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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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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23 14: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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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작성
24.05.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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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DUMMY

안휘에 험준하고 높은 산으로 황산(黃山)과 천주산(天柱山)이 있는데, 단청은 그 중 천주산을 택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단청이 서있는 곳은 천주산의 절벽 중 하나.


그 시야 앞으로 험준한 절벽의 절경이 눈에 들어왔다.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울창한 수목들이 푸른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는 햇살에 반짝여 뱀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그것은 단청에게 '이어짐'으로 다가왔다.


"삶과 죽음, 윤회 쉼 없이 돌고 도네(輪迴轉世不停歇)


전생과 금생 모두 인연이라네(前生今世皆因緣)."


보고 있노라면 시를 자연스레 읊게 될 정도였다.


허나 시간이 없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서 외출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느긋하게 술이나 퍼마시면서, 몇 구절 더 읊고 싶은데.'


"······쩝."


단청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절벽 앞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가 주력으로 익히고 있는 심법, 혼원공(混元功)은 말그대로 으뜸이라 불릴 만한 것들을 섞어만든 것.

각 심법들의 단점을 최대한 배제하고 장점만 모으고자 했으나, 결국 새로운 단점이 생기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축기(築氣)의 효율이 압도적으로 낮다는 것.

즉, 동 시간 대비 쌓이는 내력의 양이 너무나 적다.


대신 그것만 빼놓고 본다면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1. 공력 대비 출력이 높아 같은 일 할의 공력을 사용하더라도 상대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고,


2. 모든 속성으로의 변환이 가능하여 열양지기(熱陽之氣)든, 한음지기(寒陰之氣)든 무공을 익히는 데 제한이 전혀 없고,


3. 뛰어난 안전성 덕분에 내력을 끌어올리다 내상 입을 일이 거의 없으며 신체의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3번의 장점 덕분에, '수라선천기공(修羅仙天氣功)'을 익히는 데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혼원공만 해도 단청이 아니면 감히 그 누구든 만들어 낼 수도, 익힐 수도 없지만 수라선천기공은 그 이상으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단청은 말년에 그의 진전을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 죄수에게 수라선천기공의 구결을 강제로 주입한 적이 있었고,


파아아앙ㅡ!


그 결과로 1분만에 죄수의 머리가 끊임없이 부풀어올라 끝내 터져버렸다.


콰르르-


그 목 위로 내장과 핏물이 용암처럼 터져나오는 것을 보며, 단청은 비전의 계승을 포기했다.


이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사실상 인간이 익힐 수 없는 무공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위험성을 갖고 있기에···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압도적인 힘을 얻는 것도 가능했다.


'오늘 3성의 성취를 얻는다.'


스윽-


식도 안으로 영약을 넘기자, 곧 영약의 기운이 세맥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혼원공의 구결로 그것을 붙잡아 이끌어 주천(周天)의 틀을 갖춘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심법의 도(道)다.


단청은 이에 멈추지 않고 선천진기를 끌어올렸다.


지금 이 행동은, 무(武)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친짓'이라며 당장 말릴 것이다.

마치 자살 행위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허나 단청의 움직임엔 막힘이 없었다.


혼원공의 기운, 영약의 기운, 그리고 선천진기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합(合)한 기운은 곧 백회(百會)로 비산하여 이십사(二十四) 가짓수의 별자리(星路)를 그려나간다.


찰나, 탄력있던 단청의 몸은 고목나무처럼 말라 비틀어져갔다.


허공 위로 이십사 가짓수의 별자리를 모두 그려나간 기운은 다시 단청의 백회로 흡입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단청의 몸은 다시 윤기를 되찾았다.


그 순간,


파아아아앗ㅡ!


단청의 몸 주위로 새하얀 빛이 번쩍거렸다.



*



"그놈은 무슨 허깨비라도 된단 말이냐? 늘 여기 있다던 놈이 왜 없어? 그리고 땀냄새는 왜 이렇게 심한 건지, 원."


봉두난발(蓬頭亂髮)을 한 노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짜증을 냈다.


서, 설마···.


머리랑 의복이 왜 저러시지···?


