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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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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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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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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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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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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 구애

DUMMY

"크하하하핫ㅡ!이것도어디한번막아보거라!"

"광검 사형······."


저 반쯤 미친 인간이 저리 좋아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하기사.


그럴 만도 했다.


무려 삼십여 년 만에 가문의 숙원과도 같은 일이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당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했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저 광기에 찬 웃음을 보고 있으니 아무튼 잘된 일이다.


다만···.


"아씨! 뭐 이런 미친 할배를 다 봤나! 작작 하세요 좀!"


설마 저 망둥이 놈이 원로원주한테도 저렇게 대할 줄이야.


이걸 말려야 돼, 냅둬야 돼?


"실력과재능만큼이나입도험하구나그래서더마음에든다이녀석아!"


······일단 냅두는 게 맞는 것 같다.


"더 보여보거라! 네가 가진 것들을 말이다!"


남궁무위의 검이 요란하게 떨렸다.


하단을 집중적으로 17번을 찌른다.


무애검법의 10초 분산(奔散)이다.


저 중에 공력이 실린 것은 단 하나.


나머지는 모두 허초다.


'진짜 이 미친 애송이가ㅡ!'


무애검법을 꿰뚫고 있기에 단청이 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수법 노련한 고수처럼 하나하나가 얄팍했고 반쯤은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뭣보다 방어 초식인 11초 철장을 제하고, 그 다음으로 펼칠 오의 천화(天火)였다.


이건 지금 당장으론 피할 수 없었다. 부딪혀야만 했다.


남궁무위가 분산을 펼치기 무섭게 곧바로 오의 자세를 취했다.


천화는 확실히 매서운 초식이자 오의다.


단숨에 단전의 진기를 폭발시켜 앞으로 내찔러 파괴력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단청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흐아아압ㅡ!"


남궁무위가 기함을 내지르며 검을 찔러왔다.


휘리링-


그 순간 단청이 한 것은 유(柔)의 묘리로, 검으로 아래에서 위로 들어 살짝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중앙으로 그었던 불꽃이 그 사선 위로 빗껴나간다.


계속 광기에 찬 웃음일변도였던 남궁무위의 표정이 그 순간 놀람으로 바뀌었다.


말이야 쉽지, 실제 전투에서 유의 묘리로 상대의 검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상대가 주입한 기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본인 역시 기의 제어를 완벽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백 년은 이르지, 암ㅡ!'


ㅡ백 년 지나면, 우리 후손은 죽습니다 형님.


'어쩔.'


"이제 그만하시죠. 목적은 다 달성했잖아요."


남궁천의 환영을 손짓으로 가볍게 해치운 단청은 극적인 화해를 제의했다.


"흐음······."


광기가 좀 걷힌 남궁무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삼 할의 공력이었으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구나."

"구라··· 아니, 운이 좋았죠 뭐."


단청의 입이 삐죽하고 튀어나왔다.


다른 놈은 속여도 그의 눈은 못 속인다.


분명 삼 할이 아니라 오 할이었다!


"제대로 된 소개가 늦었구나. 나는 창천원주 남궁무위다."


나름 멀쩡해진 그를 보고 있으니 이때는 또 정상 같았다.


"···아시다시피, 삼대제자 단청입니다."

"그래 단청아, 너 내 손녀딸과 결혼하거라."

"······뭐요?"


꾸벅 고개를 숙였던 단청의 몸이 일순 굳었다.


"무위 사형···. 결혼도 안한 사형이 손녀가 어딨습니까, 아들도, 딸도 없는데!"


남궁도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소리를 빽 질렀다.


"아, 그런가?"

"······."


검만 휘두르다 치매가 온 건가?


상태가 멀쩡해보여도 정상은 아닌 것일 지도···.


꼬르르륵!


그때 남궁무위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미친놈처럼 검만 휘둘러댔으니 어찌보면 당연했다.


"······도 사제, 밥이나 먹으러 가지."

