜케 저 표정과 말투가 재수없고 얄미운 걸까······.


'내가 꼰대라서 그런 게 아니다, 절대로!'


"······나 역시도 새로 익히면서 많이 감탄했지. 다만, 기존의 심법과 기공에 맞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인간의 무공이란 하나의 실타래와도 같아서, 어딘가 바뀌면 여기저기서 꼬이기 마련이었으니.


"아마 기존의 심법과 기공도, 과거 초대 가주님이 만드신 진본에 비하면 열화판이었던 것이겠지."


남궁도가 단청에게 비급서 하나를 건넸다.


방계들이 익히는 심법이자 기공인 대연신공(大衍神功)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궁의 방계라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그것.


"단청아, 이번에도 가능하겠느냐?"


단청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절 뭘로 보셨던 거에요, 당연히 가능하죠!"

"······."


정말 표정이 재수없기 그지없었으나, 이때만큼은 또 그렇게나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다.


"그래, 이번엔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그래도 최소 한 달은ㅡ"

"아뇨, 그건 이미 만들었어요."

"······에?"


남궁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 애송이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다 내 머릿속 안이지.'


"지, 지금 당장 그걸 볼 수 있겠느냐?"

"헤헤헤."


단청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경박한 웃음소리를 흘릴 뿐이었다.


남궁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녀석······.'


점점 눈빛이 동전으로 바뀌어가고 있어!


어떻게 가문의 발전을 논하는 데 있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내가 할 말은 결코 아니다만.'


"끙······."


남궁도는 한 차례 앓는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이번엔 원하는 게 무엇이냐."

"그런데 아직 일전에 보상을 못받은 것 같은데요?"

"아, 그건 진짜 가문의 사정이 별로 안 좋아서······.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바로 지급하겠다!"

"에이, 이놈의 망할 가문이 뭐 그렇죠, 전 이해해요."

"······."


이 망둥이 놈이 정말 이젠 대놓고 기사멸조를······!


찰나, 핏줄까지 돋을 정도로 부릅떠진 남궁도의 눈이 빠른 속도로 온화해졌다.


"······이리도 고마울 데가. 가문의 사정을 이해해줘서 고맙다·······."

"에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죠, 엣헴!"


어쩐지 안구에 습기가 차는 듯한 기분이다.


아니,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닐 지도······.


"···궁금한 게, 이번에는 왜 저번처럼 시간이 그리 안걸렸던 것이지?"

"아무래도 검법이랑 심법, 기공은 좀 달라서요."

"다르다?"


남궁도는 어째서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건 심법과 기공이지 않은가?


"네, 아무래도 심법과 기공은 제가 직접 진기도인으로 구결의 흐름을 잡아줄 수 있으니까요."


설명을 듣는 남궁도의 입이 멍하니 벌려졌다.


'진기······ 도인을 한다고?'


진기도인이 무슨 얘들 장난도 아니고.


그런데 이 괴물 같은 녀석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전부에게 네가 직접 진기도인을 하는 건 너무 힘들지 않겠느냐?"


타인의 기운을 타인의 몸 속에서 조종하는 진기도인은 정말 힘들다.


그것은 단청에게도 조금 덜할 뿐이지, 마찬가지였다.


"물론, 제가 도해본의 내용을 부실하게 쓴 건 아니에요. 꼼꼼히 보고 한다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을 거에요. 다만,"

"다만······?"

"극강의 둔재라면······ 글쎄요, 몸이 좀 고생하겠죠? 낄낄낄"


마귀와도 같은 단청의 웃음소리가 남궁도의 귀를 긁어댔다.


꿀꺽.


남궁도의 입에서 침이 자연스레 꼴깍 넘어갔다.


저 녀석의 입에서 '고생'이란 말이 나왔으면, 도대체 얼마나 고생하는 걸까.


뭐, 아무튼······.


'나만 아니면 돼!'


.

.

.


동기사랑, 나라사랑!


끼아아아아아악ㅡ!


얼마 지나지 않아,


남궁가의 어느 한 골방에서 동기사랑, 나라사랑의 구호와 함께 한 소년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



남궁무위는 원로원주의 권한으로 단청이 개량한 대연신공을 방계의 기본 심법, 기공으로 규정하고 공표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가주의 승인없이, 가주전에 통보하는 것으로 그쳤다.


'대연신공마저 개량했다······? 이리도 빠르게?'


원로원에서 보내온 서찰.


그 내용을 확인한 가주, 남궁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그 아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던 남궁에, 격변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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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3시간 전 509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80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9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61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5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7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6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30 37 11쪽
» 19. 대연신공 +4 24.05.23 2,352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1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5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3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5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5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51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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