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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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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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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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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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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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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9. 단청파

DUMMY

남궁룡은 단청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스스로도 어처구니없었다.

나이 차이는 고작 4살밖에 나지 않았지만, 한창 성장기인지라 키 차이가 머리통 2~3개였다.

그런데도 지레 겁을 먹는다고?

남궁가의 직계인 그가 갓 무관에 입관한 막내 사제에게?


"나··· 나는!"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직계인 그라고 해서 오십이 넘는 삼대제자 모두를 이기기는커녕, 당장 대사형인 남궁강과 일대일로 붙는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단청은 이 무리에서 규격 외의 존재였다.

개미 떼가 날고긴다고 한들, 아무리 숫자가 많다 한들 개미는 개미였다.


"이 일과 관련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뭐랄까··· 굉장히 구차한 발언이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남궁룡은 이 일을 주동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윗사람의 지시에 불복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떳떳해야 하는데···


저벅저벅-


단청이 그의 지척으로 다가올수록 점점 식은 땀이 흘렀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단청의 고개가 옆으로 기괴하게 꺾였다.


"나는 네 적이 아니라는···"

"사형, 이상한 말 하네."

"어?"


남궁룡은 당황했다.


분명 본인은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없기에.


단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으으으으!!


주먹을 맞고 쓰러져 골골 대는 삼대제자들.


"꼴사납게 널브러져있지만 내 사형들이야. 적이 아니라."

"아니, 그게 아니라···"

"다만 신고식을 치렀던 거지. 그래, 신고식."

"······."


이 새끼··· 그냥 때리고 싶어서 이러는 것 아냐?


남궁룡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가만히 있어도 맞고 싸워도 맞는다면 차라리 후자가 낫지 않겠는가.


그는 직계다.


상대가 보인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다 잡는다면 분명 약점이···


퍼억ㅡ!


남궁룡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뭐 어떻게 해볼 도리조차 없었다.


주먹을 드는 순간, 괴물이나 다를 바 없는 단청의 주먹이 이미 그의 명치에 작렬하고 있었으니까.


단청은 바닥에 엎어진 그와 시선을 맞추며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형만 안 맞으면 공평하지 않잖아. 안 그래? 낄낄낄."


새끼야··· 그걸 왜 갓 들어온 막내인 네가 정하냐고!


관주의 지시를 불복할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저 괴물 신입을 괴롭혔어야 했는데···.


이어지는 단청의 악마 같은 웃음소리에 남궁룡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했다.


남궁룡을 마지막으로 단청 외에 서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기인 남궁방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아···.'


남궁방은 거의 해탈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동기야, 괜찮냐!"


6~7장이 안되는 거리에서 동기라 부르짖는 저 놈은 미친놈이다.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욱 더, 정말 말도 안될 정도로 미친놈이다.


그럼에도 아마 저 괴물은 이 상황을 수습할 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반면 그는 전혀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ㅡ!'


"으허어어엉어엉ㅡ!"


남궁방은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했다.


단청이 지척에 다가오자 남궁방은 단청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절규했다.


"차라리 나도 때려, 날 때리라고오오ㅡ!"


사형들이 전부 다 저렇게 맞아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데, 동기랍시고 남궁방만 안맞는다?


그것도 가장 막내인 그가?


미래의 무관 생활이 어떻게 될 지는 불보듯 훤했다.


그는 그 미래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청은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인데, 동기야 내가 널 어떻게 때리니, 낄낄낄."


이 새끼··· 그냥 다 알면서 이러는 거 맞지···?


마귀와도 같은 단청의 웃음소리에 남궁방은 너무 억울한 나머지 끝내 기절해버렸다.



*



각 문파의 삼대제자들은 무림의 후기지수라 불린다.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성장할 여지가 있는 단계.


그렇기에 그들은 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없었고, 전쟁이 난다면 이들을 지키는 식으로 치르게 되어있다.


삼대제자는 곧 미래나 다름없으니까.


그렇다.


삼대제자는 사실 약한 게 맞다. 약해야 되는 것이고.


허나 백 년 전에 비하면 그 수준이 더욱 더 떨어진 것 같다.


과거였으면 식은 땀이 아마 지금 흐르고 있을 것 같은데, 단청은 식은 땀조차 흐르지 않았다.


남궁가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파앗!


단청의 눈이 떠지자 도열해있던 삼대제자들이 흠칫했다.


숙소 대청마루에 앉아있는 그는 분명 12살에 지나지 않는 꼬맹이었으나 그 일신에 깃든 무공은 괴이(怪異)에 가까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궁방을 비롯해 알아서 대청 아래 도열해있는 그들을 보며 단청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형들, 여기서 대빵이 누구야?"


대빵.


우주에 비하면 이 작디작은 남궁가의 삼대제자 사이에서도 우두머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인간의 본질이니까.


그런데 대답이 곧장 나오질 않는다.


서로 시선을 주고 받으며 답을 도출해나간다.


그 말은즉슨, 대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단청은 곧 이들이 누구를 두고 고민하는지 알 수 있었다.


1. 삼대제자의 대사형이자 나이가 가장 많은 남궁강.


2. 입관 시기나 나이가 중간 정도지만, 직계인 남궁룡.


삼대제자가 방계파와 직계파로 양분된 것이다.


"뭔지 알 것 같네. 나다 싶으면 안으로 들어와, 두 명."


굉장히 묘한 말을 남기고 단청은 마룻바닥에서 일어나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

"······."


순간 남궁룡과 남궁강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서로 간의 호승심이나 경쟁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건 필시 거짓말일 것이다.


어찌보면 평생에 걸쳐 견제해야 할 대상일 수도 있었다.


작금의 가주와 원로원의 장로들 관계처럼.