"예, 사형."

"아, 단청이 너도 따라오거라."

"네?

"비록 검으로 대화를 나눴으나, 그것이 어찌 제대로 된 대화라 할 수 있겠느냐?"


그래··· 확실히 그건 대화가 아니긴 했지.


"제가 싫다면요?"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단청은 정신이 반쯤 나간 창천원주와 별로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 도 사제, 관도가 허가없이 외출하면 징계 수위가 어떻게 되지?"

"하하핫! 같이 식사하시죠, 관주님."


단청은 남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태세 전환을 했다.



*



용모단정, 의관정제한 남궁무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서야 남궁의 창천원주다웠다.


그 전까진 의복이 다 해지고, 머리는 봉두난발하여 정말 미친 노인처럼 보였었다.


식사 장소는 원주실로 단청의 맞은 편에 남궁무위와 남궁도가 앉았다.


'식사 자리는 핑계지.'


전생에 단청은 산전수전을 겪었다.


이들이 이 자리를 마련하여 물어볼 것은 뻔했다.


어떻게 고작 12살밖에 안되는 아이가 이 정도의 무력을 얻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의혹이 우선 해갈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는 대충 구상은 해두었으니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도 사제······."


지금부터인가?


마치 큰 손님을 맞이하듯 가문의 고용인들이 음식을 전부 다 나르기 전까지 조용했던 남궁무위의 입이 그제서야 열렸다.


"예, 사형."

"손녀딸이 있나?"


남궁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없소이다."

"그것 참 아쉽게 되었군. 자, 들게."


그것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안 물어보는 거야? 정말로?'


단청은 곧 의문을 접고 걸신 들린 것마냥 눈 앞의 반찬들을 요란히 해치우기 시작했다.


당장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양껏 먹어보겠는가.


'이 망둥이 놈···.'


남궁도는 꼰대 기질이 스물스물 올라와 뭐라 한 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당장 옆에 앉은 광검 사형이 너무나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단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제 손자라도 되는 것마냥.


"도 사제······."

"예, 사형."

"가주에게 손녀딸이 있었나?"

"가주는······ 아직 그 자녀들이 결혼을 안했습니다만···?'


이쯤되면 정말 일부러 이러는 건가?


아니면 정말 검만 휘두르다 치매가 온 건가.


"흐음··· 딸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 있지요. 남궁지약(南宮知若). ······올해로 스물둘입니다."

"그렇군. 요새 통 못봤던 것 같은데."

"폐관수련에 들어가있습니다. 아마 곧 나올 겁니다."


남궁도는 슬쩍 남궁무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나이 차이가 좀."

"어허,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단청은 정작 당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대화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소화력 좋은 위가 꾸르륵거리며 고장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 빌어먹을 할배, 아니 애송이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전생에 87살까지 살았고, 이번 생을 12살까지 살았으니 이미 도합 99년을 산 단청이다.


백 살 가까이 먹은 할배가 고작 22살 먹은,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랑 결혼이라니.


물론 전생처럼 평생을 혼자 살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나면 가정을 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았기에.


그러나, 이건 또 다른 문제다.


'남궁의 핏줄이라면 내가 그 녀석의 후손과 결혼한다는 것인데······.'


뭔가 가치관과 세계관이 무너진다.


이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다.


"······크험험, 무위 사형, 뭐 아무튼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시죠. 아직 쟤 열두살밖에 안됐습니다."


이게 웬일? 저 꼰대가 도움이 다 되고.


단청이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열두살이라······."


남궁무위는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인가.'


근본이 사파였던 단청은 사도(邪道)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마 12살에 이 정도의 무공이라면 인체실험을 하는 것도 서슴치 않을 것이다.


"단청···."


단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감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내 양손자가 되거라."

"······뭐요?"


밑도 끝도 없는 구애에 자연스레 뾰족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싫은데요?"


너무나 사람이 한결같다.


