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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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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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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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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작성
24.05.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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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1쪽

25. 토룡이

DUMMY

삼대제자는 직계, 방계를 나누지 않고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다.


초대 가주의 유훈(遺訓)이 말한다.


직계와 방계가 서로 어색하지 않아야 가문의 발전을 논할 수 있다고.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있다.


사실··· 장점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수한 단점만 눈에 들어온다.

서로의 못볼 꼴을 매일 끊임없이 보게 되는 것이다.


명아, 제발 이 좀 닦고 자라.

명아, 제발 머리 좀 감고 자라.

명아······.


그래도 선을 완전히 넘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오늘 아침 전까지는.


"하아······."


방 안을 한가득 메운 비릿한 냄새.


어젯밤 먹은 것들이 토삿물의 웅덩이가 되어있었다.


웅덩이와 이어진 액체의 선은, 남궁룡의 입가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술 냄새 뭔데?"

"룡 사형, 설마 술 마신 거야? 그래서 저렇게 토한 거고?"


끄응-


"야, 일어난다, 일어난다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거ㅡ'


가까스로 떠진 남궁룡의 시야에,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단청의 얼굴이 보였다.


히죽-


아침부터 재수없었다.


그런데···


다들 왜 그러는 거지?


누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고, 누구는 단청처럼 재수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누구는 코를 막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ㅡ


제 옆에 토삿물이 어느 순간 시야에 밟혔다.


"어···?"


남궁룡의 눈빛이 순식간에 시꺼멓게 죽었다.


기억이 부서진 편린처럼 희미했다.


어제 어떻게 잤더라···?


남은 백화주를 입 안에 쏟아부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 같은 졸음이 밀려왔었다.


결국 곯아 떨어졌고.


하아ㅡ!

이젠 친우 후손 술 뒤치다꺼리도 해야 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단청은 궁시렁대며 그를 업어 방에 대충 던져두었다.


"아아ㅡ"


상황이 짐작된 남궁룡은 이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절망이 스며나왔다.


"이거 이제 앞으로 토룡(土龍)이라고 불러야겠네, 토룡이. 낄낄낄."


마귀와도 같은 웃음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토룡이?

그거··· 지렁이를 뜻하지 않나.


'내가 지렁이?'


"토, 토룡이 아니거든?"

"토룡이래요, 토룡이ㅡ!

"푸흡-"


눈치보던 삼대제자 몇몇도 더 이상 못참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단청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잡고 굴러댔다.


'직계의 권위는 어디로 가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지말라고······."

"흐즈믈르그······."


재수없는 낯짝을 얼굴 앞까지 들이밀며 저러고 있다.


"······."


이 새끼는 악마다···.

그렇지 않고서야 놀리는 데 이렇게 진심일 수가 없다.


ㅡ남궁을 위한 일이라면 하겠습니다.


'내가 왜 그랬지?'


정말 미치기라도 한 건가.


비무를 안했으면 패배했을 일도 없을 것이고, 술 마시고 이런 추한 꼴을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토룡이다, 토룡이ㅡ!"


퍼억-


남궁명의 몸이 어디론가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왜 나만······?'


스윽-


"이것들아 가문의 손님이 곧 돌아가시는데, 늦은 아침까지 이게 뭣들 하는··· 크윽, 이게 뭔 냄새야?"


'아······. 죽고 싶다.'


남궁룡의 눈빛에 초점이 사라졌다.


이런 추한 모습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대상이라면, 그것은 바로 창천무관주 남궁도였다.


직계와 방계 나누기를 좋아하고 대척점에 선 자가 그였으니까.


사사건건 노릴 만한 것이 있으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삼대제자들도 얼어붙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서로 눈치만 살폈다.


"남궁룡이, 너···."

"······."


입가에 보이는 미묘한 토삿물 자국.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남궁룡이 급하게 혓바닥으로 한 차례 쓸었지만 소용없었다.


"······아오, 됐다 됐어. 냄새 때문에 역하니 좀 씻고 나오거라, 제발."


