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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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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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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작성
24.06.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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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 부동(不動)

DUMMY

지금 보고 있는 게 과연 현실인가?


'지약 누이··· 아니, 사고가 누군가랑 말을 하고 있어······? 그것도 저 녀석이랑?'


방해물이 떨어지지 않은 틈을 타, 단청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남궁진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유년 시절부터 그녀와 알고 지냈던 그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남궁지약은 평소 누군가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어딘가 비어있다고 해야 하나.


무(無)의 연속이었다.

표정도, 눈빛도, 감정도.


마치 인형 같았다.

마침 외모도 안휘에선 따라올 자가 없었으니.


뒷따라 올라온 이들의 표정도 남궁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충격적인 것만큼 부조화가 느껴졌다.


남궁지약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뭘 알겠다는 거지?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삼대제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단청의 입에 향했다.


그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있었다.


"앞으로 지약 사고도 같이 훈련하게 될 거야."

"······."


뭐···?

너무 어처구니 없으면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왜?

심지어 다른 누구도 아닌, 이대제자의 직계인 그녀가?


"왜 다들 그런 표정이지? 이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삼대제자들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


이 새끼야······.

네가 벌이는 일 중에 이상하지 않은 게 있었니?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안휘에 사람이 늘은 것 같으이."

"자네는 무슨 귀를 아예 닫고 살았나. '안휘비무제'를 못들었어?"

"안휘비무제?"


정말 모른다는 눈치였다.

그래서 더 속이 터졌다.

안휘에서 살면서 어떻게 이것도 모르지?


"하아- 성주의 주관 하에 남궁세가, 황산검문. 이렇게 두 곳에서 비무를 벌인다고 하잖나."

"진가장은?"

"참가하길 거절했다고 하네. 이유는 따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렇군······."

"귀 좀 열고 살게, 제발."

"이러나 저러나, 우리 같은 사람이랑은 완전 다른 별 세상 이야기 아니던가."

"뭐, 그건 그렇긴 하지."


무림인들과 일반인들의 세상은 다르다.


그것 또한 일리있는 말이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그게 언제 열리는데?"

"흐음, 이제 일주일 남았나?"


그때였다.


저벅저벅-


와아-


객잔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그들이 입고 있는 승의(僧意).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존재감이 충분했다.


"설마-"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중원무림 정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소림(少林).


하남의 소림이 지역적으로 안휘의 옆동네라고 해도, 이 시기에 그들이 나타난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안휘비무제.


그것을 식견하기 위함이리라.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객잔에 수근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소림이 좌불처럼 부동(不動)심으로 고고히 일인자의 위치에 있다면, 이들은 꾸준히 그 위를 올라가려는 자들이다.


의복에 수놓아진 다섯마리의 호랑이. 오호(五虎).


하북팽가의 무인들이다.


"안휘비무제가 이 정도였었나···?"

"남궁세가가 무공을 되찾았다고 하던데."

"허나 그건 그래봤자 방계의 것에 불과하지 않나."

"뭐, 저들이 느끼기에 다른 부분이 있었겠지."


저벅저벅-


"팽가의 무혁이라고 합니다. 평소 태산북두(泰山北斗)의 소림을 뵙고 싶었는데 정말 영광입니다."


팽무혁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태도나 분위기에 호쾌함이 있어 절로 시선을 끌었다.


"허허···. 소협을 보아하니 팽가의 미래가 밝은 것 같구려. 소림의 혜각(慧覺)이오."


오오-!


곧 주변에서 반응이 터져나왔다.


혜각이 누구인가?

장문방장 혜광(慧光) 다음으로, 암묵적으로 소림의 2인자라 불리는 자였다.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위치였기에, 지금 그의 행보는 시선을 많이 끌 수밖에 없었다.


혜각의 시선이 곧 팽무혁 옆에 서있는 팽옥영에게 향했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여전히 그 얼굴에 풋풋함이 남아있었다.