허나 지금만큼은 저 말 같지도 않은 괴물 꼬맹이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 지 힘을 합쳐 머리를 굴려야 할 지도 모른다.


"···늦네에에에?"


안에서 마귀의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들어가자.


그게 살 길이다.


두 사람은 약간 체념한 듯 터벅터벅 단청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남궁강이 신고식을 운운했던 그 방이었다.


방 안에는 단청이 신선이라도 된 것마냥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꼴같잖아서 뭐라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은 둘이었지만, 차마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놈의 실력은 진짜였으니까.


우연이나 운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둘은 이 미친놈의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이 나올지 긴장이 되었다.


"사형들."

"···예?"

"···예?"

"에이, 우리 존댓말은 쓰지 말자고."

"···예."

"···예."

"음, 나는 인내심이 약한데···."


단청이 제 손을 어루만지자 둘은 화들짝 놀랐다.


입에 안달라 붙지만 필사적으로 반말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알겠다, 단청 사제···."

"붙임성이 좋군, 사제···. 대사형으로서 신고식이 잘 치러진 것 같···"

"거기까지."


단청은 남궁강의 말을 잘랐다.


남궁강의 입이 그대로 다물어졌다.


남궁강의 시선이 곧 남궁룡의 두 눈을 찾았다.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눈빛으로 물었다.


남궁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궁강은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의사소통이 잘 되는 둘을 보며 단청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이 단합이 참 잘 되네에에에ㅡ? 아까는 아주 사분오열이더만."

"······."

"······."

"됐고,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전부 다 말해봐."

"그건ㅡ"


남궁강은 남궁룡을 슬쩍 보더니, 고개를 끄떡이고는 삼대제자의 하루 일과에 대해 쭉 나열했다.


오전에는 관도들의 개인 자율 시간이 주어진다. 주 1회 역사 및 교양 시간을 제외하면.

점심 이후엔 2시진 동안 일대제자인 무공교관 주관 아래 무공 훈련을 받는다.

이후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저녁을 먹는다.

마찬가지로 이후에 관도들은 개인 자율 시간을 갖는다.

수면은 알아서.


'예상은 했다만···.'


단청은 남궁혁, 명, 진을 훈련시키며 삼대제자들의 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삼대제자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이유.


단청은 무려 '환생'이라는 비상식적인 과정을 거치며 따로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있었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작금 남궁가의 삼대제자는 약할 만했다.


기초 훈련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었으니까.


어느 정도 '그릇'이란 게 잘 정립되고 나면 단체로 하는 기초 훈련 시간이 그리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혼자 '무(武)'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했고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 시간은 길어질 필요가 있으니까.


허나 단언컨대 지금은 아니다.


단청은 남궁강과 남궁룡에게 짧게 시선을 던졌다.


삼대제자들 중에 가장 강하다는 이 둘조차도 '그릇'이 정립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그런데 무슨 개인 자율 훈련시간이란 말인가.


이것은 누구의 의견이고,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면 무엇을 근거로 한 의견의 조율점이란 말인가.


필시 남궁천이 내놓은 의견은 아닐터.


ㅡ무릇, 무공의 근간은 기초, 즉 체력입니다!


저봐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참··· 답도 없는 상황이네. 아주 제대로 글러먹었어."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은ㅡ"

"잘못되지 않은 것 같다?"


단청의 눈빛이 붉게 번뜩이자 남궁강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사형들, 오늘은 첫날, 그러니까 신고식을 치렀으니까 넘어가도록 할게. 내일 진시부터 한 명도 빠짐없이 무관 연무장으로 집합시켜."

"···어?"


둘이 이구동성으로 본인이 들은 게 맞나 되짚었다.


물론 대사형이고, 가문의 직계이니 사제들에게 집합 정도야 시킬 순 있었다.


그런데 집합을 시켜 뭘 하겠다는 건가?


두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보며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 되면 이유를 알게 될 텐데, 꼭 듣고 싶어?"


단청의 주먹이 쥐어지고 힘줄이 돋는다.


맞지 않을 방법이 있는데, 굳이 맞으면서 이유를 알아가는 건 머저리나 할 짓이다.


"알겠으니, 사제. 그 주먹은 좀 내려놓고, 하하핫."


남궁룡은 주제에도 맞지 않을 가벼운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남궁강은 약간 불만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단청이 주먹을 더 위로 들어올리자 황급히 수긍했다.


'관습이 단번에 바뀌는 건 어려운 일이지.'


방 밖으로 나간 둘을 보며 단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환도낭송(緩圖浪頌).


어렵다고 해서 늦추거나 방향을 돌리면 일은 더 꼬이기 마련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직진으로 해결해야 한다.


겁나게 피곤하겠지만.


"아우야, 가문 꼬라지 봐라. 저승에서 보게 되면 삯좀 톡톡히 받아야겠다."


ㅡ······.


좀팽이 녀석, 불리할 땐 안 나타나네.



*



두 대빵이 숙소 안으로 들어가고 대청 앞에서 도열해있던 삼대제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입이 근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모든 것이 반시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루 매일 있는 두 시진의 정규 훈련이 끝나고 2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신고식 아닌 신고식이 치러지고 괴물 신입이 삼대제자 전원을 휘어잡고 있는 이 상황.


방계파, 직계파 가릴 것없이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그 중에 예외가 있어 이 상황을 예측하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방계파도, 직계파도 아닌 단청파.


남궁혁, 남궁명, 남궁진.


삼대제자들 중에서 최근 가장 빠르게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자들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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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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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93 0 -
38 38. 부동(不動) NEW +6 20시간 전 573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89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38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53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88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11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90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62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504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8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34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7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25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15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22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802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95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80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8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13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009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86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74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35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9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104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60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37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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