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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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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6 22:59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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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49
추천수 :
1,650
글자수 :
226,666

작성
24.06.23 14:58
조회
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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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DUMMY

"다 들었다, 이 망둥이 놈아······."

"뭘요?"

"···뭘요? 뭘요오옷······!?"


남궁도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하남의 소림은 남궁이 괜히 척져서 좋을 게 하나 없었다.


창천검존 전후로 관계가 미묘하게 변했으나, 뭘 어떡하겠나.

지금 위대했던 당신은 죽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유산마저 지키지 못했다.

창천의 위명은 지하 밑바닥으로 처박혔다.


'다만···, 이 녀석이 등장했지.'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말대꾸를 하는 단청의 모습에 한숨이 얕게 흘러나왔다.


"소림이 뭐··· 동냥이나 받아먹는 개방과 다를 바 없어? 이 망둥이 놈아, 소림이 그 발언을 갖고 문제 삼으면 어떡하려고 그랬느냐."

"그 땡중 녀석들이 그럴 리 없으니 그렇게 했죠."

"······."


이 망둥이 놈······.

이 즈음되면 녀석이 가정 교육은 과연 잘 받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연이도, 제현이도 참 착했는데 말이지······.'


어떻게 둘 밑에서 이런 망둥이 같은 놈이?

인간 사는 일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청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소림이 겨우 이런 걸로 남궁을 겁박했으면 사람들은 누굴 손가락질할까요? 되려 간이 작다며 소림을 욕했겠죠."

"······녀석아, 간이 아니라 도량(度量)이겠지."

"뭐, 그 말이 그 말이죠."


어떻게 그 말이 그 말이겠냐고.


"후우······."


남궁도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다행히도 녀석의 말대로 소림은 이를 두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밑의 제자들은 입술이 댓바람처럼 튀어나왔지만, 혜각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고 한다.


오히려 그렇게 넘겼기에 사람들은 소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나 천년소림이라며, 도량이 참 넓다고 말이다.


'과연 녀석이 그걸 모두 헤아리고 한 것은 아니겠지.'


무계획이 곧 계획이다.

녀석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아니었지만, 행동으로 보아 철학이 엿보인다.


"단청아···, 최소한 안휘성주가 왔을 땐 제발 가만히, 아니 적당히 하거라, 적당히. 무슨 말인지 알지?"


이번 안휘비무제는 남궁에서 열린다.

안휘성주도, 황산검문도, 그리고 비무제를 구경할 이들 모두가 남궁으로 모일 것이다.


그 한가운데, 이 녀석이 있는 상상을 해본다.

아······.

그곳이 지옥이지 않을까.


"에이, 저도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 정도는 압니다. 척이면 척이죠."

"······지랄."

"네?"


작게 말했는데 어린 놈이 귀는 왜 이렇게 밝아.


아, 어려서 밝은 건가?


'이 망둥이 놈 때문에 나도 정신이 나갈 것 같군.'


"크험험······. 아니다. 뭐 아무튼 이제 보기 싫으니 좀 나가거라."

"뭐에요, 먼저 부르셔놓곤."


단청이 투덜대며 관주전 밖으로 나갔다.


중간에 허공에 발길질을 하는 것은 덤이었다.


저것은 도대체 누굴 향한 것일까?


"하아-"


놈이 나간 것을 끝까지 확인한 남궁도의 입 밖으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자 폭풍이었지만, 그것의 위력은 강력했다.


'저거··· 나이 먹으면 좀 괜찮아지겠지?'


정말 괜찮아질까?


단청의 전생을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



"칫,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 오신다고 대청소까지 하고 있어."

"단청아, 그래도 안휘성주면 대단한 사람이긴ㅡ"


쉿-!

남궁명아 왜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드니.


"대단ㅡ!? 하, 참- 어이가 없어서-!"


단청의 눈알이 뒤집힌 것을 본 남궁혁과 남궁진이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저 상태의 녀석과 같은 공간에 있어봤자 하등 좋을 게 없었다.


"핏줄 잘 받은 것 말고 뭐가 대단한 게 있는데? 말해봐, 말해보라고ㅡ!"

