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SG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613,464
추천수 :
8,501
글자수 :
520,281

작성
12.07.21 15:28
조회
5,383
추천
95
글자
16쪽

Chapter 22. #3

DUMMY

&



풍림화산암뇌는 본래 내부가 아닌 외부의 힘을 운용하는 기술이었다.

적의 힘을 이용하고 대자연의 기를 자신의 것처럼 다룬다.

때문에 내면의 힘을 사용하는 영혼의 힘의 형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풍림화산암뇌로 시작해 끝내는 3단계 카시리오션의 경지에까지 오른 세상 기상곡의 무신 메르헨은 풍림화산암뇌를 개량하여 내부와 외부의 힘을 함께 사용하는 독창적인 계파를 창시하였다.

풍림화산암뇌 나선의 권.

내부와 외부의 힘을 조화시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이 무술을 본 전설의 사냥꾼은 자신의 애제자인 미호를 떠올렸다.

미호클레스는 합체기였다. 자신과 타인의 영혼을 하나로 이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이었다. 3단계 카시리오션의 경지에 오른지 오래였던 전설의 사냥꾼은 미호가 자연발생 카시리오션임을 간파했고, 세계 최고의 스승답게 미호의 합체에 풍림화산암뇌가 더해졌을 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풍림화산암뇌의 최고수이자 나선의 권의 창시자인 무신 메르헨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호의 합체기만을 위한 기술을 만들었고, 이를 미호의 법이라 칭하였다.

미호는 무술을 배우긴 하였지만 풍림화산암뇌와 같은 기공에 기반한 권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 때문에 미호가 빠른 속도로 미호의 법을 익히는데는 그야말로 갖가지 애로사항이 꽃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로드 카시리온은 편법을 동원하였다.

“꺄아아아아아악-!”

미호는 온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메르헨은 멈추지 않았다. 현란하게 손과 발을 놀려 미호의 전신을 가격했다. 그 힘과 운용이 어찌나 절묘한지 미호는 온 몸을 얻어맞으면서도 어느 한 방향으로 쓰러지지 않았다. 구타에 의해(?) 꼿꼿이 선 자세를 유지했다.

직접 기를 때려 박는다. 강제로 혈도를 연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무신 메르헨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막힌 혈도가 뚫릴 때마다 미호는 비명을 질렀지만 메르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로드 카시리온은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손을 놀렸다. 미호의 영혼을 유도했다. 그 힘을 강제로 일깨웠다. 육신과 영혼을 동시에 개조한다. 시전자가 각각 그 분야의 최고라 할 수 있을 메르헨과 로드 카시리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둘이 아닌 누군가가 이런 개조를 행한다면 백이면 백 시전 대상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미호는 비명을 지르다 못해 이제는 엉엉 울었다. 하지만 로드 카시리온과 메르헨은 멈추지 않았다.

롤랑드는 입에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비명을 삼켰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롤랑드의 등을 진이 거침없이 가격하고 있었다. 미호와의 반복된 합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1단계 카시리오션이 된 롤랑드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미호와의 합체를 보다 수월히 할 수 있도록 영혼의 그릇을 넓힌다. 미개척 된 영역에 영력을 때려박는다.

롤랑드가 검은 피를 토했다. 몸에 쌓여있던 탁한 기운이 밖으로 토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라므와 손을 맞잡고 앉았다. 라므는 평온했고 시온은 식은 땀을 잔뜩 흘렸다. 시온 알테미스는 영체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시온 알테미스의 영체화는 통상의 것과 달랐다.

보통 사람의 영혼이 하나의 덩어리라면, 시온의 영혼은 수많은 조각들로 구성된 일종의 블록이었다. 그 블록을 해제한다. 확산시켜 그 사이에 벌어진 공간에 다른 이의 영혼을 받아들인다.

1시간이 지났을 때 미호는 더 이상 울지도 못했다.

2시간이 지났을 때 미호는 헐떡이지도 못했다.

3시간이 지났을 때 미호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착각했다.

4시간이 지났고, 미호는 비로소 바닥에 쓰러질 수 있었다.

전신이 땀에 젖은 메르헨은 바닥에 쓰러진 미호의 목가에 손을 얹었다. 몸이 불처럼 뜨거웠다. 맥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뛰었다. 미호의 호흡도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그럭저럭 됐네. 한 달 정도 나랑 빡세게 수련하면 환골탈태도 가능하겠는데?”

전신혈도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그 통로를 넓혔다. 그야말로 온 몸에 기의 고속도로를 뚫었다고 해야 할까?

로드 카시리온도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고 씩 웃었다.

“자연발생 카시리오션답게 잠재능력이 뛰어나. 영력이 거의 3배로 늘었어. 무리수를 둔 보람이 있는걸.”