그래서 문제였다.


"이 망둥이 같은 놈아, 원주님이 말씀하시는데-!"

"관주님은 가만히 좀 있으세요"

"뭣-!?"


이제는 장로 취급도 안해주는 거냐!


꽝!


남궁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남궁무위가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긴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도 사제······, 가만히 좀 있거라."

"······."


남궁도의 눈빛에서 넋이 나갔다.


이 쌍으로 미친놈들, 제발 나가 뒤졌으면······.


"원주님."


단청이 짐짓 진지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저를 굳이 결혼 같은 것으로 엮으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어차피 남궁을 위해 살아갈 테니까요."

"호오···."


남궁무위의 눈빛에 이채가 서린다.


사실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남궁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었고, 단청의 실력과 재능이라면 그 어디를 가도 크게 환영받을 수 있으리라.


계속 남궁의 방계로 남아있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가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가주가 될 수는 없다.


허나 직계와 방계의 태생적인 구분이 없는 구파일방이라면 그 어디를 가도 장문인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청은 지금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계속 남궁에 남아있겠다고 말한 것.


"다만···."


순간 단청의 입가가 귀밑까지 쭉 찢어지고 콧구멍이 벌렁거리며 증기를 뿜어댔다.


단청의 손이 동그라미를 그렸다.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헤헤헤."


그 동그라미의 의미는 명확한 바.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아주 드럽게 밝히네, 정말!


남궁도는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당일 늦은 밤.


'어차피 남궁을 위해 살아간다라······.'


남궁무위는 규격 외의 재능을 가진 소년의 말을 곱씹었다.


다들 어렸을 때는 순수한 마음을 갖는다.


가문을 버린다거나 제 밥그릇을 챙긴다는 생각보단, 그저 가문을 위해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는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약관의 나이만 되어도 그 순수한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런 마음이 본인의 입신양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데, 너는 단순히 그런 순수한 마음이 아닌 것 같구나······.'


그게 과연 무슨 마음일까.


남궁무위는 무척이나 그 마음이 궁금했다.


그것은 '입'이라는 평범한 대화 수단으로 알 수 없을 터.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남궁무위는 원로원주의 권한으로 단청이 개량한 무애검법을 방계의 기본 검법으로 규정하고 공표했다.


본래 방계의 무공을 개정할 때는 가주의 승인까지 받는 것이 일반적이나, 남궁은 가주전에 통보하는 식으로 마무리지었다.


곧, 삼대제자의 무공교관이자 일대제자인 남궁각이 창천원으로 불려갔다.


'······왜지? 그 정신나간 양반이 나를ㅡ'


"무위 사숙, 각입니다."

"들어오거라."


끼익-


창천원의 원주실 문이 열리고,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이 보였다.


"사숙, 이게 뭔ㅡ"

"개량된 무애검법의 비급서와 도해본이다."

"네······?"


아직 공표만 했지 가문에 알려진 건 없어서 남궁각은 이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무공교관인 네가 이걸 전부 다 온전히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내릴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아······."


남궁각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걸 언제 다 익히고 배우지?

아니 그 이전에, 왜 무애검법이 개량된 거지? 도대체 언제?

아, 저 미친 사숙이 매일 하던 게 저거였지.


충격적인 사실에 남궁각의 표정이 멍해졌다.


"왜? 예전처럼 나한테 맞으면서 배울테냐?"

"아, 아닙니다아ㅡ"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기한은 일주일 주마."


그 말에 남궁각의 속마음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지금은 알지 못했다.


이것들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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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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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06.13.(목) 연재분 휴재입니다. 내용 無 24.06.13 41 0 -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9 0 -
38 38. 부동(不動) NEW +6 19시간 전 547 25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76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8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44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80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6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85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9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8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93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9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81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9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9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6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7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91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6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4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4 32 12쪽
» 18. 구애 +4 24.05.22 2,001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9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7 32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6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70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5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51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2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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