미친놈이라더니 과연 그 소문이, 허엇- 내가 무슨 망발을.


삼대제자들은 갑자기 난데없이 그들의 숙소 부근을 찾아온 노인의 등장에 숨을 죽였다.


저 노인의 정체는 광검(光劍), 남궁무위.

옆에 선 자는 낯이 익숙한 창천무관주, 남궁도.

방계에선 그 입지가 거의 최고라 불리는 둘이다.


감히 삼대제자들로서는 이 둘과 시선을 맞추는 것이 껄끄럽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특히 광검이 시선을 돌릴 때마다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바빴다.


"······도 사제."

"예, 사형."

"관주라는 작자가 관도가 어디 갔는 지도 모르나?"

"······크험험,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인지라."

"여기 없다면 허락도 없이 나갔다는 것인데, 이거 규정 위반이지 않나?"

"······아마도요?"

"아주 고얀놈이로다."


대부분의 삼대제자들이 둘의 움직임에 고개만 숙여 짧게 인사하고는 황급히 물러나는 가운데, 한 삼대제자가 광검 앞에 섰다.


"원로원주님과 관주님을 뵙습니다."


남궁명이었다.


아씨! 왜 저래 저 새끼 또!


명 사형! 제발 눈치 좀!


뒤에 서있던 남궁혁과 남궁방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간 남궁명 때문에 속에서 욕이 튀어나갔다.


모르는 척 지나가려고 했는데 계획이 일그러진 것이다.


그러면 뭐 어쩌겠는가.


하는 수없이 같이 인사해야지.


"원로원주님과 관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혹시 단청이 어디 갔는 줄 아느냐?"


남궁도가 점잖게 물었다.


"아! 아까 훈련이 끝나고 자기 찾지 말라고··· 어, 이거 말해도 되나?"


이 새끼야···. 말하기 전에 생각 좀.


남궁혁이 뒤에서 눈으로 욕하는 그때였다.


파아아앗ㅡ!


"······!"


순간 남궁도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도 사제도 느꼈나?"

"뭘요?"

"···아니, 그러면 왜 느낀 척을 하고 있어."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재채기가 들었던 것 뿐인데."


남궁무위가 슬쩍 검을 잡았다.


"···아, 아니 우리 제발 말로 합시다, 말로!"

"도 사제······. 잔말 말고 따라오게나."


남궁무위가 거의 날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좀 같이 갑시다. 같이ㅡ!"


왜 저러는지 영문을 모르는 남궁도가 그 뒤를 급히 따라갔다.


그 둘이 향하는 방향은 안휘에서 험준한 절벽으로 유명한 천주산이었다.


'뭐 별 일 없겠지?'


남궁혁은 멀리 사라지는 둘을 보며, 내심 걱정이 되었다.


딱 봐도 단청을 좋은 이유로 찾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미친, 내가 무슨 생각을ㅡ!'


"엣취이ㅡ!"


남궁혁은 순간 오한이 들어 재채기가 나왔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무려 단청이다.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아암, 그 새끼는 좀 혼나야 해. 암 그렇고 말고.'


남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무장에 물을 뿌리기 위해 양동이를 들었다.


흙먼지 때문에 기침이 장난이 아니다, 장난이.


'그런데 왜··· 혼나는 그림이 상상이 안되냐···.'


······기분탓이겠지?


촤악ㅡ


남궁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연무장 바닥에 물을 뿌렸다.



*



"후우······."


단청은 깊은 숨을 내쉬며 기(氣)를 갈무리했다.


몸에서 느껴지는 힘은 명확했다.


마침내 수라선천기공 3성에 이른 것이다.


'겨우 일 할도 안되는 군.'


전생에 비한다면 지금의 수준은 아직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다만 이 어린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 속도는 차고도 넘쳤다.


분명 마흔이 되기 전에 전생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조급해할 건 없었다.

이대로 그의 나이가 삼십대 초반만 되어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천하제일인이 되어 있을테니까.


다만,


'······찝찝해.'


천마(天魔)는 과연 죽었는가?


ㅡ······.


남궁천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것이 단청의 마음이다.


