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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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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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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4
추천수 :
1,210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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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DUMMY

남궁세가의 원로원, 창천원(蒼天院).


열 명의 원로로 구성된 창천원에겐 평생 숙원의 과제가 있었다.


사실상 실전된 남궁의 무공을 복구하는 것.


물론 그 중엔 직계의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애당초 방계로 구성된 원로원은 직계 무공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다.


"하아······."


창천원주이자 광검(光劍), 남궁무위는 책상 위에 놓인 '무애검법(無涯劍法)' 비급서를 노려보았다. 애증의 물건이라도 되는 것마냥.


이것은 진본이되, 진본이 아니었다.


진정한 진본은 과거, 남궁천의 죽음 직후 그 순간만을 노렸다는 듯 '마교'의 잔당이라 추정되는 적들이 잠입한 탓에 모든 것이 불타버렸으니까.


초기엔 상관없었다.


남궁천의 자손들이 해당 무공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들이 나름대로 해석하여 만든 '비급서'에 있었다.


남궁천이 만든 비급서와 그의 자손들이 만든 비급서엔 질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진본에 비하면 열화판에 가까울 정도였다.


'초대시여, 왜 이렇게 잘나셨나이까······.'


남궁의 초대 가주이자 대종사의 재능을 갖고 있던 남궁천은 남궁의 모든 것을 창안했다.


직계와 방계, 기초무학과 상승무학을 구분하여 정밀하게 비급서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비급서들이 진정한 '진본'인 셈이다.


아무리 연구하고 개량하려고 해도 남궁천의 것을 결국 따라갈 수 없었다.


실전되지 않았으나, 진정한 의미의 무공이 사실상 '실전'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의 아들들도 죽고 그 후손이 대를 이었을 때, 남궁은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끼익ㅡ


늦은 시각, 굳게 닫혀있던 창천원의 문이 열렸다.


"사형, 시간이 늦었소. 그러다 몸 상하오."

"후후······. 너는 잠이 오더냐?"

"뭐, 하루이틀도 아니잖소."


사아아악ㅡ


콰앙!


벼루가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니, 이 양반이 미쳤나! 정신병 또 도지셨소ㅡ!?"


남궁도가 화들짝 놀라 팔짝 뛰었다.


"내가 이러는 게 하루이틀이더냐?"

"에잉, 저런 것도 사형이라고."

"후우, 앉거라 사제야···."


남궁도는 한숨을 내쉬며 남궁무위가 앉은 곳으로부터 상당히 멀찍이, 좀 거리를 두어 앉았다.


"나는 말이야···. 하ㅡ! 젠장할. 설마 이 나이 먹도록 무공 복원을 못할 줄이야. 선조님이 새대가리라 놀리셔도 할 말이 없겠어."

"선조님은 돌아가고 없으니 내가 얼마든지 해드리지, 새대가리 사형."

"······뒤질래?"

"자중하겠소."


남궁무위가 한차례 째려보자 남궁도는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사형은 무려, 광검(光劍)이라 불리고 있다.


검 좀 멋드러지고 빠르게 휘두른다는 이유만으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가 봤을 땐 그저 광검(狂劍)이었다.


한마디로 미친놈이라는 거다.


그런데 오늘, 그 미친놈의 눈빛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음울해보였다.


"혹시 술이라도 한잔 걸치셨소?"

"······도 사제."

"왜요, 사형."

"내 나이가 이제 일흔셋이다. 하ㅡ!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뭣 하나 이룬 것도 없는데······. 후우··· 난 도저히 죽어서 선조님을 뵐 면목이 없어··· 도저히··· 난 도대체 뭘 한 거지? 나는···."


남궁무위는 두 손을 얼굴에 묻었다.


눈에 닿는 부위가 손바닥에서 따땃하게 느껴졌다.


사제의 말대로 그는 오늘밤 술 한 잔을 했다.


마음이 우울해서 그런지, 술맛이 참 지랄맞게도 썼다.


술을 마셔도 바뀌는 건 없었다.


취한다고 하여 안 보이는 것이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사형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소."

"3년 후에 있을 오대기전도 뻔하겠지. 우린 꼴지를 할 거고. 나는 원주로 있으면서 세 번 연속 꼴등을 헤쳐먹은 무능력한 인간으로 기록되겠지. ···그래도, 그래도 사실 상관없다. 미래가 있다면. 하아··· 근데, 이젠 미래조차 없어."