"······."


이제는 이 새끼가 기사멸조를 넘어서 황실멸조를······.


"나, 난 가볼게ㅡ!"


남궁명도 더 이상 버티질 못하고 도망을 가버렸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싱거워서."

"이 망아지 놈아, 너도 요즘 것들이다."


고개를 들어올리니 남궁위였다.


"칫, 무슨 일이에요. 안에서 폼이나 잡고 계시지."


슥슥-


단청이 거칠게 빗질을 하며 툭 말을 던졌다.

대충 아무렇게나 하는 것 같지만, 한 번 빗질할 때마다 그 자리에 먼지가 흔적도 남지 않았다.


"······곧 행사를 치르는데, 가주가 어떻게 안에만 머무를 수 있겠느냐."

"뭐, 그것도 그렇죠."


한 구역 청소를 마친 단청이 빗대를 붙잡는다.

스윽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래도 청소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광이 났다.

이 정도면 황산검문주가 와도 별 트집을 잡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청은 문득, 선조의 위패(位牌)를 모시는 공간을 따로 보지 못했음을 떠올렸다.


그 공간에 창천검존의 무덤이 있을 텐데 말이다.


가문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직계의 심층(心層)에 온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런 공간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사당(祠堂) 같은 곳은 없는 거에요? 아무리 가문이 망했다지만, 그래도 선조를 기리는 공간이 없는 게 이상해서."

"······있다. 숨겨진 곳에."


이젠 이 망아지 놈이 아주 가문을 대놓고 욕보이는구나.


곧 손님들이 오실 텐데.


남궁위의 미간이 슬그머니 좁혀졌다.

아무래도 손님들이 오기 전에, 단단히 교육을 해둘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이번에도 사고치면 이전과는 달리 수습이 거의 불가능할 테니.


"······."


그런데 단청의 반응이 평소와 사뭇 달랐다.


평소 같았으면, '에이, 그런 거 지어서 뭐해요?' 라거나, '위패 같은 것 좀 팔아서 재정에 보탬이나 하죠.' 이런 망발이나 지껄였을 것이다.


녀석은 그러고도 남을 망아지였으니까.


허나 뭔가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저 망아지 놈이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나?'


눈빛에 아릿함이 느껴졌다.


"그럼 거기에, 초대 창천검존의 무덤도 있는 건가요?"

"이 녀석아 초대님을 두고 그리 격식없이-"


아이고, 됐다.

남궁위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하기를 그만했다.

사실 그 역시 그곳에 가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니까.


"뭐, 아무튼······. 초대님의 무덤도 거기에 있는 것이겠죠?"


남궁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아까부터 그랬지만 녀석은 지금 한없이 진중했다.


뭔가 서늘한 감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도 그랬지만······.'


입관식 첫 만남 때 그의 기세를 여유롭게 흘려낸 것을 떠올려본다.


아니지, 지금은 확실히 그 이상의 느낌이 들었다.


"그래. 초대님을 비롯해 역대 선조들······ 그리고, 절대사존 중 하나 폭군무존이라 불렸던 자의 무덤도 그곳에 있지."

"······!"


단청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설마 남궁위의 입을 통해 그 옛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폭군무존······ 그 자의 무덤은 왜 남궁의 사당에 안치되어 있는 거죠?"

"듣기로, 초대님이 그리 유조를 남기셨다고 한다. 외인(外人)이었음에도 초대님은 그 옆을 허용하셨지."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군.'


폭군무존, 그 이름에 단청의 눈빛이 거의 돌변하다시피 강렬했다.


왜 그렇게 관심이 있는 걸까.

딱히 무언가에 저렇게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혹시, 저도 그 숨겨진 곳에 들어가볼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하다. 오직 직계에게만 허용된 장소이니······."

"······."


'저 모습은 적응이 안되는군.'


단청은 한동안 말없이 주춤 서있다가, 이내 빗대를 잡고 등 돌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궁위는 그 등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모르지···, 솔직히 너 정도라면 내 양자(養子)로 들여 후대를 맡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



안휘비무제의 당일 날.


