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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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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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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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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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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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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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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DUMMY

'겨우 남궁이 이 까짓 놈들한테?'


단청은 화가 났다기보단 어처구니가 없었다.


과거 남궁은 이런 사파 조무래기들이 함부로 덤빌 수 있는, 그런 이름이 아니었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세가(世家)라는 뒷배경이 없었어도, 사파라면 대부분이 창천검존이라는 위명을 두려워했었다.


그 당시였으면 눈도 못 마주쳤을 녀석들이 지금 이러고 있으니, 단청은 세월이 무상함을 느꼈다.


뭐 어쩌겠는가?


옛 친우의 후손으로 태어나버렸다.


이제는 남궁이 그가 나고 자란 곳이 되어버렸다.


그 이름이 조롱당하는 걸 두 눈뜨고 지켜볼 수는 없지.


"보사아아앙? 사과아아아아아? 아주 지랄을 하고 있네, 이 사파 조무래기 놈이."


퍼억- 퍼억-! 퍼억ㅡ!


다리를 접히게 만들어 무릎을 꿇게 한 후, 단청의 주먹이 연신 살풍객의 머리를 완전히 곤죽내고 있었다.


물론 전생의 단청도 사파였지만 정파와는 달리, 서로 간에 유대나 끈끈한 정 같은 건 일절 없었다.


사파는 진심으로 같은 사파를 '동족혐오'한다.


그들의 행실이 얼마나 밑바닥에 나돌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저··· 단청아?"


꼴깍-


남궁위가 그 이름을 작게 불러보지만, 눈이 뒤집힌 단청에게 들릴리 만무했다.


'······ 뭐, 이런 미친 놈이 다 있지?'


이걸 말려야 하나?


주위에선 입을 벌린 채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다들 경악한 모습이다.


살풍객의 이름이 안휘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절대고수가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고작 저 나잇대의 소년이 갖고 놀며 농락할 수준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정파는 사파보다 덜 잔혹하나, 그렇다고 늘 손속에 자비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보여줘야 할 때는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그때'인가?


'···난 모르겠다, 정말로.'


"다·· 다시는 안휘에 발을 들이지··· 않을ㅡ"

"닥쳐, 이 사파 새끼야. 언제부터 네 까짓 게 감히 남궁에 텃세를 부릴 수 있었지? 뒤질라고."


언제부터이긴, 단청아···.

저 사파 잡놈들이 안휘에서 목소리 키우고 다닌 지는 꽤 오래됐단다.

갑자기 미친놈이 등장해서 패버린 것뿐이지.


퍼억- 퍼억ㅡ!


계속해서 들려오는 무차별적인 구타 소리에, 남궁호를 비롯한 남궁의 사람들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남궁호는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대제자인 그는 단청에 대한 소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자신보다도 당연히 강할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허나 비동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남궁지약, 남궁성혁 등 이대제자의 정예들 상대로는 힘을 못 쓸 것이라 보았다.


그들은 슬슬 후기지수 급을 벗어나 한 명의 고수로서 완성 형태로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무려 살풍객이란 노련한 사파 고수를 상대로 저렇게 싸운다고?


사실 저건 싸움도 아니다.


일방적인 구타, 고문 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가, 가주님···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요?"


퍼억-! 퍼억ㅡ!


살풍객의 검은 복면이 벗겨지고 그의 흉터 가득한 안면이 곤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기존의 흉터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생각없이 움직이는 녀석은 아니니, 일단 가만히 지켜보자꾸나······."

"예."


'그런데, 정말 생각이 있는 걸까?'


단청의 머리통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그건 모를 일이다.


남궁호가 이를 묻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게 맞지? 저··· 젊은 소협이 살풍객을ㅡ"

"정확히 보고 있네. 1~2년 전에, 팽가의 직계를 상대로 이긴 소협일세."

"아아···. 역시 남궁에도 숨겨둔 뭔가가 있나보기는 하군."


그들의 눈빛엔 잔혹한 걸 봤을 때 발현되는 원초적인 기피가 담겨있었다.


정파를 지향하는 남궁가로서는 영 달가운 시선은 아니었다.


