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91,874
추천수 :
1,465
글자수 :
221,128

작성
24.05.24 23:31
조회
2,229
추천
37
글자
11쪽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DUMMY

최근 안휘(安徽)의 저잣거리에 한 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방계의 무공을 개량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전의 것을 시중에 내놓았다는 것.


당연히 무료는 아니다.


남궁이 직접 운영하는 무관에 일정의 수강료를 내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이렇다 할 배경은 없지만 무인을 꿈꾸는 자들에겐 충분히 혹할 소문이었다.


돈만 지불하면 불과 몇 달 전까지, 남궁의 방계들이 주력으로 익혔던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안휘에서 유명한 황산객잔(黄山客栈)은 그에 대한 이야기로 한창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한 번 가볼까 하오."

"흐음······. 그런데 대(大) 남궁세가라는 말도 옛말 아니오? 오대기전이 열렸다 하면 매일 꼴지만 하는데."

"에이, 썩어도 준치라고. 남궁은 그래도 오대세가이지 않소?"

"이걸 말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


주변의 눈치를 한 차례 보던 턱수염 길게 자란 남성은 대머리 남성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사실 이미 남궁의 실력은 오대세가 급이 아니라고 하오. 그저, 백 년 전. 마교와의 전쟁을 종식시킨 초대 가주의 명성 덕분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아니, 그래도······."

"뭐, 판단은 강 형의 몫이지만."


대머리 남성, 강두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남궁이 과연 그 정도였나?


안휘하면 남궁이고, 남궁이면 안휘이지 않은가.


그가 존경하던 할아버지도 이리 말했었다.


'창천검존 남궁천이 있었기에 극악무도한 마교로부터 세상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라고.


관무불가침(官武不可侵)이라지만 당시 황제는 예외적으로 그 공로를 인정했고, '남궁을 존(尊)하라' 라는 말까지 남겼었다고 한다.


'난 가봐야겠어.'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을 수 없다.


강두식은 만두 그릇을 다 비우고 자리에 일어났다.



*



대연신공을 개량하고 두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남궁의 가주전에 가주를 비롯해 몇 명의 원로들, 그리고 '단청'이 회의를 위해 모였다.


단청을 처음 보는 원로들은 괴상한 생물체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이리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얘가 왜 이 자리에 있지?'


그도 그럴 것이, 직계인 남궁룡조차 이 자리에 없었으니.


소문을 들어 익히 알고는 있다만, 그래도 방계의 삼대제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물론 그들의 사형이자, 정신이 반쯤 나간 노인이 참석할 필요성이 있다 하여 직접 끌어들인 것이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


눈먼 칼에 맞아 죽고 싶지 않으면.


"이전에 비하면 수강생들이 많이 늘었으나, 세간에 부정적인 소문도 많다보니 사람들이 발걸음을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도 불과 한두달 전까지 방계가 주력으로 익혔던 무공이었거늘!"


남궁당의 보고에 원로들은 제각각 부정적인 반응을 토해냈다.


남궁이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데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당 사형, 그래도 이전에 비해 수익은 많이 늘지 않았겠소?"

"두 배 정도 올랐다. 사실상 방계의 무공을 내놓은 것인데, 이 정도면 결과가 좋다 할 수 없겠지."

"두 배라······. 뒤로 스윽한 건 없고?"

"······."


남궁도가 은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새끼가?'


남궁당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무관주, 사담은 자제하거라."

"아, 예."


남궁무위의 말에 남궁도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당 사제··· 뒤로 스윽한 건 없고?"

"······안 챙겼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것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ㅡ!


남궁무위가 연이어 묻자 남궁당이 소리를 빽 질렀다.


"···창금원주, 그래서 대안은 있는 겁니까?"


중간의 상석에서 계속 듣고만 있던 남궁위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일대제자 혹은 이대제자들을 끌고, 거리에 나와 무공 시연을 보이면 될 것 같습니다. 확실한 실력을 보여준다면 세간의 소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요."


끄덕끄덕-


무난한 답이다.

대부분의 문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했고,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과연 그 정도로 될까요?"


구석에 박혀있던 단청이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


"뭣···?"


겨우 생각한 게 이것밖에 안되냐는 식으로 들렸기에, 남궁당에게서 곧바로 뾰족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일개 삼대제자가 감히ㅡ!"


그것은 단청을 모르는 원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 동석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삼대제자가 장로에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날선 반응을 본 남궁도는 그들에게 씁쓸한 애도를 표했다.


'내가 불과 몇 달 전에 저랬었지.'


터질 게 터진 것이다.


갈등이란 본디 봉합하기 위해 있는 것.


어떻게 봉합될 지, 눈에 훤히 그려졌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것조차 곧 삶인 걸.


"···다들 조용히 하거라. 저 아이의 말을 막는다면 내 검을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다."

"······!"


남궁무위가 슬쩍 검을 잡아 올리며 그렇게 말하자, 단청에게 목소리를 높였던 원로들의 분노가 너무나 잘 조절되었다.


'니들 얼굴 다 확인해놨어, 자식들.'


단청은 히죽 웃으며 목소리를 높인 원로들을 슬쩍 둘러봤다.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한차례 둘러보자, 원로들은 '뭐 저런 놈이 다 있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단청아, 그래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으냐."


상황을 정리한 남궁무위가 물었다.