절벽에서 추락한 주인공이 우연찮게 발견한 동굴에서 만년설삼을 먹어 단번에 내공을 늘리고 전대 최고수의 비급을 익혀 한 달 만에 무림 최고수가 되었다-와 거의 필적하는 인공기연(?)을 미호는 겪은 셈이었다. 메르헨은 미호의 입을 벌렸다. 주머니에서 환약 하나를 꺼내 쑤셔 넣었다.

“소화시키면 얘도 그날부터 내가고수. 풍림화산암뇌 기본기 정도는 우습게 쓸 거야.”

“일단은 씻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솔직히 냄새 좀 심하다.”

전신혈도가 개척되면서 그간 혈도를 막고 있던 불순한 물질들이 죄다 모공을 통해 배출된 상태였다. 거기에 땀이 섞이니 미호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날수밖에 없었다.

메르헨은 허공섭물의 술을 발휘해 미호를 들어올렸다. 로드 카시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통신회로를 열었다.

“진, 그쪽은 어때?”

“다 끝났어요. 몸 하나는 진짜 튼튼하네요.”

로드 카시리온의 물음에 답하며 진은 롤랑드의 등짝을 짝짝 후려쳤다. 열두 개나 되는 나뭇가지를 부숴먹은 롤랑드는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제 자리에 고꾸라졌다. 진은 쓰게 웃으며 그런 롤랑드를 짐짝 나르듯 들어올렸다. 통신회로에 물었다.

“라므, 그쪽은 어떻지?”

“이쪽도 완료. 요령을 익히니 실력이 금방금방 늘더군.”

라므는 곰방대를 피며 답했다. 맞은편에 앉아 시가를 태우던 시온 알테미스는 힘겹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롤랑드는 진이 들고 왔고, 미호는 메르헨이 허공에 둥둥 띄워서 데려왔다. 시온 알테미스는 제 발로 걸어서 찾아왔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자 로드 카시리온이 말했다.

“잘 된 거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아무리 짧아도 이제 10분 이상 삼위일체를 유지할 수 있을 거야.”

“…그것 참 다행이군.”

답하며 시온은 축 늘어져 있는 롤랑드와 미호를 보았다. 거의 반죽음 상태인 둘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로드카시리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 같아선 푹 쉬게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추정컨대 앞으로 4시간 정도면… 어찌되었든 싸움이 시작될 것 같아. 최종전이 될지, 전초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미호가 수행 아닌 수행을 하는 동안 노틸러스 호는 천천히나마 계속 움직였다. 로드 카시리온의 말대로 앞으로 4시간 정도면 미국에 도착할 터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싸움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좀 여유가 있군, 아기 고양이는 내가 씻기도록 하지. 놈팽이는 부탁한다.”

시온 알테미스는 허공에 떠 있는 미호를 잡아끌어다 품에 안았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미호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조심스런 동작이었다.

“좋아, 그럼 씻고… 짧은 시간이나마 푹 쉬어. 때가 되면 알려줄게.”

“알았다. 그리고 오늘 일은 고맙다.”

가볍게 목례한 시온 알테미스는 미호를 안고 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감사 인사도 듣네요.”

“뭐… 좋은 일 하니까 들을만 하지.”

킥 하고 웃은 로드 카시리온은 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튼 그쪽의 덩치 목욕시키는 건 네게 맡길게. 이따가 보자.”

“네, 네.”

로드 카시리온과 메르헨과 라므는 제네시스의 중추로 이동했다. 혼자 남은 진은 쓰게 웃으며 목욕탕으로 향했다.



&



4개 국가에 출현한 SG들의 목적은 시간 벌이였다. 4만의 SG들이 그 목숨을 버려가며 만든 시간동안 파라켈수스는 열 명의 유니온 시리즈들과 함께 연성진을 구축하였다.

일곱 자루의 검들이 천 년 전부터 세워온 계획은 어찌보면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일곱 자루의 검들의 영적영지를 서로 호응해 만들어낸 거대한 무지개 장판으로 이 세상의 인류의 영혼을 빈사상태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 뒤에 영혼석에 봉인해둔 ‘아버지들’의 영혼을 해방시킨다. 연성진의 유도에 따라 ‘아버지들’은 자신의 영혼과 가장 어울리는 육신을 찾아낸 뒤 그 육신을 빈사 상태의 본 주인으로부터 가로챈다.

이리하여 1억 3천만의 인구가 확보된다. 3억 5천만에 달하는 SG의 군세와 노틸러스로 아버지들을 보호하는 한편 새로운 독립국의 등장을 선포한다.