가문의 흥망성사(興亡盛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남궁가는 고작 해봐야 그 역사가 백 년을 살짝 넘기는 신생 가문이다.


1년 동안 이 넓디 넓은 중원 무림에 수십, 수백개의 가문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데, 남궁세가가 뭐라고 그 이름을 지키겠는가.


그저··· 초대 가주인 남궁천이 뛰어났을 뿐이다.


'······이래서 내가 사형을 존경하는 것이지만······.'


남궁도는 조금 질린 듯한 표정으로 제 사형을 바라봤다.


그를 포함해 방계의 늙은이들 대부분이 제 밥그릇 챙기기 바빴지만, 적어도 남궁무위는 가문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도 사제."

"예, 사형."

"무공은······ 인간의 무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겠소? 연구와 개량을 거듭하다보면, 안한 것보단 낫겠지."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 고대의 설화를 보면 신선 양반들은 검을 한 번 휘둘러 산을 잘랐다고 한다. 뒷집 동산 말고 크디큰 대산(大山)을."

"새빨간 구라······ 아니겠소?"

"이 새끼야!'


사아아악!


쾅!


"아씨! 이번엔 붓이오?"

"엄살부리지 말거라. 머리에 피도 마른 주제에."

"······미친놈."

"뭐라?"

"······아니오. 아무튼 사형은 고대에 신선들이 살았고, 그들의 무학이 아래로 계승을 거듭한 끝에 점점 약화되었다고 보는 것이오?"

"그렇지. 그래서 강호인들이 몇 백년 전 고수의 비급서가 어딘가 묻혀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목숨 거는 걸 마다하지 않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그것이 대단히 귀한 줄 아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긴 한데······.


"······사형, 혹시 그 이야기는 사형이 남궁의 무공을 개량하지 못한 걸 합리화하기 위해······?"


스아아악ㅡ!


"에헤이! 그 손 멈추시고. 여기가 어딘데! 창천원이오, 어디서 검을. 에헤이!"


남궁도는 한번 입을 자유분방하게 놀린 댓가로 황천길을 갈 뻔했다.


"······도 사제, 소림이 왜 강하겠는가? 사천의 당가는 왜? 마교는 왜? 제갈은 왜? 섬서의 화산은 왜?"

"오래된 역사가 있고 그것을 잘 지켜온 덕분 아니겠소."


소림은 천년의 소림이라 불린다.


그들은 단 한 번도 비급서를 불태워 소실해본 적이 없다.


진본을 태워본 적도 없었고, 사본을 만들어 확실히 안전한 곳에 보관해두고 있었으니까.


나머지 문파나 가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들의 역사를 잘 보존해왔다. 그렇지 못한 남궁과는 달리.


"그래, 그거다. 후후······ 우린 이제 운에 기대어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게 되었군."

"돌연변이라······."


남궁도의 표정이 언뜻 묘해졌다.


마침 무관에 갓 입관한 삼대제자 중에 '돌연변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녀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형, 혹시 '남궁단청'이라는 아이를 아시오?"

"모른다."

"아니, 소식도 못들었소?"

"······내가 알아야 하나?"

"귀 좀 열고 사시오, 제발!"

"그래서······ 뭐하는 녀석인데?"

"이번에 갓 입관한 아이인데, 일대일로 강이를 이겼소. 그것도 꽤나 압도적으로."

"······흐음."


남궁무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그것은 확실히 지켜볼 일이다.


남궁강의 나이는 17세.

무려 단청과 5살 차이가 났다.


물론 무관에 입관하기 전에도 무공을 얼마든지 익힐 수 있지만, 그런 걸 차치하더라도 확실히 흔치 않은 일이다.


"······사제야."

"예, 사형."

"나는 입관하자마자 이대제자를 꺾었는데? 일대제자의 막내도 해볼 만했었고."

"······."


그래, 너 잘났다 이 새끼야.


"아무튼, 지금 삼대제자들 중에선 그 아이가 최고의 재능이라는 건가."

"그렇소."

"네가 그 아이에게 보기 좋게 뒷통수도 맞았고?"

"······알고 있었소?"

"네가 당했다는 소식만."

"이런 것도 사형이라고."

"······말 다했느냐?"


스아아아악ㅡ!


순간 남궁무위의 옷깃이 거칠게 펄럭였다.


"술 적당히 마시고 주무시오, 나는 이만."