직접 마교의 근거지인 십만대산(十萬大山)에 찾아가야 그 직성이 풀릴 것이다.


물론 지금은 고작 열두살 꼬맹이.


다리도 짧고, 팔도 짧다.


그 어떠한 무기를 쓰더라도 짧은 사지는 최적의 전투를 펼치는 데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이 정도만 되어도 여기서 날 위협할 만한 사람은ㅡ'


단청이 두 팔을 뒷머리에 얹은 채 여유롭게 하산을 하는 그때였다.


사아아아악ㅡ!


단청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꽤나 방대한 기운을 가진 자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인원은 둘.


달려오는 이들이 단청에게 가진 저의는 무엇일까.


적어도 살기(殺氣)라 보이진 않았기에 단청은 일단 지켜보았다.


"한참 뒤에 있는 건 창천무관주, 그리고 앞은···."


이 방대한 기운을 가진 주인.


봉두난발을 한 노인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니가소문으로듣던그남궁단청이라는놈이구나나는창천원주이자광검이라는별호로불리고있는남궁무위다검수로서구태여더이상의말은필요없겠지일단먼저검을섞어보자꾸나!!!"

"······미친놈."


단청은 노인이 뭐라 말하는 건지 거의 못 알아먹었지만, 싸우자는 뜻만큼은 알아먹었다.


남궁무위가 달려오는 자세 그대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검에 담긴 기운이 굉장히 난폭하다.


정파의 어른으로서 12살 아이한테 휘두를 만한 검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보였다.


'평생 검만 휘둘러 온 작자다.'


단청을 그를 보고 그리 평가했다.


대부분의 무인이 젊었을 때 열심히 훈련하고 서서히 나이가 들수록 검을 내려놓는다.


당장 남궁의 이대제자와 일대제자들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검의 끝을 보려고 하는 '검수(劍手)'가 아니라, 그저 가족과 생계를 위해 검대에 소속된 대원일 뿐이다.


허나 이 미친 노인은 다르다.


이 자는 오직 검만을 보며 살아왔다.


평생을 무(武)에 바쳤다.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나면 그때서야 빛을 발휘하는 사람들.


같은 장로로 이름이 묶여 있어도 무의 수준은 천지차이다.


'아씨, 이걸 싸워야 해, 말아야 해.'


부딪혀오는 의도는 뻔했다.


아마 저 노인은 광검이라 불리는 작자일 터.


설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손을 죽이려겠는가.


다만 그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헤아리기 위함일 것이다.


단청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딱 그 의도까지만 어울려주지.'


위에서 아래로.


단청의 검이 아래로 내려치는 광검의 검을 막아섰다.


무애검법의 1초, 낙천이다. 그것도 단청이 개량한 그것이다.


스아아악ㅡ!


연이어 하늘을 가로지르듯 광검의 검이 휘둘러진다.


무애검법의 2초, 횡천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단청이 개량한 그것이다.


단청이 몸을 숙여 그것을 피하자 광검의 검이 예상했다는 듯 앞으로 찔러왔다.


연이어 무애검법의 3초 창천이 펼쳐진 것이다.


깡!


단청은 검을 들어 찔러오는 검까지 튕겨냈다.


'설마 1초부터 12초까지 연이어서 펼치려는 건가.'


애초에 무애검법은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무애의 연무(聯舞).

그것이 곧 무애검법의 대성이라 할 수 있었다.


단청이 연달아 펼친 초식을 막아내자 남궁무위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이정도일줄이야우리가문에아주홍복이터졌구나검을든자로서이보다더기쁠수가없구나."


아오 시끄러워!


"와르르르르르르!"


'이게 무슨······.'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가 서로 울부짖는다.


뒤늦게 도착한 남궁도가 본 현장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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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NEW +2 12시간 전 504 20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978 26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227 2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359 37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461 28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442 32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611 32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534 25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647 30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719 32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779 28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1,827 28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806 32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840 34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898 34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941 33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045 35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138 34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113 35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106 36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195 33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229 37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351 36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340 34 12쪽
»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314 34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292 35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374 35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412 38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3 24.05.17 2,449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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