사실상 관(官)을 대신하여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남궁이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아봤자 좋을 게 없었으니까.


참 무척이나 희귀한 현상이다.


저들이 살풍객을 당연히 좋아할 리는 없었다.


허리춤에 칼 찬 사파고수가 와서 꺼드럭대는 모습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정의감에 찬 누군가 해치워주면 좋아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런 분위기라니.


퍼억ㅡ! 퍽-!


"남궁의 이름은 네 까짓 사파 조무래기들이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알겠으니, 이 놈아··· 가주인 내가 괜찮으니 이제 적당히 좀···.'


"······남궁은 이제 패도(霸道)의 길을 걷는 건가?"


이제는 패도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남궁위의 시선이 곧 황산검문의 손옥량에게 향했다.


가주인 그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데에는 황산검문의 존재 여부도 있었다.


현 안휘를 삼분(三分)하는 대표적인 세력은 '남궁세가, 진가장, 황산검문'이다.


그 중, 남궁은 북(北) 안휘로 하북팽가와 맞닿고 있었고, 나머지 두 곳은 남(南) 안휘에 위치해있었다.


매년마다 트집을 잡히는 등,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이들에게 그 영역을 내어주고 있었다.


특히 황산검문은 남궁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위험했다.


십여 년 전, 황산검문주 장백산은 우연히 수백년 전에 활동했던 전대고수의 비급서를 얻었다고 한다.


과연 그 소문이 맞았는지,


과거 '안휘 비무제'에서 보았던 그의 무공 수위는 남궁위의 식견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어 있었다.


'그는 야심찬 인물이다.'


고작 남(南) 안휘로 만족할 인물이 아니다.

필히 그의 눈은 이곳 남궁까지 와있을 테지.


그렇기에 아무런 이유없이 손옥량이라는 고수가 이 자리에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저 자도 많이 당황했군······.'


처음엔 표정 관리를 하는 듯했으나, 그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


입을 떡 벌린 채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들이 세워왔을 계획들이 온전히 돌아가지 않으리란 것 정도는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정파를 지향하는 가문의 14살 아이가 갑자기 저렇게 대가리를 들이박을 줄은.


"···후환이··· 두, 두렵지도··· 않으냐······."


사람의 얼굴이었던 것에서 가까스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단청의 고개가 옆으로 기괴하게 꺾인다.

그 눈빛이 악마처럼 붉게 번뜩였다.


"어떡하냐아아아?, 정말 하나도 두우우우렵지 않은데에에에?"

"······."


이놈은 다르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후환이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찰나라도 표정에서 일그러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진심으로, 그 까짓 거 아무런 신경도 안쓰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입꼬리가 스윽 올라간 채로 웃고 있지 않은가?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소협, 이제 그만하면 됐잖소."


결국 손옥량이 움직였다.


"저항도 할 수 없는 약자를 상대로 이렇게 잔혹한 손속을 보이는 것은 협의(俠義)라 할 수 없소이다."


그의 말에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군중이 술렁거렸다.


'계획을 변경한 건가.'


남궁위는 이제서야 얼추 정리가 되었음을 느꼈다.


'체면이라도 차리고 가겠다는거군.'


본래 황산검문이 챙겨갔어야 할 것을 놓쳤으니, 남궁에게 대충 저런 멍에라도 입히려는 것이겠지.


별 것도 아니었지만, 위의 고관대작들은 무인들이 설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별 것이 아니다.


애당초 '관무불가침'이다.


정말 선을 넘지 않은 이상, 관(官)은 무인들의 일에 대놓고 간섭하지 않는다.

뒤에서 같잖은 수작을 부릴 순 있어도.


저렇게 나온다면 해야 할 것은 간단···


"이제 그마아아아아안ㅡ!?"


아니, 이 미친 새끼야ㅡ!


그 말이 입에서 거의 터질 듯, 말 듯했다.

정말, '전귀(戰鬼)'가 따로없었다.

몸 속에서 투기(鬪氣)가 끝없이 폭주하기라도 하나.


단청의 고개가 옆으로 기괴하게 꺾인 채, 손옥량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무슨 어린 놈의 기세가ㅡ'


주춤-

손옥량은 그저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 전신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초 저 괴물 같은 녀석은 살풍객을 말그대로 압도했다.