마찰이 많을 터였다. 이 과정에서 못해도 수억에 달하는 이 세상의 인간들이 죽어나갈 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세상의 인류는 결국 일곱 자루의 검들과 아버지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는 한데 어울려 살아갈 것이다.

세계 정복 같은 것은 노리지 않는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발뭉은 이미 수만 번이나 돌려본 연성진을 다시 한 번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아스칼론이 그런 발뭉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빠, 네 개 국가에 파견한 SG들이 거의 전멸했어.”

“그래, 충분한 시간을 벌었구나.”

노틸러스 호는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SG들을 파견해 시가전을 벌여 세계를 불안하게 하였다. 세계를 상대하지 않는다. 일단은 제네시스만을 상대한다. 그들을 적당히 상대하며 아버지들의 영혼을 이 세상에 안착시킨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께서 손수 연성진을 준비하고 계셨다. 별의 아이 클라우 솔라스가 죽음에서 돌아와 자신들을 수호하고 있었다.

“앞으로 다섯 시간 뒤….”

발뭉은 눈을 감았다.



&



미호는 어린 시절 칸젠 야마토 밑에서 자랐다. 칸젠 야마토는 여느 어린 요호들과 마찬가지로 미호를 교육 전문 담당자에게 맡겼다.

담당자는 무척이나 공평한 사람이었고, 미호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미호가 잘하면 칭찬을 했고, 못하면 회초리질을 했다.

“으아앙!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방에서 회초리 세례가 쏟아지자 미호는 엉엉 울면서 빌었다. 하지만 회초리는 멈추지 않았다. 어디 안 때린 구석이 있나 찾기라도 하듯 미호의 전신을 구석구석 후려쳤다.

미호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이제 깼니? 타이밍이 참 적절하구나.”

미호는 눈을 껌벅였다. 꿈이 어찌나 리얼했는지 현실에서도 흘린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흐렸다. 대충 부비며 일어섰다. 다채로운 향기가 미호의 코끝을 자극 했다.

미호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시온 알테미스는 식탁에 웃으며 앉아 있었고, 롤랑드는 수레에 담긴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리고 있었다.

“시온? 롤랑드?”

미호는 멍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들이래.

롤랑드는 그저 웃었다. 그리고 미호도 마침내 잠에서 완전히 깨었다.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처맞다가 의식을 잃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다 끝난 건가?

시온이 미호에게 손짓했다.

“밥 먹자.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했으니.”

시온 알테미스는 동생들을 위해 수백 년 동안 요리를 연마한 그야말로 요리의 장인이었다. 그녀의 음식 솜씨를 잘 아는 미호는 절로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미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내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의 온 몸을 돌아보았다.

“어라라? 어라라라?”

그렇게 맞았는데 몸에 멍하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요력이 그야말로 들끓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호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시온이 알만하다는 듯 나직이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자들이더구나.”

미호 뿐만 아니라 시온과 롤랑드도 거의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타인에게 단 시간 만에 이런 일을 해줄 정도라니. 시온의 지식으로도 로드 카시리온과 메르헨의 경지는 그야말로 불가해의 영역에 있었다.

어찌되었건 세 사람은 식탁에 모여 앉았다. 미호를 고려해서인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잔뜩 차려진 음식은 거의 다가 한식이었다. 뭐부터 먹어야 앨리스한테 신나게 자랑 질을 할 수 있나 고민하던 미호는 마침내 갈비찜을 향해 젓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이내 천상의 쾌락을 느꼈다.

“진짜 맛있다!”

미호가 몸을 부르르 떨며 황홀해하자 시온 알테미스는 쿡 웃었다. 미호에게 슬쩍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 고양이, 언니랑 살면 매일매일 이런 거 먹을 수 있단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호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순식간에 천상에서 지상으로 추락한 미호는 몸을 뒤로 뺐다.

“아니, 시온 저기….”

미호는 어설프게 웃으며 뭐라도 말을 만들어내려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롤랑드가 미호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더니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당당히 선언했다.

“내 여자요.”

미호는 롤랑드의 품안에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그래! 민망하지만 이번에는 봐준다! 잘했어요, 롤랑드!

하지만 미호의 생각은 너무나 짧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실망하는 기색도 없이 미호에게 다시 다가섰다.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럼 셋이 살지 뭐.”

셋이라니. 셋이 산다니. 미호는 급히 롤랑드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뭐라고 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롤랑드는 능글맞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면야.”

“오우, 콜?”

“콜.”

롤랑드와 시온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미호만 없었다면 악수하고 도장까지 쾅 찍을 기세다. 미호가 일갈하며 롤랑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콜은 무슨 놈의 콜이야, 이 인간아!”

사내 새끼들한테는 내 여자요! 내 여자라니까! 내 여자야! 잘만하더니 시온 앞에서는 왜 이래! 왜 이러냐고!