이에 그를 비롯해 가주와 원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단청에게로 향했다.


여기서 만약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면 남궁무위가 만든 상황을 우습게 만드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남궁무위를 우습게 만든 꼴이 되어버린다.


일반적인 삼대제자였으면 엄청난 압박감에 벌벌 떨었을 터.


허나 단청에겐 이 상황이 평소 숨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고 편했다.


"남궁이 이 안휘 안에서 무공을 개량했다고 발표하고, 그것을 저잣거리에 나가 시연한다고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아줄까요?"

"해보지도 않고서 그렇게 속단을ㅡ"

"아뇨, 안 해봐도 알아요."

"······!"


남궁당은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남궁무위가 엄한 눈빛을 보내왔다.


동시에 남궁도가 그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으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상황을 지켜 본 단청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무릇, 무림의 명성이란 혼자 잘한다고 올라가지 않아요. 상대를 짓밟는 데서 시작하죠.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일수록 공포감은 진해지고, 명성은 더더욱 높아지죠."


그것이 단청이 걸어왔던 길이다.


전생에 명성을 얻기 전, 단청은 수없이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 과정에서 명성은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점점 단청의 이름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지? 우리는 협의를 중요시하는 정파다. 그런 악독한 짓을 할 수는 없어."

"하아······."


한 원로의 멍청한 말에 단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설마 제가 사람을 죽이자고 하겠어요?"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기다리세요, 어차피 필연적으로 그런 상황은 곧 올 거니까."

"아니, 그게 무슨ㅡ"


납득이 안된 원로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였다.


끼이이익ㅡ


가주전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지금 회의 중이지 않느냐!"


일전의 그 원로가 외쳤다.


"죄송합니다! 워낙 급한 사안이라."


스윽-

손을 들어 원로를 제지한 남궁위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 말하라."

"하북에서, 하북의 팽가가 곧 방문한다고 합니다. 가주를 비롯한 직계들이ㅡ"

"뭣ㅡ!?"

"허어···."

"팽가가 여길?"


가주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하북팽가 역시 오대세가 중 하나로, 이제 백여 년 된 남궁가보다 역사도 훨씬 길고 명성도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그런 팽가가 여길 찾아온다고?


안휘성과 하북성은 인접해있으니 그리 대단한 발걸음을 한 것은 아니긴 했다.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지금 딱 알맞게 오는 건 나도 예상 못했는데.'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단청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발언권을 얻기 위해 '할 말이 있어요', 라고 보여주듯.


가주전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들의 시선이 일단 단청에게로 모였다.


"자 그러면 가주님, 장로님들. 팽가는 과연 이곳 안휘에 왜 왔을까요?"

"······."


순간 가주전에 침묵이 돌았다.


'이 정도는 대답이 나와줘야 나도 편할 것 같은데······.'


"우리가 방계의 무공이 개량되었음을 발표했고, 시중에 이전의 것을 내놓았으니 확인차 나온 것 아니겠느냐?"


역시 이 정돈 해줘야지.


가주 남궁위의 정론에 단청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뭣보다 안휘성과 하북성은 가까이 있으니 서로의 이권이 엮일 수 있는 여지도 있죠. 팽가는 주춤했던 남궁의 기세가 다시 되살아나는 게 신경쓰일 거에요. 그래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아···."


그 답에 원로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럴 듯한 말이었고, 뭣보다 그 말이 저 12살밖에 안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너는 도대체······ 아니, 됐다. 돌연변이로 태어난 녀석을 이해하려고 해봤자 나만 머리 아프지.'


남궁도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 그러면, 팽가의 입에선 과연 어떤 말들이 나올까요?"

"······."


가주전에 순간 오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언제부턴가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노인들이 모여서 이 쬐끄마한 아이가 내는 문제를 푸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각자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아무튼 가문의 문제가 걸려있는 일.


단청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어울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대세가의 친목을 다지자는 핑계로, 후기지수 간에 비무 등을 제의하겠지."


역시 이 정돈 해줘야지.


이번에도 정론은 가주의 입에서 나왔다.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쵸. 아까 말했듯, 명성은 누군가를 짓밟는 데서 나오는 것이고, 반대로 짓밟히는 것만큼이나 명성이 깎이는 일도 없죠."

"심상치 않은 남궁의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오대세가 간의 친목을 다진다는 핑계로 후기지수 간에 비무를 걸어 남궁의 기세를 꺾으려 든다라······."

"충분히 그럴 듯한 이야기인 것 같군요."


남궁무위가 상황을 정리한 말에 남궁도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네 말은 팽가가 제안한 비무에 응하여 승리하면 역으로 남궁의 명성이 올라가는 것. 그게 핵심이겠지?"

"네. 그들이 혹여 말을 안 꺼내면 저희 쪽에서 꺼내야겠죠."

"만약, 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자칫 판만 더 키우게 되는 것 아닌가?"


남궁당의 그럴 듯한 말에, 다른 원로들도 설득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잃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판을 키워서 크게 해먹는 것, 그게 제 특기거든요."


단청의 표정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혹시 못 미더우시면 저랑 내기라도 하실래요?"

"······!"


쫄리면 뒤지시던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유입이 적어 제목 변경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1,226 0 -
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3시간 전 507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80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9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61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5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7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6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30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5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3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5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5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51 3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