남궁 안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일전에 미리 숙소를 구해두었던 하남의 소림, 팽가부터 시작해서, 상회의 사람들, 안휘성에서 온 이들, 진가장, 황산검문 등.


근 시일 내에 남궁에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온 적은 없었다.


남궁의 삼대제자들은 그들을 안내하는 역을 맡으며 분주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기다-"

"황산검문 사람들."

"와아-"


곧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근래 들어 안휘에서 그 이름이 계속 들려오고 있는 황산검문.


남궁이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차가운 물이 끼얹어지긴 했지만 확실히 황산검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았다.


황산검문주 장백산을 비롯하여 한 명의 장로, 그 아래로 수십의 제자들이 뒤에 도열하여 발걸음을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역사가 고작 수십년으로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제자들의 수와 그 기세가 과연 저 시퍼런 하늘을 가릴 만했다.


"······오랜만이군."


남궁의 대문에 창천(蒼天)이라 새겨진 팻말을 바라보는 이.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황산검문주 장백산의 입 밖으로 씁쓸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차례 그렇게 씁쓸한 웃음을 흘린 후, 그는 안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보다 괜찮아졌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궁은 속이 빈 강정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르른 모습을 간직한 채였다.


껍데기만 남아 시들어 말라죽어갔을 운명에 무슨 조화라도 부린 것일까.


반은 호기심, 반은 적개심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남궁의 삼대제자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대강은 짐작이 가능했다.


이번 비무제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장백산의 시선이 곧 그 너머로 향했다.


이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남궁의 중진들.


가주 남궁위, 그리고 원로원주 남궁무위.


'정말 오랜만이구나······.'


마치 옛 고향에라도 온 것 같은 감상이다.


장백산은 남궁의 변화를 눈에 가득 담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안으로 옮겼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곳으로.



*



······그러니까, 이게 안휘성주(安徽省主)?


안휘성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이들의 표정과 눈빛이 대개 그러했다.


뭔가 위엄있거나, 권위적인 모습을 예상했건만.


뿌우우-

고작 아홉살의 아이일 줄은······.


무(武)에 대한 환상, 그리고 무림인에 대한 동경.

그 천진난만한 눈빛에 그런 것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를 한껏 노려보는 이가 있었으니, 맞은 편 옆에 앉은 단청이었다.


'설마, 이 망둥이 놈 여기서 사고치는 건 아니겠지······.'


남궁도는 한없이 경계를 끌어올린 눈빛으로 단청과 안휘성주를 힐끗 번갈아보았다.


의도가 어떻게 되었건 안휘성주가 황실에 대한 모독이라 느끼고, 이것을 황실에 보고라도 한다?


뭐······ 사실, 이런 명예실추 관련으로는 크게 문제없을 지도 모른다.


관무불가침이란 기묘한 관계역학 때문에.


황제에게 직접 모독하고, 황제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 이상 관이 무림을 상대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물론 그렇다 하여 이 자리에 모인 남궁, 소림, 팽가, 황산검문 등 그 누구도 이 아홉살 아이에게 경거망동하진 않았다.


상부에 밉보여 좋을 게 하등 없었으니.


대신 잘 보이면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있다.


예를 들어, 하남의 소림처럼 '면세' 혜택 등이 그렇다.


"오래 전부터 궁금하긴 했었다. 과연, 안휘의 무(武)가 중 누가 최고인가에 대해. 하핫."


안휘성주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아홉살 주제에 폼 잡는답시고, 목소리를 깔았지만 그래서 더 이상하게 들렸다.


허나 이를 두고 웃을 수는 없으리.


"아, 예예-"


다들 적당히 맞장구 쳐줄 요량이었는데······.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어디선가 발작하듯 들려오는 목소리.


아아아······.


누가 당장 저 입 좀 막아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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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남궁의 부산물 +4 24.06.26 706 25 12쪽
»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6 24.06.23 1,182 33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1,326 30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463 31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563 40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637 31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617 35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774 34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693 27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804 32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872 34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930 30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979 30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958 34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2,003 36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2,060 37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2,099 36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210 38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305 38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273 38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261 39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351 36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389 4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520 40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503 38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479 39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449 39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537 39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572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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