아우가 이야기 상대를 해준 덕분인지, 다시 원기를 되찾은 듯한 광검 사형.


오랜 경험을 토대로 여기 더 있다간 정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남궁도는 망설임없이 창천원을 떠났다.



*



다음 날, 아침.


남궁도는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사람은 사람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다고 했던가.


'광검 사형은 평생을 무공 연구에 바쳤다. 허나 그 결과는 실패했지.'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렇다.


물론 창천무관주인 그의 책임이기도 했다.


그의 직책은 단순, 관도들에 대한 총괄 책임 및 관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문 무공에 대해 관리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사실상 지금껏 직무유기를 한 셈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광검만큼이나 무공 연구에 진심인 적도 없었고.


'푸흡, 뭘 이제 와서······.'


광검조차 못했던 것을 그가 어찌 할 수 있으리오.


꼰대이자 늙은이인 그에게 남은 것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후손들의 등을 밀어주는 것뿐.


'광검 사형은 녀석의 재능에 대해 별 생각 없어보였지만······.'


광검 본인이 뛰어나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


허나 남궁도는 다르게 생각했다.


평소 높게 평가했던 남궁강이다.


그런데 녀석은 그 남궁강을 단 일(一)수에 끝냈다.


뭣보다 녀석을 상대할 때마다, 간혹 느껴지는 그 서늘한 감각이 무언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감각은 그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으니.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그는 그리 생각하며 삼대제자들의 훈련하고 있을 연무장으로 향했다.


거의 이제는 공식 아니던가?


삼대제자는 진시(7시) ~ 사시(11시)까지 단청의 진두지휘 아래 기초 훈련을 한다.


끄아아아아아ㅡ! 우으읍! 크아아아ㅡ!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비명소리.


과연······ 이게 맞는가?


순간,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남궁도는 애써 무시했다.


단청을 최대한,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름 아닌 그였으니까.


"사형, 고작 이것밖에 못해? 세상 저어어엉말 많이 좋아졌다! 나때는 안그랬······"

"그놈의 나때아아아아악ㅡ!"


남궁명은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이건 뭐 문제의 소지가 없다.


단청이 그 위에 천근추의 수법을 펼쳐 올라탄 것을 제외하면.


남궁명의 눈빛에서 실시간으로 혼이 달아나고 있었다.


'이 새낀, 악마다. 악마가 아니면 이럴 수가 없어!'


남궁명의 몸이 지칠수록 그에 맞춰 교묘하게 천근추의 무게를 조금씩 줄여나간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극한의 상태로 훈련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옆에선 남궁진이 제 나름대로 죽을 듯, 말 듯 훈련하고 있었으니 이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허나 그것도 잠시.


"사형 주제에 어디서 내 말을 끊어? 아주 기운이 넘치지?"

"끄으으흐읍! 끄크흐푸흡! 으으윽ㅡ!"


말을 끊은 대가로 보란듯이 천근추의 무게를 올린 탓에, 육체가 전력을 다해 극한을 달리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너무나 힘든 탓에, 누군가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허나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이 상황에 구세주라는 것을.


'관주님······!'


감히 사제가 사형의 등에 올라타는 등 이런 비인륜적인 훈련을 하는 것을 꼰대인 관주님이 보신다면 분명 크게 혼낼 터ㅡ!


그런데 왜······.


계속 보고만 계시는 거지?


남궁명이 표정으로 외치고 있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이 악마를 혼내달라고!


"크흠······. 아주 다들 훈련에 열심히구나."


왜 안 혼내애애애애!


"그래야죠, 사형들이 너어어무 약해서 이대로 바깥에 나가다간 몸 성히 못 돌아올 걸요?"


그건 네 기준이 이상한 거고!


"······."


남궁명은 목 놓아 외치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기운도 없었다.


온몸의 여력이 다 빠질 것 같은 그때, 그 순간을 파악한 단청이 곧장 그의 등 아래에서 내려왔다.


"명 형, 바로 운기조식해."

"······."


귀신 같은 새끼.


"관주님, 제게 볼 일이 있으신 걸까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단청이 묻자, 남궁도는 자연스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밑져도 본전···, 맞겠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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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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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8 0 -
38 38. 부동(不動) NEW +6 18시간 전 538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70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6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41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8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4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83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7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6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1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7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0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8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8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4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5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89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4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2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2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8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7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5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5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0 34 12쪽
»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4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0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1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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