그만 관둬야지, 누구 좋으라고 창천무관주를 하고 있냐. 어후.


뒤로 궁시렁대는 소리와 함께 남궁도는 다른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숨 막혀 죽는 줄."


어느 순간, 벽에서 나온 남궁명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특히 남궁룡은 더더욱.


이 정도면 정말 가볍게 끝난 수준이었다.


"아니, 사형. 그런데 내공으로 주독(酒毒)을 왜 안 태운 거야?"

"···할 줄 몰라.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왜?"

"······당시엔 취한 상태로 있고 싶어서."

"푸흡-"


비웃음을 머금은, 특유의 마귀 같은 미소가 그려졌다.


"우리 토룡이 다 컸네. 술도 즐길 줄 알고."

"······."


다 컸네는 개뿔.

네가 여기서 제일 어리다고!


남궁룡은 숙소 너머 먼산을 바라보았다.


'······초대님 정녕 이게 맞습니까?'


직계의 권위는 어디로 가는가.



*



"술도 못 마시면서 내공으로 주독은 왜 안태우는 건가."

"그래서야 마시는 의미가 없으니까."

"······자네답군."


머리는 이성적으로 잘 돌아가는 듯한데, 의외로 낭만을 챙기는 면이 있었다.


"아마··· 기회를 얻은 자네라면 남궁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릴 수 있을 것 같군."

"빈말은 하지말고."


겉과는 달리 속으로는 어깨 으쓱거리고 있을 거 다 안다, 이 녀석아······.


뭣보다 빈말이 아니다.


다른 이는 몰라도, 팽천기는 가주로서의 남궁위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무(武)만 놓고 봤을 때 아쉽긴 했지만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머지 않아 곧 보게 될 걸세, 그리고······"


팽천기의 시선이 단청에게 향했다.


"왜 이렇게 혀가 길어요?"

"······."


팽천기의 입이 그대로 다물어졌다.


이 녀석은 후기지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에게 부여하는 '용(龍)'의 자리를 이미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미리 좀 친해두고 싶었으나 입이 매워도 너무 매웠다.


"다음엔 안 봐줘요. 아주 그냥 묵사발을 내버릴, 우읍ㅡ! 웁!"

"······."


자네도 그리 쉬울 것 같진 않겠군.


팽천기의 아련한 눈빛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분명히 '기회'를 얻은 것은 맞으나 다루기가 영 쉬워보이지 않았다.


"소협, 다음엔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오. 기다리고 있겠소."


팽무혁은 예의를 갖춰 남궁룡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비무장에서 그가 보여준 기개는 무인들의 귀감(龜鑑)이라 할 만했다.


"이것 좀 놔봐ㅡ!"


단청의 몸이 새가 날갯짓을 하듯 푸드득거리자, 주위의 삼대제자들이 다 나가떨어졌다.


이게 어떻게 12살 아이의 힘이냐고.


"이것들이 가만히 있으니 자꾸 기어오르려고 하네."

"······."


누누히 말하지만 네가 여기서 가장 막내야, 이 새끼야······.


"아무튼, 우리 상대로 허튼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명심하세요."

"······명심하도록 하지."


팽천기는 떨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미 많이 늦었어. 이만 돌아가봐야 할 것 같네."


단순히 기분탓일까?


이 망둥이 놈 때문에 실례 좀 했소이다.

이상한 아이, 또 봐.

단청, 반드시 다음엔 널 꺾을 것이다.

꿈 깨, 그러다 주화입마 걸려.

팽 소협, 날 잊은 건 아닌······.


그는 서로 간에 인사를 오고받으며 다시 한 번 위화감을 느꼈다.


남궁이 이 아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일 것 같은······.



*



'역시 직접 오길 잘했어.'


강두식은 남궁이 외인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천풍무관(天風武館)에 입관했다.


그 선택은 가히 탁월했다.


팽가의 직계를 상대로 비무에서 이겼다는 실력이 어디 거짓이겠는가.


'이렇게 자세하다니.'


