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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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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15 19:27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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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68
추천수 :
1,206
글자수 :
205,310

작성
24.05.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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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15. 극강의 둔재(鈍才)

DUMMY

세상 어딜 가나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파벌이 생긴다.


오십으로 구성된 작디작은 남궁의 삼대제자도 마찬가지였다.

직계파와 방계파로 나뉘어 밥 먹을 때도 서로 다른 식탁에 앉았다.


허나 최근에는 직계, 방계 구분없이 서로 뒤섞여 자리에 앉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장 남궁룡과 남궁강이 서로 맞은 편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삼대제자들도 더 이상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졌다.


'혁, 명, 진 사형······!'


막내인 남궁방은 동기 3인방을 발견하고는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만한 무관 생활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사형들."

"어, 맛있게 먹어, 방 사제."

"요새 힘들지?"

"아무래도 그 녀석이···"

"명아 거기까지."


남궁방은 들려오는 화답에 안도를 하고는 제 식판을 내려놓고 앉았다.


계속 이렇게 얼굴도장을 찍다보면 사형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나 잘하고 있어.'


남궁방이 스스로를 칭찬하며 젓가락을 집을 때였다.


"사형들! 오, 동기도 있었네?"


그의 괴물 같은 동기, 단청이 손을 흔들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앉았다.


"하하··· 단청아, 왔어?"


남궁혁의 이마에 벌써부터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단청아, 너 있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닥쳐, 이 새끼야!


남궁진이 남궁명의 입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오···.'


그간 지옥 같던 수련의 성과인가.


남궁혁이 정교한 그의 젓가락질에 감탄했다.


"요새 계속 늦게 따로 식사하더니, 오늘은 웬일이야 사제."

"아, 실험할 대상이 필요해서."

"시, 실험······?"


심상치 않은 답변이다.

남궁진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다.

방금 먹은 육편이 위에서 꾸르륵거렸다.


그것은 남궁혁과 남궁명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 오래 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자고로 점심 시간 이후는 이들이 그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보낼 수 있는 행복 시간과도 같은 것.

저 악마 같은 놈에게 절대로 빼앗길 수 없었다.


파바바밧!


느긋했던 3인방의 식사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아, 안돼······.'


"하하핫···! 사제들 식사 맛있게 하고, 우린 이만."


어느덧 밥을 다 해치우고 사라진 3인방.


아직 단청과 남궁방의 식판엔 음식이 절반 넘게 남아있었다.


남궁방은 깊이 좌절했다.


오늘 훈련의 일을 말하며 착실히 사형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그의 꿈은 어디로 갔는가.


안 그래도 괴물 같은 동기를 둔 탓인지, 사형들이 은근히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동기야, 요즘 무관 생활은 좀 어때."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단청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뭐, 그럭저럭······."


새끼야, 너 때문에 힘들어요, 너 때문에!


"힘든 거 있음 말하고, 우리 동기잖아."

"그래······."


······이거 일부러 맥이는 거 맞지?


남궁방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육편을 집어 제 입 안에 넣었다.


한편으로는 별 걱정, 고민도 없이 당장 눈 앞에 음식을 정신없이 해치워먹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쩝, 모자란데. 이거 가문이 원체 가난해서야 원."

"······."


실시간으로 듣는 기사멸조에 속이 거북해지고 있었다.


그 탓인지 단청의 식판은 빠르게 비워진 반면, 여전히 남궁방의 것은 절반 언저리가 남아있었다.


"······동기야, 다 먹었는데 왜 안 가."

"아, 너 기다리는 거야."

"······왜?"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 폭군 같은 녀석이 누굴 기다리는 성격이던가?


"실험할 대상이 바로 너거든."

"쿠흡ㅡ!"


하마터면 씹고 있던 육편을 단청의 얼굴에 뱉을 뻔했다.


그랬으면··· 그날로 지옥도가 펼쳐졌겠지.


"······나를 실험한다고?"


남궁방은 물을 마시며 입 안의 육편을 가까스로 넘겼다.


"어. 최근에 검법 하나를 손보고 있거든. 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

"왜 안 먹어?"