"팽옥영이라고 합니다. 고명 높은 혜각 선사를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허허···. 선사랄 것까지야. 과찬이오."


혜각의 겸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혜각 앞에 선사를 붙인다 하여 그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허나 저런 겸손이 있기에, 혜각이 혜각일 수 있는 것.


"혹시 팽가의 가주는 오지 않으신 건가?"

"아, 그게······. 잠시 볼 일이 있다 하셔서 다른 곳에 가 계십니다."

"음···."


혜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되는 부분은 있었다. 굳이, 그런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을 터.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소림과 팽가의 만남에 집중되어 있을 때였다.


그때였다.


쩝쩝짭짭

후루룩후루룩

얌냠얌냠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만으로 이들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인물이 있었다.


"······."


'원로원주님은 결혼 대상으로 이 녀석을?'


남궁지약이 특유의 무표정한 눈빛으로 맞은 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단청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감정이 마모되었다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 또한 인간이었으니까.


사실, 최근 들어서는 단청 덕분에 삼대제자들과 같이 훈련을 하면서 비교적 말이 많아지던 그녀였다.


"꼭 그렇게 먹어야 하니······?"


끄덕끄덕-


단청은 다람쥐처럼 입 안 가득 음식물을 넣은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맛이 있는지 눈동자가 뭐랄까, 참 생글땡글하다.


무척이나 얄미우면서도, 뭔가 귀엽다는 느낌이······.


'미쳤지.'


남궁지약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 고개를 저었다.


이래나 저래나, 눈 앞의 소년은 적어도 가문 내 대체불가능한 그녀의 검 스승이었다.


남궁무위조차 직계의 검인 '창궁무애검법'을 알려주진 못한다.


ㅡ이거··· 창궁무애검법 맞지?

ㅡ아닌데에에에-!? 그, 그냥!! 내가 만든 검···법!!인데?


물론 단청은 대놓고 인정하진 않는다.

얼굴에 거짓말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천재적인 무재를 입증하듯 어느덧 그녀는 창궁무애검법 초식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저 아이 덕분이야.'


단청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ㅡ형(形)에 의(意)가 담겼다고 해봤자 껍데기에 불과해.

ㅡ사고가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이 실려있어야 한다는 거지.

ㅡ뭐, 아직 멀었지만. 낄낄낄.


알려준 것에서 안주하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검에 맞게 나아가라고 했다.


마지막에 마귀처럼 웃지만 않았으면 참 좋았겠지만······.


"······소협, 오랜만이오."


팽무혁은 먹는 소리만 듣고도 그 정체가 누군지 알았다.


그 당시의 기억이 스물스물 떠올랐다.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우물우물우물우물-


인사를 했지만 들려오는 것은 입 안에 넣은 것을 계속해서 우걱우걱 씹어먹는 소리 뿐.


뭐가 그리 심통이라도 났는지 노려보는 눈빛은 덤이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뭐라 더 말을 걸었다간 와르르르! 하고 짖을 것만 같았다.


"움냠냠···. 아니, 여기서 뭘 해쳐먹을 게 있다고 온 거야?"

"해쳐먹는다니······."


비무제를 보러 온 걸, 어떻게 해쳐먹는다고 표현할 수 있지?


'원래··· 이런 놈이긴 했지.'


팽무혁은 기억을 온전히 되찾았다.


비무장 위에서 보여준 무(武)를 제외하면 단청은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간이었다.


그런데···


샤바바방-


특유의 심술난 표정 때문인지 못생겨보이는 단청과는 달리, 맞은 편에 그림체가 현격히 다른 인물이 있었다.


형식 상 인사하러온 그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궁지약.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그 눈빛에 위풍당당했던 팽무혁조차 몸을 움찔했다.


"지, 지약 소저 오랜만에 뵙습ㅡ"

"밥맛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갈 길 가라고."

"······."


아오, 이걸 확 때릴 수도 없고.


'때렸다간··· 아니, 때리려고 했다간 그 날로 내가 죽는 날이겠지.'