도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잡았길래, 도해본이 이렇게 자세할 수 있을까.


둘 다 여러 의미로 대단했다.


재능의 기준이 되는 자도, 집념을 갖고 그걸 도해본으로 만든 자도.


덕분에 평범한 강두식도 무공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여기서 실력을 올리는 거야.'


그러면 홀로 남은 그의 노모를 먹여살릴 힘도 갖출 수 있으리라.


'어머, 젊은 대머리 분이 엄청 열심히시네.'


이름을 몰랐기에 대머리라 지칭할 수밖에 없었다.


남궁연은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강두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외인이 가문의 무공을 저렇게 열심히 배우겠다는데 기분이 좋을 수밖에.


요새 천풍무관의 관도생 숫자가 심상치 않다.


팽가의 직계를 상대로 비무에서 이긴 것이 분기점이었다.


덕분에 남궁연, 남궁제현 부부도 천풍무관의 교관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자연스레 승진을 한 셈이었다.


가난했던 남궁에 지속적이고 확실한 금맥(金脈)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



"하여, 두 달 동안 수입이 거의 다섯 배는 올랐습니다. 낄낄낄."


짝짝짝.


남궁당의 보고에 절로 박수 소리가 나왔다. 마지막에 웃음소리가 누군가 연상되는 듯하여 뭔가 의미심장했지만.


비급서 장사가 이리도 달달했나?

무관 장사가 이리도 달달했나?


하여튼 단청이 집필한 도해본 덕분에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 도해본만 있으면 누구든 남궁의 무공을 익힐 수 있다!'


그런 소문이 저잣거리에 나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융창상회(隆昌商會), 균제상회(鈞濟商會)에선 아직 별 소식이 없더군요."


융창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년 전에 아예 후원을 끊었고, 균제는 점차 후원금을 줄이고 있는 상황.


지역의 상회와 거래를 틀 수 있으면 무(武)가로서는 대체적으로 좋기에 이 부분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창금원주님."

"뭐든 말하렴, 우리 단청아."

"······?"


당 사형, 언제부터 단청한테 이렇게 부드러웠습니까?


'결국 이리 될 줄 알았지만, 사람이 참······.'


남궁도는 동전으로 변한 그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삼대제자 식사가 좀 부실한 것 같은데요."

"아아, 그렇구나. 내 당장 오늘부터 삼대제자의 식비(食費)를 올리도록 하겠다. 아암! 우리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커야지!"

"······."


당 사형, 언제부터 그렇게 삼대제자의 영양 상태를 신경 쓰셨습니까?


"아, 그리고 또."

"또, 뭐?"

"삼대제자의 의복이 좀 많이 낡은 것 같아서요. 좀 교체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물론이지! 바로 의장원(衣裝院) 사람들을 시켜 의복을 새로 제작하겠다."


당 사형,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지긴 하는데 그래도 참 어지간하십니다.


"아, 그리고 또."

"···또, 뭐?"

"연무장 바닥을 청강석으로 포장해야 될 것 같은데요. 흙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요. 얘들 기관지에 안 좋아요."

"···물론이지! 다만 한번에 다하진 못하고 순차적으로 하겠다."

"삼대제자 연무장부터?"

"······그래."


당 사형, 머리에 주판 돌아가는 속도가 엄청나십니다.


"아, 그리고 또."

"······또, 뭐어-!?"

"삼대제자한테 제공할 영약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


바로바로 나오던 대답이 일순 멈췄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나머지 장로들과 가주의 귀가 쫑긋 열렸다.


"단청이 너만? 아니면 삼대제자 전부?"

"전부요."

"허어어억-"


남궁당의 눈빛에 솟아있던 동전이 실시간으로 바사삭되고 있었다.


'저번에 내기를 걸었어도 이 정도는 안 뜯기겠다, 이 위아래도 없는 녀석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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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1,226 0 -
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3시간 전 505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78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9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61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4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6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 25. 토룡이 +6 24.05.30 2,046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29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4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2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4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2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49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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