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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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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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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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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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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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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16. 꿈 깨

DUMMY

"흐에에엑ㅡ"


남궁방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거칠게 호흡을 내뱉었다.


어쩌면 근 한 달이 그가 살아왔던 평생 중 가장 치열했을 지도 모른다.


하루에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외 모든 시간을 무(武)에 몰입해있었다.


"뭘 했다고 헥헥 대는 거야? 이제 마지막 오의야."


귀에 이골이 난 단청의 목소리에 남궁방은 이를 악물며, 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중심을 잡았다.

오른손에 든 검의 끝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휘이잉ㅡ!


남궁방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회전력은 팔을 타고 검으로 전해졌다.

보법을 써서 빠르게 전진하면서도 단전에 모은 진기를 폭발시켜 검에 실었다.


파아아앙ㅡ!


날렵한 속도로 그은 불꽃은 허공을 태우며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보이지 않는 적을 꿰뚫··· 기엔 힘과 공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스르륵ㅡ


남궁방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려던 걸 단청이 붙잡았다.


"······고생했어."


끝내 완성하진 못했지만, 어찌 이것을 두고 뭐라 할 수 있는가.


오의 천화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 것은 이해의 부족 탓이 아니다.


내공, 그리고 체력.

이것은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다.


"······."


남궁방은 울컥했다.


'고생했어'라는 말을 듣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가.


지난 한 달 간의 노력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하루도 안 힘든 순간이 없었고, 내려놓고 싶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곧 단청의 어깻죽지 소매 부근이 뜨뜻하게 적셔지고 있었다.


'나참······.'


단청은 난감했다.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었으니까.


남궁방은 소심하고 마음이 여린 것 같으면서도 강했다.


'이상한 놈.'


그렇게 한바탕 감정을 토해낸 후, 남궁방은 부끄러웠는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단청아? 다 끝난 거야?"

"그래 비급서는 더 이상 손볼 부분이 없겠어. 고생했다."

"아아···."


해냈다는 고양감이 차올랐다.

그의 손으로 전부를 완성하진 못했어도 아무튼 비급서는 완성된 것이다.


"뭘 이 정도로 뿌듯해하고 있어."

"······."


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냐, 이 지랄 맞은 동기놈아······.


"아무튼 방이, 네가 도와줘서 비급서는 잘 만들어진 것 같아. 같이 만들었다고 봐야겠지."


남궁방의 재능이 기준이 된 비급서의 도해본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많았다.


허나 배우는 입장에선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남궁방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도해본이란 목마른 자에게 나타난 우물과도 같았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뭐지?'


남궁방은 도해본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는 단청을 힐끗 바라봤다.


나이가 그와 동갑인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강함을 보유할 수 있을까.


강함이란 단순히 무공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형을 대할 때 너무도 어려운데 이 괴물 같은 놈은 너무나 쉽게 대한다.


과연 무공이 고강하다고 해서 사형을 그리 대할 수 있을까?


하물며 무애검법을 봐주면서 본인의 훈련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하다.

사람 자체가 강했다, 그냥.

당장은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너처럼···.'


"단청아, 나도 이렇게 계속 훈련하다보면 너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


조심스레 묻는 남궁방의 질문에, 단청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화사해졌다.


생각 외로 긍정적인 반응에 남궁방은 희망 가득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꿈 깨."

"······."


나쁜 새끼······.


정말 나쁜 새끼······.



*



약속한 한 달이 지났다.


녀석은 아직 비급서를 들고 찾아오지 않았다.


'설마 까먹은 거 아니지?'


남궁도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의심을 지웠다.


중간 점검을 했을 때만 해도 비급서는 상당히 그럴 듯해보였다.


계속 남는 시간에, 제 동기인 남궁방을 데리고 비급서를 만드는 것도 보았고.


'역시, 한 달이라는 시간은 부족한 것이겠지.'


남궁도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미소를 지었다.


광검조차도 삼십여 년 동안 못했던 일이다.


돌연변이라고는 하나, 고작 12살에 불과한 그가 한 달만에 비급서를 개량한다는 것은 역시나 어불성설이었다.


