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4,011
추천수 :
1,210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1 19:22
조회
2,450
추천
34
글자
12쪽

7. 남궁의 가치

DUMMY

ㅡ세상엔 '남궁'성을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비로소 저의 대에 이르러 남궁은 대(大) 남궁세가라 불리게 될 것입니다.


남궁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마교혈사에서 끝내 살아남았고, 안휘에 자리를 잡아 세가로서의 기틀을 잡았다.


세가의 전력 강화를 위해 창천무관을 세웠고 문파와 달리 친인척으로 이루어진 집단임에도 사제지간에 따른 '배' 체계를 두었다.


하오문주이자, 절대사존으로 군림하던 단청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남궁천은 꽤 많은 것을 남겼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ㅡ그걸 이제야 아셨습니까 형님?


"우쭐거리기는."


단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남궁천은 전생에 단청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친우였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의 수족이나 다를 바 없었던 하오문보다도 더.



*



"오빠, 안가면 안돼?"

"백설이랑 놀아."

"무공 알려준다며!"

"저번에 알려준 거나 열심히 하고 있어."


남궁설은 단청이 창천무관에 입관하는 것이 꽤나 아쉬운 눈치였다.


"어차피 가깝잖아.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응."


단청이 창천무관에 입관하는 데 거창하게 준비한 것은 따로 없었다.


이곳 방계촌으로부터 고작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였기에, 무관에서의 숙식 생활이 크게 의미없었다.


애당초 남궁혁, 명, 진들도 훈련시간 외 자유롭게 개방된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지 않었던가.


"그럼 가보겠습니다."


단청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다 컸구나."

"다 크긴요. 아직 12살밖에 안됐어요."

"그런가? 무관에 가서 애들 너무 심하게 때리지 말고."


퍼억!


"그게 아이한테 할 소리에요!?"


인사하러 마중 나온 남궁제현이 어느덧 바닥에 처박혀있었다.


남궁연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단청의 두 손을 맞잡았다.


"이 어미가 바라는 것은 오직 네 건강뿐이니까, 너무 무리하지···"

"괜찮아요, 어머니."


단청은 남궁연의 말을 잘랐다.


"어머니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그래."


단청의 말은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보다 더 나을 수 없겠지만, 과정을 살펴보자면 그녀가 당장 몽둥이를 들고 뛰쳐나와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기에.



*



'얘, 뭐지?'


대부분의 신입들은 창천무관 본관 안에 들어오면 긴장한 티를 내기 마련이다.


허나 이번에 들어온 이 건방진 신입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니 그 이상으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처럼 다소 삐딱한 자세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예 선을 넘는 것은 또 아닌 지라 무관의 규정을 당장 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창천무관주 남궁도는 건방진 신입, 단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척은 그 나이대에 맞게 그다지 별 볼 일 없었다.


그 말은즉슨, 딱 그 정도이거나 경지를 숨기고 있다는 말이 된다.


후자는 말이 되지 않는다.


남궁도는 원로원 소속 장로급 고수로, 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12살짜리 꼬맹이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흐음···.'


"그럼 여기서 기다리면 되나요?"


말투도 맹랑하기 그지없다.


어찌보면 칼찬 무인다운 모습이긴 했으나 워낙 이색적인 태도라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언제가 될 지는 몰라도 저 버릇없는 태도는 따로 교육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당장 가주와의 만남이 예정된 바.


"그래, 곧 가주가 올 거다."


굳이 여기서 그런 자리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창천무관주인 그에게 앞으로 그런 시간은 차고도 넘쳤으니까.


'가주에 대한 존칭이 전혀 없군. 가문에서 웃어른이란 건가?'


단청은 물러가는 남궁도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떨치고는, 옆에 앉아서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이번에 입관하냐?"

"으응···."

"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

"너, 넌 무섭지도 않냐? 방금 무관주님도···."

"뭐, 그닥? 나는 단청, 네 이름은?"