몰라서 묻냐? 너 때문이잖아!


이미 먹은 것도 소화가 안돼서 체할 지경이다, 이 새끼야······.


단청은 계속 기다려주었고, 결국 음식을 어떻게든 다 먹은 남궁방은 뒷따라 연무장으로 나왔다.


봄 특유의 창백한 햇볕이 연무장 흙바닥을 쬐고 있었다.


'하여간 돈 많이 벌면 바닥도 바꿔야지.'


단청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오대세가 중 하나라는 가문이 어떻게 청강석으로 바닥 포장조차 안해놓았을까.


"저기, 근데 단청아······. 나는 실력도 부족하고 재능도 없는데 괜찮을까?"

"그래서 너가 해줘야 해."

"······어?"


순간 이해가 안된 남궁방의 되물음에, 단청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기야, 가문의 무공 비급서는 난이도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떠먹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실력이 부족하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을 기준으로···, 그리고 그게 바로 나······."


말해놓고 나니 슬퍼졌다.


자연스레 의기소침해져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래, 현재로서의 넌 실력과 재능이 부족해. 그런 너조차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무공 비급서는 쉬워야 하고."

"······응."


단청의 말이 비수가 되어 소심한 남궁방의 가슴에 꽂힌다.


마음이 아팠다.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그럴 재능도, 노력할 자신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하여 말석에 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 번 봐볼래? 각 사숙조한테 배운 것과는 차이가 있을 거야."


남궁방은 단청에게 비급서를 건네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초식의 검형(劍形)은 비슷했으나 그 안에 담긴 의(意)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달랐다.


뭣보다······ 너무나 복잡했다.


무려 단청의 검이었다.


그 안에 담긴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쉬울리 없었다.


"단청아···? 이거 너무ㅡ"

"1초부터 12초 오의까지 펼쳐볼게. 놓치지 말고 똑바로 봐."


단청이 무애검법의 초식 전부를 펼쳐갔다.


남궁방은 그 말대로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화려하고 패도적인 검무가 이어질수록 남궁방은 실력과 재능의 차이를 절감했다.


'이게 단청의 실력···, 그리고 무애검법.'


"방아, 본 것을 토대로 직접 펼쳐봐."

"하지만····"

"괜찮아, 처음이잖아. 애당초 네가 처음부터 완벽히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조차 없었어."

"······."

"네가 검을 휘두르면 나는 붓을 들겠다."


남궁방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 아주 사람을 개무시하네?


단청의 독설에, 약이 오른 남궁방은 어떻게든 무애검법의 검무를 이어나갔다.


실력이 부족하고 재능이 없다고?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평가를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다.


'······거참.'


극강의 둔재(鈍才)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단청의 표정이 점차 멍해졌다.


어디까지 비급서의 내용을 설명하는 도해(圖解)를 추가해, 직접 떠먹여줘야 할 지 감이 안잡힐 정도였다.


그렇게 쉬는 시간 1시진이 다 지났고, 틈이 날 때마다 눈높이 수업 시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남궁방의 재능은 실로 절망적이었지만 그래도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녀석.'


단청의 독설을 비롯해 상황이 분명 힘들었음에도, 남궁방의 입에서 먼저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머뭇거렸던 남궁방은 오히려 무모하게 느껴질 정도로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부분··· 나는 좋아하는 편이지.'


동기부여의 이유가 다소 불순하긴 했지만···.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던가?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약속했던 한 달로 달려갔다.


어느덧 비급서 초식에 대한 본 내용보다, 구결 및 동작을 설명하는 도해(圖解)본이 서너배로 쌓여가고 있었다.



*



남궁의 재정을 담당하는 창금원(蒼金院)의 불빛이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았다.


"당 사형, 무슨 일··· 아니, 이 사람들이 요즘 왜 이러지? 술을 얼마나 마신 것이오."

"······호들갑 떨긴. 얼마 안마셨다."

"뭐, 당 사형 술이 센 건 알고 있다만."

"너야말로 여긴 웬일이지?"

"창금원주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지."

"······앉아라."