'그럼 사시(오전11시)가 지난 지금, 녀석은······. 응?'


남궁도는 단청이 있을 연무장으로 찾아갔으나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그 자리엔 늘······.


남궁도는 곧 단청의 거취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셨네."


삼대제자의 숙소에 몸 한 쪽을 기대누운 채, 당과를 제 입 안에 넣으며 까득까득 씹어먹고 있는 놈의 모습이 보였다.


남궁도는 히죽 웃고 있는 놈의 면상 판대기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속이 들끓었지만 차분히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화를 내고, 혼을 내는 것은 녀석이 포기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


다만, 남궁도는 잊고 있었다.

꼰대인 그라면 지금 단청의 삐딱하게 누운 태도를 보고 반드시 뭐라 한마디를 했을 텐데, 정작 그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망둥이 같은 놈···. 한 달 안에 비급서를 만들어 오겠다는 약속은 어디다 팔아먹은 것이냐. 한 달이 무리였으면 차라리 기간을 더 달라고 하지 그랬나."

"비급서는 이미 만들었는데요?"

"···뭐? 그럼 왜 안 찾아왔느냐."

"아무래도 믿을 수가 있어야죠."


단청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본래 계약이란 걸 하면 선계약금을 지급하는 것 아시죠?"

"······설마, 내가 약속을 어기고 보상을 안 줄 것이라 생각했나?"


남궁도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에이, 안그러시겠죠. 그러나 세상 일은 모르는 거죠. 관주님은 그럴 생각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뜻을 따르지 않으면요?"

"아니 그건···"

"관주님이 재정을 손에 쥐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삼대제자가 장로를 의심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지만 남궁당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꽤나 그럴 듯한 이야기였다.


"좋다. 내가 지금 바로 영약을 갖고 올테니 비급서를 준비해놓거라."

"네."


곧 일각이 지나 남궁도가 다시 단청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의 표정이 잠깐 사이에 썩어있었다.


"······네 말이 맞았다. 뭐 아무튼 영약은 구해왔다."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맞죠? 세상일이란 게 그리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니까요? 낄낄낄."


그게 12살 먹은 아이가 할 말이냐? 이 마귀 같은 놈······.


자연스레 손을 앞으로 착 내미는 단청의 손길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은 남궁도는 '옛다'하고 영약을 그 위에 얹어두었다.


'흐음······.'


단청은 영약에 느껴지는 기운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백년하수오급이라···.'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해도 전생의 경지를 회복하는 데 적잖게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처럼 경지가 아직 낮을 땐 더욱.


"관주님."

"···왜?"


저 요망한 입에 무슨 말이 나올까, 남궁도의 눈빛이 일순 긴장이 깃들었다.


"이거 선계약금 맞죠? 아무래도 부족해보이는데."

"······비급서의 내용이 뛰어나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주겠다."

"약속하시는 거죠?"

"그래."

"그럼 자ㅡ!"

"이건···."


단청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계약서였다.


"내용 다 보셨죠? 여기에 서명하시고."

"뭐, 이런 빌어먹을 놈이 다ㅡ"

"가문의 소중한 후손인데, 뭘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


소중한 후손은 얼어죽을···.


남궁도는 눈을 부릅 뜬 채로 계약서의 내용을 일일이 다 살펴본 후, 한숨을 내쉬며 서명을 했다.


"아이, 그걸 또 일일이 다 보시네."

"내가 살면서 정말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칭찬이죠? 헤헤헤."


칭찬이겠냐ㅡ!?


"네가 원하는 건 다 했으니 이제 비급서를 내놓거라."

"넹."


목소리에 아주 신바람 들어간 것 보소.


이 짓 몇 번 더하다간 아주 가죽이 다 벗겨지겠구나.


무애검법 비급서 및 도해본을 챙긴 남궁도는 소마두의 사악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남궁도는 곧바로 광검(光劍), 남궁무위를 찾아갔다.


창천무관주인 그 역시 검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광검 앞에서는 한 수 정도가 아닌, 열 수 정도는 접어줘야 했다.