롤랑드는 멱살이 잡혔음에도 태연히 답했다.

“시온은 내가 아니라 당신을 좋아하는 거잖소. 내가 바람 피는 게 아니오. 레이디 윤, 당신이 피는 거지.”

미호는 입을 벌렸다. 순간이나마 할 말을 잃었다.

시온이 그런 미호의 팔을 붙잡았다. 자신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한 뒤 슬픈 얼굴로 물었다.

“아기 고양이는 내가 싫은가?”

그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뺨을 따라 눈물까지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니, 그런 건 아니… 아아악! 몰라! 밥이나 먹어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난 미호는 시온, 롤랑드와 반대편에 가서 앉았다. 젓가락을 집어 들고 식사에만 몰두했다.

롤랑드와 시온도 미호 놀리기를 그만두고 각자의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대략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 되자 시온 알테미스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와 달리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장난은 이쯤하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호.”

“대략… 2시간 정도 후에는 싸움이 시작될 것 같소.”

롤랑드가 말을 보탰다. 도중에 노틸러스 호의 이동속도가 더욱 감속하여 처음 생각했던 4시간에서 1시간 정도 여유가 더 생겼지만 그래봐야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2시간 뒤에는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는 미호와 시온과 롤랑드가 서야만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푹 쉬도록 하자.”

시온이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호는 2시간이라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쉬기보다는 여, 연습해봐야 하지 않아요? 막상 2시간 뒤에도 합체 시간이 짧….”

거기까지 말한 미호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좋은 생각이오, 레이디 윤.”

롤랑드가 우후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에는 내가 아기 고양이와 먼저 합체하도록 하지.”

시온 알테미스가 재빨리 손을 뻗어 미호의 허리를 낚아챘다.

“오프 더 레코드, 오프 더 레코드~ 안심해요 요원님~”

스피커 너머에서 놀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이건 직장 성희롱이야! 성희롱이라고!”

미호의 절규 아닌 절규를 뒤로하고, 순백과 황금의 섬광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챕터 22 끝, 챕터 23으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G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0 SS 어떻게 +20 12.08.20 7,001 65 6쪽
99 SS 밤이 온다 +10 12.08.19 4,383 63 5쪽
98 SS -후에 +8 12.08.19 4,216 58 11쪽
97 SS #14 절망의 날 +10 12.08.12 4,474 57 9쪽
96 SS #13 취중야담 +4 12.08.12 4,165 32 1쪽
95 SS #12 별의 이름으로 +24 12.08.09 4,090 56 7쪽
94 SS #11 별의 아이들 +13 12.08.02 4,533 62 17쪽
93 SS #10 안녕하세요 +47 12.08.01 4,455 65 14쪽
92 SS #9 사자와 호랑이의 록 & 롤 -2 +12 12.07.30 4,382 59 14쪽
91 SS #9 사자와 호랑이의 록 & 롤 -1 +18 12.07.30 4,345 56 10쪽
90 SS #8 사자와 호랑이의 집지키기 +11 12.07.28 4,688 52 14쪽
89 SS #7 오크 형부와 여우 처제 +7 12.07.26 5,738 35 1쪽
88 SS #6 그리고 그들은 +6 12.07.26 4,237 59 10쪽
87 SS #5 악마를 보았다. +26 12.07.25 4,658 64 17쪽
86 SS #4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18 12.07.25 5,422 70 15쪽
85 SS #3 추랑 - 도망 신랑을 쫓다 +21 12.07.24 5,123 72 21쪽
84 SS #2 그 시각 쫑파티 +16 12.07.23 5,303 69 6쪽
83 SS #1 사자와 호랑이와 여우의 첫날 밤 +9 12.07.23 5,746 42 1쪽
82 용어 해설 #9 +14 12.07.22 5,591 42 11쪽
81 연대기 각 시리즈 보는 법 +11 12.07.22 9,872 37 1쪽
80 숨겨진 이야기 #1 +14 12.07.22 5,869 60 3쪽
79 후기 +26 12.07.22 5,551 63 3쪽
78 후주곡 +14 12.07.22 5,615 71 8쪽
77 최종악장 '별의 아이' +15 12.07.22 6,112 79 9쪽
76 SG Chapter 23. #2 +25 12.07.22 6,048 88 14쪽
75 Chapter 23. +22 12.07.21 5,204 85 6쪽
74 용어 해설 #8 +15 12.07.21 6,422 57 7쪽
» Chapter 22. #3 +34 12.07.21 5,384 95 16쪽
72 Chapter 22. #2 +46 12.07.21 5,141 102 8쪽
71 Chapter 22. +31 12.07.20 5,306 9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