지난 2년 동안, 팽무혁은 결코 놀고먹지 않았다.


그 날 비무에서 패배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무에 정진했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 여전히 단 한 합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괴물 같은 놈······.'


인정하기 싫지만 녀석은 규격 외의 괴물.


결국 남궁지약에게 대충 고개만 작게 숙여보이는 것으로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모양새가 빠졌지만 어쩔 수 있는가?


저 괴물 같은 놈이 저렇게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데.


'······그런데, 저 녀석이 왜 지약 소저랑 단둘이 객잔에?'


순간 머릿속으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애당초 저 녀석에게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의미 없었으니까.


"사고, 왜 안 먹어."

"······다 먹었어."


그 말과는 달리, 그녀는 음식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나때는 배가 고파서 흙바닥의 잡초도 뜯어먹었거든?"

"······."


남궁의 방계가 그리 가난했나?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런 걸 본 적이 없었다.


"무인은 많이 먹어야 해. 내가 절대로 먹는 걸 탐해서 많이 먹는 게 아니라니까? 자고로ㅡ 우으읍-!"

"알겠으니, 이제 말 그만."


더 듣다간 귀가 찢어질 것 같아 남궁지약이 젓가락으로 단청의 입을 콱 집어버렸다.


표현은 그랬지만 뭐 아무튼 그녀의 몸을 신경쓴 것.


그걸 알고 있기에 남궁지약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있었다.


'······숫제 괴물이군.'


단청을 바라보는 혜각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다.


살풍객을 일방적으로 쓰러트렸다는 개방의 정보에, 솔직히 크게 믿지 않았다.


어떻게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방계의 아이가 노련한 사파고수를 그 꼴로 만들겠는가?


허나 직접 눈으로 보니 다르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혜각은 알 수 있었다.


이 위화감의 정체를.


지금 이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또한 저 소년은 알고 있을 터.


"고력(苦力)"

"예, 장로님."


소림의 삼대제자이자, 현 후기지수 중 최고를 달린다는 고력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각을 보며 의아했다.


도대체 저 아이가 뭐길래 저렇게 경계주시한단 말인가.


이 안휘비무제도 그렇고 말이다.


"저 아이와 지금 당장 비무를 하거라."

"예······?"


혜각은 고력의 의아함을 뒤로하고 남궁지약의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단청 앞으로 다가갔다.


혜각 같은 무림의 대선배가 다가오면, 무림말학은 벌떡 일어나 먼저 인사를 하기 마련이다.


보통은 그렇다.

팽무혁도 그렇지 않던가?

그 역시 당연하다는 듯 먼저 다가가서 혜각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단청은 그 보통이 아니었다.

그건 남궁지약도 마찬가지였다.


"······."


혜각은 자연스레 다가가 인사를 받으려고 했는데, 둘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자 약간 당황했다.

남궁지약은 꾸역꾸역 음식물을 제 입 안에 넣고 있었고, 단청은 코를 파며 그걸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내, 내가 이 정도 취급을 받을 건 아닌ㅡ'


순간 혜각은 자책했다.


망정제애(忘情除碍)를 잊었다.


아직도 멀은 것이다. 불자(佛者)로서 이런 미욱한 감정 따위는 버려야 할 것을.


그래 체면을 잊고 먼저 자기소개를 하면 되는 것이다.


"······소림의 혜ㅡ"


단청이 목소리의 정체를 보지도 않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라렸다.


와르르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누가 자꾸 말을 걸어!"


혜각의 두 눈이 감겼다.

미묘하게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


부동(不動)심이라 했던가?


석가에게 따져묻고 싶다.


그거······ 정말 가능한 게 맞냐고.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추후, 연재 주기에 대한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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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1,226 0 -
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2시간 전 503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78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7 27 12쪽
» 38. 부동(不動) +8 24.06.15 1,359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0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1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0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4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6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5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29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3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2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3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1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4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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