"남궁방···."

"그래 우리 동기인가, 만나서 반갑다."


스윽.


남궁방은 솔직한 심정으로 단청이 건넨 손을 맞잡고 싶지 않았다.


만난 시간이 1각도 되지 않았지만, 녀석의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게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창천무관주 남궁도 앞에서 어떻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힐끗힐끗 봤을 때도, 남궁도의 표정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었다.


이런 아이와 같이 어울리다보면 무관의 생활이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남궁방이 악수를 계속 무시해오자 단청의 눈빛이 붉게 빛났다.


고개가 절로 옆으로 기괴하게 꺾어진다.


감히 내 악수를 무시해? 마치 이런 눈빛.


남궁방은 순간 느껴지는 기세에 질색하고는 황급히 단청의 손을 맞잡아 과장되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하하···. 반갑다 도, 동기야···."


'아직까진 실망스러운데?'


남궁방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어차피 방계에서 갓 입관한 아이인지라, 특출난 게 오히려 이상하다.


단청은 창천무관 본관 문지기부터 시작해서 무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훈련하는 사람들, 행정 업무를 보는 사람들까지 유심히 다 살펴보았다.


그들이 방계인지, 직계인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죄다 단청의 기준 이하였다.


심지어 창천무관주 남궁도조차도 그에겐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다.


'대(大) 남궁세가로 만든다면서, 겨우 이 정도였냐?'


ㅡ나는 모르는 일이오!


이것 또한 단청이 알고 있는 남궁천의 환영이 만들어 낸 대답.


단청은 유일한 친우이자, 전우인 남궁천을 굳게 신뢰했다.


그래.


단청이 알고 있는 남궁천이라면, 남궁세가를 겨우 이 정도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창천검존(蒼天劍尊) 남궁천의 사후, 남궁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겠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는 차차 알아보면 될 일이다.


"아, 아무래도 올해 상반기는 너랑 나 둘 뿐인 것 같네, 하하···."


남궁방은 단청이 계속 말이 없자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어떻게든 말을 떠올렸다.


"그래?"


단청은 답을 하면서 일어났다. 그에 따라 남궁방의 초점이 위로 향한다. 눈빛이 '왜'냐고 묻고 있었다.


"가주님이 오셨다, 일어나."

"어, 으응ㅡ"


남궁방은 허둥지둥 일어났다.


단청의 말대로 본관 쪽에서 남궁가의 상징, 푸른하늘의 문양이 수놓인 가주복을 입고 있는 자가 여러 사람과 함께 오고 있었다.


'흐음···.'


남궁방은 한 번 힐끗 보고 그대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지만, 단청은 꼿꼿이 선두에 선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가주조차도 단청의 기준 이하였다.


ㅡ그냥 형님의 기준이 비정상적인 것 아니오!


'아니거든?'


단청은 손짓으로 남궁천의 환영을 물리치고는,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단청이라고 해요."


후다닥ㅡ!


"나, 남궁방입니다!"


남궁방도 자리에 급히 일어나 단청의 옆에 서서 고개를 구십도로 숙였다.


"그래, 고개를 들거라."


단청은 고개를 들었다.


백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묘하게 닮았구나.'


무엇보다 그 당시 남궁천의 나이대와 비슷했고,


괜히 '직계'라는 말이 붙는 게 아니듯, 가주에게서 남궁천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가주 남궁위다. 안으로 들어오거라."


단청은 가주의 뒤를 따라갔고, 잠시 멍해있던 남궁방이 황급히 뒷따라갔다.


'원래 이렇게 가주가 일일이 신입을 맞이하나?'


단청은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하오문주 시절, 그는 신입 문도를 일일이 만난 기억이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직의 수장된 자로서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개미 떼나 다를 바 없이 범람하는 흑도보다 확연히 숫자가 적었고, 뭣보다 훗날 가문의 미래 전력이 될 자들의 재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것.


아마 그런 이유일 테지.