남궁도는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창금원주 남궁당과 거리를 좀 두어 앉았다.


가까이 있으면 술 냄새 날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지?"

"혹시 '남궁단청'이라는 아이를 아시오?"

"모른다."

"······."


남궁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분명 단청에 대한 소문은 크게 퍼졌을 텐데, 사형이라는 작자들은 왜 하나같이 다 저렇게 귀를 막고 사는 것인지.


"몰래 해쳐먹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변 돌아가는 이야기 좀 들으시오."

"······내가 도 사제만 하겠나?"

"요새 상회에서 후원금 적게 들어오는 것, 그거 당 사형이 몰래 해먹은 것 아니오?"

"웃기는 소리."


남궁당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융창상회(隆昌商會)는 오래 전부터 아예 끊었고, 균제상회(鈞濟商會) 그놈들도 후원금을 계속 줄이고 있다. 여기서 뒷돈을 챙기면, 남궁은 아예 돌아가지 않아."

"흐음······."


남궁도는 침음성을 흘렸다.


남궁의 명성이 계속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인 녀석들이 그럴 만도 했다.


"그러는 도 사제는 실력도 안되는 자식놈을 창궁검대에 집어넣지 않았던가."

"크험험······!"


남궁도는 무안한 나머지 헛기침을 흘렸다.


남궁의 다섯 검대 중 가장 급이 높은 것은 창천검대고, 그 바로 아래가 창궁검대였다.

급이 높을수록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

"······."


그렇게 두 사형제가 사이좋게 서로 험담을 나누고,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나는 남궁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네.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서 벗어나진 않아."

"······끝까지 남아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겠다는 것 아니오?"

"······."

"······."

"도 사제······. 시비걸러 왔니?"


남궁당이 빈 술병을 슬쩍 위로 들었다.


"그건 아니오. 됐고, 본론을 이야기하겠소."

"······해보거라."

"당 사형도 알다시피 남궁의 무공은 지금 제 기능을 못하고 있소. ······그런데 이게 잘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도 있을 것 같소. 아까 말한 남궁단청이라는 아이 덕분에."


남궁도는 중간점검을 했었는데 개량된 무애검법 비급서와 그를 설명하는 도해본이 쌓인 것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완성된다면 분명 그럴 듯한 결과물이 되리라.


"그런데?"

"아니, 창금원주라는 사람이 돈 냄새를 못 맡으면 어떡하오. 딱 봐도 돈 날 구멍이 너무나 쉽게 보이는데."

"아아. 비급서 장사?"

"바로 그거지. 개량된 건 방계들만 익힐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전 것은 속가나 자유 관도생한테 팔아먹으면 그만이지 않겠소."

"그렇군."

"단청이한테 줄 보상도 좀 생각해놓고. 영약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잘 되면."

"잘 될 것이오. 평범한 녀석은 아니니까. 그러니 술 작작 마시고 비급서 사업 구상이나 좀 하고 있으시오."


남궁도는 창금원 밖을 나가면서 뒤에 말을 덧붙였다.


"아. 당 사형, 뒤로 해쳐먹을 생각은 하지 말고."

"······."


저런 새끼도 사제라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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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883 0 -
38 38. 부동(不動) NEW +5 17시간 전 523 24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4 24.06.13 965 23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5 24.06.11 1,021 27 12쪽
35 35. 이어짐 +4 24.06.10 1,237 27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172 2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300 25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1,379 29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1,452 25 11쪽
30 30. 약자(弱者) +5 24.06.04 1,492 25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1,487 2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1,523 31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1,577 29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1,615 2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1,705 3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1,811 3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4 24.05.27 1,793 3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1,787 33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1,872 2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4 24.05.24 1,890 32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000 3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1,997 3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1,975 31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1,962 32 12쪽
»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024 32 12쪽
14 14.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 +4 24.05.18 2,069 34 12쪽
13 13. 밑져도 본전···, 맞겠지······? +2 24.05.17 2,092 32 12쪽
12 12.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남궁을. +2 24.05.16 2,148 35 12쪽
11 11. 주먹질도 참 현란했답니다 +2 24.05.15 2,120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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