'내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왜 하필, 남궁에 갑자기 저런 돌연변이 같은 녀석이 등장했단 말인가.


자리가 좋지 않다.

갖고 있는 명분도 부실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아니······. 협의를 지향해야 할 정파로서 약자에게 충분히 손속에 자비를 베풀 수도 있는ㅡ"

"아주 지랄하고 있네."

"······."


이 놈아, 입ㅡ!

남궁위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저 입을 틀어막고 싶었으나 가주로서의 체면이 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 놈들은···.


'으음······. 감히 막을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군.'


남궁호를 비롯한 이대제자들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개소리도 적당히 해야 귀가 안 아프거든."

"소협···!"

"사파 새끼들한테 베풀 자비? 말하고도 안 웃기냐고."

"살풍객 선배는··· 사파 성향으로 규정되고 있긴 하지만ㅡ"

"그럼 끝이지, 뭔 사족이 이렇게 많아."

"애, 애당초ㅡ! 실수는 저 점소이가 한 짓이잖소! 살풍객은 그저 그 실수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었단 말이오!"

"하아-!?"


순간, 단청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아아······."


점소이 이연의 낯빛이 창백히 굳어졌다.


본래 이 정도의 인과(因果)는 아니었을 것이다.

과정이 구차해도 소면값, 의복값, 그리고 살풍객이 요구했을 '무언가'.


그 정도였겠지.


허나 단청이 등장하면서, 그녀가 감당해야 할 과(果)가 천장부지로 치솟았다.


억울했지만 엄격히 따지기 시작하면 그녀의 목숨은 응당 내어줘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당연히, 그녀는 이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부모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탓에, 홀로 어린 남동생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든 일을 해야만 했던 그녀였다.


그녀가 죽으면 그 짐이 그대로 남동생에게 이어질 것이다.


"나참, 후후······."


단청이 흘려대는 헛웃음소리에 손옥량은 뭐가 그리 웃기냐고 묻고 싶었지만,


표정에서 느껴지는 그 서늘한 감각에 입이 쉬이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저 몸에서 이런 기세가ㅡ'


황산검문주 장백산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다.


애당초 단청이 반말을 자연스레 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아직 한마디도 못한 그였다.


"점소이(店小二)라······."


단청의 무미건조한 시선이 이연에게 향했다.

그녀는 그 시선이 무척이나 두려웠는지 몸을 벌벌 떨었다.


단청은 그 한없이 약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며 옛 생각이 났다.


정확히 그의 근본은 '사파'가 아니라, '점소이'였으니까.


천애고아였던 그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고,


그것이 하오문(下五門)의 시작이었다.


"뭐 뒤가 구린 것이라도 있나봐?"


단청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그게 무슨ㅡ"

"사파 조무래기를 약자라 지칭하며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한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점소이를 겁박하고 있으니 말이야."

"궤, 궤변이오. 저 점소이가 실수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 아니오?"

"과연 그럴까?"


단청은 거침없이 이연에게로 다가갔다.


겁 먹은 이연은 주춤거렸지만 이내 그녀의 시선이 단청에게 닿았다.


단청의 눈이 그 떨리는 눈망울을 지긋이 바라본다.


"솔직히만 말해. 소면 그릇 떨어트린 거, 네가 한 거 아니지?"

"그, 그게ㅡ"


이연은 바보가 아니다.


어떻게 대답해도 그녀에게 그닥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둘 중 하나는 척지게 될 테니까.

그나마 나은 것은 단청의 말을 따르는 것이었다.

최소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테니.


무언가 좀 이상한 점이 있다면, 누가 뒤에서 밀쳤다는 감각.


정신줄만 붙잡고 있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스스로에게 편의주의적으로 생각하자면 솔직히 '남탓'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에, 단청의 표정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아, 질문이 잘못되었네. 누가 옆에서 밀쳤다던가, 뭐 그런 건 따로 없었나?"


[이기적으로 생각해]


"······!"


들려오는 전음에 이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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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3시간 전 507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80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9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61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5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7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6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29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5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3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5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4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51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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