"차를 들거라."


자리에 앉고 그리 말하는 남궁위의 눈빛엔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단청은 그 안에 담긴 실망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가주 양반, 피차일반이야. 나도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단청은 뜨거운 차를 홀짝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설마 남궁천의 창궁무애신공과 천뢰기가 전해지지 않은 것일까.


그의 독문무공이 실전되었다면 이러한 상황도 충분히 짐작은 갔다.


방에 차를 마시는 소리 외에 말없이 고요한 적막이 깔렸다.


남궁방은 그 숨막힌 분위기에 질려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이 말 거는 것이 무서워 시선을 벗어나려는 학생처럼 말이다.


반면 단청은 차를 마시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궁위는 그러한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눈에 담아두었다.


'기백은 있다 이건가.'


그런 부분은 높이 살 수 있으나 기백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실력이 뒷따르지 않으면 만용이 될 뿐이다.


"단청··· 이라고 했나?"

"네."


남궁위는 한없이 깊은 눈빛으로 단청을 바라보았다.


"신입 관도들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묻는 질문이 있지. 남궁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나 단청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포용입니다."

"포용···?"


생각지 못한 답에 남궁위는 그것을 가만히 씹어보다가, 이내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왜 그리 답했지?"

"마교."

"마교···?"

"100년 전, 남궁가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평화는 없었을 겁니다."

"하하하···."


남궁위는 낮게 조소했다.


남궁가의 가주인 그가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남궁가의 초대 가주인 남궁천은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도 하오문을 연합에 끌어들였다.


무림맹 연합에선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사파는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사파를 연합에 끌어들일 수 있는가?

남궁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남궁천의 의지는 확고했다.


'마교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하오문주이자, 폭군무존 단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라고.


남궁가는 사파조차 끌어들인 포용을 보였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만 했다.


마교와의 전투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포용이라··· 재밌는 말이군."


남궁위의 머릿속에 당장 두 가지의 포용이 떠올랐다.


첫번째로 앞서 남궁천의 희생정신이 담긴 포용.


두번째로 매일같이 가주의 권위에 비수를 꽂는 원로원에 대한 포용.


'원로원을 포용하라···?'


과연 단청이 이를 알고서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너무나 힘이 비대해진 원로원에 심히 지쳐있었다.


가주의 움직임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그들이었기에, '포용'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


남궁방은 심상치 않은 가주의 분위기에 잔뜩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졌다.


'뭔가 있군.'


반면 단청은 그런 가주의 변화를 찬찬히 뜯어볼 뿐이었다.


"허나 힘없는 자가 외치는 포용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뿐이지. 과연 너는 어떨까?"


스아아아아ㅡ!


남궁위의 옷깃이 펄럭였다.


무시할 수 없는 기(氣)가 방출되어 단청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을 감당하는 자가 평범한 12살의 방계였다면 이미 기절하고도 남았을 터.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어···?'


그 여유로운 태도에 남궁위의 눈이 부릅 떠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살기(殺氣)를 방출하진 않았으나,


그 기의 여파만으로 남궁방의 안색이 창백해져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곧, 단청의 입가에 약간의 핏물이 흘러내렸다.


전생의 폭군이었던 그조차도, 아직은 가주가 쏟아내는 기운을 정면으로 맞이하고도 멀쩡할 순 없었다.


다만 꺾이지 않고 고고히 버텨낼 뿐이었다.


'남궁천, 그때의 빚을 아주 톡톡히 갚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


ㅡ형님, 적당히 하시오 적당히···


그럼 네가 네 말을 지켰어야지.


단청의 기준엔, 지금의 남궁가는 대(大) 남궁세가가 아닌 소(小) 남궁세가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8 0 -
38 38. 부동(不動) NEW +6 18시간 전 538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71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6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41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8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4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83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7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6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1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7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0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8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8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4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5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89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4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2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3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9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7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5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5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0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5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0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1 3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