지금도 봐라.


창천원의 뒷뜰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저 모습을.


저건 무애검법 1초 낙천(落天)이다.

흔하디 흔한 천단세(天斷勢)의 내려치기.

겉으로 봤을 때는 삼재검법의 1초 천뢰(天雷)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광검 사형, 나 왔소."


스아아악ㅡ!


남궁도의 목소리와 동시에, 남궁무위가 기를 방출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 아니 왜 그러시오!"


'이 미친놈ㅡ!'


역시나 광검(光劍)이 아니라, 광검(狂劍)이었던 것.


진심으로 겁 먹은 남궁도는 대여섯걸음이나 뒷걸음질쳤다.


"방금 가닥이 잡힐 것 같은데, 너가 방해한 바람에 놓쳐버렸다."

"하아···. 그게 사실이라면 참 안타깝지만, 삼십여 년 동안 못한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못할ㅡ"


순간, 남궁도의 입으로 검이 날라왔다.


"이런 미친ㅡ! 정말 죽일 작정이오!"


남궁도는 나려타곤 수법으로 바닥에 몸을 굴러 검을 피했다.


"도 사제, 본론."

"······하아. 저번에 말했던 무애검법 비급서를 가져왔소. 무려 개량된 것으로."


남궁무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사제 뒤에 있는 것을 말하는 건가?"

"그렇소."


남궁도는 서가(書架)로 끌고 온 비급서 및 도해본을 앞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차분히 보는 게 어떻소."

"도 사제는 평생을 검을 다뤘으면서,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나? 무릇 검법의 초식이란 직접 휘둘러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뭐, 맞는 말씀입니다."


딴죽을 걸고 싶었으나, 정말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아니, 이 사람은ㅡ'


남궁도는 광검이 보여주는 광기(狂氣)에 혀를 내둘렀다.


식음을 전폐하고 하루종일 비급서 및 도해본을 번갈아보며 검만 휘두르고 있었다.


밥 좀 챙겨먹으라 말하기에도 뭣한 것이,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경악에 찬 광검의 눈빛이 광기로 더욱 더 번들거렸기 때문이다.


지금 밥 따위의 말을 했다간, 정말 칼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일.


남궁도는 얌전히 제 사형이 추는 검무를 눈요깃거리 삼아 그 앞에 식사상을 차리고 밥을 먹었고, 돗자리를 펼쳐서 잠을 잤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났고,


"도 사제."

"예, 무위 사형."


남궁무위가 남궁도를 불렀다.


"지금 당장, 그 녀석을 내 앞으로 데리고 와라. 아니다, 내가 찾아가지. 지금 어디있지 그 놈은?"



*



지금 시각은 사시(오전11시).


오전 기초 훈련이 끝나고 난 후였다.


"사형들, 평생 바닥에 널브러지게 해줄까? 지금 바로 운기조식 해."


악마 같은 새끼···!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좀 쉬면 덧나냐고.


그래도······.


지금 이렇게 육체가 오랫동안 극한 상태에 노출되었을 때, 운기조식을 하면 전신의 구멍이란 구멍이 다 개방되어 전신으로 대자연의 진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신체가 빠르게 회복되고 심법의 수련 효과도 커진다.


즉, 저 악마 사제의 말이 틀린 건 없지만···.


너무나도 힘들었다, 너무ㅡ!


삼대제자 전원이 운기조식하는 것을 본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일단 나부터 크고 봐야지. 그래야 나중에 이 녀석들 챙겨줄 수도 있는 거고.'


단청은 품 속의 영약을 꺼내들었다.


삼대제자의 운기조식이 끝나고 나면 지금 당장 꽤나 거리가 되는 산으로 올라가 영약을 흡수할 겸, 무공도 점검할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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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8 0 -
38 38. 부동(不動) NEW +6 18시간 전 537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70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6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41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7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4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83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7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6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1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7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0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8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8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4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5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89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4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2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2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8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6 31 11쪽
» 16. 꿈 깨 +6 24.05.20 1,965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5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0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4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0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1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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